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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가 장밋빛 미래? 잿빛 미래도 지적해야
등록 2018.12.11 17:31
조회 531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5일 현대자동차가 노‧사‧민‧정협의회가 제안한 수정안을 거부하면서 협상이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리·후생 비용 지원하는 일자리 창출 사업입니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경형 SUV를 연간 7~10만대씩 생산하는 자동차 완성 공장을 광주에 설립하기로 하고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임금수준은 ‘주 44시간‧초봉 3500만원’으로 잠정 합의됐는데, 정부와 광주시가 행복‧임대주택‧어린이집 등을 지원해 낮은 임금을 보전하는 형태입니다.

 

광주형 일자리 놓고 갑론을박 치열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엇갈립니다. 찬성 측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노동시장 양극화와 지역 경기 침체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델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대 측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과잉 중복투자이며 과당 경쟁을 유발해 기존 완성차 노동자의 임금이 삭감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공장 간 경쟁이 심해지면 전체 노동조건 하향 평준화되고 대규모 구조조정, 경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상반되는 전망 속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시행되면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의 옹니 부리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여론이 형성된 배경에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해 찬반 양측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해주지 않는 언론이 있습니다. 과연 광주형 일자리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는 민주노총의 이기적인 주장일 뿐일까요?

 

중앙․서울․한겨레․경향 ‘환영’ 의견 일치…조선은 부정, 동아는 중립

신문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우선, 중앙‧서울‧한겨레‧경향은 각각 환영 사설을 내놨습니다. 이른바 보수신문인 중앙일보와 진보신문인 한겨레‧경향의 ‘의견 일치’는 오랜만에 보는 모습입니다. 한겨레‧경향이 찬성과 반대 양 입장을 균형 있게 보도하는 대신 전면 찬성 입장을 내놓은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해외로 일자리 쫓아내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12/5)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하지 못하면 국내 완성차 산업의 미래는 없다”며 광주형 일자리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서울신문도 <사설/광주형 일자리 꼭 성사시켜 고용난 숨통 틔워야>(12/5)에서 “현대차는 임단협 조항 수용하고 노조는 위기상황 파업 자제해야”한다며 광주형 일자리 시행을 촉구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뜻깊은 ‘광주형 일자리’ 타결을 환영한다>(12/5) 경향은 <사설/광주형 일자리 사실상 타결, 노사상생 모델로 자리잡길)(12/5)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설에서 한겨레는 “현재 한국 제조업에 닥친 구조적 위기를 생각할 때, 다양하게 변주된 형식으로 계속 실험을 해나갈 만하다”고 했고, 경향은 “노동계도 파업 대신에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일자리 실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고 주문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결론은 기업 압박 투자 강요, 희한한 ‘광주형 일자리’>(12/5)에서 “결론은 기업 팔 비틀기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희한한 투자 유치 협상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동아일보는 관련 사설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신문사

제목

입장

경향

광주형 일자리 사실상 타결, 노사상생 모델로 자리잡길

긍정

동아

X

X

서울

광주형 일자리 꼭 성사시켜 고용난 숨통 틔워야

긍정

중앙

해외로 일자리 쫓아내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긍정

조선

결론은 기업 압박 투자 강요, 희한한 ‘광주형 일자리’

부정

한겨레

뜻깊은 ‘광주형 일자리’ 타결을 환영한다

긍정

∆ 광주형 일자리 관련 사설 제목과 입장 (12/5) ⓒ민주언론시민연합

 

논란 속 광주형 일자리…장밋빛 전망한 한겨레‧경향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겨례‧경향의 환영 입장은 눈에 띕니다. 두 신문사는 공통적으로 광주형 일자리가 의미있는 ‘실험’임을 언급했습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라는 긍정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기사에서도 한겨례‧경향은 ‘광주형 일자리’의 장밋빛 미래를 더 집중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신문사

제목

날짜

한겨레

‘광주형 일자리’ 잠정 타결…고용창출 대타협 첫발

12/5

임금 낮추고 일자리 늘리는 ‘광주형 상생 실험’ 본격 시동

12/5

경향

광주형 일자리 사실상 타결 1만2천여명 고용 창출 기대

12/5

‘적정임금’ 통한 일자리 창출, 한국 노동시장의 새 대안 될까

12/5

∆ 한겨레와 경향 보도 제목. 광주형 일자리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지면기사 기준(12/5) ⓒ민주언론시민연합

 

잠정 합의안이 나온 5일 한겨레는 <‘광주형 일자리’ 잠정 타결…고용창출 대타협 첫발>(12/5 정대하 기자) <임금 낮추고 일자리 늘리는 ‘광주형 상생 실험’ 본격 시동>(이어지는 기사) 지면기사 에서 “지방정부 주도의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정 임금의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는 실험이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경향신문도 <광주형 일자리 사실상 타결 1만2천여명 고용 창출 기대>(12/5 강현석 배명재 기자) <‘적정임금’ 통한 일자리 창출, 한국 노동시장의 새 대안 될까>(12/5 강현석 기자)라고 전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고용창출’ ‘일자리 늘리는’ ‘고용창출 기대’ ‘일자리 창출’ 등 광주형 일자리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데 힘을 줬습니다. 내용에서도 밝은 미래를 전망했습니다.

우려되는 지점을 언급한 대목도 있지만, 그야말로 짤막합니다. 이 정도로는 ‘광주형 일자리’가 가져올 완성차 시장의 붕괴와 임금 하향 평준화, 지역임금 갈등 등 노동계의 지적을 제대로 짚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각에서 “신설법인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인 경차 SUV의 판매가 부진할 경우 광주시가 우회 투자한 590억원과 금융권에서 끌어들일 4200억 원의 투자가 고스란히 시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략)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이날 긴급성명서를 내어 “광주형 일자리는 자동차 산업 시설이 남아도는 탓에 과잉중복 투자로 모두가 함께 망하는 길” “자동차 산업에 위기와 파탄을 가져올 광주형 일자리가 합의된다면 총파업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겨레 <‘광주형 일자리’ 잠정 타결…고용창출 대타협 첫발>(12/5) 중)

 

민주노총도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차의 저임금 하청공장에 불과하다”면서 “재앙을 불러올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향신문 <‘적정임금’ 통한 일자리 창출, 한국 노동시장의 새 대안 될까>(12/5) 중)

 

소형 자동차 시장 포화 상태인데…치킨게임으로 임금 하락

노동계가 우려하는 점은 ‘과당 경쟁으로 인한 노동조건 하향평준화’입니다. 현대자동차와 광주시는 이 사업을 통해 연 7~10만대의 경형 SUV(코드명 QX, 소형SUV인 현대자동차 코나보다 작은 크기. 2019년 공개 예정)를 생산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경차‧소형SUV 시장은 포화 상태입니다. 연합뉴스 <쪼그라드는 경차 시장…월 판매량 20개월째 감소>(9/16)에 따르면, 국내 경차 판매량은 해마다 줄어 지난해 13만 8천895대를 기록했고, 소형 SUV 판매량은 14만 7천429대였습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내년 1월부터 울산3공장에서 ‘코드명 QX’ 경형 SUV를 연간 7~8만대를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서 같은 모델인 ‘코드명 QX’ 7~10만대의 물량이 추가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소형 SUV 시장이 상승세라 할지라도, 결국에는 ‘울산 공장’과 ‘광주형 일자리 공장’ 간의 ‘제 살 깎기’ 경쟁으로 이어져 노동자 임금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공장 간‧지역 간 경쟁이 심화되면 대규모 구조조정과 노조 무력화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노동계는 현대자동차의 ‘노림수’가 바로 이 ‘치킨게임’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방식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 전체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 하락‧노조 무력화‧구조조정 등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성명/광주형 일자리 졸속추진을 중단하라>(10/30)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일자리 창출보다 또 다른 구조조정과 저임금구조양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과잉중복투자…자동차 산업 붕괴 우려

‘과잉중복투자’ 비판도 제기됩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투자되는 자금은 중앙정부 지원금까지 합쳐 1조원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미래 자동차 산업인 전기차 또는 수소차가 아니라 경형 SUV 자동차에 1조원을 투자를 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부영 금속노조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은 지난달 2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열렸던 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국내생산 55만대 감소, 현대차 25만대 감소,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 시설이 남아돈다 (중략) 중복과잉투자를 불어오는 ‘광주형 일자리’는 한국자동차산업 몰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울산저널 <김종훈 의원 “자동차산업 고사시키는 일자리 중단해야>(12/6 이종호 기자)에서도 “또 다시 자동차 과잉중복생산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광주형 일자리 재검토를 요구한 김종훈 국회의원(민중당/일산동구)의 기자회견을 전했습니다. 지난 1997년 IMF 사태의 원인이 재벌들의 과잉투자와 공급과잉에서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기업의 과잉중복투자가 어떤 재앙으로 이어질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노동계가 정말 ‘노․사․민․정협의체’에 참여했나?

한편 대부분의 신문이 ‘노동계’가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서술하지만, 이는 중요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절반의 사실입니다.

한겨레는 <뜻깊은 ‘광주형 일자리’ 타결을 환영한다>(12/5)에서 “지역 노동계 광주시에 전권 위임 물꼬”라고 전했습니다. 한겨레 <초봉 3500만원‧주44시간 광주형 일자리, 상생 디딤돌 될까>(12/4 정대한 신동명 기자)(지면기사 제목은 <임금 낮추고 일자리 늘리는 ‘광주형 상생 실험’ 본격 시동>)에서도 “이번 잠정 협상 타결은 지방정부 최초로 노·사·민·정 대타협을 끌어낸 일자리 창출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노동계’ 전체가 합의한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경향신문도 <광주형 일자리 사실상 타결 1만2천여명 고용 창출 기대>(12/5 강현석 배명재 기자)에서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긴 협상 끝에 노사민정 대타협을 기본정신으로 하는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공장 설립에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언론사도 마찬가로 ‘노‧사‧민‧정 대타헙’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노‧사‧민‧정협의체에 참여한 곳은 한국노총뿐입니다. 민주노총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노총에는 완성차 업체 노조가 없습니다. 완성차 노조는 모두 민주노총 소속인데, 완성차 사업을 협상하는 테이블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죠. 그렇다면 이는 사실상 절반의 의견도 아니고 ‘완성차 업체 노동계’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언론이 ‘노동계’가 대화에 참여해서 타협을 했다는 식으로 서술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노사 책임 경영‧원하청 관계 개선 논의는 실종…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중요한 핵심 의제인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논의는 실종된 상태입니다. 2017년 사회협약으로 체결된 광주형 일자리 조례에서 “광주형일자리 구현을 위해 필요한 의제는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관계개선”이라고 규정했습니다.(광주광역시 광주형일자리 촉진에 관한 조례)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논의는 ‘적정임금’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언론에서 연일 노동계, 특히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희생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노조가 양보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프레임에 갇힌 겁니다. 그러나 대기업-정규직 노동조합이 실업난과 임금격차의 원흉은 아닐 것입니다.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하려면 불합리한 원하청 구조를 개선하고 노동 존중 사회로 가는 제도 도입도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지면기사에서 ‘노사 책임 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관련된 내용은 다룬 건 중앙일보의 짤막한 한 문장이 전부였습니다. 관련 기사가 경향 9건, 한겨레 7건, 중앙 6건, 서울 6건, 동아 3건에 비하면 관심이 매우 적은 것입니다.

 

신문사

경향

동아

중앙

서울

조선

한겨례

‘광주형 일자리’ 관련 보도량

9건

3건

6건

6건

4건

7건

‘노사 책임 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내용이 포함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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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형 일자리 핵심인 내용 보도여부 분석(12/5~12/6) ⓒ민주언론시민연합

 

중앙일보는 <연봉 3500만원에 주 44시간 근무 유력…차종은 소형SUV)(12/5 이동현 기자)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노사 책임경영’과 ‘하청업체 납품단가 보장’에 대해 양측은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간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를 도입하는 신설법인의 이사회에 노동조합이 추천한 이사 1명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내용을 전해줍니다. 한겨레는 위 사설에서 “정부 당국 또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쪽으로 제조업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나 임금을 깍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게 궁긍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원론적인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 내용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또, 한겨레는 <말 아끼는 회사 “결과 지켜보자” 반발하는 노조 “법적 대응 검토”>(12/5 최하얀 정대하 기자)에서 “이밖에 4대 원칙 가운데 나머지 2가지인 노사책임경영과 원하청 관계 개선을 뒷받침할 어떤 구체적인 제도를 설계했는지도 관건이다”라고 모호하게 언급할 뿐, 이 이슈를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경향, 동아, 서울, 조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는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과 관련된 합의 내용이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사회적인 논의도 진행된 바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깜깜이 단계’에서 광주형 일자리 ‘실험’을 환영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사회적 실험’이 가져올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더 많은 논의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 견제보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할 기회로 삼아야

광주형 일자리는 단순히 노사의 고통 분담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주체들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에 방점이 찍혀야 합니다. 광주형 일자리 논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입니다. 언론은 광주형 일자리 핵심 의제인 ‘노사 책임경영’과 ‘원하청 관계 개선’이 어떻게 협상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에 나서야 합니다. ‘노조’를 논의에 중심에 놓고 대기업노조에 양보를 강요한다면 합의는 더더욱 어려워질 뿐입니다.

 

조선일보에겐 ‘임단협 5년 금지’가 눈감고 넘어갈 일인가

이번 광주형 일자리 협상의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임단협 5년 유예’ 조항입니다. ‘노사상생발전협의서’ 제 1조 2항에는 “노사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정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 목표대수 35만대 달성까지로 한다”고 돼있습니다. 광주 공장 노사협의회가 임금 조건을 결정하고 나면 연 7만대 생산할 경우 약 5년, 연 10만대 생산할 경우 약 3년 반 동안 바꿀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협상 초반부터 노동계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에 5일 노‧사‧민‧정협의회는 이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한 복수 안을 만들었지만, 현대차가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판을 엎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불법이 아니라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조선일보 <사설/결론은 기업 압박 투자 강요, 희한한 ‘광주형 일자리’>(12/6)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노동계는 단협 5년 유예가 법 위반이라고 한다. 억지에 불과하다. 현행법상 단협은 2년 이내에는 하도록 규정돼 있기는 하지만 2년마다 모든 조항을 고치라는 게 법의 취지는 아니다. 그래서 실제 단협 협상도 일부 조항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주 44시간 근무, 물가를 고려한 임금 인상 등 당초 잠정 합의한 내용은 노동계가 지역 청년들 일자리를 만들 의사만 있으면 얼마든지 유예가 가능하다.

 

‘임단협 5년 유예’ 조항이 위법인지 여부는 논쟁의 대상입니다. 또,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도 적다가 평가도 나옵니다. 이 조항이 유지되더라도 노동조합법상 현대차는 광주 공장 노조가 임단협을 요구하면 참여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임단협 5년 유예’ 없이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있습니다. 일종의 사회적 다짐은 될 수 있고, 추후 임단협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임 있는 경제 주체가 위헌적 발상을 해도 되나?

하지만 노동자가 사측과 임금 협상을 벌이는 건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입니다. 시사IN <우리 시대의 질문 ‘광주형 일자리’>(12/5 전혜원 기자)에서 이렇게 반박합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임금·단체협상을 벌이고, 파업 등 행동에 돌입할 권리, 즉 노동 3권은 헌법적 권리다. 헌법 제33조 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해놓았다. 현대차는 사실상 위헌적인 노동조건을 요구한 셈이다.

 

위법과 실효성 여부를 떠나 ‘5년 임단협 금지’는 반헌법적 발상이기 때문에 사회적 대타협이라 이름으로 체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게다가 공장이 가동되는 2021년에는 ‘최저임금법’ 마저 위반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금액은 기본급과 직무수당을 합한 2100만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과 큰 차이가 없다. 공장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 2021년이면 사실상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투지유치추진단에 참여하는 박명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새로운 일자리 모델의 실험인데 노동 3권과 최저임금을 모두 무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현대차가 이런 실험에 참여하기보다 광주형 일자리를 저임금 노동으로 보면서 아예 노사관계까지 비켜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위법한 내용이 포함하고 있지만, ‘법치주의’를 내세우던 조선일보는 대수롭지 않은 듯 넘어갑니다. 조선일보가 ‘민주노총’에게 들이민 잣대대로라면 법과 헌법을 무시하는 현대자동차에 따끔한 한마디를 했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2월 5~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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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