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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조선일보의 ‘종북몰이’, 이제는 영화까지 동원
등록 2017.11.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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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7일 정부는 성주 소성리에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전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을 강조한 바 있어, 예상보다 이른 추가 배치에 갑론을박이 오고 갔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가운데 피해를 받고 있던 소성리 주민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주민들은 소성리에 몰려와 난동을 부리는 극우단체로 인해 고통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묻혔던 목소리”를 조명한다면서 사실상 성주 주민들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영화를 홍보했습니다. 

 

자신들이 현장을 취재하지 않아 놓고는 ‘출입 통제’ 핑계 대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사드 격동 겪은 성주… 묻혔던 목소리 담고 싶었다”>(11/15 장형태 기자 https://bit.ly/2jrMqZG)에서 최공재 씨가 찍은 ‘성주, 붉은 달’이란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조용한 시골 마을 경북 성주는 지난해 7월 사드 부지로 결정되고, 외교 분쟁과 이념 갈등의 상징적 장소가 됐다”라며 “성주에서 벌어진 일은 대부분 반사드 세력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해졌다. 사드에 찬성하는 이들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많은 매체가 실제 배치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해 왔는데요. 조선일보는 현장 보도가 없었던 이유를 “출입 통제”로 보도하며 부실 보도의 책임을 사드 배치 반대 시민들에게 떠넘겼습니다. 이 보도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소개한 ‘수상한 감독’

조선일보는 보도에서 ‘영화감독’이라며 최공재 씨를 소개했는데요. 조선일보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부역자들’을 제작한 인물”이라고 소개되었습니다. 최 씨가 제작했다는 다큐멘터리 ‘부역자들’은 정식 개봉하지 못한 채 온라인에서만 공개된 ‘웹 무비 다큐’인데요. 이 영화를 소개한 매체를 보면, “막장 다큐 영화”라며 비판했던 미주한국일보를 제외하곤 미래한국, 미디어펜, 미디어워치, 뉴데일리, MBC, 월간조선과 조선펍 뿐이었습니다. 모두 극우 인터넷 매체와 우편향 언론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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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반대 주민들 고립시키는 영화 홍보한 조선일보 (11/15)

 

조선일보가 영화 감독이라 소개한 최 씨는, 이외에도 눈에 띄는 경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 씨는 ‘차세대문화인연대’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노컷뉴스의 <'다이빙벨' 상영 방해 인물 친형, 새누리당 공천 받아>(5/24 장성주 기자 https://bit.ly/2AJZu0L)에 따르면 이 단체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아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방해하고 반대 성명 발표를 주도한 단체였습니다. 게다가 최 씨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결정한 공직선거관리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노컷뉴스는 “최 대표(최공재 씨)의 친형인 최홍재씨가 새누리당 은평갑 지역구에 공천을 받았고, 최홍재 전 행정관의 지역 선거사무장 부인인 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가 비례대표 7번으로 공천됐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평범한 ‘영화감독’으로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자유한국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입니다. 물론 노골적인 정치색을 띤 사람이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영화가 특정 정당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그대로 담아 무고한 시민들을 매도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최공재 씨의 영화 ‘성주, 붉은 달’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종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자유한국당의 일관된 입장이죠. 이런 영화를 소개한 조선일보의 의도에도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평양 그려진 현수막은 무조건 ‘북 선전물’? ‘종북몰이’에 그친 영화

조선일보가 이렇게 공들여 소개한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억지에 가까운 부분이 많습니다. 조선일보는 “성주 소성리에 들어간 최씨 일행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마을회관 위에 걸린 대형 현수막”,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엔 북한 평양의 류경호텔과 개선문 등이 그려져 있었다. 남한 쪽에서 차들이 평양으로 들어가는 듯한 그림이었다”라고 전했고 “현수막에 남한은 없었다. 북한의 체제 선전물 같았다”라는 최 씨 발언도 인용했습니다. 전형적인 ‘종북몰이’입니다. 조선일보가 최 씨가 그렇게 강조하는 현수막을 보면 실제로 평양이 묘사되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보도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이 현수막은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구호에 맞게 남한에서 평양으로 많은 차량들이 이동하고 바다에서도 배가 입항하는 상황, 즉 남북이 통일되어 미지의 도시 평양도 갈 수 있는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스스로도 ‘남한 쪽에서 차들이 평양으로 들어가는 그림’이라고 했으니 ‘남한은 없다’는 최 씨의 발언과 어긋나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통일 이후의 상황을 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성리에 걸린 현수막을 ‘북한 체제 선전물’로 매도한 겁니다. 

 

‘종북몰이 영화’를 굳이 지면에 홍보한 조선일보, 왜?

조선일보는 “지난 12일 ‘성주, 붉은 달’이 처음 상영된 ‘시민영화제’엔 50여명이 모였다. 매우 적은 숫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적은 숫자였는지 사람들의 반응을 강조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조선일보는 “영화를 보던 시민들은 간간이 탄성을 터뜨렸다. 사드 배치 반대 시위가 끝나고 의경들이 현장을 청소하는 장면에서는 울분을 토했다. 상영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라며 ‘영화가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을 조명했습니다. 


이어서 조선일보는 최 씨가 수차례 시사회를 더 거친 뒤에 ‘성주, 붉은 달’을 일반에 공개한다며 “언젠가는 우리 뜻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겠느냐” “내년부턴 서울에서 보수적 관점의 다큐 영화등을 상영하는 ‘자유주의 영화제’를 여는 것이 목표” 등 최 씨의 포부까지 덧붙여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사실상 특정 영화를 홍보해주는 수준의 보도입니다. 현재까지 ‘성주 붉은 달’을 보도한 곳은 조선일보입니다. 


지난 정부부터 졸속‧밀실 사드 배치로 고통 받았던 주민들은 지금도 고립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로 이 고립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매체 중 하나로 조선일보가 꼽힙니다. 그간 조선일보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종북’ ‘외부세력’ ‘괴담’등의 프레임으로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고립시켰습니다.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그러한 자사의 관점을 그대로 반영한 영화가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조선일보가 합리적‧객관적 보도보다 정치적 목표에 매진하는 ‘유사 언론’에 불과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줄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1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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