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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신문보도]세월호 진상규명 요구 때문에 선진국 못 된다는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2016.9.24)
등록 2016.09.24 19:41
조회 415

한국경제학회 회장인 동아일보 조장옥 객원논설위원은 고작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이들의 모습을 ‘나라가 정상이 아닌 증거’라 싸잡아 비난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사실상 책임이 없음을 주장했다. 마치 대통령은 피해자라도 되는 양 떠들다가, 막판에는 개헌을 통해 ‘대통령이 역사에 길이 남는 인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던지다니 꼴 사납다.

■ 민언련 오늘의 나쁜 신문 보도들

· 동아일보 <동아광장/이런 나라가 선진국인가?> (9/23, 30면,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https://goo.gl/Pn2qw7)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이라는 서강대 경제학부 조장옥 교수는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난데없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이들의 모습을 ‘나라가 정상이 아닌 증거’라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먼저 최근 경주 지진을 모티브로 말을 시작하며, 자연재해 뿐 아니라, 여러 우리나라 인재를 보면서 “선진국은 경제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요즈음처럼 깊이 통감한 적이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의 “비정상의 기저에는 대통령으로부터 말단에 이르는 수직구조”가 있다며, “나라의 모든 문제를 만기친람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과 수직구조가 결합이 되니 모든 문제의 책임이 그 꼭대기에 있는 대통령에게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대통령은 신이고 그 몇 안 되는 측근은 사도인 나라에서 신과 사도들이 나서지 않고 되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라며 나름 청와대를 지적하는 모양새도 갖췄다. 그는 모든 문제가 “대통령이 나서야 해결될 수 있”는 “수직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선진국이 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묻기도 한다.

 

△ 개헌 중요성 강조를 위해 세월호 진상조사 요구를
‘나라가 정상이 아닌 증거’로 꼽은 조장옥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는 단적인 사례를 세월호로 들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월호를 생각하면 아프지 않은 가슴”이 어디 있겠냐며 “그렇다고 지금처럼 거의 항구적으로 그 문제를 거론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이 나라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유가족은 물론 많은 국민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이야기하며 청와대를 바라보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세월호 진상규명의 책임을 대통령에 드는 행태가 처음부터 있었던 일인가. 대통령 스스로 유가족에게 지킨 철저한 진상규명 약속을 어기고 이해할 수 없을 수준으로 진상규명을 막고 있는 현실은 왜 이야기하지 않는가. 현재의 시스템이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는 구조인 것이라면, 그 수직적 구조는 누가 만들어 낸 것인가?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의사결정구조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려온 박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행보는 대충 한 마디로 이야기하고 왜 애꿎은 세월호를 들먹이는가!


게다가 막판에는 개헌을 통해 ‘대통령이 역사에 길이 남는 인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던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거부하고,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고,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불가역적 합의를 진행해 버렸으며, 측근비리는 죄다 무시한 채 사드 배치까지 추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미 ‘역사에 남을 인물’이 되었다. 이런 대통령을 나라의 모든 문제를 만기친람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인물 정도로 평가하며 감싸고 사실상 치켜세우는 꼴이 한심스럽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신문 보도들

· 조선일보 <사설/미국 내 北 타격론, 이게 지금 안보 현실>(9/23, https://goo.gl/0rYpK8),
중앙일보 <미국엔 북 ICBM이 게임 체인저… ‘선제 타격론’ 제기도>(9/23, 10면, 유지혜 기자,
https://goo.gl/t6c9oy)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론을 재차 소개하고 나섰다. 먼저 조선일보는  <사설/미국 내 北 타격론, 이게 지금 안보 현실>에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발언과 오바마 행정부 초기 합참의장을 지낸 마이크 멀린의 “북한이 실제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선제타격이 가능하다”는 발언 등을 소개했다. 이어 “중요한 사실은 미국 안보 당국자들이 잇따라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 강조했다. 모두 “한반도 안보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위중한 상태에 있다는 뜻”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중앙일보 역시 <미국엔 북 ICBM이 게임 체인저… ‘선제 타격론’ 제기도>에서 “북한의 ICBM이 완성될 경우 미국의 선택은 협상 또는 군사적 조치 중 하나로 압축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 내에서 대북 선제타격론(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 16일 미 외교협회 토론회)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공통적으로 등장한 마이크 멀린 전 의장의 ‘선제타격 가능’ 발언은 19일 한국일보 <北核 전향적인 대화 권고한 美 토론회, 국내서 ‘선제 타격’ 와전>(9/19, 6면, 송용창 기자, https://goo.gl/8lctFy)에서 왜곡된 것이라고 이미 지적된 바 있다. 한국일보는 23일에도 <36.5°/북한 ‘선제 타격’ 발언은 없었다>(9/23, 30면, 송용창 기자, https://goo.gl/Iqv1xQ)에서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하겠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국내 언론들은 멀린 전 의장이 언급했다는 ‘선제 타격’ 발언을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때 빌 클린턴 행정부가 외과 수술식 타격을 검토했던 것에 빗대며, ‘미국에서 20년 만에 선제 타격론이 대두되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지만 멀린 전 의장은 실제 이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 대북전문가 17명이 참가한 CFR의 대북 특별보고서 발간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토론회 참석자들은 도리어 북한과의 소통 중요성을 강조하며 즉각 대화할 것을 거듭 촉구”했으며 “대북 협상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미 외교가의 기류 변화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어 한국일보는 “핵무장론, 전술핵 배치, 선제 타격 등 비현실적인 주장들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검증해야 할 언론이 “언제나 그렇듯 안보 포퓰리즘을 더 부추기는 데 앞장서”고 있음을 지적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논설위원들과 기자들에게 이 기사의 일독을 권한다.

 

· 동아일보 <허문명의 프리킥/국가안보에 투영된 근거 없는 낙관주의>(9/23, 31면, 허문명 논설위원, https://goo.gl/wJVKck)
동아일보 허문명 논설위원은 “한반도에 전쟁의 유령이 떠다니고 있고 북한은 ‘핵실험’ 단계에서 ‘핵무장’ 단계로까지 발전했지만 우린 안보불감증에 빠져 무력해져 있다”며 “가진 사람들은 펑펑 쓰고 노조 등 이익집단은 자신의 꿀단지를 지키기 위해 머리띠를 둘렀다. 이런 오만과 근거 없는 낙관주의 풍조가 안보에도 투영되고 있는 것”이라 평가했다.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나라엔 동맹이나 공조도 무의미하다. 국방은 전력도 중요하지만 정신력도 중요하다. 자주 국방 의지를 가져야 임진란과 같은 국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독 노조를 꼬집어가며 오만한 이익집단이라고 규정한 것도 부적절하지만, 이 칼럼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래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라는 점에 있다. 기사 말미 허 위원은 “사드 배치 긍정 여론이 높아지고 자위적 핵무장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며, 국회 대정부질의에서의 의원들의 전술핵 재배치 및 핵무장을 소개했다. 그럼 사드를 배치하거나 자위적 핵 무장을 하자는 말인가? 그것이 허 위원이 생각하는 ‘자주 국방’인가? 정부가 하자는 안을 따르지 않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당을 향해 그것을 ‘정쟁’이니 ‘대선놀음’이라 비판하는 것은 비열할 뿐 아니라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이다. 정말로 ‘스스로를 지키는 것’에 관심이 많다면, 허 위원이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대상은 최악의 남북관계를 자초해 한반도의 안보 불안을 자초한 박근혜 정부여야 한다. 정부의 불안한 행보를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이 아니라.

 

· 동아일보 <“기업 유치해 농업 되살리겠다” vs “대기업이 농사마저 삼키려해”>(9/23, 20면, 고승연 기자 , 장재웅 기자 , 한정우 인턴기자, https://goo.gl/Agh3PJ)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동아일보는 “기업을 유치해 잃어가던 활력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일본의 모습과 “대기업이 농사마저 삼키려 한다”고 반발하는 한국의 모습을 대조시킨다. 물론 규제를 푼 일본의 모습은 “경기가 살아나면서 외부 인구도 유입되고 있다”거나 특산물을 유럽에 수출한다는 등의 소개와 함께 매우 긍정적으로 묘사된다. 반면 “한국의 농업은 각종 규제와 농민 반발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한국 농업의 어려움이 과연 ‘첨단 농업’이 도입되지 않아서 불거진 것일까? 동아일보의 보도로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 그저 “기업의 농업 진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잘 계획한다면 농민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주장만 소개될 뿐이다.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과 그 사업에 신규로 들어오는 기업이 ‘윈윈’하기 위한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저 규제를 일단 풀면 잘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기존 농민과 우리 농업의 생태계가 아닌 철저히 새로이 농업 부문에 진출하려는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한 기사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신문 보도

· 경향신문 <단독/현대차, 결함 알고도 리콜 안 해>(9/23, 1면, 류형열 선임기자, https://goo.gl/sybTcT) 외 2건
경향신문은 “현대자동차 현직 직원이 현대기아차가 자사 자동차의 안전 관련 제작 결함을 확인하고도 법적 의무인 리콜을 하지 않고 은폐하거나 축소 신고해 운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해당 직원의 주장을 상세히 보도했다. “1991년부터 25년간 현대차에 몸담아온 현대맨”이자 엔지니어인 그가 고백한대로 정말 현대차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의 양심선언과 이를 소개한 경향신문의 보도를 계기로 사실관계가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 민언련 오늘의 강추 신문 보도들

· 경향신문 <최순실 딸 승마 독일연수, 삼성이 지원> (9/23, 1면, 김한솔·구교형·이용욱 기자, https://goo.gl/flBe17) 외 2건, 한겨레 <최순실, K스포츠 설립 수개월 전 기획단계부터 주도> (9/23, 1면, 방준호 류이근 기자, https://goo.gl/h0QHfX)외 2건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로 삼성의 돈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을 위해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금 모금 과정에서 최 씨와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미르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뿐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사업에도 관여했다는 의혹 역시 추가로 제기됐다. 한겨레는 최 씨가 “케이(K)스포츠 재단이 공식적으로 발족하기 몇 개월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재단의 취지를 설명하며 참여를 권유했다는 증언”을 확보해 단독 보도했다. 권력형 비리의 실체가 점차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이런 상황에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계속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 경향신문 <단독/광복 70년사 내용 국정교과서 에 활용하겠다는 한중연> (9/23, 10면, 배문규 기자, https://goo.gl/4e1gBc)
경향신문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이 지난해 말 자체 발간한 <광복 70년사> 시리즈를 한국사 교과서의 서술 근거로 삼으려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단독 보도했다. 해당 시리즈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 5·16혁명, 제주 4·3사건의 부정적 평가 등 역사왜곡과 뉴라이트 사관 논란을 빚고 있는 서술”을 담고 있다. “이 책을 보면 국정교과서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셈”이다.

 

· 한겨레 <“성과연봉제 공공성 위협” 공공·금융노조 연쇄파업> (9/23, 1면, 박태우 기자, https://goo.gl/HjmKGe) 외 2건
“양대노총 공공·금융부문 노동조합 조합원 20만여명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성과연봉제가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22일 연쇄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한겨레는 이들이 왜 파업에 돌입했는지를 상세히 소개하고, 해당 주장의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나섰다. 노조의 주장은 크게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근로기준법 위반’이고 ‘공공부문 성과는 측정이 불가능하며’, ‘공공서비스 질 역시 나빠진다는 것’이다. 파업을 앞두고 파업의 부정적 영향이나 노조가 얼마나 기득권인지 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파업을 야기한 배경과 그 배경에 대한 분석이 들어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보도라 할 수 있다.

 

· 한국일보 <단독/정부硏 간부가 국가 R&D사업 ‘ 떡 주무르듯’> (9/23, 2면, 이동현 기자, https://goo.gl/3Sg3bB)
한국일보는 “국토교통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간부가 수백억원 규모의 국가적 연구개발(R&D) 사업을 떡 주무듯 하며 지인과 퇴직한 동료 등에게 콩고물을 나눠준 사실이 지난 5월 자체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으며 해당 연구기관이 “이 간부에 대해 별도의 형사고발 없이 정직 3개월 조치로 끝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음을 단독 보도했다.

 

■ 민언련 오늘의 은폐가 의심되는 신문 보도들(9/23)

· 최순실 게이트, 조선은 ‘최순실’ 빼고 재단만 언급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싸고 새로운 의혹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1일과 22일 연속으로 침묵하던 조선일보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주장을 마침내 지면에 보도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조선일보는 ‘최순실’이라는, 모르는 이 없는 그 이름을 끝내 말하지 않고 해당 재단에 관여한 이를 ‘청와대나 비선실세’ 정도로만 표현했다.

 


<끝>

문의 신문모니터 배나은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