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6년 8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보도’ 선정 사유보고서(2016.09.26)
등록 2016.09.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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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의 정치수사학 폭로, KBS는 못하고 뉴스타파는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6년 8월 ‘이달의 좋은 신문, 방송, 온라인 보도상’ 대상자와 2016년 8월 ‘이달의 나쁜 신문, 방송’을 선정 발표한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는 신문부문은 경향신문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기획 보도 41건(김기범, 박광연, 최미랑, 최민지, 이효상, 이혜리, 이혜인, 허진무 기자)이 선정되었다. 방송부문은 미국의 사드 배치 의도 파헤친 JTBC <탐사플러스/MD 체제 편입?…사드 문제의 본질은> 등 5건(정제윤 기자)이 선정되었으며, 온라인 부문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특별기획 <훈장과 권력> 4부작(김강민, 박중석, 송원근, 이보람, 연다혜, 조현미, 정형민, 최문호, 최윤원, 최형석 기자)이 선정되었다. 기자들과 함께 하는 시상식과 간담회는 내일(9/27, 화)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아래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 선정사유 보고서다.

 

 

 

 

자리를 옮겨가면서까지 보도한 KBS 기자와 이 뜻을 제대로 살린 뉴스타파

선정 배경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는 뉴스타파 코너를 통해 역대 정부가 독재와 친일 세력에 훈장을 내리는 ‘서훈 행위’를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한 사실과 훈장을 통해 재벌가에 세제 혜택을 제공한 정황 등을 밝혀냈다. 해당 보도는 서훈자 명단을 모두 입수하고도 결국 보도를 내놓지 못한 KBS 탐사보도팀의 ‘친일과 훈장’ 작업물의 ‘완전판’이다. 훈장 수여자인 정부에 초점을 맞춰 정부의 정치수사학을 폭로했다는 그 자체로도 이는 매우 의미있는 보도다. 그러나 자리를 옮겨가면서까지 보도해야 할 것을 보도하는 기자의 소명의식이 전면에 드러났다는 것 역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이에 민언련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의 <훈장과 권력> 4부작을 이달의 좋은 온라인보도로 선정했다.

 

 

72만 건 서훈 내역 외면한 KBS
지난해 1월, KBS 탐사보도팀 기자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지난 70여 년 동안 집행한 72만 건여건의 서훈 내역 전체를 최초로 입수했다. 해당 내역을 얻기 위해서 이들은 3년에 걸친 소송까지 벌여야 했다. 얻어낸 자료를 바탕으로는 지난해 광복70년 특집으로 훈장의 역사를 다룬 프로그램을 제작해 보도할 예정이었다. 1부는 ‘간첩과 훈장’, 2부는 ‘친일과 훈장’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상당한 시간을 들여 귀중한 자료를 얻어냈음에도 해당 프로그램은 결국 보도되지 못했다. 지난 2월 1부에 속하는 ‘간첩과 훈장’이 ‘훈장’이라는 이름으로 나갔을 뿐이다. KBS의 검열 때문이었다. 당시 KBS에서 훈장 취재를 맡았던 최문호 기자는 KBS 간부들이 원했던 것이 ‘백선엽과 박정희, 이승만에 대한 이야기는 다 빼라는 것’이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를 제외한 채 친일과 훈장 등 핵심 내용을 이야기 할 방법은 없었다.


방송 일정이 기약 없이 연기되면서 KBS에서는 끝내 빛을 보지 못한 이 보도는, 올해 3월 당시 KBS에서 훈장 취재를 맡았던 기자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로 이직해 훈장 전담 취재팀을 꾸리면서 결국 뉴스타파의 ‘훈장과 권력’으로 보도됐다.

 


독재자와 권력자가 군사반란과 내란의 주역들에게
훈장과 권력 기획은 크게 4부작으로 나뉜다. 먼저 <훈장과 권력 1부 / ‘민주’ 훈장이 없는 나라>(7/28, https://newstapa.org/34467)에서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훈장은 주로 독재자의 수중에 있었”음을 지적했다. “국가와 민족에 헌신한 사람에게 바치는 최고의 영예”인 훈장이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국민들”이 아닌 “권력에 가까운 사람”에 수여됐다는 것이다. 실제 “뉴스타파 취재진이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11명의 전,현직 대통령의 서훈 내역을 확인한 결과 최다 수훈자는 박정희”였다. 이 14개의 헌장은 주로 ‘셀프 서훈’을 통해 얻어낸 훈장이었다. 무공훈장 7개 중 6개는 서훈 사유조차 불분명하며, 그나마 기록된 공적 역시, 공식적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정희 다음으로 많은 서훈을 받은 사람은 노태우와 전두환이었다. 이 중 전두환의 경우 이승만, 이시영, 윤봉길, 이준, 손병희, 김좌진, 안중근, 강우규, 김구, 최익현 같은 분들에게 수여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스스로에게 수여했다. “12·12 직후 보안사 앞뜰에서 군사반란의 주역임을 자처하며 기념 촬영을 한 34명의 군인”처럼, 군사반란과 내란의 주역들 역시 모두 훈장을 받았다. 5·18 당시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됐던 부대들에 대해서도 다수의 포상이 이뤄졌다. ‘적’인 광주 시민들의 공격에 대응해 전공을 세웠다는 이유다.

 

 

△ 5·18 당시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됐던 부대들은 ‘적의 공격에 대응해 전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훈장을 받았다.

<훈장과 권력 1부 / ‘민주’ 훈장이 없는 나라>(7/28) 화면 갈무리

 

 

그렇다면 민주화운동의 주역들에 대한 서훈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4.19혁명 유공자의 경우 1천79명에게 건국포장이 수여됐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도 건국포장을 받았다. 그러나 4·19혁명을 제외한 다른 민주화운동 주역들은 주목받지 못했다. 실제 6.10항쟁의 주역들은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묘지에 방치되어 있을 뿐 아니라 훈장조차 거의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장된 150여명의 민주화운동 관련자 또는 참여자 중 지금까지 확인된 서훈자는 김근태와 문익환 두 명에 불과했다. 이 훈장조차 민주화운동 그 자체에 대한 포상은 아니었다. 군사반란과 내란의 주역들이 빠짐없이 서훈을 받고 있는 동안, 이들은 잊혀지고, 방치됐던 것이다.

 

 

독재자와 권력자가 친일반민족행위자에게
민주화운동의 주역 대신 훈장을 차지했던 또 다른 무리는 친일반민족행위자였다. <훈장과 권력 2부 ‘최초공개, 대한민국 훈장 받은 친일파’>(8/5, https://newstapa.org/34592)에 따르면 뉴스타파가 명단 대조를 통해 확인한 결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훈포장을 받은 친일 인사는 222명, 훈장 수여 건 수로는 모두 440건”에 달했다. “대한민국 훈장을 받은 친일 인사 222명 가운데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되기도 했으며 “또 일제로부터 훈장과 각종 감사장을 받은 이들 중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훈장을 받은 이는 48명”에 달했다. 정권별로는 박정희 집권 기간에 206건으로 가장 많은 훈장이 수여됐으며 이승만 집권 시기 162건, 다. 전두환 정부 28건, 노태우 정부 22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때 친일 인사들에게 준 훈장이 전체의 83.6%에 달하는 것이다. 시기별로는 “5.16 쿠데타 직후인 1962년과 1963년에 집중됐고, 1970년에도 많았”다. 이에 뉴스타파는 친일인사들에게 수여된 대한민국 훈장의 의미에 대해 “독재에 부역한 대가였고, 과거 부끄러운 친일행적을 감추는 면죄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산 되지 않은 친일의 역사, 그리고 독재의 역사”가 이 서훈 행위 속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부실했던 독립유공자 서훈 심사
선(先) 독립운동, 후(後) 친일 행적을 지닌 이들의 경우 독립운동가로 인정하지 않는 게 원칙인만큼 건국훈장 서훈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건국훈장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온 몸을 바친 이들을 기리기 위해 국가가 바치는 가장 큰 영예”이기 떄문이다. 그러나 <훈장과 권력 3부 ‘건국훈장의 그늘’>(8/11, https://newstapa.org/34634)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일제 강점기 전 기간의 행적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건국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실제 뉴스타파의 조사 결과 대한민국 건국훈장 수훈자 중 “부역 행위를 했거나 친일로 의심될 만한 행적 등 각종 흠결이 확인된 사람”이 167명에 이르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에 뉴스타파는 박승춘 보훈처장 체제의 보훈처가 2012년, “건국훈장을 심사하는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의 상당수를 독립운동 비전공자와 특정 단체 소속 학자들로 채운” 사건을 소개한다. 박 보훈처장은 건국훈장 서훈 심사 과정에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식 인터뷰를 청하라는 대답을 남긴 뒤, 공문에도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훈을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한 정권들
뉴스타파는 각 정권별로 서훈을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해온 양상을 분석하기도 했다. <훈장과 권력 4부 ‘훈장, 정권의 수사학’>(8/19, https://newstapa.org/34705)에 따르면 이승만은 “한국에 대한 우정과 벗”, “미국에 한국 상황 설명”, “이승만의 정신적 교사” 등의 애매모호한 사유를 달아 자신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외국인들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했다. 반면 국내 독립운동가에게는 집권 12년 동안 단 한 건의 건국훈장도 수여하지 않았다.

 

박정희는 “훈장을 본격적으로 통치 수단으로 활용”했다. 정권을 잡은 직후에는 정통성을 얻기위해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에게 포상을 내렸지만, 같은 시기 친일 인사들에게도 훈장을 수여했다. 3공화국 취임 이후에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훈장 수여를 중단했다. 만주군 출신, 일본군 출신, 친일 경력자들의 과거 행적이 독립운동가들과 비교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세무조사 면제 등 1985년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특혜를 제공하는 조세의 날 포상을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공고히 했다. 실제 훈장과 포상으로 특혜를 받은 재벌 총수들은 전두환에게 뇌물을 바쳤다. 이명박 대통령은 5개월에 불과한 퇴임 장관이나 정책 실패로 인해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장관을 포함해 자신 밑에서 장·차관을 지낸 이들에게 훈장을 무더기로 수여했다. 이 과정에서 경질사유는 공적 사유로 둔갑됐다.


이런 서훈을 통한 통치는 박근혜 정권에서도 반복됐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 2014년 “세월호와 관련한 공적으로 경찰과 청와대 파견 공무원 등에게 훈장과 포장을 수여”했다. “세월호 참사에 잘 대응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공적사유가 무색하게 이들은 대통령 신변 경호상 등의 이유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세월호 유가족들을 미행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실제 공적 사유에 ‘세월호’가 언급된 서훈자 16명 중 인명구조 업무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 5인을 제외한 나머지 11명의 공무원들은 집회관리와 정보활동을 잘 했다는 사유로 훈포상을 받았다. 검사에게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 등에 기여했다는 포상도 나왔다. “아직 침몰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 9명의 미수습자가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공무원들에게 훈장을 준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에 대해 뉴스타파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는 이미 끝난 거야”라는 말을 “세월호 서훈을 통해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지난 68년 동안 대한민국이 수여한 72만건의 훈장 내역 뿐 아니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6천여 명을 새롭게 조사해 친일반민족행위와, 군사독재 하수인들이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에서 4백 건 넘는 훈장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각 정권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훈장을 남용하는 사이, 훈장의 본래 가치에 부합하는 이들은 외면 받아왔음 역시 이번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이처럼 훈장 수여자인 정부에 초점을 맞춰 정부의 정치수사학을 폭로했다는 그 자체로도 이는 매우 의미 있는 보도다. 그러나 자리를 옮겨가면서까지 보도해야 할 것을 보도하는 기자의 소명의식이 전면에 드러났다는 것 역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이에 민언련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특별기획 <훈장과 권력> 4부작을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로 선정한다. <끝>

문의 신문모니터 배나은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