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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와 친박, ‘판박이’라는 조선
2016년 12월 13일
등록 2016.12.13 17:44
조회 402

13일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친박과 친노가 판박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혁신과 통합’이라는 기치를 들었음에도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면서 공직·공천을 주무르고 자기들과 견해가 다른 사람은 배척”하는 풍토가 똑같다는 것이죠. 게다가 공영방송의 공공성 회복 등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말하는 야당을 향해서는 ‘방송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주장했습니다. 물론 이런 주장에 근거는 없습니다. 여당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으니 야당도 함께 끌어내리겠다는 조선일보의 의지가  빛나는 나날입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친박이나 친노나’ 되도 않는 물타기 나선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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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박과 친노가 다를바 없다고 주장한 조선일보(12/13)


새누리당 친박계가 당 쇄신을 추구하겠다며 13일 ‘혁신과 통합을 위한 보수 연합’이란 계파 모임을 발족했습니다. 대통령의 실정을 끝까지 추종하며 기득권과 박근혜 권력 유지에만 힘을 기울여온 친박계가 뻔뻔스럽게도 ‘혁신’과 ‘통합’을 간판으로 내걸고는 ‘당을 나가지 않고, 당권도 놓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셈입니다. 


친박의 이 ‘혁신과 통합’이라는 명칭은 지난 2011년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이해찬 의원, 배우 문성근씨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던 정치조직의 이름과도 같습니다. 당시 ‘혁신과 통합’은 민주주의 후퇴와 부자감세 등 전반적인 역사 퇴행에 맞서 야권통합과 이를 통한 정권창출을 이뤄내자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결국 새누리당 친박계가 단체명 ‘표절’까지 한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 <2016 친박의 구당 모임은 혁신과 통합 2011 친노의 모임과 이름·명분 판박이>(12/13 https://goo.gl/l66fuT)는 새누리당 친박 계파모임과 2011년의 이 모임이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두 단체가 “‘혁신’ ‘통합’이라는 동일한 가치를 앞세웠”고 그러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면서 공직·공천을 주무르고 자기들과 견해가 다른 사람은 배척”했기에 유사하다는 것이지요.

 

이런 주장은 “전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양극단의 계파가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노나 친박이나 일관되게 패권주의 행태를 보였는데 입으로는 통합과 혁신을 외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는 익명의 정치권 관계자 발언으로 재차 ‘요약’됩니다. 


조선일보에서 두 모임의 차이점으로 말한 것은 “5년 전 친노 진영의 ‘혁신과 통합’은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안철수 후보와 통합을 이뤘지만, 친박 판 ‘혁신과 통합’은 시작부터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상황에서, 사태의 주범인 박 대통령을 끝까지 비호하던 세력이 사욕을 채우기 위해 혁신을 운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과거 야권통합 모임과 ‘다를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를 지금의 친박 만큼 욕하고 싶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야당만 비난할 수 있다면! ‘프로 아무말러’ 등극한 조선
조선일보의 억지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야, 방송 길들이기 나서나>(12/13 https://goo.gl/srQ9Cc)에서는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특정 방송사들 운영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방송 길들이기’를 시작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조선일보가 ‘야당의 방송 길들이기 사례’로 꼽은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 12일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 회의에서 YTN 사장이 최순실과 관계있다는 제보가 당에 들어왔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장에 MBC 사장과 YTN 사장 등 방송 관계자들의 증인 채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

 

둘. 여당 일색인 이사 선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야당 소속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 위원회 의원들의 주장.

 

셋. 사회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언론 문제를 언급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11일 성명서 내용.


그런데 이렇게 나열한 ‘사례’가 ‘야당의 언론 길들이기 행보’라는 해석의 근거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고작 나오는 것은 최순실 인사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YTN측이 이미 해명을 했다는 내용 정도인데요. 해명으로 모든 진실이 다 밝혀지지 않는다는 건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사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공영방송이 지속적으로 정권 비호 방송을 지속한 덕에 ‘언론도 공범이다’라는 집회 구호까지 나온 상황에서, ‘방송의 공정성 문제를 짚고 가자’는 주장이 나오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일 겁니다. 


게다가 최근 공개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언론통제 가이드라인’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언론으로서의 양심과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정권의 언론통제 시도에 저항하며 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 회복에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닐까요? 도리어 이런 주장을 대신하고 있는 야권을 향해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고 지적하다니. 뭔가 야권을 비난하고는 싶은데 비난할 ‘건수’가 부족해서 성의 없이 아무 말이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지경입니다. 

 

3. 오늘의 유감 보도 ③ ‘노동개혁’은 건드리지 말라는 중앙일보의 억지  
최근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 결정을 바꾸려 들지 말라’는 메시지가 조중동을 통해 꾸준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정부 힘빠진 틈타…노동개혁 백지화하려는 양대노총>(12/13 https://goo.gl/oKptzz)도 그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7차 촛불집회에서 엉뚱한 구호가 나왔다. 내란을 선동하고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주장하는 목소리였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외면했다”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을까요?


바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맞춰” 노동계가 “정치 투쟁을 통해 노동개혁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런 ‘정치 투쟁’은 ‘촛불민심’과도 동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 중앙일보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의 “노동개혁까지 최순실 사태와 연결하는 것은 정치 투쟁” “노동개혁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게 아니라 고용시장에 대한 노사정의 공감대 속에 수면으로 올라온 것” “이를 폐기하는 것은 민생을 팽개치는 것” 등의 주장을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일보나 권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노동계로부터 끝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노동계와 야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사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안건입니다. 이걸 ‘노사정 공감대 속에 수면으로 올라온 것’이라 말하는 건 완벽한 거짓말이지요. 


게다가 이 사안을 최순실 사태와 연결하게 된 근거 역시 단순히 ‘박근혜 정부가 힘이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성과연봉제와 노동개혁 관련 양대지침 등이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헌납한 대가로 이뤄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노동계에서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반발하는 양대 노총을 향해 ‘정치투쟁’을 한다며 비난을 쏟아내는 대신, 이런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해당 정책과 지침이 정말로 ‘어느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주장인지 검증을 시도했겠죠.  


한상균 위원장과 이석기 의원의 석방과 노동개악, 사드, 위안부 합의, 국정 역사교과서 등의 철폐 주장은 상황이 변하면서 갑자기 튀어나온 목소리가 아닙니다. 그간 정부와 언론이 그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폄훼했을 뿐이죠.

 

게다가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정부의 과거 행적의 합리성과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기도 합니다. ‘이건 건드리지 말라’고 주장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죠.   

 

4. 오늘의 추천 보도 ① 최순실 권력서열, 정호성 녹취·문자로 증명
내내 열리지 않던 회의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곧바로 열렸다면, 그 사람이 청와대로 들어갈 때마다 청와대 비서관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며 ‘맞이할 준비’를 했다면, 그 사람을 단순히 ‘대통령의 코디’ 정도로 볼 수는 없겠죠.

 

그런데 검찰이 확보한 정호성 전 비서관 휴대전화 녹취파일과 문자 등에 이렇게 최씨가 ‘권력서열 1위’였음을 증명할만한 각종 정황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한겨레 단독보도입니다. 최씨 뿐 아니라 ‘공개된 배후’ 노릇에 충실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행적에도 주목해야겠죠. 관련 기사는 <최순실이 이 나라 대통령이었다>(12/13 https://goo.gl/294Gr8)입니다. 

 

5. 오늘의 미보도 ① 고발당한 김기춘․조윤선, 조중동 미보도  
12일 문화예술인들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박영수 특별 검사팀에 고발했습니다. 이를 지면에 보도한 것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였습니다. 조중동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이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김기춘’이라는 이름 석자를 아예 지면에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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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 김기춘·조윤선 고발에 대한 보도 유무(12/13) ⓒ민주언론시민연합

 

6. 오늘의 비교 ① 새누리당 내분
12일 새누리당 비박계가 친박 지도부를 겨냥해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친박 지도부는 퇴진을 거부하고 오히려 대대적인 세 결집에 나섰습니다. 이에 6개 일간지는 입을 모아 친박 지도부를 향해 ‘적반하장’이라 지적했습니다. 13일 김무성 신당 창당 소식을 단독 보도한 동아일보는 ‘동거가 어려우면 딴살림을 차려라’라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친박이나 비박이나 ‘새누리당에 잠시 스쳐가는 사람들일 뿐’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특정 계파가 아닌, 새누리당의 존속에 집중한 모양새죠.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촛불이 꺼질거라는 잘못된 믿음에 기반한 버티기. 대통령과 함께 퇴진해야.”
동아일보 : “친박・비박 동거하기 어렵다면 아예 딴살림을 차리고 선거에서 선택을 받는것도 방법”
조선일보 : “어떤 계파든 새누리당의 오랜 역사 속에서 잠시 거쳐가는 사람들일 뿐. (친박은) 총선도 망치더니 당이 새로 태어날 길도 가로막고 있다”
중앙일보 : “친박의 좀비연대. 촛불민심같은 거대한 불길로 친박을 몰아내야”
한겨레 : “역사의 반동. 헌재 탄핵심판에 영향끼치겠다는 것”
한국일보 : “친박과 비박 모두 민심 외면. 친박은 지금이라도 자숙하고 해체 선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