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야당이, 특히 문재인이 ‘너무너무너무’ 싫다는 조선
2016년 11월 24일~25일
등록 2016.11.27 20:59
조회 433

24일과 25일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여전히 야당과 야권 대선주자를 비판하는 사설과 칼럼, 기사를 내놨습니다. 먼저 23일에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언론이 분투하는 사이 정치권은 “‘갑질’은 했지만 본업인 권력 감시에는 실패했다”며 정치혐오를 부추겼습니다. 한겨레의 단독 이후 거의 한달 간 입을 다물고 있다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어서야 지면에 관련 보도를 내놓기 시작한 조선일보가 언론이 분투했다며 자평하는 건 정말 뻔뻔한 일입니다. 게다가 최순실 사태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은 야당 의원들입니다. 야당이 뭘 했냐고 묻기 전에 ‘언론이 뭘 했나’는 질문부터 했으면 좋겠습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언론은 열심히 했는데 정치, 특히 야당이 나빴다? 뻔뻔한 조선

 

K-27.jpg

 


현 시점에서 야당 비판에 가장 앞장서는 건 조선일보입니다. 거의 매일 야당을 비판하는 사설과 칼럼, 기사를 내놓고 있죠. 그러나 그 비난의 이유는 언제나 옹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비난을 위한 비난은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을 희석하는 것일 뿐 아니라,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것입니다. 


특히 조선일보 정우상 정치부 차장의 <데스크칼럼/야당은 뭘 했나>(11/24 https://goo.gl/d3hJfT)는 전형적인 정치혐오 조장 기사입니다. 해당 칼럼에서 정 차장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언론이 분투해 뒤늦게나마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자평한 뒤 “권력을 견제해야 할 정치권과 국회는 무엇 하고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직무 유기다”라 지적했습니다. “언론의 정보 접근권이 1이면 국회는 100 정도 권한을 누”리는데 정치권은 “‘갑질’은 했지만 본업인 권력 감시에는 실패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지적은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촛불 옆에서 정의의 몸통 행세하는 야당은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야당의 유력 정치인은 ‘극우 정치권력과 검찰, 언론, 재벌의 카르텔 중심에 대통령이 있었다’고 말했다”며 곧바로 야당 비판으로 이어집니다.


우선 사실관계를 따져봅시다. 하나. 언론은 정말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분투했을까요? 9월 20일 한겨레가 최순실 씨와 청와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간의 연결고리를 지적한 단독보도를 내놨습니다. 그러나 한겨레가 관련 의혹을 한 달 가까이 홀로 보도하는 사이 조선일보는 내내 '받아쓰기' 혹은 침묵을 유지했습니다. 경향신문이 9월 21일부터 한겨레의 주요 보도를 ‘받고’ 자체 단독 보도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7월 TV조선이 미르재단 모금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첫 단독보도를 내놓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조선일보가 이제와 ‘보수와 진보 언론이 분투했다’며 슬쩍 끼어드는 것은 뻔뻔한 무임승차 아닐까요?


둘. 야당 의원들은 언론이 분투하는 사이 그냥 ‘갑질’만 했을 뿐, 이번 사태를 공론화시키는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을까요? 최순실 씨와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사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한 것도, 최 씨가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공천에 관여했다는 제보를 전달한 것도, 청와대에 ‘이해하기 어려운 용도의 약물’들이 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밝힌 것도 모두 야당 의원. 특히 조선일보가 ‘역할을 못 한다’고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입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무엇을 새롭게 밝혀냈나요? 청와대 감싸기를 하다가 조선일보가 그토록 싫어하는 ‘정치적 셈법’에 따라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닌가요?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 전반을 싸잡아 ‘실패했다’ ‘무임승차다’라고 지적하고, 그중에서도 야당을 특정해 비판의 강도를 높인 의도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조선일보는 국정농단 사태의 ‘올바른 해결’보다는 새누리당, 혹은 새누리당을 이어받은 보수정권의 재창출에 더 집중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언론이 이렇게 늘 잿밥에만 관심이 많으니, 나라꼴이 이런 것이겠죠. 야당이 뭘 했냐고 묻기 전에 ‘언론이 뭘 했나’는 질문부터 했으면 좋겠습니다.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오늘도 문재인 트집잡기 바쁜 조선
야당 비판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조선일보는 야권 대선주자에 대한 비판도 가장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주요 타깃은 당연히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입니다. 탄핵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다고. 거리 세력과 연대한다고.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주겠다고 했다고. 이미 대통령이라도 된 것 같이 행동한다고. 내내 트집잡기 식 비난을 하더니 이번엔 개헌에 반대한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사설/이 희생 치르고도 기형적 권력 구조 못 바꾸나>(11/25 https://goo.gl/8ctErW)에서 조선일보는 문 전 대표가 한 강연에서 “이번 (최순실) 사태를 두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라는 분도 있는데 헌법에 무슨 죄가 있느냐”고 한 것과 관련, 예전엔 “개헌이 필요하지만 다음 정권에서 해야 한다”고 했었고, “평소에도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최순실 사태로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말을 바꾸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개헌 필요성을 얘기하다가 자신이 대통령 될 가능성이 생기면 그때부터 개헌에 반대한다. 선거에 변수가 생기는 것도 싫고 권력도 온전하게 휘두르고 싶기 때문이다”라는 겁니다. “민주당이 개헌 논의를 막기 위해 대통령 탄핵을 서두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는 소문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그러나 사상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라 진단하는 것은 심각한 무리수입니다. 이건 대통령이 그냥 현행 헌법을 지키기만 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사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헌법을 지키지 않은 인물과 이를 알면서도 모른 척 한 주변인들이 문제인거지, 무작정 시스템 탓을 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지적했을 뿐인데, 집권을 할 것 같으니 개헌을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말 그대로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일 뿐입니다. 무엇보다 문 전 대표 등은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이 국정농단 사태의 한복판 속에서 굳이 진행해야 하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조선일보는 그간 개헌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정치권을 넘어선,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속전속결’만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태도일까요? 국민의 이익이 아닌 특정 정당 혹은 정치 세력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눈이 다른 쪽에 쏠려있을 때 개헌을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도 할 말 없을 것 같은데요. 

 

3. 오늘의 추천 보도 ① 삼성 로비 전화만 네 번 받았다는 증언 등장 
검찰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과정에서의 외압과 관련,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소환한 가운데 “지난해 6~7월 삼성물산 불공정 합병 논란 당시 한화그룹의 사령탑인 경영기획실이 주진형 당시 한화증권 사장에게 ‘김승연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가 가깝다’며 합병에 찬성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무려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 본인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관련 기사는 <“‘삼성물산 합병’ 부정적 보고서 내자 사임 압력 받아”>(11/24 https://goo.gl/skaYYY)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4. 오늘의 미보도 ①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공개 판결, 조선만 미보도
2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이 '공개대상'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집필 기준을 공개하는 건 국민의 알권리라는 취지인데요. 25일 이를 지면에 보도하지 않은 것은 조선일보 뿐입니다. 

 

5. 오늘의 비교 ①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 및 김현웅 법무부 장관 사의 표명
지난 21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청와대는 이 사실을 23일에서야 인정했으나 사표는 아직도 수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모아 ‘내부 붕괴를 증명하는 것’이라 풀이했습니다. 다만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사의 표명 자체를 해석하기보다는 사표 수리를 하지 않는 청와대를 비판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내부붕괴를 보여주는 징조. 이제 대통령만 남았다”
동아일보 : “대통령을 방어해준 두 방패 한꺼번에 무너져. 대통령, 법 앞에 똑바로 서야”
조선일보 : “사표, 수리나 반려 않고 시간 끄는 것은 정상 아니다”
중앙일보 : “청와대, 검찰 통제력 상실한 것. 권력 내파 상황 방치하면 비극적 파국 맞게 될지도”
한겨레 : “정권이 안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음을 상징.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현명한 선택하라”
한국일보 : “박 대통령의 버티기 기반이 권력 내부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

 

6. 오늘의 비교 ①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
23일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 결국 체결됐습니다. 이에 동아일보가 협상 체결에 ‘한민구 국방장관의 결기’를 운운하며 극찬한 반면, 조선일보는 오히려 해당 이슈를 거의 기사로 내지 않았습니다.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는 걸까요?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일본과의 군사협력 확대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끝까지 밀실 체결. 일본과의 군사협력 확대 신호탄”
동아일보 :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출과는 무관. 한미동맹 보완재 될 것. 한민구 국방장관 결기 느꼈다”
조선일보 : “안보 이슈로 국면전환 막기 위해 민주당 해임건의안 철회했다”
중앙일보 : “일본은 정보 수집능력 우리보다 우수한 게 현실. 북한 위협 직면했으니 안보만큼은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겨레 : “위안부 합의부터 사드, 군사정보협정 모두 미일동맹의 종속 동맹화 가속화 흐름속에 있다”
한국일보 : “우리의 대북 감시능력을 한 차원 높여줄게 분명하다.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출도 구체적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