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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보도에 관한 신문 모니터 보고서(2016.07.15)
등록 2016.07.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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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과 합리성 전혀 없는 조중동의 ‘반기문 띄우기’
- 보수 언론이 아니고 보수 정당의 당보에 가깝다 -

 

 

지난 5월 25일 여권의 강력한 차기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했다. 반 총장 방한을 전후로 형성된 ‘반기문 정국’에서 보수언론은 어떤 보도를 했을까.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반 총장 방한 일자인 5월 25일에서 6월 28일까지의 5개 일간지를 모니터해보았다. 그 결과 조중동 보도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충청+TK 연대론에는 부채질
첫째, 이른바 ‘충청 대망론’의 지나친 부각과 무비판적 보도로 인한 지역주의 조장의 우려가 있었다. ‘충청 대망론’은 그간의 정치역학이 영호남을 중심으로 돌아갔으니 이제 충청권의 차례라는 말, 혹은 어느 지역과 어느 지역을 더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소위 ‘선거 전략’을 담고 있다. 실제  국민이 연고에 기반한 비합리적 투표행태를 보인다 하더라도, 언론이 이를 당연한 것인 양 문제의식 없이 받아쓰거나, 거기서 나아가 지역주의를 토대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적절치 않다. 이는 지역주의 투표행위를 정당화하고,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류성룡 마케팅’>(5/27, 3면)에서 “굳이 경북을 방문지로 정한 것은 ‘충청+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한 대선 구상을 보여주는 일정”이라며 “반 총장의 국가 통합 발언은 국난 극복의 지도자 류성룡의 리더십과 정확히 맞물린다”고 썼다. <외교부·忠淸 중심의 ‘반기문 사단’>(5/27, 3면)에서는 여당의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 총장의 지지 그룹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靑 비서실장과 10명 수석 중 TK 6명·충청 3명>(6/9, 8면)에서는 비서진 개편의 배경에 “반 총장을 염두에 둔 이른바 충청·TK 연대론”이 있을 것이라며 정권과 반 총장 사이의 관계성을 지역주의의 측면에서 기술했다.


동아일보는 <JP와 만남… 류성룡 마케팅… 충청-TK 아우른 潘 ‘광폭행보’>(5/30, 4면)에서 반 총장의 김종필 전 총리 면담과 경북지역 방문 일정을 “대권주자를 연상시키는 광폭 행보”라고 평가했다. <칼럼/반기문의 첫 관문>(6/13, 29면)은 박근혜 대통령도 육영수 여사가 충북 출신인 덕에 충청+TK 연대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반 총장이 이 구도를 유지하면서 PK만 잡으면 당선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신 비판에는 침묵 일관
두 번째 문제점은 검증 보도의 의도적 회피 문제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조선일보는 ‘후보검증위원회’를 꾸렸는데, 검증위가 제시한 4대 평가지표는 비전·정책, 역량·리더십, 그간의 공직 수행 성과, 주요 의무 이행 여부였다. 비전·정책이나 역량·리더십은 아직 반 총장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지 않았으니 논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현 시점에서 검증이 가능한 요소는 그간의 공직 수행 성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외신이나 외국 학자들에 의한 반 총장 평가는 대체로 비판적 논조를 띠고 있다. 그런데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이를 의도적으로 함구하거나 최소화했다. 사무총장의 퇴임 직후 정부직 역임 제한을 권고하는 UN 결의안 위반 문제에 대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潘 대선 출마하면 유엔 결의안 위반?>(5/26, 5면)에서 “정치적 의무는 있으나 법적 구속력은 없으며, 직후(immediately)라는 표현의 해석에도 논란이 있다”고 썼다. 중앙일보 역시 <유엔 “반기문 총장, 퇴임 후 공직 제한 결의 알고 있다”>(6/2, 18면)에서 “법적 구속력은 없으며, 금지의 대상이 정부직 제공(offer)과 사무총장의 수락인 만큼 대통령과 같은 선출직은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동아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의문 언급을 짧게 보도한 것 외에 따로 다루지 않았다.

 

한겨레의 <반기문의 정치 행보 유엔본부까지 몸살>(5/28, 5면)에 따르면 “유엔본부의 브리핑장에서 사무총장의 방한 중 처신이 쟁점이 되고 있”으며, <세계가 웃었다, “보이지 않는 총장”의 티 나는 행보에>(6/4, 20면)에 의하면 서방 언론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언론들도 일제히 “국제분쟁과 난민에는 무관심한 반 총장의 대권 행보가 눈꼴사납다는 뜻”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아동인권침해국에 사우디 넣어야” 국제인권단체, 반 총장 비판>(6/10, 14면)을 보면 유엔이 연례 인권 보고서의 블랙리스트에서 아랍연합군을 뺀 조치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들이 반 총장을 성토하고 있다.


경향신문 <“러시아, 국제사회 분쟁 해결 기여” 반기문 연설문에 우크라이나 ‘분노’>(6/18, 6면)는 러시아가 분쟁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반 총장의 연설에 대해 우크라이나 대사가 강력 반발했음을 다뤘다.


그러나 조선·중앙·동아는 ‘최악의 총장’이라는 혹평이 있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지나갔을 뿐, 반 총장의 행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언급 기사가 중앙일보에 딱 하나 있는데, <반기문 옹호한 NYT “사우디와 타협한 총장, 비난 말라”>(6/13, 8면)로 뉴욕타임스가 반 총장을 감싸고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후보 검증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보수 언론들의, 약점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후보자를 도우려는 보도 행태는 객관성 결여의 문제를 떠나 치졸하다는 인상까지 준다.

 

조중동,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야
선거법에는 “선거에 관한 언론기관의 공정 보도 의무”를 강제하고 있지만, 실제 언론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이번 총선 보도만 봐도 조중동의 특정후보 비방은 도를 넘었다. 이러다보니 학계에서는 객관성이 담보된다면 차라리 언론의 특정 후보 지지 보도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보수언론이 주류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 이런 주장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이런 논쟁 이전에, 언론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합리적 지지 사유와 논리구조를 갖춰야 마땅하다.


그러나 반기문 총장 관련 보도는 이런 최소한의 합리성과 객관성조차 갖추지 못했다. 조중동 사설·칼럼의 대부분을 차지한 글들은 ‘정치 문외한’인 반 총장의 성공적 대권 쟁취를 향한 정치적 훈수 내지 조언이었던 반면 반 총장의 어떤 측면이 왜 대통령에 적합한지 따져보는 글은 거의 없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단지 ‘충청 대망론’의 기대주이기 때문이거나 직함 때문이라면 너무 궁색하다. 이는 언론이 사회적 책임성을 던져버리고 스스로 정치 세력화했음을 선언하는 꼴이다. 현재 보수 언론의 보도 행태는 반 총장을 정권 재창출의 측면에서 지지한다고밖에 해석할 길이 없다. ‘충청+TK 재집권’을 주장하는 조중동의 행태는 보수 언론이 아니고 보수 정당의 당보에 가깝다.

 

정리 : 김승민(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