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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의 제보체크/신문보도 편

호주와 캐나다의 전기요금 상승이 신재생에너지 때문이라고?
등록 2017.11.29 13:40
조회 713

민주언론시민연합에는 시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제보전화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민언련은 제보 내용을 확인한 후 민언련 보고서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언론 개혁을 위해 제보해주신 시민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노벨상 받은 친환경론자가 탈원전을 반대한다고?

제보 내용 중앙일보에서 ‘환경론자’라며 친원전론자를 데리고 와서 인터뷰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기자가 왜곡된 질문을 해 다른 답변이 나왔다.

 

제보 확인 중앙일보는 <노벨상 받은 친환경론자 “문 대통령 탈원전, 재고 바란다”>(11/24 문희철 기자 https://bit.ly/2AhjdFl)에서 전 미 에너지부 장관인 스티븐 추를 인터뷰했습니다. 중앙일보 보도에서 스티븐 추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재고하길 바란다” “탈원전 정책이 환경․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학자라면 모두 아는 상식” “탈원전 정책 이후 독일 산업은 피해를 봤다. 석탄 발전으로 증가한 미세먼지․이산화탄소도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라며 “한국이 206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의 50%를 발전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제점 스티븐 추의 보도는 중앙일보에만 나온 건 아닙니다. 추 전 장관은 카이스트 초청으로 방한해 23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탈원전 정책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추 전 장관의 기자회견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에 보도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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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추 전 미 에너지부 장관의 탈원전 비판 관련 매체별 보도 건수 (11/24) ⓒ민주언론시민연합

 

다른 언론사들과 중앙일보 보도의 차이점은 추 전 장관을 ‘환경론자’라고 호칭한 것입니다. 추 전 장관은 환경론자라고 칭하기에 적절할까요? 추 전 장관은 1997년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냉각․분리하는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환경과 에너지를 총괄하는 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했는데요. 오바마 정부와 스티븐 추 박사는 기후 변화에 대비해 화석연료를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주장했지만,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내일신문 <미, 원자력 에너지 확대정책 고수>(2011/3/16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https://bit.ly/2ibjOUp)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핵 발전에 대해 재검토가 있었음에도 “오바마 행정부는 15일 미국 내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원전증설을 비롯한 원자력 에너지 확대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스티븐 추 에너지부 장관과 그레고리 잭코 원자력 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의회 청문회와 백악관 브리핑 등을 통해 미국 내 104곳의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밝히고 핵 에너지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강조했다”라고 보도했는데요. 스티븐 추 박사가 환경과 관련된 일을 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 방식을 ‘친환경’이었다고 평가하고, ‘친환경론자’로 칭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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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추 전 장관의 탈원전 비판을 보도한 중앙일보(11/24)

 

또한 스티븐 추 전 장관은 기자회견장에서 “탈원전 정책 이후 독일 산업은 피해를 봤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추 전 장관이 지적한 ‘탈원전 이후 독일의 피해’는 대표적인 거짓 정보인데요. 오마이뉴스 <"독일 탈원전 뒤 전력 수입 늘었다? 완전 가짜뉴스">(7/25 김시연 기자 https://bit.ly/2BhoSdA)에서는 독일 생태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한 펠릭스 마테스 박사는 “독일은 외국에서 더 많은 전력을 수입하고 있지 않고, 이전 어느 때보다 많은 전기를 수출하고 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스티븐 추 전 장관은 이어 “한국이 206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의 50%를 발전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를 전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206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라고 보도했는데요. 그러나 이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선을 준비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로 올리고, 2060년에는 원전에 의존한 전력생산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060년에 신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당시 기준으로 계획된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고, 이미 건설된 원전의 수명이 끝나 폐기하는 시점을 말한 것입니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이 2.1%이고 이는 세계 최하위로 5위인만큼 성급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홈페이지에 <기고/노벨상 수상자 스티븐 추 박사가 조언할 대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다>(11/25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https://bit.ly/2iX4esn)를 게재하고, 스티븐 추 전 장관의 기자회견을 비판했습니다. 장 대표는 “추 박사가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환경오염을 진정 염려한다면 대한민국 정부의 석탄발전소 확대 정책을 비판했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이 잠재량에 비해 너무 낮으니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해야 마땅하다”라며 “대한민국의 현재 재생에너지 비율 2.1%(2015년 통계)는 세계 최하위 5위로, 여건이 어렵다는 말을 할 정도가 아닌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질책했습니다. 또한 장 대표는 “추 박사 말대로 기후변화는 정말 심각한 지구환경 문제”라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막대한 국가는 바로 추 박사의 두 개의 조국인 중국과 미국이 1, 2위이며, 합쳐서 약 150여 억 톤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한국도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두 나라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한 약 6억 톤이다. 추 박사가 정말 조언해야 할 대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가 아닐까 싶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호주와 전기요금 상승이 신재생에너지 때문이라고?

제보 내용 조선일보에서 호주가 전기료 급등에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포기했다고 보도를 냈다. 그러나 호주의 전기료 인상은 민영화 때문이지 신재생 에너지 정책 때문이 아니다. 


제보 확인 조선일보 <전기료 10년새 63% 급등에… 호주, 신재생 에너지 정책 포기>(10/19 김은정 기자 https://bit.ly/2AbmHvr)보도에선 “호주 정부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강화하려던 전략을 포기하고 2020년부터 관련 기업에 들어가는 정부 보조금도 폐지하기로 했다”라며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을 대대적으로 도입하자 전력 공급 불안정과 전기료 급등으로 국민 피해가 커진 데 따른 것” “호주의 경쟁소비자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호주 가정의 전기료는 63% 올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턴볼 총리의 “과거 정책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업을 지원하고, 다른 기업은 처벌한 것이 결과적으로 국민 불편으로 돌아왔다” “이젠 정부가 나서 에너지 시장의 승자를 고르지 않겠다”라고 발언한 내용을 인용하며 턴볼 총리가 앨런 핑켈 최고 과학자문관이 건의한 청정에너지 목표(CET)를 채택하지 않고 국가 에너지 보장 정책(NEG)을 채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정책을 “전력 공급원을 가리지 않고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점 호주의 전기료가 급증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호주의 전기료 상승이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건 억측인데요. 호주의 전기료 상승의 주된 원인은 신재생에너지가 아니라 민영화로 인한 과잉투자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호일보 <전력공급 민영화로 시드니 전기세 5년만에 하락?>(10/19 권상진 기자 https://bit.ly/2k6GyFq)에서는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 조사 결과 2007/08년 이래 전기료가 63% 올랐다고 보도하면서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가 16일 공개한 예비 보고서는 전기료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규제와 과잉투자가 야기한 전력망 비용 대폭 증가를 꼽았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한호일보는 지난달 <주요 에너지 생산국 호주전기료는 왜 세계 최고 수준인가?>(10/12 고직순 기자 https://bit.ly/2Blq7s6)에서도 “세계 최대 석탄 및 천연가스 매장국임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에너지 가격은 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편일까?”라는 질문에 “앞날을 대비한 정책 부재와 공급망의 높은 비용 부담이 주요 이유로 지적받는다”고 답했습니다. 한호일보는 “발전소에서 가정, 회사까지 전달되는 배전(transmission and distribution) 관련 비용이 전기세 고지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전봇대와 전선회사의 독과점을 정부가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보기 흉한 전력 공급망이 호주에서는 ‘황금 전봇대와 전선(gold-plating poles and wires)’으로 불린다”라며 호주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을 높은 송전 비용으로 꼽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정부에서도 설명했는데요. 에너지데일리 <"호주 신재생 확대 전기요금 상승… 사실과 달라">(10/19 송병훈 기자 https://bit.ly/2BkQ2QQ)에서는 “19일 모 언론의 ‘전기료 10년새 63% 급등에… 호주, 신재생에너지 정책 포기’ 등 관련 기사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라며 “전기요금이 상승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일부 요인일 수 있지만, 주로 송·배전 비용(network costs) 증가가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라는 산업부 해설을 정리했습니다. 

 

캐나다의 전기요금 상승도 모두 신재생 에너지때문으로 몰아가는 조선일보

한편, 조선일보는 <온타리오의 신재생 비극… 전기료 5배로 폭등, 일자리 7만개 사라져>(10/19 안준호 기자 https://bit.ly/2AfxynK)에서 “2003년 대정전 이후 캐나다 연방정부와 온타리오 주정부는 대대적인 발전․송전시설 개․보수 작업을 벌이는 한편 석탄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천연가스와 수력, 원자력, 신재생에너지로 석탄 발전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는 “하지만 급격한 전환책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민간 연구소인 프레이저 연구소가 17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온타리오 주의 전기요금은 2008년부터 작년까지 71% 올랐다”라며 “2008~2015년 전기요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의 4배, 지역 경제성장률의 4.5배였다”라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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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타리오 전기료 상승을 ‘신재생 비극’이라 보도한 조선일보(10/19)

 

그러나 대한무역진흥공사(이하 KOTRA)의 보고서를 보면 온타리오의 전기료 상승을 단순히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만 판단할 수 없습니다. KOTRA <가 온타리오, 전기요금 인상논란 속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5/18 정지원 캐나다 토론토무역관 https://bit.ly/2AFKLY1)보고서는 온타리오 주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현지 반응을 정리하면서 “진입장벽이 높은 전력산업의 특성상 민영화 과정에서 경쟁 도입에 따른 효율성 증가보다는 독·과점 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이윤 추구 등 비용인상 요인이 더 크게 발생했다는 주장”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산업부는 조선일보의  <온타리오의 신재생 비극… 전기료 5배로 폭등, 일자리 7만개 사라져>에 대해서도 “‘캐나다 온타리오의 전기요금이 지난 14년간 5배로 올랐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온타리오 에너지위원회(OEB)에 따르면, 2005년에 도입된 계시별 요금제(TOU)로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전기요금이 최대 148.6%(Off-peak price 기준) 상승했으며, 이 같은 온타리오주의 전기요금 상승은 신재생에너지 도입 확대 이외에도 전력시장 민영화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온타리오 주의 ‘발전설비 용량’을 언급하며 2015년 기준으로 “원자력발전의 비중이 36%이고 이어 천연가스 28%, 수력 24%, 풍력 10% 등 순서다”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온타리오 주의 전기는 대부분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왔는데요. The Globe and Mail(TGAM)의 <온타리오 주의 전기 요금은 왜 이렇게 올랐을까? 사실을 확인해보자(Why does Ontario’s electricity cost so much? A reality check)>(https://tgam.ca/2ifTet1)에서 2015년 기준으로 온타리오에서 생산된 전력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원자력발전이고, 그 비중은 60%라고 보도했습니다. 그 다음 비중을 차지하는 수력발전은 24%이고, 천연가스 10% 풍력 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TGAM의 보도에선 온타리오 주 전기요금 상승의 원인을 2000년대 이후 지방정부의 정책적 실수로 판단했는데요. 발전 설비를 바꿔가는 과정에서 지방정부는 사기업에게 생산되는 전력량과 상관없이 비용초과의 책임을 20년간 받게 되었고, 지방정부가 필요한 양 이상의 발전시설을 건설한 결과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전기요금 상승은 신재생에너지 때문이 아닌 지방정부의 정책실패였는데도 조선일보는 ‘신재생 비극’이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 탈원전 정책에 대한 조선일보의 반대는 이제 도를 넘어섰습니다. 기존 찬핵 주장을 담은 보도를 넘어서서 수단과 방법을 가지 않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수준까지 와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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