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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신문보도]호남의 DJ 유훈 따르기가 한반도 평화 위협한다는 조선일보 이영작 칼럼(2016.09.20)
등록 2016.09.20 14:34
조회 789

한반도 사드 배치를 비롯해, ‘더 좋은 무기를 더 많이 도입하는 것’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러시아가 사드 배치에 대응해 극동 지역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한 현 상황에서 공허하게 들린다. 동북아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이 북한과 경제적‧문화적 소통을 이어나가는 햇볕정책보다 한반도를 위험하게 한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헛소리일 뿐이다.  이영작 교수는 햇볕정책의 대표적 산물인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이어나가고, 시종일관 위협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이야 말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음에도, 문제의 원인을 또 다시 과거 정권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모니터 대상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종이신문 지면에 한함)
모니터 기간 : 2016년 9월 20일

 


■ 민언련 오늘의 나쁜 신문 보도들

 

· 조선일보 <여론&정치/햇볕정책은 실패했다>(9/20, 34면,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 https://goo.gl/4yRC0n)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가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DJ의 유훈인 햇볕정책이 북핵 앞에 선 우리를 무기력하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햇볕정책으로는 북핵에 대응할 수 없고, 북한이 핵으로 남한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힘의 균형을 되찾아야 다음 60년을 전쟁 없이 살 수 있을”텐데, “힘의 균형점은 좌파들이 흔히 내세우는 국방 자존심론이 아니라 주한미군과 사드가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결국 사드 배치를 위해 “국론 통일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결론으로 향한다.

 

안보 불안을 자극하고, ‘좌파’와 야당을 비난한 뒤 결국 ‘사드가 평화의 답’이라는 주장은 조선과 동아에 거의 매일 반복해 등장했다. 그럼에도 굳이 이 칼럼을 오늘의 나쁜 기사로 뽑은 것은 이영작 씨가 사사건건 언급하는 ‘호남 타령’이 너무 거슬리기 때문이다.

 

칼럼은 “DJ의 유훈인 햇볕정책이 북핵 앞에 선 우리를 무기력하게 한다”면서 “햇볕정책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는 호남 민심”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영작 씨는 “호남 지지를 잃는 야당은 차기 대권에 희망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진보 좌파 20%를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의 호남인 20%의 인심을 얻어야 40% 표밭이 확보된다. 중도 우파 20%를 얻었다고 믿는 국민의당 역시 호남의 지지가 차기 대선 승리의 필수조건이 된다. 두 야당이 DJ의 햇볕정책에 당운을 걸고 충성 경쟁을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하며 사사건건 호남의 DJ 유훈 따르기가 몰상식한 행동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영작 씨는 마지막 결론에서도 “호남인들이 DJ의 오판과 북한의 속임수에 뿌리를 둔 햇볕정책을 과감히 버리”라고 겁박하고 있다. 호남인은 안보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와 상관없이 무조건 DJ 유훈만을 따르는 그런 존재가 아님에도 이영작 교수는 마치 호남인들은 DJ가 지팡이만 세워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주는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 사드 배치가 평화의 답이며 햇볕정책은 한반도를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 비난한 이영작 석좌교수

 

 

또한 이영작 교수는 한반도 사드 배치를 비롯해, ‘더 좋은 무기를 더 많이 도입하는 것’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사드 배치에 대응해 극동 지역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한 현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공허하게 들린다. 동북아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뻔히 보면서도, 북한과 경제적‧문화적 소통을 이어나가는 햇볕정책이 한반도를 더 위험하게 한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헛소리일 뿐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지적이 유의미하려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꾸준히 햇볕정책을 계승했음에도 남북관계에 경색국면에 돌입했어야 한다. 햇볕정책의 대표적 산물인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이어나가고, 시종일관 위협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이야 말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음에도, 이영작 교수는 문제의 원인을 또 다시 과거 정권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권에 잘 보여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목적이 아니고서야 이런 허접하고 황당한 칼럼을 써 낼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무엇보다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은 망상이 아닌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신문 보도들

 

· 동아일보 <‘무인경제’ 시대를 앞둔 노동조합>(9/20, 31면, 박현진 산업부장, https://goo.gl/ZLUsCg)   

4차 산업혁명으로 도래할 무인(無人)경제 시대를 앞두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계수단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그리고 정말 필요한 고민은 ‘그 일자리를 잃은 이들의 삶’과 ‘이들이 구성하는 사회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지’ 등일 것이다. 최근의 기본소득 도입 논의 역시 이 같은 사회적 배경에 영향을 받아 불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일보 박현진 산업부장은 ‘무인경제’의 시대에 노동조합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직업의 미래가 변하면, 당연히 조합의 미래 역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고민이 뻗어나가는 방향이 다소 황당하다. 그는 “현대자동차의 장기간 파업과 23일 금융노조 총파업이 훗날 우리 아들과 딸에게 어떤 흔적을 남길지 궁금해진다”며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단기적 이익을 챙기기 위한 대형 노조의 철옹성”을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세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과 “어렵겠지만 조금 양보하고 그 일자리를 자녀 세대에게 나눠주는 것”을 권장하는 것 역시 등장한다. “무인경제시대에 직면하게 될 자녀 세대의 일자리를 더 긴 시각으로 봐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무인경제는 그저 소품에 지나지 않고, 그것을 빌미로 늘 하던 기득권 노조 비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싶다.


만약 내일 박 산업부장에게 동아일보가 ‘당신의 업무는 알고리즘이 대신 할 테니 이제 나오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통보를 한다면. 혹은 수많은 젊은 언론인 지망생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 연봉도 높고 나이도 많은 박 부장이 ‘미래 세대를 위해 일자리를 나눠주는 차원에서 이제 좀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는다면. 그때도 박 부장은 계속 이렇게 ‘쿨’할 수 있을까? 미래의 전망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지만, 미래를 빌미로 현재 발생하고 있는 타인의 고통을 ‘양보’ 따위로 감내하라는 요구는 오만할 뿐 아니라 비윤리적이다. 현재 해당 노조들이 대체 무엇 때문에 파업에 나섰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한심하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신문 보도

 

· 한겨레 <단독/대기업돈 288억 걷은 K스포츠 재단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 (9/20, 1면, 김의겸 김창금 방준호 기자, https://goo.gl/c2xggQ) 외 4건
올해 초, ‘케이(K)스포츠’라는 의문의 재단이 수백억 원의 자금 기업 출연금을 받아 설립됐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재단 ‘미르’ 역시 출범했다. 이 두 재단은 내용이 완전히 같은데다가 그나마 거짓으로 작성된 ‘창립총회 회의록’을 제출했음에도 이상할정도로 빠른 설립허가를 받았다. 케이 스포츠재단은 설립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국빈 행사를 주최하기까지 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에 한겨레는 케이스포츠 재단의 이사장을 실제 임명한 사람이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 씨의 부인 최순실 씨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재단 ‘미르’ 역시 최 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음 주에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미르·케이스포츠의 권력형 비리의혹이 파헤쳐질 수 있을까? 지쳐볼 일이다.

 

 

■ 민언련 오늘의 강추 신문 보도들

 

· 한겨레 <단독/한수원 보고서 “탈핵론은 포퓰리즘” 비난 공세> (9/20, 13면, 송경화 기자, https://goo.gl/fAOvW0)
최근 지진을 계기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성 문제에 집중하는 대신 “한국수력원자력이 정치권·시민사회 안팎의 탈핵 주장을 ‘원자력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며 이와 관련된 언론·시민단체·정치인들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용역”을 시행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한수원은 오는 10월에도 ‘탈핵 입법 저지’를 목표로 환경단체 등을 분석하는 연구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 경향신문 <오늘 아침 마신 우유… 발암 위험?> (9/20, 1면, 윤승민 기자, https://goo.gl/ZuWqxM)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를 근거로 경향신문은 “LG생명과학이 유전자변형(GM) 소 성장호르몬을 개발해 판매회사 등을 통해 10년째 국내 축산농가 등에 유통시켜온” 상황을 지적했다. “LG생명과학은 그동안 부스틴이 전량 수출용이라고 밝혀왔”지만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GM 소 성장호르몬은 “젖소가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하도록 하는 인공 호르몬으로, 성장호르몬이 주입된 소에서 생산된 우유는 암 발생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표시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지금의 부실한 시스템 속에서는 제2, 제3의 LG생명과학이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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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신문모니터 배나은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