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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조중동 ‘외부세력’ 프레임에 관한 신문 모니터 보고서 (2016.08.12)
등록 2016.08.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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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외부세력 프레임, 이젠 지루하다

-조중동 ‘외부세력’ 프레임에 관한 신문 모니터 보고서

 

 

 

7월 15일, 중앙일보는 <단독/성주군수 “사드 반대하지만 외부 시위꾼 개입 용납 안해”>(2016/7/15, 4면) 보도를 통해 성주에 ‘외부세력’의 개입이 있음을 지적했다. 김향곤 성주군수 인터뷰 기사인 해당 보도는 “외부의 전문적인 시위꾼들이 접촉해왔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성주군수의 “외부 단체가 개입해 ‘콩 놔라 팥 놔라’ 하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소개한 뒤 이를 제목을 통해 부각했다.

 

중앙일보의 이 단독 보도 이후, 성주에 ‘외부세력’이 있다는 주장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통해 확대·재생산됐다. 조선일보는 <성주 사드저지투쟁委 위원장 “15일 폭력사태에 외부인 개입”>(2016/7/18, 1면)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의 성주 방문 당시 달걀·물병을 맞는 등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된 배경에 외부세력이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사드 투쟁위 “총리 감금때 외지인 가세”>(2016/7/18, 1면)에서 ‘외부세력’을 언급했다.


이 같은 외부세력 개입설은 사실상 매우 낯익은 프레임이다. 2011년 갈등이 본격화한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부터 2013년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2014년 세월호 집회, 2016년 성주 사드 반대 시위까지 모두 ‘외부세력’이 개입해서 빚어진 일이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조중동은 끊임없이 ‘순수 주민’, ‘순수 유가족’과 ‘외부세력’을 구분해왔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조중동이 그동안 숱하게 사용해왔던 이 ‘외부세력’ 프레임이 실제 어떤 기사를 통해 어떤 논리로 반복됐는지를 짚어보기로 했다.

 

 

하나. 외부세력은 폭력을 조장하고 문제해결을 방해한다
외부세력의 개입이 평화시위를 폭력적으로 변질시킨다는 주장은 거의 모든 이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이번 성주 사드배치 이슈에서 조선일보는 <시위때마다 등장하던 그들…또 ‘간판’ 바꿔>(2016/7/18, 3면)를 통해 “정부 당국은 지난 15일 경북 성주에서 열린 사드 반대 집회가 ‘총리 감금’ 등 폭력 사태로 변질하는 과정에서 ‘전문 시위꾼들’이 조직적으로 침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외부세력=폭력 시위 조장’ 프레임은 강정마을 사태를 다룬 보도에도 등장한다. 동아일보는 <사설/제주 강정마을 ‘해방구’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2011/8/27, 31면)에서 경찰이 “일부 주민과 외부인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부각했다. 사설은 “이 정도면 강정마을은 시위대가 장악한 해방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강정을 ‘해방구’라고 표현한 건 시위하는 집단을 국가전복세력으로 규정한 것이기도 하다.


세월호 집회에서도 외부세력의 폭력성은 강조됐다. 중앙일보는 <태극기 태우고, 경찰 폭행 … “폭력 시위에 외부세력 개입”>(2015/4/20, 10면) 기사를 통해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는 경찰의 방패를 빼앗아 경찰을 폭행하고, 차벽을 걷어차고 차량을 부수기도 했다”며 시위의 폭력성을 강조한 뒤, “시위를 전문적으로 이끄는 외부 세력이 개입해 폭력시위로 변질된 것”이라는 경찰의 설명을 덧붙여 이 모든 상황이 외부세력 탓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외부세력이 단순히 폭력을 조장할 뿐 아니라 원활한 문제해결 자체를 방해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밀양 송전탑 사태 당시, 동아일보는 <사설/외인부대는 밀양과 울산에서 나가라>(2013/7/29, 31면)를 통해 “현재 밀양에는 노동단체와 환경단체 사람들이 몰려들어 주민들에게 연일 선전전을 펴고 있다”, “이들 외부 세력은 왜곡되고 과장된 정보를 주민들에게 퍼뜨려 갈등 해결을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둘. 외부세력에 의해 집회가 정치투쟁으로 변질됐다
외부세력이 이슈 자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외부세력 지적 보도의 단골 레퍼토리다.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투쟁의 순수성이 사라지고 반정부 투쟁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이슈에서는 조선일보의 <성주 투쟁委 “시위꾼들이 마이크 잡고 선동…주민 뜻 왜곡했다”>(2016/7/18, 3면) 보도가 대표적이다. 해당 보도에서 조선일보는 사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단체들을 향해 “광우병 사태·강정마을 시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좌파 진영 단체들은 이번에도 반(反)정부 시위 등을 개최하며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리는 세월호 관련 보도에서 특히 눈에 띈다. 조선일보 <사설/세월호 유족 도와준다며 오히려 망치는 사람들>(2014/8/22, 35면)이 단적인 예다. 사설은 “세월호 사고를 비통하게 여기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은 한 사람도 없”지만 “세월호 유가족들 주변에 병풍을 치고 있는 세력과 정치인들이 이런 순수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건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세월호 문제는 정치 싸움과 한풀이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외부세력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세월호 집회에 ‘접근’했다는 주장이다.


외부세력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종북 활동’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보도도 적지 않다. 성주에서 열리고 있는 사드 반대 집회에 통합진보당의 뒤를 잇는 민중연합당 인사 상당수가 참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실제 조선일보는 <사설/예상대로 성주에 외부 시위꾼 끼어들었다>(7/18, 35면)에서 “총리와 국방장관이 계란과 물병을 맞고 버스에서 6시간 넘게 감금당할 때 군중 속에 민중연합당 조직원 등이 끼어 있었다”고 지적한 뒤 “북의 뜻을 그대로 따라 하는 집단들이 그냥 있을 리가 없다”, “이들은 지역 농민회를 통해 성주 주민 측과도 접촉을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민중연합당과 북한의 연관성을 부각하며, 종북몰이를 통해 사드 반대 시위의 정당성을 훼손하려 한 것이다.


이런 종북몰이 행태는 제주 해군기지 관련 보도에서 더 극심했다. 조선일보는 <종북단체 대거 결집 반전·평화 내걸고 정치투쟁장 만든 후 반미·반정부 외쳐>(2011/7/20, 4면)에서 공안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종북 좌파 세력 활동의 연장”이라고 표현했다. “종북 좌파 성향이 대부분인 122개 단체”가 해군기지 반대 집회에 참여했고 이들이 “강정마을을 정치투쟁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세력 프레임은 연대를 끊으려는 조중동의 계략
소수자들의 ‘연대’를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치부하는 이 같은 조중동의 보도는 외부세력이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 어감을 통해 연대를 ‘순수하지 않은 것’으로 만든다. 이는 연대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태다. 연대는 사회적 소수자·약자들이 자신보다 거대한 존재인 정부 혹은 기업과 맞서 저항을 지속․확산시킬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조중동의 ‘외부세력 프레임’이 이 같은 연대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면서, 투쟁의 주체들조차 ‘정치적으로 순수해야 하며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자기검열’에 시달리게 됐다. 연대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시위의 동력은 저하되고 목소리는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조중동의 ‘외부세력’ 관련 보도의 목적은 명백하다. 국민들 사이의 연대를 차단해 저항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밝힐 자유와 권리를 지닌다. 그런데 언제까지 우리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이런 보도를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정리 : 나경렬(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