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북 미사일 도발에 어김없이 등장한 ‘사드 배치’․‘대화 중단’ 요구
등록 2017.07.05 22:42
조회 427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 북한은 조선중앙TV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이 정권안전을 보장한다는 무모한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번 도발 감행에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국방부는 이번 탄도미사일에 대해 사거리는 향상된 것으로 보이나, 이동식발사대(TEL) 기술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보유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북한 ICBM의 개발 성공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5일 일간지들은 일제히 관련 보도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하고, 사설을 통해 북한의 행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 도발 보도마다 반복되었던 문제점들은 이번 관련 보도에서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이러는데 왜 사드 배치를 망설이느냐!’ 
불안감 부추기며 사드 배치 촉구한 동아․조선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시도할 때마다 보수신문들이 내놓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북한이 이러는데도 사드 배치 안할거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이러는데도 대화할 생각이냐’입니다. 


이중 ‘조속한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조한 매체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입니다. 사드는 기본적으로 단ㆍ중거리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일 뿐입니다. 따라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인 ICBM 발사 위험이 불거진 상황에서 ‘사드를 서둘러 배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지요. 그런데도 이 두 매체는 그래도 일단 우기고 보자는 식입니다.


동아일보는 <북은 탄도미사일 백화점, 북은 4종뿐…대응 역부족>(7/5 손효주 기자 https://goo.gl/Ksrxxd)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라인업’은 완성 단계에 이르렀”는데 “반면 우리 군은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 4종만 갖춘 채 ‘탄도미사일 백화점’ 북한에 맞서고 있는 실정”이며 “북한의 다종화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우리 군의 방어무기가 현재로선 패트리엇 미사일(PAC-2)뿐이라는 점도 우려”된다며 불안감을 부추겼습니다. 또 “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운용할 고고도미사일방어무기를 해외에서 구입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익명의 군 관계자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는데요. 이참에 사드배치는 물론이고 또 다른 무기까지 사들이자고 분위기 띄우는 행태입니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시진핑 푸틴 “사드 반대”, 북 ICBM 협박은 안 보이나>(7/5 https://goo.gl/TSRT2d)에서 “사드는 주한 미군을 북의 미사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 무기다. 사드 배치는 한국의 군사 주권 차원의 결정이기도 하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기조를 “한가로운 얘기”라 비난했는데요. 조선일보는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한국은 사드 배치 이상의 조치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당당하게 설명하고 강력한 대북 압박에 함께 나서자고 촉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중앙은 바른정당 ‘사드 배치 압박’ 전달
중앙일보는 <민주당 “벼랑 끝 전술, 북 고립만” 한국당 “낭만적 대북정책 버려라”>(7/5 채윤경 기자 https://goo.gl/nZP5KN)에서 직접적으로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북한 도발을 계기로 사드 체계의 조속한 배치, 대화를 우선하는 대북정책의 전면 수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하며,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사드가 조속한 시간 내에 배치되고, 미군 항공모함 등 전략적 자산이 한반도 주변에 전개돼야 한다”는 주장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한국 ‘사드 무용론 부각’ 경향 ‘전망만 전달’, 한겨레 ‘…’
반면 한국일보는 <“ICBM 고도 높고 탄두 하강 속도 음속 20배… 사드로 요격 불가능”>(7/5 조영빈 기자 https://goo.gl/S3a1uH)에서 적극적으로 ‘사드 무용론’을 부각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 한국일보는 “애당초 사드는 ICBM 요격용 방어체계가 아닌데다 마하 20이상 이상으로 대기권에 진입하는 ICBM을 단ㆍ중거리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인 사드로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사드 배치로 다층방어 시스템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리 군의 그간 설명도 기존의 패트리어트(요격 고도 15~40km) 방어권에 사드 방어권을 더하는 하층 방어 시스템을 확장하는 것이지 중장거리 미사일 요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한국일보는 양욱 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의 “북한 ICBM은 결국 미국을 향할 텐데 남측 하층 방어용 체계인 사드로는 요격할 수 없다”는 발언도 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중러 “사드 반대” 와중에 북 도발… 사드 배치 영향줄까>(7/5 손제민 기자 https://goo.gl/XcN6Ji) 등을 통해 “북한의 4일 ICBM 발사 성공 발표로 사드 논의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며 “미국을 겨냥하는 북한의 ICBM을 사드로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그 자체로 미국은 물론, 한국 내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 전했는데요. 이는 사드 배치를 해야 한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아닌,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향후 한반도 사드 배치 논의에 끼칠 영향을 분석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는 아예 이번 북한 미사일 도발과 사드 배치 문제를 엮어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런데도 북한과 대화를 할 생각이냐!’
조선 ‘문재인 정부, 북에 매달리나’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시도할 때마다 보수신문들이 내놓는 두 번째 반응, ‘북한이 이러는데도 대화할 생각이냐’는 주장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 주로 나왔습니다. 

 

K-004.jpg

△ 조선일보 1면 팔면봉(7/5)


먼저 조선일보는 1면 팔면봉에서는 “북, 새 정부 대화 제의에 ‘뭘 알고 덤벼라’며 ICBM으로 대꾸. 그래도 북에 대한 ‘무한 햇볕’ 계속?”이라는 비아냥을 쏟아냈는데요. ‘무한 햇볕’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과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지난 28일(미국 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진행된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으로, 북한이 미사일과 핵 도발을 멈춘 다음, 최소한 핵 동결은 약속해야 한다는 ‘기준’을 밝힌 바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또 <사설/북 ICBM 선언, 대북 정책 원점서 다시 점검할 때다>(6/5 https://goo.gl/JsTJME)에서는 “대화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문제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통해 북의 핵과 미사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대화 주도권'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큰 성과라 했다. 북이 일절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매달린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북에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는데요. 대화의 선결 조건을 제시하되,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겠다는 기조를 밝힌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조선일보의 주관적 ‘느낌’을 근거로 ‘매달린다’고 폄훼한 셈입니다.   

 

동아 ‘문 정부, 북한에 놀아나지 말고 전술핵 배치하라’ 
동아일보는 한술 더 떠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사설/北 “ICBM 성공”… 격랑의 한반도, 패러다임이 바뀌었다>(6/5 https://goo.gl/Xb6sb6)에서 동아일보는 먼저 “‘(김정은이) 겉으로는 핵과 미사일로 뻥을 치지만…’이라던 문 대통령의 인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화의 문턱을 낮춰 단계별 보상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또다시 북한의 기만에 놀아나는 결과만 낳을 게 뻔한데도 왼뺨을 맞고 오른뺨까지 내놓는 격”이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는 정부를 향해 “세계적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을 강구”하고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핵무장 잠재력 확보 등 대북 억지력과 북한 도발에 대한 철저한 응징·보복 전력 확충 등 새로운 안보 체계” 구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때에 따라 제재와 압박을 하더라도, 북핵문제의 당사자이자 평화통일 환경 조성 의무가 있는 한국은 북한과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아서는 안 됩니다. 제재만을 반복하는 강풍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박근혜 정부가 증명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빌미로 햇볕정책에 대한 비난을 쏟아 내거나 정부의 대북 대화 기조를 조롱하는 행태를 이어나간 셈입니다. 

 

중앙․한국 ‘문 정부, 냉정한 현실 인식 필요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문재인 정부를 향해 ‘대북 정책 재검토’를 요구한 것은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먼저 중앙일보는 <사설/“대화하자”는 문 대통령에 미사일 발사로 답한 김정은>(7/5 https://goo.gl/44oiHH)에서 “이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판단과 대북정책을 새롭게 점검해야 한다. 지난 1일 워싱턴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남북 단일팀 구성 제안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북한의 위협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소원해진 중국과의 공조체제 복원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화’ 이상의 대북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인거죠. 


한국일보는 <사설/엄혹한 안보현실 일깨운 北의 ICBM급 미사일 발사>(7/5 https://goo.gl/pbQ4Rm)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렵게 도출한 ‘압박ㆍ대화 병행’은 북한의 최소한의 호응을 전제해야 가능한 정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핵 동결로 대화 문턱을 낮추고 당근을 아무리 제시해도 북한이 대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냉정한 대북 인식”과 “비상한 안보 경각심” “빈틈없는 대북 군사대비 태세”를 요구했습니다. 

 

경향․한겨레 ‘대화의 끈 놓아서는 안 된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여전히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먼저 경향신문은 <사설/기어코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세계를 향해 도발한 북한>(6/5 https://goo.gl/nTu17E)에서 “당장은 북한의 도발에 상응한 제재와 압박 기조를 피할 수 없지만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이번 사태를 관리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조성의 과정이므로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겨레는 <대화 노력에 찬물 끼얹는 북의 무모한 미사일 발사>(7/5 https://goo.gl/th52a8)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독일 방문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애초 진행하려던 북한 문제에 대한 ‘대화 병행’ 기조 등 기존 입장이 흔들리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때로는 인내하며 돌파구를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대북정책의 숙명이다. 평창겨울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도, 대북 민간교류를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미사일 발사와 관계없이 계속 추진하기 바란다”는 조언을 내놓았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monitor_201706705_292.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