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위원회_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이재용 공판 보도에 관한 모니터 보고서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공판 보도, 왜 이재용을 피해자로 묘사하나
등록 2017.07.19 09:46
조회 415

4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씨와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개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국정농단 사태의 일부로서 대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개 일간지의 관련 보도는 전반적으로 미흡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4월 7일 첫 공판부터 6월 20일 30차 공판까지, 해당 사안을 주요하게 다룬 언론보도를 대상으로 보도 유무를 검토하고, 대표적 문제보도 유형을 정리해 보았다.

 

1. 양적 분석

 

6개 언론사 모두 보도량 전반적으로 적어
4월 7일부터 6월 21일까지 6개 일간지가 지면에서 다룬 공판 보도는 총 40건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공판 일정만을 단순 언급한 경우에는 제외한 것이다. 가장 많은 보도를 내놓은 곳은 13건을 보도한 한겨레였다. 가장 적은 보도를 내놓은 신문은 3건인 경향신문이었다. 한겨레는 9차와 19차 공판 관련 각각 2건, 3건의 기사를 내놓았으며 16차, 17차, 18차, 21차를 다룬 종합 기사를 1건 내놓았다. 이밖에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5건, 조선일보와 한국일보가 각 8건씩 보도했다.(<표1> 참조)


표에서 보도 체크 방식 독립된 기사로 해당 공판의 핵심 내용을 보도했을 경우는 ○으로 산정했고, 하나의 기사로 여러 공판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여 보도했을 경우 △로. 해당 공판의 보도가 없었을 경우는 X로 분류했다. 한 기사 안에서 여러 공판을 언급한 △의 경우, 보도 건수를 셀 때는 1건으로 처리하였다.

 

공판 차수

일자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1차

4월 7일

O

O

O

O

O

O

2차

4월 13일

X

X

O

O

O

O

3차

4월 14일

X

X

O

X

X

O

4차

4월 19일

O

X

O

X

X

O

5차

4월 20일

X

X

X

X

X

X

6차

4월 21일

X

X

X

X

X

O

7차

4월 26일

X

X

O

X

O

X

8차

4월 27일

X

O

O

X

X

X

9차

4월 28일

X

X

X

X

O(2)

X

10차

5월 2일

X

X

X

O

X

X

11차

5월 10일

X

X

X

X

X

X

12차

5월 11일

X

X

X

X

X

X

13차

5월 12일

X

X

X

X

X

X

14차

5월 17일

X

O

O

O

X

X

15차

5월 18일

X

X

X

X

X

X

16차

5월 19일

X

X

X

O

X

17차

5월 24일

X

X

X

X

O(1) △(1)

X

18차

5월 25일

X

X

X

X

X

X

19차

5월 26일

X

O

O

X

O(3)

O

20차

5월 29일

X

X

X

X

X

O

21차

5월 31일

O

X

X

X

O(1) △(1)

X

22차

6월 1일

X

X

O

X

O

X

23차

6월 2일

X

X

X

X

X

X

24차

6월 7일

X

X

X

X

X

X

25차

6월 8일

X

X

X

X

X

X

26차

6월 9일

X

X

X

X

X

O

27차

6월 12일

X

X

X

X

O

X

28차

6월 14일

X

X

X

X

X

X

29차

6월 16일

X

X

X

X

X

X

30차

6월 20일

X

O

X

X

X

X

보도건수

3

5

8

5

13

8

△<표1> 4/7 ~ 6/21 이재용 공판별 6개 일간지 지면 보도 여부 ⓒ 민주언론시민연합
* 표기 방식은 O(독립된 기사로 해당 공판의 핵심 내용을 보도했을 경우), △(하나의 기사로 여러 공판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여 보도했을 경우), X(해당 공판의 보도가 없었을 경우)로 분류했음.

 


2. 내용 분석

 

‘이재용=삼성’? 이재용의 부재가 삼성 위기의 원인인 듯 보도
40건의 이재용 공판 관련 문제 보도는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문제 보도의 유형은 삼성의 경영상 어려움이 이 부회장의 부재 때문이라는 식의 보도이다. 전문경영인이 있는 다국적 대기업의 경영 상황을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 여부와 연관 짓는 것은 지나친 억지이다. 이 부회장은 본인의 혐의에 따라 정해진 사법 절차를 밟고 있을 뿐이다. 이에 ‘희생양’이라는 식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런데도 한국일보는 4차 공판을 다룬 <일주일에 서너 차례 회장님 재판 비상경영 삼성 ‧ 롯데 숨가쁜 나날>(4/20 https://goo.gl/5ByZsb)에서 특검과 삼성 측의 뇌물공여 혐의 적용 관련 공방은 다루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의 경영 상황만을 연관 지어 보도하였다. “‘회사 경영상 중요한 시기인데… 재판 때문에 여유가 없네요’”라는 ‘익명의 기업 관계자’ 발언으로 시작하는 해당 기사는 “(삼성과 롯데) 두 회장 모두 재판에 ‘올인’하는 마당이라 투자, 위기관리 등 대내외적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이 만만치 않다”라는 평가를 덧붙이고 있기도 하다.


한국일보는 또한 <삼성 리더 부재 4개월… M&A‧신규투자 ‘감감’>(6/19 https://goo.gl/r358pU)에서 “총수 없이 항해 중인 삼성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며 “삼성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축이 무너졌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적었다.  


한편 이 기간 중에 동아일보는 <“文정부 재벌개혁에 한국기업 약화 우려” “삼성 리더십 공백, 정치적으로도 해로워”>(6/19 https://goo.gl/32ieXH), 조선일보는 <삼성 新사업 성적표… LED 빨간불, 바이오는 파란불>(5/15 https://goo.gl/FP2UCY) 등의 보도를 통해 삼성의 리더십 부재로 인한 경영 위기를 부각한 기사를 내놓았다.

 

공판 내용보다 공판이 길어졌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가
공판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루지 않고 공판의 진행 시간에만 초점을 맞춘 보도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15시간 강행군… 새벽 1시 끝난 이재용 재판>(5/29 https://goo.gl/rwLkBF)에서 19차 공판이 “무려 15시간 동안 이어졌다”며 “이는 지난해 12월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 재판이 시작된 이후 최장 시간 기록”이라고 보도하며 기사의 대부분을 재판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와 유사 사례를 제시하는데 할애했다. 반면 공판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주식 숫자를 줄여준 배경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의 증인 신문이 길어졌기 때문이다”라는 정도로만 보도하고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도 <국정농단 “마라톤 재판”에 헉헉대는 법원>(5/29 https://goo.gl/RktzFo)에서 19차 공판과 17차 공판이 각각 새벽 1시, 밤 11시에 끝났다고 보도하며 “피고인은 물론 재판부, 검찰(특검), 변호인들까지도 녹초가 된다”고 강조하며, 기사의 대부분을 김기춘 전 실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도 마찬가지로 장시간 재판이 이어진다는 내용으로 채웠다. 오랜 시간 공판이 이어졌다는 것은 특검과 삼성 측의 공방이 치열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사들은 관련 내용보다는 마치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것처럼 공판 시간 기록과 유사 사례를 보도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언론이야? 삼성 변호인단이야? 삼성에게 유리한 내용만 반복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여부는 현재 법적 공방이 치열한 사안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공판 내용을 보도하면서 삼성 측 입장만을 강조하거나 특검을 비판하는 식으로 삼성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사를 작성하였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는 <이재용측 “승계 작업할 이유 없었다” 대가성 부인>(4/8 https://goo.gl/MRXjUX)에서 삼성 측의 주장을 제목으로 선정하고 기사 본문의 대부분을 삼성 측의 주장으로 채웠다. 반면 이 기사에서 특검의 주장은 “‘삼성은 국정 농단 배후에 최순실 씨가 있다는 점을 알고 최 씨와 직접 접촉해 장기간 지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직접적 이익을 얻었다’”의 인용문이 전부일 뿐으로, 이하의 기사 내용은 전부 삼성 측의 주장만을 반복하는데 할애하였다. 심지어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의 판단과 법리 적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목조목 반박했다”며 삼성에 감정 이입한 모양새를 보여줬다.


특검팀이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위증죄로 수사 의뢰한 것을 두고 특검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특검이 증인을 위증죄로 걸자 법조계 “재판나올 사람 입 막나”>(6/7 https://goo.gl/LbubM6)에서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수사기관이 증인을 위증 혐의로 수사 의뢰하는 일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적으며 “법률적으로 가능하다고는 해도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밖에서는 특검 쪽에서 재판에서 밀리니까 무리수를 쓴다고 해석하지 않겠느냐”는 익명의 법조계 인사들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부 시각을 확대 해석하여 특검팀의 수사 의뢰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묘사하고, 특검팀이 재판에서 밀린다는 자의적인 해석을 전달한 셈이다. 


공판 내용은 아예 보도하지 않은 채 삼성에 유리한 이슈만 소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40조 자사주 소각, 오너 지배력 강화 시빗거리 없앤다>(4/28 https://goo.gl/vYLXVB)에서 삼성의 자금 지원은 박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한 것이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경영권 승계를 위함이 아니라는 삼성 측의 주장을 언급한 후 “지주사 전환 백지화와 함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함으로써 이 부회장의 이런 진술은 원군을 얻은 셈이다”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삼성전자 “지주회사, 득보다 실” 전환 백지화>(4/28 https://goo.gl/HXuQZ7)를 통해, 경향신문은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계획 접는다”>(4/28 https://goo.gl/BNkge2)를 통해 삼성의 자사주 소각 관련 내용을 보도하였으나 비슷한 시기에 열린 공판 내용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이들이 보도하지 않은 7차 공판(4/26)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사이의 경제적 공동체 관계 입증, 8차 공판(4/27)에서는 정유라 씨에게 승마지원을 한 주체와 시기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재용 바라기? 한정된 지면을 이재용 묘사에 할애
공판에서 쟁점이 된 사항의 보도는 소홀히 한 채 이 부회장의 외형과 행동, 삼성 직원들의 반응 등 재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을 보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보도는 조선일보의 <“로열석 잡아라” 삼성‧롯데맨 ‘재판 뒷바라지’>(5/1 https://goo.gl/2Kziab)다. 이 보도는 삼성 직원들이 이 부회장의 재판을 방청하기 위하여 아침부터 법정 출입구에 모여 “김밥과 샌드위치, 주스로 아침을 해결”했으며 “방청석 앞쪽 줄에서 속기사처럼 쉴 새 없이 수첩에 재판 내용을 받아 적는다”며 법정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해당 기사에서 언급한 공판은 4월 27일 열렸던 8차 공판으로서 정유라 씨에게 승마지원을 한 주체와 시점이 핵심 논점이었으나 조선일보는 위의 기사뿐만 아니라 당일 자 신문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공판 내용을 보도한 기사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컨디션을 부각하는 구절은 빠지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특검 전형적 정경유착… 삼성 추측만 가득>(4/8 https://goo.gl/gjim4A)에서 공판 내용과 함께 “구속 전보다 다소 수척해진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을 지켜봤다. 흰 셔츠에 회색 정장을 입은 그는 목이 마른 듯 수차례 물을 마시거나 재킷 앞주머니에 넣어둔 립밤을 꺼내 바르기도 했다.”며 마치 소설 속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것처럼 이 부회장의 모습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또한 <이재용 4차 공판까지… 수만쪽 서류증거 공방>(4/20 https://goo.gl/mMCam9)에서도 조선일보는 “첫 공판 때부터 피고인석에 아무 말 없이 정(正)자세로 앉아 있던 이 부회장”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4층엔 이재용 피고인으로 3층엔 매제 김재열 피해자로>(4/8 https://goo.gl/1eVcF4)라는 기사에서 “짧게 다듬은 머리에 회색 정장 차림”, “여유로운 걸음걸이”, “표정이 굳어지고 시선은 아래를 향했다”라며 이 부회장의 모습을 상세히 전했다. 현장감을 주기위해 묘사를 추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공판 관련 기사라면, 또 그것이 한정된 공간에 배치되는 지면 기사라면 이 부회장의 태도나 컨디션 등을 묘사하기 보다는 공판에서 다루어졌던 내용과 그 의미를 해석하여 전달하는데 더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정된 지면을 가십성 보도로 채우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오히려 침해하는 행태다.

 

중요한 내용은 어디에? 핵심은 쏙 빠진 보도
얼핏 공판 내용을 제대로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당일 재판에서 제시된 핵심적인 증거를 ‘빠뜨린’ 기사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2차 공판을 다룬 중앙일보의 <“박 전 대통령, 삼성 승마지원 논란되자 임대한 걸로 하라 지시”>(4/14 https://goo.gl/vyqxui)다. 2차 공판에서는 삼성의 정유라 지원이 대가성과 의도성을 띄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제시되었으나 이 기사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특검팀이 공개한 황성수 (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 전 삼성전자 전무의 진술서에 따르면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의 친분을 내세워’ 삼성 측에 정유라 지원을 요구했다. ‘정유라 아니었으면 삼성은 승마지원 안 했을 것’이라는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진술서도 공개되었다.

 

바람직한 보도는 있었을까?
반대로 재판의 전체적인 흐름 및 핵심 증거를 제대로 전달한 ‘읽어볼만한’ 기사도 있었다. 예를 들어 한겨레의 <주 3회씩 강행군…점점 드러나는 ‘삼성-박근혜’ 부적절 관계>(6/7 https://goo.gl/CK5f4o)는 관련 재판의 핵심 사항인 승마 지원, 공정위 결정, 삼성과 정부의 부적절한 관계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언급하며 재판의 핵심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의 재판 결과를 보도함에 있어서도 한겨레는 <대법 “암묵적 청탁 뒤 돈 오가면 제3자 뇌물수수죄”>(4/27 https://goo.gl/mUPXhm)를 통해 “(정 전 해참총장의 사례와 이 부회장의 사례가) 청탁을 둘러싼 정황과 돈을 건넨 구도 등이 비슷”하다며 관련성을 직접 설명하였다.


경향신문은 21차 공판을 다룬 <문체부 국장 등 지목해 “참 나쁜 사람” “박근혜, 최순실이 했던 말 똑같이 해”>(6/1 https://goo.gl/9G9H3d)에서 언론 대부분이 삼성 측의 입장을 반복하는 것과는 달리 삼성의 정유라 씨 승마지원에 대가성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증언 내용을 보도하였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대중이 공판 내용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언론은 특검팀과 삼성 측 양쪽의 주장과 주요 증언 등 공판의 핵심 내용을 충실히 다루되, 해당 내용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해석을 덧붙여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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