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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주장에 맞춰 표 편집한 조선일보
등록 2019.03.2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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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원정수를 유지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정안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이 합의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현재의 선거제도를 ‘표의 등가성을 해치고 지역주의를 강화’한다고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정안의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선거제도에 관한 실질적 논의에 들어가자, 일부 정당과 언론들은 표의 등가성 보장과 지역주의 완화 등 중선관위가 비례대표제 강화를 제시했던 원래의 취지는 도외시하고 각 정당들의 유‧불리만 계산하면서 정치적 수사만 남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조선일보의 이상한 계산법

이 와중에 조선일보는 <새 선거제 적용 땐…여 128→143석, 한국당 113→95석>(3/18 남강호‧김동하‧원선우 기자)에서 여러 여론조사 기관의 지지율 조사와 20대 총선에서의 지지율을 활용해 선거제도 개정안이 적용될 시 예상되는 의석수를 계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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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인용한 조선일보 의석수 예측 기사(3/18)

 

선거제 개정안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20대 국회의 의석수 변동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상식적으로 20대 총선의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즉, 현재의 지지율을 가지고는 앞으로 벌어질 새로운 선거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뿐, 선거제 변경으로 인한 효과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죠.

 

조선일보는 나름 합리적으로 보이고 싶었는지, 민주당에 유리하게 나온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와, 한국당에 유리하게 나온다는 평가를 받는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각각 적용하여 소개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한국갤럽의 지난 12~14일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중략) 민주당과 한국당 간 의석 격차는 48석으로 더 벌어졌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적용하면 의석수는 또 달라진다.(중략) 이를 적용하면 민주당은 131석, 자유한국당은 113석으로 제 1‧2당의 차이는 18석으로 줄어든다”고 했지만,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적용 시 자유한국당은 현재 의석을 유지하고 민주당도 고작 3석이 증가할 뿐입니다.

 

한편, 조선일보는 실제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합리적인 분석이었던 20대 총선 지지율 적용 결과를 놔두고, 자유한국당에 가장 불리하게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의석수를 계산한 결과를 보도의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조선일보 스스로 계산한 20대 총선 지지율을 적용 시 여당은 의석수가 128석에서 105석으로 크게 감소하지만, 자유한국당은 113석에서 110석으로 단 3석만 감소하게 됩니다.

 

즉, 보도 제목에서도 본문에서도 조선일보는 입맛대로 사실들을 취사선택하여 마치 새로운 선거제도가 여당에게만 유리한 것이라는 인상을 준 것입니다. 이런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는 선거제 개정안이 야당을 죽이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는 자유한국당과 일부 야당 인사들의 반발이 마치 정당한 요구인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는, 선거제 개정안의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목적을 가진 전형적인 왜곡 보도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의 조선일보 인용한 공격

이후 자유한국당의 장제원 의원은 조선일보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민주당은 143석으로 늘고 우리는 95석으로 줍니다. 왜 자유한국당 의석을 강탈해서 팔아먹으려 하는 것입니까?”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와의 ‘팀 플레이’인 셈이죠.

 

JTBC 뉴스룸 <팩트체크/한국당 18석 준다? 조선일보 시뮬레이션 확인해 보니>(3/18, 오대영 기자)에서는 장제원 의원의 발언과 조선일보 보도를 팩트체크했습니다. 안나경 아나운서는 “한국당이 유독 불리하게 나온 결과만 부각했다”고 지적했고, 오대영 기자는 이에 더해 조선일보의 예측 결과가 “앞으로 줄어들 의석수에 맞춰 현재 의석을 단순히 재분배” 했으며, “여론조사에서는 무당층, 그러니까 지지정당이 없음이 20%를 넘었습니다. 이것을 빼고 정당 합계 100%로 맞춰서 새로 계산한 것”이었다며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주장에 맞춰 후속보도에서 도표 ‘편집’한 조선일보

조선일보의 앞선 보도도 황당한 보도였지만, 더 황당한 일은 다음날 벌어졌습니다. 조선일보가 다음날 장제원 의원의 주장에 반대되는 조사결과를 모두 빼버린 후속기사를 낸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선거제 개정안 반대에 나선 국회의원들의 말을 전하는 후속보도를 내놓았는데요. 이 중 <한국바른미래 새 선거제, 민주정의당에만 유리”>(3/19, 김경필 기자)에서는 전날인 3월 18일 기사에서 인용된 도표와 비슷한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3월 18일 보도에서 리얼미터, 20대 총선 지지율 적용 결과를 모두 계산한 것과는 달리 이번엔 한국갤럽의 지지율 조사만 적용하여 계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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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8일 보도와 같은 도표에서 자유한국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한국갤럽 지지율 항목만 떼어 보도한 조선일보 후속 보도(3/19)

 

본문에서도 조선일보는 “‘50%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만 유리한 것으로 드러나 야당들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50% 연동형에서는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을 '싹쓸이'해도 비례대표 의석을 챙길 수 있다. 지역구가 1석뿐인 정의당도 비례대표로 10석 이상을 챙길 수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정당 지지율이 비교적 낮은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의석을 잃게 되는 구조다.”라면서 왜곡보도를 이어갔습니다. 하루가 지났는데 오히려 보도 내용이 후퇴한 것입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신년사에서 기자들에게 “내가 글로써 세상을 바꾸겠다”는 자긍심과 기자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맞는 분석을 하고도 특정 정당 정치인들의 주장에 맞지 않으면 그 내용을 빼 버리는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에서는 ‘글로써 특정 정당에 충성하겠다’는 검은 목적만 보일 뿐입니다. 방상훈 사장이 신년사에서 찾던 조선일보 기자의 자긍심은 과연 어디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18~1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보도(신문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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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