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 국내 언론이 진화한 삼성 갤럭시 노트7 화재
2016-11-21 오전 09: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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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기간 2016년 8월 24일 ~ 10월 24일 
모니터 대상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종이신문 지면에 한함) 
모니터 주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사태에 대한 신문모니터위원회 보고서 
문의 이훈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 (02-392-0181) 

언론은 정권과 자본이라는 권력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거나 유착되지 않은 채, 오롯이 사안의 본질에 천착하여 합리적인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사안이던지 객관적인 시각으로 독립적 발제를 해야 하며, 심층 취재를 통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배터리 폭발과 같이 한 나라의 국가 성장률 전망치를 좌우하는 기업이 그 위상에 걸맞지 않는 미숙함으로 전 세계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경우라면 언론의 보도행태는 더욱 중요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에서는 국내 5대 일간지가 삼성 갤럭시 노트7 사태를 다루면서 소비자와 약자의 관점에서 충분히 다뤘는지, 혹여 삼성전자 감싸기로 일관하지 않았는지 살펴보았다.

 

 

지난 8월 19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이 전 세계의 큰 관심과 기대 속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출시 직후부터 국내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스마트폰 배터리의 폭발로 인한 크고 작은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 삼성은 9월 2일 일시 판매 중단 및 리콜(교환)을 실시했다. 


리콜 당시 삼성은 특정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의 제조 공정상 미세한 문제와 미흡한 품질관리를 사고의 원인으로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교환 된 새 제품이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여객기 안에서 폭발한 것을 포함, 수십 건의 사고가 추가로 발생했다. 미국, 호주, 일본, 캐나다 등의 정부 기관과 항공사들이 갤럭시 노트7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인 사용 중단을 권고하는 사태에 이르자, 삼성은 10월 11일 갤럭시 노트7의 전면적인 생산·판매 중단(단종) 및 환불 결정을 내렸다. 


리콜이란 제품 결함이 소비자의 생명, 신체상에 위해를 입힐 우려가 있거나 실제로 입힌 경우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혹은 정부 기관의 명령에 의해 취하는 제품 점검, 교환 및 회수 행위 등을 말한다. 단종은 이러한 리콜을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취하는 마지막 조치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미국, 영국의 주요 외신들은 삼성의 문제 인식과 상황 대처 및 소통이 미흡함을 지적하는 보도를 연달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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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콜 및 단종 조치가 칭찬받을 일인가?
이와 같은 해외 언론의 반응에 비해서 국내 5대 일간지는 리콜 및 단종 조치가 시기적절했다며 삼성의 용단을 칭찬하고, 기업의 빠른 안정화와 신뢰 회복을 염원했다. 


동아일보는 <한 “리콜, 용기있는 결단”…미선 “애플에 선물”>(9/5, B1면)에서 외신 보도가 리콜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가 리콜을 바라보는 시각 차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갤럭시 노트7과 아이폰7의 경쟁 구도 탓인 양 사건 본질을 호도했다.

 

한겨레도 <유레카/리콜의 경제학>(9/8, 26면, 안재승 논설위원)에서 삼성의 리콜이 “솔직함과 신속함”을 바탕으로 한 “통 큰 결단”이었다며 주요 외신들과 정반대의 스탠스를 취했다. 중앙일보는 <삼성전자 발빠른 리콜은 ‘준비된 전략’>(9/8, B8면)에서 삼성이 “리콜 전략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왔다”며 추켜세우면서도 그 근거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2013년 발행한 보고서 1건 만을 제시했다. 또한, <“판매 중단은 옳은 결정…삼성, 위기 극복할 것”>(10/12, 4면)에서는 외신들이 “일제히 삼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면서도 인용한 외신 중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단 한곳의 표현을 기사 제목으로 사용했다.


수십 건에 달하는 피해 사례가 접수 된 이후 내려진 갤럭시 노트7의 리콜과 단종은 소비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신속한 행위가 아닌 뒤 늦은 사후 시정 조치에 해당한다. 시기, 방식, 규모의 시의성과 효과를 따지기에 앞서 일단 그 자체로 지적 받아 마땅한 일인 것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과 2014년에도 갤럭시 S3와 갤럭시 노트1,2,3의 배터리 불량 문제로 리콜을 실시한 전례가 있다. 

 

 

리콜과 시기는 적절했는가
리콜 시기가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사태의 시발점이 된 최초의 배터리 사고 이후 일차적인 리콜 조치가 취해지기까지의 9일 동안 국내·외에서 발생한 갤럭시 노트7의 폭발 사고는 외부에 알려진 것만 35건에 달했다. 기술적으로 성급했던 오판이 시기적으로는 뒤늦게 내려짐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리콜 전후로 피해 규모를 확산시킨 셈이 됐다. 단종 결정 역시 미국 4대 이동통신사의 판매·교환 중단 결정 이후에, 그리고 원인 조사에 착수한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조사 결과를 내놓기 이전에 내려졌다. 소비자 입장에선 뒤늦게, 삼성 입장에선 유리하게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막과 세계 각지에서 빗발치는 소비자 비난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한 기사는 국내 5대 일간지 중엔 찾아볼 수 없었다. 단종 조치가 내려진 이후에야 삼성이 보인 문제 인식과 해결 능력의 미숙함 및 이를 감싸 안는 언론의 행태를 지적하는 보도가 언론사별로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도 결국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았다.

 

 

■ 배터리 결함의 근본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
단종 이후 1개월이 지난 오늘까지도 배터리 폭발의 근본 원인은 미지수로 남아있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제조사인 삼성을 포함하여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스위스의 SGS사 등 여러 국내·외 기관이 면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배터리 내부 결함 때문인지, 특정 외부 조건 때문인지, 아니면 둘의 조합 때문인지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제품 하자 관리의 첫 단추인 사고의 재연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삼성전자에서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한 들 과연 무얼 믿고 구매를 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황을 지적하는 기사 역시 제품이 단종 되고 난 이후에야 하나둘씩 보도되기 시작했으며, 그 이전까지는 대부분 언급 자체를 않거나 원인이 이미 밝혀진 것으로 단정 짓는 보도들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제품 불량 외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뉘앙스의 기사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스마트폰 배터리 문제 없어도…소비자 부주의로 폭발 가능>(9/9, D3면)에서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휴대, 소지 및 충전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다며 마치 폭발 사고의 책임 소재가 소비자 부주의에서 기인하는 듯한 기사를 내놨다. 원인 미상의 차량 급발진 사고가 속출하는 와중에, 새삼스럽게 운전자더러 교통 규칙을 준수하라는 격이다.

 

중앙일보는 <유난히 삼성 때리는 미국…도요타도 당하며 넘어섰다>(10/17, B2면)에서 원인 조사과정에 대한 소비자와의 소통이 충분하지 않다는 외신의 지적을 문화적 차이로 인해 “아시아식 소통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치부하고, “전형적인 미국 언론의 외국 기업 때리기”로 평가절하 했다. 또한, <이철호의 시시각각/‘동네북’ 갤럭시…코카콜라를 보라>(10/24, 이철호 논설실장)에서는 제품 하자로 오인 받았으나 결국 소비자의 주관적 심리가 원인으로 밝혀졌던 1999년 벨기에의 코카콜라 리콜 사태를 삼성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으며 이를 언급하는 의도를 의심케 했다.

 

 

■ 피해 사례는 외면, 블랙컨슈머는 부각
현재까지 삼성 갤럭시 노트7의 폭발 및 화재 신고 건수는 미국 내에서만 96건에 달한다. 국내와 타 국가, 미신고 건수 등을 고려하면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수준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해외 주요 외신은 개별 소비자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다룬 기사를 여러 건 보도했다.

 

일부 매체에서는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 과거 삼성전자 제품의 리콜 사례 및 당시 삼성 측의 미진했던 대응까지 소비자 인터뷰를 인용하여 종합적으로 고발하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언론 보도 중 개별 피해 사례를 다룬 기사는 5대 일간지를 통틀어 전체 보도량(455건) 대비 약 2%에 불과한 9건 이었으며 그마저도 구체적 취재가 아닌 기사 본문 중 짧은 간접 인용에 그쳤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심층 취재 대상으로 삼고 별도로 기사화 한 것은 오히려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 악성 소비자(블랙컨슈머)였다. 이들은 각각 <중국 갤노트7 폭발… 알고보니 자작극>(9/20, 12면)와 <중서 제기된 갤노트7 발화 2건 모두 블랙컨슈머 소행>(9/20, B3면), <차량화재 누명 벗은 갤노트7>(9/21, B6면)에서 단 2건에 불과한 블랙컨슈머의 자작극 사례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신제품 갤노트7 폭발 사건 제품결함 아닌 외부 충격 탓>(10/3, 16면)와 <“노트7 또 터졌어요”…허위 신고에 음모론까지>(10/5, B3면)에서 리콜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1건이 블랙컨슈머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는 삼성 측 발표를 이틀 간격으로 연달아 기사화하기도 했다.


피해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 역시 국내 언론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대로, 폭발과 화재라는 사고의 특성과 위험 정도를 배제한 채, 단순히 사고 건수를 제품 출하량에 대입해 산출한 0.0024%라는 불량률은 삼성의 리콜에 대한 과감성을 강조하는 기사에서 대부분의 국내 언론이 인용했다. 설문 응답자의 무려 30~50%가 다시는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미국과 중국의 소비자 반응을 전한 기사도 5대 일간지 중엔 동아일보의 <삼성전자 ‘제조업’ 초심으로 돌아갈 때>(9/27, B3면) 1건에 불과했다. 삼성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이 미국과 중국임을 감안하면 의도적인 외면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안전보다 혁신이 더 중한가?
국내 언론은 전 세계적으로 갤럭시 노트7의 폭발 사고가 큰 이슈가 된 와중에도, 당시 출시를 앞두고 있던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7을 폄하하는 보도를 비중 있게 다뤘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각각 <뚜껑 연 아이폰7…뭐가 나아졌지?>(9/9, B3면)와 <아이폰7, 애플의 상징 ‘혁신’은 없었다>(9/9, 18면), <아이폰7, 여러 기능 동시 사용땐 의문의 소음 ‘쉭쉭’>(9/20, 17면)에서 아이폰7의 성능, 제원 및 품질이 기대 이하라는 점을 적시하며 시장에서 갤럭시 노트7과의 혼전이 예상된다는 보도를 내놨다. 논지를 확장하면 소비자들은 다소 혁신이 부족한 제품과 폭발 위험 탓에 리콜이 진행 중인 제품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도 <7의 굴욕?…갤노트7 따라가는 아이폰7>(9/21, B6면)에서 아이폰7 출시 후 제기된 문제점을 보도한 외신을 집중적으로 전했으며, <1m 높이에서 떨어뜨렸더니…갤노트7은 멀쩡, 아이폰7은 먹통>(9/23, B3면)에서는 휴대폰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미국의 한 사기업이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실시한 비공식 실험에 큰 공신력을 부여하고 아이폰7에 불리했던 실험 결과만을 기사 제목으로 삼았다.

 

또한, <애플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7’은 배송 과정서 폭발?>(10/1, 14면)에서도 “아직 폭발이 사실인지 제대로 조사된 것이 아니”라면서도 아이폰7의 폭발 루머를 컬러사진과 함께 기사화했으며, <아이폰7도 폭발폰?>(10/22, 2면)에서는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고 때와는 달리 구체적 개별 피해 사례를 보도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갤럭시 노트7에 불리한 외신은 철저히 차단하면서 아이폰7에 불리한 외신은 출시 전부터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언론은 어떤 경우에도 실체적 진실 보도라는 본연의 사명을 직시해야
이번 갤럭시 노트7의 리콜 및 단종은 전 세계 수많은 소비자들의 생명과 재산에 실질적 위해를 입힌 것에 대한 당연한, 그리고 뒤 늦은 조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내 5대 일간지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삼성 측의 판단과 대응을 추켜세우고 두남두는 호의적 보도가 주를 이뤘다.

 

대부분의 기사에서 초기 대응실패에 따른 뒤 늦은 단종을 제조사 관점의 ‘조기’ 단종으로, 배터리의 ‘폭발’은 시간이 지날수록 ‘발화’로 에둘러 표현했으며, 제목에서도 ‘속이 탄다’, ‘뼈아픈 상처’, ‘쓸쓸한 퇴장’, ‘더 아픈 건 명품 이미지가 깨진 것’ 등과 같이 기업 입장을 내면화하는 표현을 적지 않게 사용했다.

 

사고의 근본원인을 명백하게 규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을 통해 뼈아프게 배웠을 것임에도, 배터리 폭발의 근본 원인을 밝히라는 지적과 이를 규명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


하지만 언론의 진정한 역할은 독립적인 발제 및 심층 취재를 통해 사안의 본질에 접근하는 정도를 따르는 것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이번 삼성 갤럭시 노트7 사태와 같이 한 나라의 국가 성장률 전망치를 좌우하는 기업이 그 위상에 걸맞지 않는 미숙함으로 전 세계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보수, 진보를 떠나 모든 국내 언론이 수익을 매개로 한 기업과의 특수 관계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약자의 관점에서, 때로는 밖에서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합리적인 여론 형성과 실체적 진실 규명에 앞장설 그 날을 기다려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