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주한미군 콘서트 파행에 ‘효순‧미선 사건은 교통사고일 뿐’이라는 조선
등록 2017.06.13 18:34
조회 869

지난 10일 의정부시는 의정부체육관에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내년 평택으로 이전하는 미2사단을 환송하자는 취지였다고 하는데요. 미2사단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효순·미선양의 15주기를 사흘 앞둔 추모주간에, 추모행사를 기획하기는커녕 사건의 가해자가 소속된 사단을 위한 축제를 여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시민들의 반발과 부정여론 확산에 따른 가수들의 불참으로 해당 콘서트는 결국 파행을 겪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안병용 시장은 12일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한 미2사단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기획한 콘서트로, 중간에 추모 세션까지 마련되어 있었던 만큼 미선·효순 양 사고를 이유로 행사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행태이며 △콘서트 개최를 반대하는 일부 진보언론과 시민단체가 출연 가수들과 소속사에 인신공격성 악성 게시글과 개인별 비난 등을 퍼부은 것이 행사 파행의 주된 원인이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진상규명이 없었던 사건의 피해자들을, 그 가해자들의 소속부대 창설 기념 콘서트에서 ‘별도의 한 코너로’ 추모하려 했으니 문제가 없다 주장하는 것이 과연 사회 통념과 상식에 부합하는 행태인지는 의문입니다. 또 콘서트 파행의 근본책임은, 시민들의 정서를 거슬러가며 오직 미군 측의 요청만을 감안해 무리하게 추모주간에 해당 행사를 추진한 의정부시에 있는 것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행사 파행의 책임을 ‘일부 진보언론과 시민단체’의 과격행동에 모두 돌리고 있다는 점도 부적절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의정부 경전철 사업 파산으로 사업자 측에서 시에 2200억 원에 이르는 해지시 지급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시가 현안 해결에 행정력을 동원하기는커녕 세금이 들어가는 보여주기 행사를 추진하고 있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미단체가 문제없는 행사를 파행으로 이끌었다’는 조선
이 같은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 파행 소식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13일 하루에 내놓은 관련 보도만 총 7건에 달하는데요. 이중 1면 보도가 무려 2건입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1건의 칼럼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사설 1건을, 한국일보와 한겨레는 관련 보도를 아예 내놓지 않았다는 점과 크게 비교되는 행태입니다.


조선일보의 입장은 안병용 시장의 성명 속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군과 송별의 정을 담아 기획한 콘서트일 뿐인데, ‘은혜도 모르는’ 민노총을 비롯한 ‘반미단체’가 ‘황당한 이유’로 악성 댓글 등을 이용한 반대 운동에 나서면서 행사가 결국 파행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실제 조선일보의 1면 보도 <“7094명 전사, 한국 지킨 미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6/13 권상은․주희연 기자 https://goo.gl/CeRpcV)와 이어지는 2면 보도<의정부서 52년 함께한 미군과 송별의 정 담으려 했는데…>(6/13)는 모두 이 같은 안 시장의 입장을 상세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날 1면 <팔면봉>(6/13 https://goo.gl/NdPdbf)은 “미2사단 행사 파행 겪은 지자체장 ‘분심은 강물에 씻고 은혜는 돌에 새겨야.’ 이 시대 최고의 명구”이기도 합니다. 

 

 

댓글에 달린 수십 개의 ‘공감’이 시민 여론을 증명한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안 시장의 주장이 대부분 납득하기 어려운 궤변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이를테면 안 시장은 해당 행사에 반발하는 이들이 일부 반미단체인양 호도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이 같은 주장을 적극 뒷받침하는 보도를 쏟아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반미 행태에 비판 쏟아져>(6/13 주희연 기자 https://goo.gl/oPL2IN)입니다. 


해당 보도에서 조선일보는 “(효순·미선이를) 부모도 원치 않는 반미 민족 주체의 상징물로 어깨에 들쳐메고 설치는 시민단체 홍위병의 야만에 실망이다”라는 등의 ‘진보 성향 시민단체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려 있고, 그 댓글에 “수십명이 ‘좋아요’(공감)를 눌렀다”는 초라한 이유를 들어 공연을 강행한 의정부시보다 공연을 파행시킨 ‘반미단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안을 일부 진보단체 억지주장 문제로 몰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단체의 ‘과격성’이나 ‘이적성’을 부각하려 하기도 했는데요.

 

이를테면 <한·미 우정의 탑도 세우지 말라는 일부 진보단체들>(6/13 주희연 기자 https://goo.gl/aHQh93)은 콘서트 개최에 반대했던 ‘의정부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구성원에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해산 판결을 받은 통합진보당 출신 김재연 전 의원이 대표로 있는 ‘민중연합당 의정부시위원회’와 ‘민주민생 의정부희망연대’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콘서트 반대 주체=반미 과격 단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반미단체 망동… 효순·미선 비극은 교통사고일 뿐’
심지어 조선일보는 <사설/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6/13 https://goo.gl/tf8XyD)에서는 이번 사태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의 행동에 빗대어 이 두 사례를 모두 ‘일부 단체의 망동으로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인양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K-003.jpg

△성주 사드 배치 문제와 이번 의정부 콘서트 파행 문제를 엮어 ‘반미단체의 망동’으로 규명한 조선일보(6/13)

 

실제 조선일보는 해당 사설에서 “사드는 동맹국 미국이 주한 미군을 북 미사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고 “미2사단은 6·25전쟁 때 한국을 구하러 미국 본토에서 가장 먼저 달려온 부대”인데 “효순·미선양의 비극은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었지만 교통사고였을 뿐”임에도 성주 주민들이나 민노총․노동당 등 반미 단체들이 “이런 망동을 벌이고 정부와 경찰은 방치”하고 있어 “안보가 위태롭다는 걱정”이 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날 경향신문 이기환 논설위원은 <여적/미 2사단 100주년>(6/13 이기환 논설위원 https://goo.gl/739uHU)을 통해 “50여 년 간 ‘주둔해준’ 미군이 아무리 고맙기로서니 생때같은 14살 여중생 둘을 비명에 보낸 기일(13일)을 코앞에 두고 미군 잔치를 벌일 생각을 했다니 기가 막힌다”며  “백번 양보해서 정 미군을 위한 행사를 벌이고 싶었다면 행사 규모도 이모저모 따져보고, 때와 장소를 가려야 했다. 지자체장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 오히려 갈등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을 해쳤다”는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어느 쪽이 상식에 부합하는 주장인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겠지요.

 

 

좌파 단체가 미군에 상처 입혔다는 동아
조선일보만 이런 수준 이하의 주장을 펼친 것은 아닙니다.

 

이날 동아일보는 <사설/미 2사단 100주년 공연 파행시킨 반미 선동>(6/13 https://goo.gl/dT0ZbU)에서 행사 파행 원인을 “민주노총 등 단체들과 누리꾼들이 2002년 미 2사단 소속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 15주기’(13일)를 앞두고 시 예산으로 미군 위안잔치를 연다며 가수들과 소속사에 거센 비판을 했기 때문”으로 꼽고 “15년 전 효순이 미선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치 미군이 고의로 저지른 것처럼 반미시위로 확대시켰던 좌파 성향의 단체들이 이번에는 가수들에게 ‘디지털 테러’를 가해 미군에 상처를 입힌 형국”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마녀 사냥 …” 미2사단 콘서트와 인순이씨의 눈물>(6/13 https://goo.gl/vAQHVZ)에서 “콘서트 파행의 직접 원인은 일부 단체의 SNS 폭력”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다만 중앙일보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와는 달리 “의정부시의 일방통행식 행정도 문제”라며 “미 2사단 창설 기념일은 10월 26일인데 굳이 4개월여나 앞서 강행할 필요가 있었느냐” “안 시장의 해명은 잘 납득되지 않는다”는 ‘다른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1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monitor_20170613_231.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