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선거 개혁’ 대신 ‘정쟁’만 부각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보도
등록 2018.12.3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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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여야5당 원내대표는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인 17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동의한 적 없다”며 돌변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신문이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모니터 기간은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 지도부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12월 6일부터 26일까지입니다. 기간 내 가장 많이 보도한 매체는 한겨레로, 총 42건의 기사를 내놨습니다. 경향신문은 32건, 서울신문은 30건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이슈에 집중했습니다. 반면 동아일보는 23건 조선일보는 21건이었습니다. 중앙일보는 고작 12건만 보도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매우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보도량

32건

23건

30건

21건

12건

42건

△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키워드가 포함된 신문 보도량 비교(12/6~12/26) ⓒ민주언론시민연합

 

6개 신문사, 비례성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찬성 입장

경향‧동아‧서울‧중앙‧조선‧한겨레 6개 신문사는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하는 사설을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의원 특권 폐지 입법 후 연동형 의원 증원 논의해야>(12/17)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방안이다. 지금처럼 최다 득표자 1인만 당선되는 승자 독식 제도가 만드는 사표 문제를 줄여 투표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긍정한 뒤, 의원의 특권을 사실상 폐지 수준으로 낮추고 의원을 늘리자고 제안합니다. 중앙일보도 <사설/정치골간 바꿀 연동형비례제, 여야 사심 버려야 성공한다>(12/17) 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뀐다면, 보기에 따라선 대통령 직선제 도입에 비견할 수 있는 큰 변화다”고 평가합니다. 동아일보 <사설/민주한국당, 선거제도 개혁 발목 잡지 말라>(12/10), 한겨레 <사설/연동형 비례제 5당 합의, 이번엔 꼭 결실 맺길>(12/17) , 경향신문 <사설/다행스러운 여야 선거제 개혁 합의, 중요한 건 이행이다>(12/17), 서울신문 <사설/한국당, 선거제 개혁 동참 없다면 환골탈태도 없다>(12/13)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선일보, “반정부‧여권연대 붕괴”…정치 쟁점화 하기도

6개 신문사의 목소리가 일치된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그만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뜻하는 것일겁니다. 그러나 일부 보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화난 3야 문 정권은 박근혜 시즌2>(12/14 박상기 기자)에서 이번 달 15일에 열린 야3당 합동 집회를 언급하며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평화당·정의당이 형성해온 '범여권 연대'가 흔들리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손학규·이정미 대표가 단식 중인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곧 ‘반정부’ 대열에 합류키로 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두고 야3당과 정부가 대립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 같은 조선일보의 입장은 조선일보 <평화 정의당 적폐연대민주당 촛불 들먹이지말라>(12/10 원선우 기자)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기사는 소제목에도 “범여권 공조에 균열 조짐”라고 표현하고, “여권에서 민주당이 두 당과 이뤄온 이른바 ‘범여권 공조’에 균열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라고 썼습니다.

 

동아일보도 <우군 손 내쳤던 여, 이젠 후폭풍 걱정>(12/10 박성진 최고야 기자)에서 “개혁입법-쟁점사안 공조 균열 우려”라고 평가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은 각 정당의 정치 싸움이 아니라, 민의를 제대로 대표하기 위한 정치개혁 과제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선거제도 개혁 이슈를 ‘내 편과 상대편’으로 나누고 정치적으로 대립과 반목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한 셈입니다.

 

여야 주장 따옴표 보도에 그쳐

야3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예산안과 연계하며 장기간 단식과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언론은 단식 소식이나 여야당 정치인의 주장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조선일보는 21건의 기사 중 7건을 이른바 ‘따옴표 기사’로 채웠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야3당이 민주당과 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조선일보의 <평화‧정의당 “적폐 연대 민주당, 촛불 들먹이지말라”>, <화난 3야 “문정권은 박근혜 시즌2”>에서 볼 수 있듯이, 야당의 공격적인 발언을 제목에 넣어 기사화했습니다. 이처럼 여야 정치인의 주장을 제목에 담은 기사의 건수는 중앙일보는 12건 중 4건, 동아일보는 23건 6건이었습니다.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한겨레는 42건 중 8건, 경향신문은 32건 중 8건, 서울신문은 30건 중 5건에 불과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엇인지, 선거제도 개혁이 왜 필요한지 자세히 설명을 하기보다는 여야당 정치인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않으니 가뜩이나 복잡한 개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멀어졌고, ‘정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기 쉽습니다. 이처럼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여야의 당리당략으로 처리하는 언론보도는 정치혐오와 정치 불신을 낳을 뿐입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연동형비례대표제 관련 보도량

32건

23건

30건

21건

12건

42건

여야 주장을 제목에 담은 기사 건수

8건

6건

5건

7건

4건

8건

△ ‘연동형 비례대표제’ 보도 중 여야 주장을 제목에 담은 기사 건수(12/6~12/26)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겨레 친절하게 연동형 비레대표제 알려준 ‘더 친절한 기자들’ 시리즈 돋보여

반면, 한겨레는 3건의 기사를 시리즈로 연재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한겨레는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 가져가…승자독식 끝내줄 ‘연동형 비례’>(12/17 김규남 기자) <의원 1명이 국민 17만명을 대표…스웨덴 3만, 영국은 5만>(12/19 김규남 기자) <지역구 아깝게 낙선 땐 ‘비례대표’…지역구도 완화 해법으로>(12/20 김태규 기자)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쟁점들을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왜 현행 선거제도가 불공정한지,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주고, 해외에 실제 적용된 사례도 소개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한국정치를 갉아먹고 있는데 지역 구도를 해소하고 민의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제도임을 전해줬습니다. 정치쟁점화하고 당리당략적 시각에서 사안을 접근한 다른 기사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보도였습니다.

 

‘내각제’ 은근슬쩍 끼워 넣은 동아일보

한편, 6개 언론사 중 동아일보만 연동형비례대표제와 의원내각제를 연계시켰습니다. 동아일보 <사설/선거제도 개혁은 권력구조 개헌과 연계돼야 한다>(12/17)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정치 발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독일은 의원내각제 국가다. 우리나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양당제보다 다당제에 유리한 선거제로 바뀌면 그러지 않아도 강한 대통령을 국회가 견제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정개특위 간사인 정유섭 의원도 “대통령제 국가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시한 곳이 없다. 실험적인 일인데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굉장히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하며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내각제가 함께 가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의원내각제 도입에 부정적인 여론이 큰 것을 고려하면, 자유한국당의 이런 주장은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방해하기 위해 엉뚱한 의제를 끌어들이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요. 동아일보가 이 주장을 함께 하는 셈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2월 6일~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에 한함. 민언련은 다양한 매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분간 신문모니터 대상에서 한국일보를 제외하고, 서울신문으로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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