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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모니터위원회] 엠넷 ‘쇼미더머니’ 랩 절반에 욕과 혐오가 담겼다
등록 2019.11.1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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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 모임인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의 공동 창작물입니다. 신문모니터위원회는 매주 월요일 저녁에 만나 신문에 대해 토론하면서 한 달에 1개 정도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신문을 읽고 미디어 비평을 함께 해 보고 싶으신 분,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은 분들은 민언련(02-392-0181)로 연락주세요.

 

빠른 비트에 랩을 얹은 힙합 노래, 이제는 길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힙합이 이렇듯 대중적 인기를 누리게 된 데는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이하 쇼미)가 한몫 했습니다. 2012년 첫 선을 보인 쇼미는 인기에 힘입어 올해 8번째 시즌을 방송했습니다. 파생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성 래퍼들을 등장시킨 <언프리티 랩스타>나 청소년 래퍼들이 나오는 <고등래퍼>가 그것입니다. 쇼미가 촉발한 힙합 열풍이 8년 동안 시민들 귀에 좋든 싫든 수많은 힙합 가사들을 욱여넣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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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쇼미더머니> 시즌 8. 유튜브 방송화면 캡쳐

그런데 이 힙합 노래의 가사들,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F로 시작하는 단어(F word), 성매매 여성을 지칭하는 영어 비속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언어는 사람의 의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시민들이 이런 표현들에 무방비하게 노출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약자 비하를 내면화하거나, 누군가를 모욕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장벽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사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이에 문제의식을 갖고 쇼미에서 방송된 랩 가사들을 분석한 뒤 문제 표현을 집계해 보았습니다. 이번 조사는 국내 최대 음원판매사이트 ‘멜론’에 재생 및 판매용으로 등록된 쇼미더머니 시즌2부터 시즌7까지의 111곡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들이 노래 가사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문제적 표현, 문제적 서사는 없는지 분석했습니다. 분석한 결과를 두고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 혹은 왜 이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지 토론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입을 모아 ‘문제’라고 합의한 결과만을 추렸습니다. 조사 결과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을 소개하겠습니다.

 

노래 절반에 욕설·여성 비하·장애인 비하 포함

집계 결과, 쇼미 2시즌부터 7시즌까지 출판된 111곡 중 절반(56곡·50.45%)에 문제표현이 포함돼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은 단순 비속어와 욕설이었습니다. 노래 111곡 중 49곡(44.14%)에 해당합니다. 저속한 표현들을 재생산하는 문제가 있어 모든 사례를 소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예시 몇 가지를 들기로 했습니다. 이를테면 시즌6의 ‘동전한닢 Pt.2’라는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옵니다. 아래 X자로 표시한 부분은 모두 욕설 그리고 성적 표현입니다.

 

“X발 한국힙합 다나오겠다 / 잘 들어라 이 X만아 / 걘 재수없 XXXX my XXXX / XXXX / don't give a XXXX / 미친X, 새X / XXXX / 이 새X 어떡해 / motherXXXXXX / XXXXXX verse”

그간 한국 힙합의 문제로 숱하게 지적돼 온 여성 비하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습니다. 노래 111곡 중 17.11%에 해당하는 19건에 여성 비하 표현이 담겼습니다.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묘사하거나, 성공한 남성이 쟁취하는 대상으로 표현해 성적대상화 했습니다. 특히 심한 경우 여성을 성을 판매하거나 외도를 저지르는 주체로 묘사하곤 했는데, 일례로 시즌5에 등장한 ‘나쁜 피’라는 노래가사 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XXXXX / 가출한 XXX처럼 / 몸뚱이가 판돈이고 / 난 노려 삼팔광땡 / 난 능숙한 표정으로 가슴팍 꽂힌 화대 챙겨 / 더러운 피 저X 몸속 / 이게 내 상전 조상님 / 도깨비 / 눈먼 대중 향해 팔아 / 가짜 신음 oh baby”

장애인 비하(13건·11.71%)도 발견됐습니다. ‘병신’, ‘정신병자’, ‘합죽이’ 등 장애인 비하 표현이 그대로 사용됐습니다. 한국사회의 많은 욕설들이 장애인을 빗대 사용되는 현실을 노래 가사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방심위 제재, 재발방지 약속은?

쇼미의 욕설 방송은 이미 몇 번 문제된 적 있습니다. 시즌3이 종영된 뒤인 2014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프로그램 중지 및 관계자징계’를 내림으로써 문제가 된 해당 회차를 재방송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2015년에도 시즌4에 출연한 송민호가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여성 비하 랩을 했다가 방심위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 제재를 받았습니다. 해당 노래와 방송분 역시 징계를 받아 모든 공식 채널에서 삭제되고 재방송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두 차례 징계를 받았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어땠을까요? 민언련에서 시즌별로 정리한 자료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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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쇼미더머니> 시즌 2부터 7까지, 시즌별 욕설 음원 비율

집계 결과, 두 시즌 이후에도 여전히 비속어와 약자 비하를 담은 랩들이 계속 쇼미를 통해 전파를 탄 것이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두 차례 중징계 직후 방영된 시즌 5에서 외려 욕설 빈도가 급등했습니다. 방심위 제재는 단발성에 그칠 뿐 재발 방지 효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정식 음원사이트와 유튜브 등을 통해 이미 유통된 ‘욕설 음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제재 실효성에 의문이 남습니다.

 

한층 나아진 시즌8, 그럼에도 과제는 남아

최근 종영된 시즌8은 이전 시즌들에 비해 나아진 모습을 보입니다. 정부의 제재 의지가 효과를 발휘했는지 몰라도, 33곡 중 4곡(12.12%)에서만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단순 욕설 세 건에 장애인 비하표현 한 건입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엠넷은 책임감 있는 방송사업자로서 방송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에 유해표현과 약자 비하 표현이 포함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힙합은 답답한 현실을 한탄하고 기득권에 대한 저항 등을 표현하는 문화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과격한 표현을 문화 다양성의 한 갈래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을 넘는 비속어와 약자 비하를 담은 랩들이 무차별적으로 재생산된다면 힙합이 차별을 조장한다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방송과 음원이 유해 표현을 유통시키는 창구가 됨으로써 시민들에게 ‘이 정도는 해도 된다’는 사회적 신호를 줘서는 안 될 일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쇼미더머니 시즌2~시즌8에 출시된 음원들과 해당 방송분

<끝>

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 작성자 박철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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