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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반대를 위해 사실 생략한 조선일보
등록 2018.11.16 09:56
조회 421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공식 추진한 이후 신문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상파 중간광고는 특혜 완결판’이라는 성명을 신문협회에서 배포한 지난 12일과 다음날인 13일 이틀 동안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지역지 20곳에서 해당 성명을 인용한 기사를 지면에 게재했습니다.

방통위의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추진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곳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운영 중인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 등으로, 이들 신문은 방통위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던 시점부터 반대 기사를 냈습니다.

‘광고’라는 한정된 재원을 신문시장과 방송시장 양쪽에서 지상파와 나눠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들 신문의 거센 반발은 일견 당연해 보일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한국의 많은, 아니 거의 모든 언론들이 그런 모습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론이 자사 이익을 위해 보도라는 공적 기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건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일입니다. 하물며 사실을 생략해 결과적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의 모습은 결코 보여선 안 됩니다. 그러나 중간광고를 앞장서 반대하는 신문들은 결코 보여서는 안 될 그 모습을, 방통위 발표 직후부터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양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지상파 방송매출 ‘증가’ 주장 위한 조선일보의 이상한 기준년도 설정

방통위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공식 추진 입장 발표 다음날, 조선일보는 6면 <미·일·영 등 대부분 국가선 공영방송은 중간광고 안 해>(11/10 신동흔 기자 이해인 기자 https://bit.ly/2B7UMfh)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 중 한 가지는 사실일지언정 진실은 아닙니다. 조선일보 보도를 보겠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매출 감소를 이유로 중간광고를 요구하고 있지만, 전체 방송 매출은 지난 2011년 3조 9145억 원에서 2016년 3조 9987억 원으로 오히려 842억 원 증가했다. VOD(주문형 비디오) 판매와 재송신료 수입 등이 지속적으로 늘어온 때문이다. 지상파 중간광고가 허용될 경우 지상파 3사는 연간 1000억 원대 광고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

 

 

방송사업매출

전년 대비 증감액

2011년 - 당해년도 증감액

2010년-당해년도 증감액

2008년

3조 3,971원

 

 

 

2009년

3조 2,564원

- 1,407억

 

 

2010년

3조 6,497원

+ 3,933억

 

 

2011년

3조 9,145억

+ 2,648억

 

 

2012년

3조 9,572억

+ 427억

 

 

2013년

3조 8,963원

- 609억

 

 

2014년

4조 0,049원

+ 1,086억

 

 

2015년

4조 1,007원

+ 958억

 

 

2016년

3조 9,987억

- 1,020억

+ 842억(조선일보 제시)

+ 3,490억

2017년

3조 6,837억

- 3,150억

- 2,308억

+ 340억

△ 지상파 방송사업매출 증감 추이 (출처 방통위 <2017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조선일보가 언급한 지상파 방송 매출액은 방통위에서 발간한 ‘2017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https://bit.ly/2Fys8rU)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숨긴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지상파의 방송 매출이 2011년에서 2016년에 842억 원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7년 지상파의 방송 매출(3조 6837억 원)과 대비하면 도리어 2308억 원 줄었기 때문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7년 공표집의 ‘매체별 방송사업매출 현황’에는 위의 표에서처럼 2008년부터 2017년까지의 매출액이 적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그 12년간의 매출액 중 왜 하필 2011년에서 2016년의 방송매출액을 비교해 842억 매출이 늘었다고 했을까요.

 

조선일보가 제시한 수치 적극 홍보하며 우려먹는 신문협회

그 답은 조선일보 기사 안에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 매출 감소로 중간광고를 요구하고 있지만 전체 방송 매출은 증가했다’는 주장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2017년 지상파 방송 매출을 생략한 것입니다. 물론 2016년과 2010년 매출을 비교하면 3,490억 원이나 이익이 났기 때문에 2010년과 비교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양심적이라고 말해야 할까요?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조선일보의 이 같은 행태가 신문협회 성명을 통해 종편의 대주주인 신문들은 물론 신문협회 성명을 인용한 다른 신문들에 의해 반복됐다는 사실입니다.

중앙일보는 <“방통위,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특혜 정책의 완결판”>(11/16 노진호 기자https://bit.ly/2DGKUeX)에서 조선일보와 같은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지상파는 지난 20여년 동안 중간광고 도입을 주장하며 시청 환경 변화에 따른 광고 매출 감소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 때마다 시청권 침해, 지상파 상업화, 높은 반대 여론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신문협회는 “지난 수년간 광고 매출 감소를 들어 중간광고를 요구해온 것은 낯 뜨거울 처사”라며 “더욱이 총매출이 감소한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상파 광고매출은 지난 2011년 2조3754억원에서 2016년 1조6228억원으로 7526억원 감소했으나 자회사 포함 전체 매출은 3조9145억원에서 3조9987억원으로 842억원 증가했다.

 

동아일보 <신문협회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철회하라”>(11/13 신규진 기자 https://bit.ly/2FndALV)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한국신문협회는 “지상파에 대한 특혜성 조치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의 질과 시청률 등이 과거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광고매출은 감소했으나 총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했다. ‘2017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매출은 2011년 2조 3754억 원에서 2016년 1조 6228억 원으로 줄었으나, 자회사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 전체 매출은 같은 기간 3조 9145억 원에서 3조 9987억 원으로 증가했다.

 

조선일보가 앞장서 ‘지상파 중간광고 반대’라는 주장을 위해 사실의 일부를 생략하고, 신문협회가 이를 받아 회원사인 신문들로 확산되는 모양새를 보인 것입니다.

 

조선일보, 이번이 처음 아니다

광고 문제로 조선일보가 이처럼 사실을 생략해 진실을 왜곡하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방통위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논의하던 시기였던 2015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SIDI)은 ‘지상파 TV 방송광고 편서규제 변화로 인한 방송광고비 변동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날 조선일보는 <방통위, 비지상파 피해 알고도 광고총량제 강행>(2015/1/31 신동흔 기자 https://bit.ly/2QHcwnm)에서 해당 보고서를 인용 게재했는데 그 내용은 이랬습니다.

 

국내 광고주의 81.7%가 지상파 광고비에 충당하기 위해 다른 매체에 집행하던 광고비를 줄일 의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을 더 늘리겠다는 광고주는 18.3%에 불과했다. 이는 지상파 방송광고 총량제로 전체 방송광고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그러나 KISDI 보고서에 담긴 조사 결과는 이와 달랐습니다. 당시 KISDI는 국내 400대 광고주 중 지상파 방송광고 집행 실적이 있는 281개사의 광고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135개사로부터 응답을 받은 결과를 보고서에 적었는데, 이에 따르면 19%에 해당하는 26개사만이 광고총량제 도입 시 지상파 TV 광고비 지출 규모를 늘리겠다고 답했습니다. 76%(102개사)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5%(7개사)는 오히려 광고비 지출 규모를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증액 의사를 밝힌’ 응답자, 즉 19%를 상대로 광고비 조정규모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이 가운데 81.7%가 여타 매체의 광고비 지출 규모를 조정해 지상파 광고를 늘리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증액 의사를 밝힌 광고주’라는 표현을 생략함으로써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에도 광고를 늘리지 않겠다고 밝힌 76% 광고주의 의사를 없는 사실로 만든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날만이 아닌 그해 2월 14일자 신문과 3월 2일자 신문에서도 사실의 일부를 생략해 통계를 왜곡한 보도를 반복했습니다. 재밌는 건 당시 조선일보 보도 이후 중앙일보 <‘광고총량제 저지 위해 행동 나설 것’>(2015/3/2), 동아일보 <방통위는 지상파 특혜 주는 광고총량제에서 손 떼라>(2015/3/4), 세계일보 <신문협 “광고총량제는 지상파 특혜 정책”>(2015/3/3))도 조선일보와 똑같이 KISDI 보고서 속 통계를 왜곡한 기사를 냈다는 점입니다.

결국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세계일보는 그해 4월 언론중재위를 거쳐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정정보도를 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조선일보를 선두로 신문들은 객관적이어야 할 보도를 주장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의 사실만 전하는 조선일보의 못된 왜곡 버릇

조선일보를 비롯한 신문들이 중간광고와 관련해 전하지 않은 사실은 더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방만’ ‘도덕적 해이’ ‘정권 홍보’ 지상파 TV 중간광고까지>(11/12 https://bit.ly/2qNlunJ)에서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지상파 3사는 연간 1000억 원대 광고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신문협회에서 발주한 보고서 내용으로, 지난 10월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방통위 의뢰로 KISDI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간광고 허용 시 지상파의 추가 광고 매출은 305억~869억 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또한 조선일보는 위에서 언급한 <미·일·영 등 대부분 국가선 공영방송은 중간광고 안 해>(11/10 신동흔 기자 이해인 기자 https://bit.ly/2B7UMfh)에서 “미국·일본·호주·영국·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에선 공영방송의 중간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공영방송은 광고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 공영방송사들은 KBS1을 제외하면 KBS2와 MBC가 모두 광고를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EBS도 수신료보다 광고의 비중이 더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수신료를 받는 한국의 공영방송(KBS와 EBS)이 수신료를 받는 다른 해외 공영방송에 비해 재원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사실이나, MBC의 경우 아예 수신료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생략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방만한 지상파에 중간광고까지 허용>(11/10 신동흔 기자 이해인 기자 https://bit.ly/2DJaRef)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반대하며 “전 정부에서 간접광고 등이 허용된 이후 광고 증가로 인해 오히려 시청권 침해가 걱정되는 상황인데, 여기에 중간광고까지 허용하는 것은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지만, 이런 비판 역시 일부의 사실만을 담고 있습니다.

 

중간광고 부담은 독자·시청자 몫, 언론은 이해 다툼만

지난 정부에서 가상광고와 간접광고가 확대되고 지상파 광고총량제 등이 도입된 배경엔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방통위의 뿌리 깊은 ‘비대칭 규제 특혜’가 있습니다. 지상파와 다를 바 없는 편성을 함에도 불구하고 종편 탄생을 밀어붙이고 육성에 총력을 기울인 지난 두 정권에서 지상파에는 허용하지 않던 중간광고와 광고총량제, 방송발전기금 면제 등의 특혜성 비대칭 규제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이로 인해 방송시장은 더욱 정글로 변했고, 언론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종편의 특혜성 비대칭 규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방통위는 종편의 특혜를 회수하는 대신 시청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의 규제완화 기조를 이어갔고, 결국 지금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까지 온 상황입니다.

아무도 반성하지 않고 있고, 모든 피해는 시청자에게 돌아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현재의 방통위는 전임 방통위에서 마구잡이로 허용한 규제 완화를 바로잡고 개선하기 위한 어떤 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이라는 커다란 갈등의 불씨를 던졌습니다. 신문은 신문대로, 종편은 종편대로, 지상파는 지상파대로 저마다의 손익만을 앞세우면서 이용자인 독자와 시청자에게 단편의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자 유리한 여론 만들기에 골몰하는 사이에서 왜 왜 시청자만 혼동을 겪고, 또 다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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