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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유성기업 노조에 대한 악질적 보도
등록 2018.12.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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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민주노총 조합원이 회사 임원 폭행한 유성기업서 불>(12/3 김방현 기자)이라는 온라인 보도를 냈습니다. 지면에는 실리지 않았습니다. 이 보도의 제목은 마치 ‘회사 임원 폭행한 민주노총 조합원이 이번에는 회사에 방화했다’는 맥락으로 읽힙니다. 임원 폭행 사건과 이번 화재 사건은 전혀 관계없습니다. 그저 유성기업에 불이 났을 뿐인데, 제목에 민주노총과 임원 폭행이란 키워드를 넣는 악의적 행태를 보인 것입니다.

기사 본문을 읽어보면 제목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사실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소제목은 <13일 아산 유성기업 주조공장서, 방화혐의는 없는 듯>으로, 이미 방화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못박았습니다. 아산소방서 관계자는 “불이 날 당시 직원들이 작업을 하기 위해 설비를 예열 중이었으며, 방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정보전달에 충실해야 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의 특성상, 별일이 없다면 여기서 끝나야 합니다. 그런데 기사는 느닷없이 이전 폭행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민주노총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지난달 22일 이 회사 대표이사실에서 김 모 상무를 감금하고 집단 폭행했다. 폭행 혐의로 경찰에 소환 통보된 조합원 11명 가운데 3명은 아직도 경찰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경찰 출석을 연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6일 출석 때도 출석을 하루 앞두고 "11일 출석하겠다"고 통보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로부터 집단 폭행당한 김 상무는 안와골절, 코뼈 함몰 등으로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김 상무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조합원들이) 폭행하면서 ‘너는 여기서 못 살아나가’ ‘여기서 죽는 거야’ ‘신나(시너)통 가져와’ 등 살해 협박을 계속했다"며 "사무실 내 각종 집기를 (저의) 안면에 던졌는데 피하지 못했다면 죽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 말미 두 문단은 민주노총 유성지회 조합원들이 경찰에 출석하는 걸 미뤘다는 사실과 집단 폭행 당시 말을 옮겨 조합원들의 폭력성을 부각했습니다. 한마디로 이 기사는 제목도 악질적이고, 내용도 악질적입니다.

 

엄한 곳을 탓하는 실수를 한 달 새 두 번 한 중앙일보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불과 이주 전, 민언련 보고서 <KT 화재와 이석기엮은 중앙·조선>(11/27)에 등장한 내용과 구성이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는 KT 아현지사에 화재 사건이 일어나자 11월 26일 지면에서 ‘이석기와 석기시대’라는 분수대 칼럼을 실었습니다. 같은 날 지면에는 “이래서 내란음모 사건 때 KT 혜화지사 운운했나”라는 느닷없는 이석기 의원 언급하는 첫 문장 뒤에 KT 아현지사 화재의 피해가 컸던 이유, KT의 관리 부실, 관련 소방법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별개의 시공간에서 일어난 장면을 함께 붙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편집 기법을 평행편집(Parallel editing)이라고 합니다. 중앙일보는 허구의 산물인 영화에서 사용해야 할 평행편집 기법을 사실보도에서 사용한 것입니다. 중앙일보가 이를 몰랐을 리 없습니다. 유성기업에 불이 났다는 사실과 유성 기업 노조원 폭행 사실을 연결해서 오해를 만들고, 이로 인해 기사를 읽는 독자가 노조를 혐오하도록 유도하는 의도가 빤히 보입니다.

반복되는 실수는 사람의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불이 나면 엄한 곳을 탓하는 실수를 중앙일보는 한 달 새 두 번 반복했습니다. ‘악마의 편집’이 반복된 겁니다. 중앙일보가 무의식 속에 이미 ‘이석기’와 ‘민주노총’을 ‘적’으로 입력해놨기 때문이 아닐까요. 누군가를 적으로 몰아세우면서 불편부당한 언론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중앙일보는 평소에 디지털 혁신에 앞장선다는 걸 자랑스럽게 홍보해왔습니다. 한국기자협회 <중앙일보 ‘디지털 중심’ 조직 가속화>(12/10 김달아 기자)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지난 10일 디지털 개편을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또한, “지난 3월부터는 지면 마감 없이 온라인에 먼저 올리고, 디지털 기사의 분량을 조절해 지면편집기에 얹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독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보도를 한다면 중앙일보 디지털 혁신은 독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2월 13일 중앙일보 (온라인에 게재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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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최영권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