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기사형 광고로 점령된 신문 별지 섹션
등록 2018.01.31 19:07
조회 1017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서울신문에서 이만희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을 인터뷰해서 일방적으로 특정 종교를 홍보하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은 사상과 종교의 자유가 있는 만큼 언론사가 신천지예수교회를 취재․보도․인터뷰할 순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 객관적 시각을 담보한 기사라기보다는 신천지예수교회에 대한 홍보물이라는 인상이 짙었습니다. 


게다가 제보로 알게 된 서울신문 <인터뷰플러스/“6․25 참전 당시 참혹한 체험… 전쟁 종식․평화 정착 이뤄야”>(1/15 서원호 객원기자 https://bit.ly/2mGxMvo)를 모니터해보니 이 기사가 실린 섹션에는 <현장플러스/1984년 창설돼 과천에 본부 둬…12지파 소속 100여개 교회 설립>(1/15 김기웅 객원기자 https://bit.ly/2FNtADa) <서울플러스 탐방 ①/“가족·지인·지역주민 초청해 교회 소개…있는 그대로 모습 가감 없이 보여줘”>(1/15 김기웅 객원기자 https://bit.ly/2DGm2Bh) <서울플러스 탐방 ②/사진으로 읽는 신천지예수교회 봉사활동>(1/15 https://bit.ly/2mDFruM) 등의 신천지 연관 기사가 더 있었습니다. 이런 기사가 담긴 지면은 서울신문 본지가 아니라 <서울플러스 탐방>이라는 소제목을 담은 별지 섹션인데, 이 별지에 담긴 모든 내용이 겉으로는 기사의 모양새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광고였습니다. 이른바 ‘기사형 광고’였던 것입니다. 


‘기사형 광고’는 불법이 아닙니다. 엄연히 광고의 한 기법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광고들이 모두 기사의 외형을 가지고 있기에, 독자들이 홍보 성격을 가진 광고인지 객관적 기사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독자는 권위 있는 신문사가 낸 보도로 착각하여 자칫 잘못된 구매나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분명한 독자에 대한 기만행위이고 사기이며,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이에 민언련은 6개 신문의 본지가 아닌 별지에서 기사를 빙자한 광고가 얼마나 있는지 조사하고, 그 내용에서 문제점은 없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신문사의 별지 섹션에서 기사형 광고가 매우 많고, 기사형 광고에 대한 심의 세칙이 있고, 심의기구도 있지만 실제 규정을 지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별지 섹션 발행 가장 많은 조선일보, ‘애드보터리얼 섹션’ 표기 가장 많은 동아일보

민언련이 모니터하는 6개 신문사의 2018년 1월 1일부터 2018년 1월 20일까지의 별지를 모니터한 결과, 별지 섹션을 발행하고 있는 곳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총 4곳이었습니다. 별지 섹션에는 조중동이 평일에 발행하고 있는 경제 섹션이 포함됐고, 특정 요일에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섹션의 경우 중복해 집계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별지 섹션 수 (경제 섹션 포함,

정기 연재 중복 집계)

0개

23개

30개

26개

9개

0개

별지 섹션 중 ‘기사형광고’가 의심되는 내용이 포함된 섹션 수

0개

8개

9개

11(5)개

3개

0개

‘애드보터리얼 섹션’ 표기된

섹션 수(정기 연재 중복 집계)

0개

7개

5개

4개

0개

0개

△ 각 신문사의 별지 섹션 수 및 애드보터리얼 섹션 수 집계(1/1~20) ⓒ민주언론시민연합

 

현재 각 신문사에서 주 단위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섹션은 동아일보 <Brunch Time>(월~금요일) <화제의 분양현황>(금요일) 조선일보 <조선경제>(월~금요일) <분양리포트>(목요일) <금요섹션 friday>(금요일) <토일섹션 Why?>(토요일) 중앙일보 <BUSINESS>(월~금요일) <분양포커스>(금요일) 한겨레 <esc>(목요일) <책과생각>(금요일) <서울&>(금요일)이 있습니다.


 가장 많은 별지를 발행하고 있는 곳은 조선일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총 30개 섹션을 발행했는데요. 경제 섹션을 제외하더라도 15개 섹션을 발행했습니다. 조선일보에 이어 중앙일보가 26개 섹션, 동아일보가 23개의 섹션을 발행했습니다. 한겨레는 9개의 섹션만 발행했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별지 섹션을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들 별지 가운데 ‘애드보터리얼 섹션(Advertorial Section)’이라 표기된 섹션이 있었습니다. Advertorial Section은 광고를 뜻하는 advertisement와 편집기사를 의미하는 Editorial을 결합한 합성어로 ‘기사형 광고’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애드보터리얼 섹션’이라고 쓴 별지는 언론사가 해당 지면은 협찬을 통한 광고 기사를 배치했음을 분명하게 고지한 섹션입니다. 


같은 기간 애드보터리얼 섹션을 가장 많이 발행한 곳은 동아일보였습니다. 동아일보는 총 7개의 섹션에 애드보터리얼 섹션을 고지했습니다. 조선일보는 5개, 중앙일보는 4개 섹션에 애드보터리얼 섹션임을 고지했습니다. 애드보터리얼 섹션 역시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동아일보 <화제의 분양현황> 조선일보 <분양리포트> 중앙일보<분양포커스>를 중복 집계했습니다.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는 애드보터리얼 섹션임을 고지한 섹션을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민언련이 모니터한 결과 애드보터리얼 섹션이라고 밝히지 않은 섹션이지만, 기사형 광고가 곳곳에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섹션도 있었습니다. 모니터 기간 중 동아일보는 기사형 광고라고 의심되는 내용이 포함된 섹션이 8개, 조선일보는 9개, 중앙일보는 많게는 11개, 적게는 5개 정도로 나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중에서 아래의 동아일보 <헬스동아>,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 조선일보 <메디컬 리포트>는 아무리 봐도 광고형 기사에 가깝습니다. 

 

조중동 별지 광고.jpg

△ Advertorial section 이라는 표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기사형 광고로 의심되는

동아일보 <헬스동아>,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 조선일보 <메디컬 리포트>

 

광고라는 표시는 영문으로 아주 작게, 그마저도 1면에만 표시 

일단 에드버토리얼 섹션이라고 표기한 가장 양호한 지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섹션의 한글 제호에선 <분양 리포트> <여행, 나를 찾아서> <시선집중>등 광고가 아니라 특별한 이슈에 대한 취재를 하는 섹션으로만 보입니다. 아래는 조선, 중앙, 동아의 광고형기사 섹션의 1면인데, 과연 이것이 광고로 느껴지시나요? 

 

조중동 광고지면.jpg

△ Advertorial section이라는 영문을 표기한 신문 광고섹션 

 

분명 광고성 기사라는 표기를 하긴 했지만, 과연 ‘Advertorial section’이라는 영어 문구를 보고 이것이 광고라고 인지하는 독자가 몇 명이나 될 수 있을까요? 그냥 ‘광고’ 또는 ‘기사형 광고’라고 분명히 써주면 될 것을 말입니다. 글자 크기 또한 가관입니다. 신문사들은 한글 제호보다 작은 폰트의 Advertorial section이라는 고지만으로 광고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 고지 역시 해당 섹션의 1면에만 표기했습니다. 2면, 3면, 4면 모두 광고이지만, 이후에 나오는 기사형 광고에는 기사형 광고임을 알리는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당연히 이런 기사들이 온라인 기사로 유통될 때에도 기사 어디에도 이것이 기사형 광고라는 표시는 없습니다. 


특히 몇몇 신문사는 기사형 광고를 포털에까지 송고해 문제가 되었는데요.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이 ‘광고성 기사’를 네이버와 카카오에 전송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부정행위로 판단, 제재 결정을 내렸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당시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지적한 내용은 각 신문사 사이트에선 ‘네이티브 애드’라고 고지한 내용이었습니다. ‘네이티브 애드’라는 황당한 표현도 문제지만, 이런 뜻 모를 신조어 표기마저 없이 이런 기사형 광고가 포털에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입니다.

 

비슷한 ‘브랜드 대상’ 보도, 동아일보는 광고인데 조선일보는 아니다?

한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비슷한 내용을 두고 다른 판단을 했습니다. 상을 소개하는 기사 이외에는 각각 수상 브랜드들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동일한 형식을 보인 지면이 있었는데요. 이걸 동아일보는 ‘애드보터리얼 섹션’으로 표시한 반면 조선일보는 일반 보도 섹션으로 판단했습니다. 

 

조선 동아 브랜드 대상 비교 수정1.jpg

△ 비슷한 내용을 두고 광고 표시를 한 동아일보(위, 1/17)와 하지 않은 조선일보(아래, 1/18)

 

동아일보는 17일 <2018 국가 소비자중심 브랜드 대상>지면을 ‘애드보터리얼 섹션’으로 지정했습니다. 동아일보는 해당 지면에서 <소비자와 통하니 브랜드가치 쑥쑥↑>(1/17 황효진 기자 https://bit.ly/2rvs319)를 포함한 기사형 광고를 통해 자사가 주최하는 ‘국가 소비자중심 브랜드 대상’을 홍보했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18일 <브랜드 대상> 지면에서 <브랜드 가치… 꾸준히 한 길 걸으며 더 빛났다>(1/18 디지틀조선일보 박진희 기자 https://bit.ly/2DYDfGj)를 보도하며 자회사인 디지틀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소비자가 뽑은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 대상’을 홍보했습니다. 

 

광고형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독자 속이는 기자명 게재 

기사형 광고일 때에는 기자명을 기재하면 안되지만, 동아일보 <에듀플러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자명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 <분양리포트>와 중앙일보 <High Collection> <시선집중> 섹션은 ‘객원기자’가 작성하였고, 조선일보 <THE BOUTIQUE>섹션은 ‘The Boutique 기자’가, 동아일보 <르네상스 숙명여대> <화제의 분양현장> <여행, 나를 찾아서> <국가소비자중심 브랜드대상> 조선일보 <인천공항 제2의 개항>섹션은 ‘기자’가 작성했다고 표시됐습니다. 해당 지면들이 영리적 목적으로 판매된 광고지면이라면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광고임을 고지하고 기자 바이라인을 지웠어야 합니다. 

 

기사형 광고, 책임질 수 없다면 광고 고지 명확히 하고 법적 규제 장치 마련해야

기사형 광고로 인한 피해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H쇼핑몰이 기사형 광고를 게재한 뒤, 쇼핑몰에 ‘수많은 언론에서도 극찬한 H쇼핑몰’이라는 배너를 게재했다고 합니다. 배너를 클릭하면 유력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사를 읽을 수 있었기에 소비자들은 유력 언론사를 믿고 이 사이트를 이용했나봅니다. 그러나 H쇼핑몰은 사기를 치려고 만든 가짜업체였고, 해당 기사형 광고 기사 말미에는 ‘본 자료는 해당 업체에서 제공한 비즈니스 정보입니다’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피해자들은 기사형 광고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쇼핑몰 피해자 105명은 총 1억1000만여 원을 사기당했고, H쇼핑몰 운영자가 사기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자 이들은 “허위 광고를 게재했다”며 디지틀 조선일보, 제이큐브인터랙티브 등 언론사 4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합니다. 법원은 “H쇼핑몰의 광고가 기사 형태로 돼 있어 일반 독자들은 보도기사로 오해할 수 있으므로 언론사는 기사형 광고가 진실한지 확인해 게재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3300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기사형 광고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광고용으로 지면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기사의 기법을 활용한 코믹한 광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광고를 기사로 둔갑시키는 행위는 독자를 기만하고 속이는 행위입니다. 법적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이어져선 안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사형 광고가 지켜야 할 규칙을 보다 상세히 규정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기사형 광고의 광고표식(label), 글자크기(typesize), 글자체(typefont), 글자모양(typeface) 등과 같은 제작상의 단서와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디지털 매체에서의 기사형 광고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 온라인상에 제공한다고 합니다. 또한 언론사는 기사형 광고로 얻게 되는 금전적 이익 그 차제보다 실추된 신문매체의 신뢰성이 더 큰 손실이라는 점은 인식해야 합니다. 

 

결정적으로는 기사형 광고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기사형 광고를 심의하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2017년 2월부터 12월까지 1644건의 경고와 1380건의 주의, 34건의 권고 조치를 내려 총 3058건의 위반 건수가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구는 ‘자율심의기구’이기 때문에 법적 규제조치를 시행하지 못하고, 의결사항을 통보하는데 그칩니다. 더 황당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기인 지난 2011년, ‘신문법’이 개정되면서 기사형 광고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 삭제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과태로 조항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기사형 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1일 ~ 2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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