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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외치던 미 전 장관이 ‘핵무장’을 주장했다고?
등록 2017.12.1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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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에는 시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제보전화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민언련은 제보 내용을 확인한 후 민언련 보고서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언론 개혁을 위해 제보해주신 시민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평화’ 외치던 미 전 장관이 ‘핵무장’을 주장했다고?

제보 내용 조선일보에서 페리 미 전 국방장관이 “한반도 핵 재배치보다 자체 핵무장하는 게 낫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페리 전 장관은 얼마 전 방한했을 때 전술핵 재배치도 반대했던 사람이다.


제보 확인 조선일보는 <페리 전 미 국방장관 “한국에 핵 재배치보다 자체 핵무장하는 게 낫다”>(12/7 조의준 특파원 https://bit.ly/2k9IqJS 현재 삭제됨)에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며 “미국의 전직 고위 외교․안보 관련 인사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조선일보는 페리 전 장관이 워싱턴 DC에서 열린 무기통제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한국 또는 일본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나라들이 독립적인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연합뉴스를 인용하면서 보도했습니다. 

 

조선 핵무장 영자.JPG

△ 오보 지적에도 내용 수정조차 하지 않은 조선일보(12/7)

 

조선일보 지면에 보도된 <페리 전 미 국방장관 “한국에 핵 재배치보다 자체 핵무장하는 게 낫다”>는 물론 영어판인 <한국이 스스로 핵 개발할 수도 있다고 전 미 국방장관이 말했다>(12/7 조의준․김진명 기자 https://bit.ly/2kzvAIN 현재 삭제됨)에서도 “전 미 국방 장관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자체 핵 능력을 가진 것이 ‘선호된다’라고 말했다(A former U.S. defense secretary says it would be "preferable" for South Korea to build its own nuclear capabilities to counter the mounting nuclear threat from North Korea)”라며 페리 전 장관의 발언을 왜곡해 보도했습니다. 


문제점 조선일보가 인용한 이 발언은 오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오역을 최초로 한 곳은 조선일보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먼저 연합뉴스의 문제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이 발언은 연합뉴스 <페리 전 미국방 “북, 실전형 ICBM 보유때까지 시험발사 안멈출 것”>(12/6 이승우 특파원 https://bit.ly/2BLUTuK 현재 수정됨)에서 인용됐습니다. 해당 기사는 페리 전 장관이 “한국 또는 일본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면서 “이들 나라가 독립적인 핵전력을 갖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직 국방부 장관이긴 하지만 미국 내에서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옹호하는 언급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라며 페리 전 장관이 한국의 핵무장을 옹호했다고도 설명했는데요. 이러한 연합뉴스 보도 이후 조선일보를 비롯해 많은 언론사가 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의 오역은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지난 9월 1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통화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I spoke with President Moon of South Korea last night. Asked him how Rocket Man is doing. Long gas lines forming in North Korea. Too bad!”라고 적은 가운데 ‘Long gas line forming’이란 표현을 두고 “긴 가스관이 북한에 형성중이다. 유감이다”라고 해석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Long gas line forming’은 ‘기름을 구하기 위해 주유소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는 의미의 표현인데 이를 가스관으로 오역한 것이었죠. 연합뉴스는 <트럼프 “북한에 긴 가스관 형성중...유감이다”>(9/17 이승우 특파원 https://bit.ly/2f5EbNF 현재 수정됨)는 당시 KBS, 조선일보, 한겨레 등 다양한 매체들이 받아써서 오보를 양산한 바 있죠. 그런데 연합뉴스가 또 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입니다. 


더 부끄러운 것은 이들 기사가 오보임을 밝힌 사람이 당사자인 윌리엄 페리 전 장관이라는 것입니다. 페리 전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12/6 https://bit.ly/2B0UVlr)에서 연합뉴스, 조선일보, 코리아헤럴드의 영어판 기사를 언급하며 “연합뉴스와 조선일보, 코리아헤럴드에 의해 제 시각이 잘못 표현되고 있어 실망입니다” “저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지지하지 않습니다”라며 자신이 직접 발언한 내용과 정확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강조한 내용을 게시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기사 철회를 요청한다고 전했습니다.

 

연합뉴스 오역도 부끄럽지만, 기사 수정 방식 자체도 문제

페리 전 장관의 요청 이후 연합뉴스는 해당 사항을 수정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수정하는 방식조차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 달랐습니다. 


연합뉴스는 영어판 기사 <전 미 국방부 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는데 핵 옵션을 반대한다>(12/6 https://bit.ly/2BL9JBJ)에서는 “알립니다 : 제목과 페리 1~3문단의 페리 장관 발언을 수정했습니다(ATTN: CORRECTS headline, Perry's remarks in paras 1-3)”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때문에 페리 전 장관은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12/7 https://bit.ly/2ka4LHt)에서 연합뉴스의 수정된 영문판 기사를 링크하면서 “연합뉴스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제 코멘트를 자신의 보도에서 수정했습니다. 저는 두 나라의 핵무장을 지지하지 않습니다”라고 다시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한국어로는 ‘수정된 기사’임을 알리는 표시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제목과 기사송고 시간 모두 같은데 내용만 완전히 바뀌어버리고, 심지어 기사 수정시간조차 게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는 엄청난 영향력에 비해서 매우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기사 작성과 편집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연합 수정 전후 1.jpg

△ 페리 전 장관 요청 이후 수정사실 공개 없이 기사를 수정한 연합뉴스(좌 수정전, 우 수정후)

 

오보에도 5일 뒤에야 기사 삭제하고 애매한 반론보도 게재한 조선일보

페리 전 장관이 문제를 지적한 언론사 중 코리아헤럴드는 빠르게 해당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연합뉴스도 당일 영어판으로는 기사를 수정했다고 분명히 밝혔지요. 그러나 조선일보는 문제가 된 7일 당시 수정 및 삭제 조치하지 않았고, 영어판 기사 <한국이 스스로 핵 개발할 수도 있다고 전 미 국방장관이 말했다>(12/7 조의준․김진명 기자 https://bit.ly/2kzvAIN 현재 삭제됨)도 수정 없이 그대로 개제했습니다. 그러던 조선일보가 5일 뒤인 12일에야 한국어판 지면기사와 영어판 기사를 모두 삭제하고 170자의 박스기사 <알려왔습니다/12월 7일자 A6면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보도 관련>(12/12 https://bit.ly/2ygpdv4)를 내놨습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조선일보의 수정 기사입니다. 기사 내용은 이렇습니다. 

 

12월 7일자 A6면에서 본지가 연합뉴스를 인용해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이 “한국에 핵을 재배치하는 것보다 자체 핵무장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페리 전 장관 측은 “‘핵 재배치도 반대하지만, 자체 핵무장보다는 재배치가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페리 전 장관 측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습니다.

△<알려왔습니다/12월 7일자 A6면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보도 관련>(조선일보 12/12 전문)

 

기사 제목은 ‘바로 잡습니다’도 아니고 ‘알려왔습니다’입니다. 사실 관계가 다르면 정정보도의 형태로 정확하게 ‘바로 잡습니다’라고 표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알려왔습니다’라는 것은 반론이 있어서 알려줄 뿐이라는 의미가 더 큽니다. 한마디로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오역을 인정하는 단 한마디의 표현도 없이 마치, 페리 전 장관이 한 말을 뒤집은 것처럼 표현한 것입니다. 기사 본문을 봐서도 연합뉴스를 인용했다고 강조했고, 페리 전 장관이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게 전부입니다. 독자를 무시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조선일보의 행태가 어이없을 뿐입니다. 

 

‘엄중한 한반도 외교 안보’를 말하는 언론, 보도에도 책임지는 모습을

사실 페리 전 장관의 과거 발언을 생각해 봤을 때 ‘핵무장’ 발언은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클린턴 정부 시절 미국 국방장관을 지냈던 페리 전 장관은 본인의 재임기간동안 1차 북핵위기를 겪었는데요. 북한의 체제 인정과 비핵화를 주고받는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의 주안자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미국의 대화파 인사라고 파악되는데요. 한국일보 <페리 “북핵 대응하는 전술핵? 최악의 한 수가 될 것”>(2016/11/14 조태성 기자 https://bit.ly/2y7Zt4a)에선 한반도 핵무장 주장에 대해 “나쁜 아이디어, 정말 나쁘고 나쁜 아이디어(bad idea, really bad bad idea)입니다”라고 단언했다고 전했습니다. 1년 전에만 해도 핵무장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던 사람이 1년 만에 태도를 바꾸었다면 기자는 그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를 판단하고 기사 안에서 근거를 제시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연합뉴스는 그런 근거를 제시하는 대신 “이례적인 일”이라고만 평가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연합뉴스가 오보를 낸 이유가 ‘워싱턴의 대표적인 대화파 인사’도 ‘한반도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의도적으로 왜곡 보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이유입니다.


외교 안보 문제에 있어서 오보는 국가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현재 한반도의 외교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고 말하는 언론사가 자신들의 보도에 대해선 이렇게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건 매우 부적절합니다.
 

 

청와대의 법인세 인상 설명, 보도하는 곳이 없다?

제보 내용 이번 예산안에서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인상했다. 보수언론들이 미국과 일본의 법인세 인하 소식을 전하면서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에서 이와 관련해 ‘법인세 실효세율을 따져 봐야 한다’고 발표했으나 보도하는 언론사가 통신사 2곳뿐이었다.


제보 확인 청와대는 12월 6일 <11:50 청와대입니다>(https://bit.ly/2AXUbO1)에서 고민정 부대변인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팩트체크’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설명했습니다. 고 부대변인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서 한번 짚고 가야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아 여러분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고 부대변인은 OECD 회원국들의 법인세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실효세율로 비교해 보았을 땐 2013년 기준으로 이미 선진국들보다 법인세가 낮은 수준인 것 역시 사실이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각 나라마다 세금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절대적인 수치에 대한 비교보다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또 우리 실정에 맞게 세율이 산정되어야 한다”라고 답했습니다.


민언련이 확인한 결과 고 부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곳은 총 6곳입니다. 통신사 뉴시스 <청 "법인세, 실효세율을 따져봐야··· 한국, 미·영 보다 낮아">(12/6 김태규 기자 https://bit.ly/2AG0HXm)와 뉴스1 <청 "법인세, 실효세율 따지면 한국이 미국·영국보다 낮아">(12/6 서미선 기자 https://bit.ly/2iC94ea)은 관련 보도를 냈고요. 이후 머니투데이 <청 "법인세 우리만 역행? 나라별 계산 달라, 상황 맞는 세율로">(12/6 김성휘 기자 https://bit.ly/2A1xbKg) 서울경제 <청 "한국 기업 실질 세 부담 미, 영 등 보다 낮다">(12/6 민병권 기자 https://bit.ly/2kAdN4g) 고발뉴스 <고민정 “법인세 실효세율, 미·영보다 낮아”…이준구 “<이코노미스트> 수치에 놀라”>(12/6 민일성 기자 https://bit.ly/2BW4UGk) 프라임경제 <사회주의 비판 받은 청, 법인세 논란 설욕 시간차공격 성공할까?>(12/7 임혜현 기자 https://bit.ly/2iGdjFE)에서 청와대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문제점 ‘법인세 인상’은 청와대에서 방송을 통해 설명해야 할 정도로 언론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오죽하면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인터넷 라이브 방송으로 ‘팩트체크’를 내놓은 것인데요. 이것을 언론이 얼마나 보도했느냐를 따지기 전에 우선 청와대의 이런 입장이 나와야 할 정도로 언론이 객관성을 잃고 재계 주장만 내세우는 보도를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중앙일보는 <내년 25% 세율 대기업 77곳서 2조3000억 더 내고 연 소득 3억 이상 9만 명은 세금 1조 추가 부담>(12/5 박진석․심새롬 기자 https://bit.ly/2BLx8Uo)에서 법인세 인상을 비판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미국 등 주요국들이 모두 법인세율 인하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역주행’을 했다가는 기업의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며 미국과 프랑스, 홍콩 등지에서 법인세를 낮춘 결정을 소개했습니다. 조선일보도 <최저임금 인상분 내년에만 세금 3조… 그 후에도 지원 길 열어놔>(12/5 박유연․곽래건 기자 https://bit.ly/2BHNbSZ)에서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한국과 달리 OECD국가들은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다”라며 영국, 프랑스, 일본, 미국이 현재 30%대에서 20%수준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재계 “한국만 법인세 인상 역주행… 답답하다”>(12/6 전수용․안준호 기자 https://bit.ly/2kaBBrI)에서도 “최저임금 올려 인건비는 비싸지고, 규제는 그대로이고, 세금까지 더 물리니 기업하기 더 어려워진다”라는 재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했을 때 언론이 정부 정책만을 앵무새처럼 전해서는 안 됩니다. 비판할 것이 있다면 마땅히 비판해야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언론이 사실관계를 짚지 않고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 특히 재계의 입장만을 과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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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세 인상을 비판하며 재계의 목소리 대변한 조선일보(12/6)

 

그러나 고민정 부대변인의 설명은 공식 대변인 브리핑이나 보도자료 형식으로 제공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같은 날 청와대 <11:50 청와대입니다>에선 조국 민정수석이 출연해 ‘조두순 출소 반대, 주취감경 반대’ 국민청원에 대해 응답했습니다.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인 만큼 조 수석의 발언은 6개 주요 신문사에서 모두 보도했습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고 부대변인의 ‘팩트체크’ 보도량이 적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는 기존의 재계 입장만 내세우던 태도에서 한 치도 달라지지 않는 언론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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