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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 사건이 ‘음주 여대생의 금지된 장난?’ 동아의 장삿속
등록 2017.08.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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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국보 제31호인 경주 첨성대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촬영한 대학생 3명이 경찰에 입건되었습니다.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관광차 경주를 찾은 이들은 술을 마신 채 자정께 첨성대 옆면을 차례로 타고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다가 이를 목격한 시민 제보로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사건 자체의 황당함 못지않게, 이를 전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 역시 황당했습니다. 

 

 

‘첨성대’ 지우고 ‘여대생’ ‘금지된 장난’ 부각한 동아
우선 관련 보도를 지면을 통해 전한 것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인데요. 이 두 매체 모두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여성’임을 부각해 제목을 뽑았습니다. 


먼저 조선일보는 <국보는… 신라의 달밤이 무섭다>(8/7 권광순 이해인 기자 https://goo.gl/DTSUx1)라는 제목에 <음주 여대생 3명, 한밤 첨성대 난입… 문화재 어떻게 관리되기에>라는 소제목을 달았고요. 기사 본문과 사진 캡션에서도 ‘20대 여대생’이 문제를 일으켰음을 반복하여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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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대생’ ‘금지된 장난’을 운운하며 선정성 극대화한 동아일보 보도 제목(8/5) 


동아일보의 관련 사진 기사 제목은 정말 황당한데요. 무려 <음주 여대생들의 ‘금지된 장난’>(8/5)입니다. 첨성대는 쏙 빠져버리고 ‘여대생’과 ‘금지된 장난’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면서, 교묘하게 선정적인 인상을 전달하고 있지요. 이것이 과연 민언련만의 생각일까요? <음주 여대생들의 ‘금지된 장난’>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첨성대 등반 사건을 떠올릴 사람이 많을까요? 포르노그라피적 상황을 떠올릴 사람이 많을까요? 민언련은 최근 동아일보가 성인방송에 유입되는 여성 탈북자들을 ‘야방북녀’라고 이름 붙인 것을 지적했는데요. 동아일보의 선정적 제목뽑기, 특히 성차별적 인식은 시급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첨성대 등반 사건 범인, 남성이었다면 ‘남대생’이라 말했을까?
한편, 이런 식의 ‘여대생’ 운운하는 보도행태는 종이신문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온라인에 송고된 상당수 관련 보도는 제목 등을 통해 ‘여대생’이라는 정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미 포털 검색의 자동 연관검색어에는 ‘첨성대’라는 글자만 쳐도 ‘첨성대 여대생’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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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성대 사건 관련 보도에서 제목에 ‘여대생’을 부각한 온라인 보도들(좌)과 포털 연관검색어(8/7)

 

그러나 사건의 주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여대생’이라 명명한 뒤 이를 제목 등에 부각하여 전하는 태도는 명백한 성차별적 표현입니다. 대부분의 사건 보도에서, 남성 대학생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이를 굳이 ‘남대생’으로 명시하여 표기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저 대학생이라고 말하지요.

 

실제 지난 6월 만취한 상태에서 스포츠센터에 침입해 집기류를 파손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한 남자 대학생의 사건을 다룬 보도에서 언론은 그가 ‘남대생’임을 제목 등을 통해 부각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남대생이라는 말 자체가 세상에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저 대학생의 반대말이 여대생인 것처럼 그렇게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지요. 그럼에도 이런 표현을 상습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여대생’이라는 언어 속에 잠재된 선정적 뉘앙스를 이용해서 클릭수를 높여보려는 장삿속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5일~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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