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7년 6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 보도’ 선정 사유 보고서

비정규직 파업에 ‘갈라치기’로 노조 고립 유도한 조선
등록 2017.07.24 21:31
조회 566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7년 6월 ‘이달의 좋은 보도’의 온라인 부문에 뉴스타파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KBS가 한나라당에 줬다”>(6/9 최경영 기자)를 선정되었습니다. 신문과 방송 부문은 ‘6월 좋은 보도’ 선정작이 없습니다. 아래는 ‘이달의 나쁜 신문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7년 6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 보도’ 심사 개요
좋은 신문보도

없음

나쁜 신문보도

비정규직 파업에 ‘갈라치기’로 노조 고립 유도한 조선

매체 : 조선일보, 보도명 :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에 대한 시민․정부 피해 부각 보도

보도 일자 : 6월 15일~7월 1일 기자명 : 김승현․김연주․이기훈․이준우․주형식․정성원․최아리 기자․논설위원실

선정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간사),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간사),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대상

6월 1일부터 30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나쁜 신문보도, 비정규직 파업, 시민․정부 피해만 부각한 조선

선정 배경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가 주도해 열린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을 전후해, 조선일보는 이들이 ‘무고한 시민들과 잘 해보려는 문재인 정부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반면 파업의 배경이 된 불평등과 열악한 노동 환경, 노동자들이 밝힌 파업 이유 등은 철저히 외면했다. 이 같은 보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자연스러운 권리’인 파업의 가치와 의미를 훼손하고, 적법한 쟁의 활동에 나선 노조를 고립시킨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해악이 크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에 대한 시민․정부 피해 부각’ 보도를 2017년 6월 ‘이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했다. 

 
민주노총은 6월 28일부터 7월 8일까지를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가 주도하는 ‘사회적 총파업’ 주간으로 설정하고 이 기간 단위별 행사를 추진하는 한편, 6월 30일에는 ‘사회적 총파업 대회’를 개최했다. 주요 요구사항은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 ‘‘차별적 임금체계 개선과 고용안정’ 등이었다.


그러자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은 곧바로 이들이 ‘무고한 시민들과 문재인 정부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특히 조선일보는 6월 15일부터 총파업 주간의 마지막 날인 7월 8일까지 무려 5건의 사설을 내놓아가며 총파업을 비롯한 민주노총의 투쟁 행위를 비난했다.  

 

 

급식 대란으로 ‘학생․학부모 피해 부각’
이번 파업에 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가 참가한다는 것을 빌미로, 조선일보는 파업 전부터 ‘학생들과 학부모의 불편’을 부각했다. 실제 조선일보는 동아일보와 함께 6개 일간지 중 가장 먼저 지면에 ‘급식대란’ 이슈를 꺼내들었다. <“민노총 총파업 갑니다” 가정통신문 돌린 학교>(6/26 김연주․정성원 기자 https://goo.gl/Tca7zy)에서 조선일보는 파업 참가자들이 “민노총 주최 총파업에 참여하겠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며 합법적 파업을 앞두고 미리 양해를 구하는 행위조차 ‘불편하다’며 문제를 삼았다. 

 

K-006.jpg

△ 총파업 전부터 ‘학생‧학부모’ 피해 부각한 조선(6/26)

 

 

조선일보의 이 같은 ‘급식대란 걱정’은 그 이후에도 꾸준히 반복되었다. <빵으로 끼니 때운 아이들>(6/28 이준우․김승현․최아리 기자 https://goo.gl/vrvcgZ)에서는 “급식이 중단된 학교 학생들은 도시락을 가져오거나 컵라면 등으로 점심을 때웠다. 아이 도시락을 싸느라 연차를 낸 ‘워킹맘(일하는 엄마)’도 있었다” 강조했다. 반면 노동자들의 파업 이유는 지극히 간략하게 전달되었다. 실제 조선일보 위 기사에서 파업 이유를 설명한 구절은 “파업 이유는 정규직 전환과 수당 인상 등이다”가 전부다. 조선일보는 그 다음날에도 6개 일간지 중 유일하게 <급식대란 이틀째… 점심시간 삼겹살 굽고 라면 끓이고>(7/1)라는 사진기사를 내놓으며 ‘급식대란’에 대한  집착을 이어나갔다.

 

 

교통 불편으로 ‘통행자 피해 부각’
언제나처럼 ‘교통마비’와 ‘소음’을 문제 삼는 보도도 적지 않았다. 먼저 22일에는 <24‧30일에도 대규모 도심집회 한다는데…>(6/22 김승현 기자 https://goo.gl/gAUgtj) 등을 통해 “30일 집회는 금요일 퇴근길 차량과 시위대 행진이 엉켜 극심한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고 미리부터 우려를 표했다. 또 총파업 다음날에는 <민노총에 내준 서울 도심>(7/1 주형식․이기훈 기자 https://goo.gl/GHU6mu)을 통해 “퇴근길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시위대가 행진하던 약 3시간 동안 서울 도심에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 일어났다” “소셜미디어 등에는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글이 수천 건 쏟아졌다”는 등의 피해사례를 상세히 전달했다. 반면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전한 부분은 “‘재벌 곳간을 열어 최저 임금 1만원으로 인상’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 부문에서도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는 구절이 전부였다.

 

 

‘노무현 정부 당시 노조’ 들먹이며 ‘문재인 정부 피해 부각’
무엇보다 조선일보는 노조가 노무현 정부 당시부터 ‘정부를 힘들게 했다’는 논리를 펼치며 대중의 정서를 자극하려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정부는 친노동이라는데 민노총은 웬 총파업인가>(7/1 https://goo.gl/GufZd6)에서 민주노총을 “자기들 욕심만 챙기는 사람들”이라 정의했다. “대통령이 ‘1년은 지켜봐 달라’고 간곡히 요청까지 했는데도” “(정부가)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왜 빨리 안 하느냐고 몰아세우고” “노동 단체가 자기들 지지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흔들어대고 있다”는 식이다. 
그리고는 이에 더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권 출범 첫해인 2003년 노조 친화적 태도를 보이다가 화물연대 파업 등을 겪고 나서 ‘대통령직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까지 했다. 노조가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자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자칫하면 14년 전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전부들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니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발언을 내놓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화물연대 파업’에 시달려 노조를 비난하기 위해 한 말이라 보기 어렵다. 노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2003년 5월 21일 5.18행사추진위원회 간부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당시 한총련 등의 잇단 집단행동과 관련해 대화와 타협이라는 갈등 해소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고 있지 않아 답답하다는 일종의 ‘고충 토로’였다.


2003년 당시 조선일보 역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 1주년/대통령의 말말말>(2003/12/18 정우상 기자 https://goo.gl/53uhe3)을 통해 해당 발언이 “5·18 행사 때 한총련 등 대학생들의 시위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 비난이 쏟아지자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한 말”이라 정의했다. 조선일보 홍준호 정치부장은 <동서남북/올가미에 걸린 盧대통령>(2003/5/27 홍준호 정치부장)에서 노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꺼내놓은 그 배경으로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 5·18을 맞아 광주를 방문한 노 대통령을 가로막는 시위”를 한 것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시행에 반대투쟁을 해온 전교조” 등을 꼽았다. 화물연대 파업은 노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이끌어낸 ‘주된 배경’으로 지목되지 않았다. 


그러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 2년/<상> 혼란 속에 보낸 임기 전반기>(2005/2/22 정우상․배성규․신정록기자 https://goo.gl/dumwFM)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초반 ‘혼란상’을 “전교조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반대입장을 밀어붙였고, 화물연대는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2003년 연말에는 핵폐기장 건립을 반대하는 부안군민의 ‘민란 상황’까지 빚어졌다. 국책사업이 곳곳에서 저항에 부딪힌 것”이라 나열한 뒤 그 직후 “‘급기야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는 말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기보다는 파업을 포함한 집권 초반의 혼란이 해당 발언을 이끌어낸 것이라는 일종의 ‘해석’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해석은 이런 2017년에 이르러서는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는 발언은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나온 것’이라는 무리한 주장으로 ‘발전’했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왜곡을 불사해가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조와의 ‘악연’을 강조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지금의 문재인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노조에 의해 똑같이 ‘고통 받고 있다’는 정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말로를 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닌 지지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다. 즉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80%를 전후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이 정권의 안녕을 위해서는 파업에 나선 노조를 비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노조에 대한 부정적 편견 확산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자연스러운 권리’인 파업의 가치와 의미를 훼손하고, 적법한 쟁의 활동에 나선 노조를 고립시킨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해악이 크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에 대한 시민․정부 피해 부각’ 보도를 2017년 6월 ‘이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했다.

 

monitor_20170724_342.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