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아시아경제 ‘한미 균열 심각’ 보도…가짜뉴스 논란
등록 2018.11.27 17:58
조회 1048

지난 26일 아시아경제는 단독 입수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문건’을 토대로 “청와대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불신이 급증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문건에 대해 청와대는 “안보실에서 만든 게 아니다. 내용․형식․서체 모두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JTBC는 해당 문건의 출처가 “가짜 메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JTBC와 청와대의 주장에 따르면,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청와대 문건은 ‘가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건의 양식, 자료를 입수한 경위 모두 허점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청와대가 문건의 출처를 밝혀달라는 요청에도 27일 오후까지 아시아경제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가 진위가 분명하지 않은 문건을 토대로 “한미 균열 심각, 청와대 인정”이라는 기사를 섣부르게 작성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가짜뉴스가 유튜브나 SNS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아경제의 단독보도, 근거는 출처가 확인 안된 청와대 문서

문제가 된 아시아경제 보도는 <단독/한미동맹 균열 심각…청의 실토>(11/26 노태영 기자)입니다. 이 보도는 청와대 내부에서 한미 간의 균열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외적으로는 한미 공조 우려를 차단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청와대는 지금껏 ‘한미 관계 이상 없다’ ‘남북 군사 합의는 사전에 충분히 논의 됐다’고 주장해 왔는데, 모두 거짓말이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리드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청와대가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정체 국면에서 지난 수개월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불신이 급증하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북핵 협상을 두고 미국과 북한이 절충점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협상의 장기화를 내다봤다. 한미 간 사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진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해서도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는 “종전선언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한미 간 이견이 없다”던 청와대의 기존 입장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청와대는 ‘(미국이) 문재인 정부가 시간이 갈수록 참여정부 2.0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1.jpg

∆ 아시아경제가 청와대 안보실 문건이라고 보도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11/26)

 

아시아경제가 이런 보도를 내면서 제시한 근거는 “26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 보고서”입니다. 그러나 아시아경제도 이 보고서가 청와대가 작성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같은 기사 다른 문장에서는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이라고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첫 번째 보도 이후 30분 이후에 업로드한 아시아경제 <단독/이상무 외치던 청, 한반도 비핵화 주변국 동상이몽 진단>(11/26 노태영 기자)에서는 청와대로부터 들은 답변도 담았습니다. 청와대 측이 “청와대 관계자에게 (문건의) 진위 여부를 물었지만 ‘문건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설명했다”라고 보도한 것인데요.

그렇다면 아시아경제는 이 문서가 ‘가짜’일지 모른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보도를 자제했어야 합니다. 단독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시간을 지체해서라도 청와대에 해당 문건을 보여준 뒤, 진위 여부가 명확해질 때까지 보도를 미뤘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바탕으로 청와대를 향해 매우 의미심장한 비판을 가한 것이죠.

 

청와대 반론…워터마크도 없는데 청와대 문건?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아시아경제 보도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가 문서를 만들면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라는 워터마크가 찍히고 마지막에 문서 출력자 이름, 초 단위까지 시간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문서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청와대 안보실 추정 문건’을 보면, ‘워터마크’도 ‘출력자 이름, 시간’도 보이지 않습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문건이라고 보기엔 허술하기가 짝이 없었던 것입니다.

김 대변인은 “이 문서를 보도한 언론사에서 출처를 밝혀달라”면서 “우리도 누가 이런 문서를 만들어 유포했는지 파악 중이며, 가능한 조처를 다 취할 생각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김 대변인은 “안보실 인사 등이 이런 식으로 외부에 글을 쓴 적도 없느냐?”는 물음에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전혀 없다. 안보실은 물론 외곽 기관에서 문서를 만든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JTBC 팩트 체크로 드러난 아시아경제 보도의 문제점

JTBC는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해당 문건의 출처가 가짜 메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JTBC <청와대 안보실 사칭 ‘가짜 메일’ 다량 유포…누가 왜?>(11/26 이서준 기자)에 따르면, 지난 17일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연구원 서 모 씨 명의로 보내진 이메일에 해당 문건과 같은 제목인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 연구원은 “제 계정을, 해킹을 당해서 그 문건을 사람들에게 보냈다고”고 밝혔습니다. 누군가가 서 연구원의 이메일을 해킹해 출처를 알 수 없는 문건을 발송한 것입니다. 청와대도 “사칭한 메일이 유포된 경위와 해킹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2.jpg

∆ JTBC는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청와대 안보실 문건의 출처가 ‘가짜 메일’이라고 보도했다(11/26)

 

청와대 “확인 안하고 보도한 언론사에 책임 물을 것”

27일 청와대는 김의겸 브리핑을통해 ‘사칭 이메일 사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변인은 “국가안보실을 사칭한 가짜 메일이 외교 전문가들에게 발송되고, 결국 언론에 기사화까지 된 사건에 대해 오늘 오전 사이버정보비서관 명의로 경찰청 사이버 수사과에 수사 의뢰서 발송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청와대는 이 사건이 단순 오보 차원을 넘어서 언론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악성이라 판단한다”며 “허위 조작 정보 생산 유포 경위가 대단히 치밀한데다, 내용 또한 한미동맹을 깨뜨리는 반국가적 행태”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끝까지 파헤쳐서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밝혀내겠다”며 “최소한 확인도 거치지 않고 보도한 언론사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아시아경제 11월 26일

 

monitor_20181127_337_아시아경제(최종).hwp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