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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좌편향 고쳐져서 대만족이라는 조선
2016년 11월 29일
등록 2016.11.29 17:31
조회 437

29일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는데 집중했습니다. 친일 옹호나 독재 옹호가 없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같은 날 다른 매체들의 보도를 통해 대부분 반박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합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6개 일간지 중 유일하게 현대사 집필진에 현대사 전공자가 빠져있다는 지적을 외면했습니다. 대신 ‘집필진 숫자가 늘어났고, 원로학자가 많이 참가했으며 집필진들의 전공이 다양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친일이나 독재와 관련한 기록을 지우거나 미화했을 때 이득을 보는 건 친일 독재에 부역한 존재들뿐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조선일보가 이렇게 애를 쓰는 것이 이해는 됩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국정 역사교과서, 대만족이라는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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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 집필진에 현대사 전공자가 빠져있음을 외면한 채 
집필진 숫자가 늘어났음을 부각한 조선일보(11/29)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해 모두가 ‘박근혜 효도 교과서’라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만, 유독 ‘균형 있는 서술로 좌편향을 벗어났다’고 칭찬을 쏟아낸 매체가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바로 조선일보입니다.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조선일보의 ‘만족감’은 관련 보도 제목만 쭉 봐도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는데요. 1면 보도의 제목부터가 <이승만․박정희 공과 서술 모두 늘었다>입니다. 같은 날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모두 ‘박정희를 위한 박근혜의 교과서’임을 제목에 명시했고, 동아일보조차 <“박정희 공과 서술” “독재 미화”>라며 찬반 양측의 입장을 모두 제목에 담은 것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입니다. 


이후 4면부터 6면에 걸쳐 이어진 조선일보의 국정 역사교과서 찬양 주장은 크게 ①‘식민지 근대화론’이 반영되지 않았으니 ‘친일 옹호’가 아니다. ②이승만 박정희 서술 부분에서 공보다는 과를 자세히 기술됐으니 ‘독재 미화’도 아니다. ③집필진도 기존 검정교과서보다 2~3배 가량 많아졌고, 여러 전공을 지닌 학자들이 포함됐다. ④‘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은 아예 문제가 없다. 라는 주장으로 요약됩니다. 


먼저 ‘친일 옹호’가 아니라는 주장은 사실일까요? <친일인사 행적·실명까지 서술… 일제의 한국 수탈도 강조>(11/29 https://goo.gl/zWXJd2)에서 조선일보는 친일인사의 행적과 실명까지 서술했고, 수탈 역시 강조했음을 부각했는데요. 실제 이번 교과서에서 친일파 기술 부분은 현행 검정교과서 대비 대폭 축소됐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친일파 개개인의 이름과 이들의 개별적인 친일 행적을 구체적으로 서술했던 검정교과서와는 달리 국정교과서에서는 이들을 뭉뚱그려 “징병 권유, 친일 단체 좌담회 적극 참여했다”고 서술하는데 그쳤다는 겁니다. 또한 애초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한 것 자체가 대한민국을 일제 식민지 기간 동안 축적된 역량이 바탕이 돼 건국한 국가로 보는 ‘식민지 근대화론’ 역사관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본 덕에 잘 살았다’는 문장이 없다고 해서 ‘식민지 근대화론’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독재 미화’ ‘박정희 미화’가 아니라는 주장은 사실일까요? <5·16은 군사정변… 박정희 10월 유신은 안보 내건 독재 규정>(11/29 https://goo.gl/E9R8F2)에서 조선일보는 “이승만 건국 기여 부분은 짧고 장기 집권 시도는 자세히 기술”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5·16을 ‘군사정변’으로 명기하고 유신체제와 장기집권 등의 문제점을 상세히 기술한 만큼 공과를 모두 충실히 담았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실제 교과서에는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나 5·16 군사정변 주도 세력이 내세운 ‘혁명공약’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는데다가 새마을운동은 무려 스물 다섯줄에 걸쳐 소개한 반면, 이에 대한 비판이나 지적은 짤막한 서술에 그쳐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과를 모두 다뤘으니 문제 없다’는 주장은 옹색해 보일 뿐입니다.  


집필진 문제에 있어서도 조선일보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검정교과서보다 집필진 2~3배 많아>(11/29 https://goo.gl/v2nI6i)에서 조선일보는 집필진의 숫자가 늘었고, ‘여러 전공을 지닌 학자들이 포함’됐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사 집필진에 현대사 전공자가 빠져있다는 중요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내용은 다른 5개 일간지는 모두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인데 말입니다. 


‘대한민국 수립’ 문제 역시 조선일보는 <사설/좌편향 역사 교육 바꿀 가능성 보여준 새 교과서>(11/29 https://goo.gl/8NCwoi) 등을 통해 “임시정부가 나라를 잉태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수립은 출산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말장난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주장이 우리 역사에서 독립운동을 지우고 친일파 과오를 덮으려는 시도라는 것을 지적하는 이들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만드는 이들로 치부하면서 말입니다. 


어쨌거나 조선일보는 “뚜껑을 열어보니 그동안 검정 교과서들이 깎아내렸던 우리 현대사의 긍정적 부분을 강조하고 그 그늘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서술하려 한 노력이 눈에 띈다”며 국정 역사 교과서를 비판하는 야당 등을 향해서 “교과서 검토본을 제대로 읽어나 보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비아냥댔습니다. “좌편향 역사교육은 최순실 사태와는 별개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뭐, 친일이나 독재와 관련한 기록을 지우거나 미화했을 때 이득을 보는 건 친일 독재에 부역한 존재들뿐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조선일보가 이렇게 애를 쓰는 것이 이해는 됩니다.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철도파업으로 여행 저렴하게 못 갈 대학생들이 안타깝다는 동아
철도 파업이 64일째를 맞은 29일. 동아일보는 파업으로 방학철 인기 여행 상품인 ‘내일로’가 발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은 <두달 넘긴 철도파업 ‘내일로’ 불똥>(11/29 https://goo.gl/dyzhvd) 보도를 내놨습니다. 국내 여행을 준비 중인 대학생들과 이들을 맞으려던 지자체들이 불만을 터드리고 있다는 겁니다.

 

우선 ‘내일로’의 실질적인 경제 효과와 이번 철도 파업이 지키고 있는 공공성의 가치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철도 파업에 대한 동아일보의 좁은 시각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백보 양보해서 동아일보가 대학생들과 지자체의 손해가 진심으로 걱정됐던 것이라면, 국회의 중재마저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정부와 코레일 측의 대응에 책임을 묻는 것이 먼저여야 합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국민의 생활을 볼모로 극한 대치를 이어 가는 철도 노사에 화가 난다”는 대학생 발언을 소개하며 은근슬쩍 노사 양측에 모두 문제가 있는 양 물타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게다가 할인 티켓을 구하지 못할 대학생들의 손실과 이들을 맞이하지 못해 한철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자체의 아픔에는 그리 크게 공감하면서, 왜 합법 파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사측으로부터 징계 위협을 받고 있는 철도 노동자들의 고통에는 그리 무감한지 묻지 않을 수 없네요. 

 

3. 오늘의 추천 보도 ①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어떻게 압수수색을 피했을까? 
경향신문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에 추가 지원금을 냈던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검찰의 롯데그룹 압수수색 첫날 대상에서 빠졌”다고 합니다. 이건 구체적인 압수수색 일정 유출을 의심할만한 정황인데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는 <롯데그룹 계열사 압수수색 첫날 K재단 지원금 낸 6곳은 빠졌다>(11/29 https://goo.gl/UJcR8c)입니다. 


한겨레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결정 과정을 직접 지휘했다는 증언”을 소개했습니다. 실무라인을 제쳐 놓고 청와대가 직접 움직였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련 기사는 <“안종범이 국민연금의 삼성합병 찬성 직접 지휘”>(11/29 https://goo.gl/QMqDdi)입니다. 


이날 한겨레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경질되고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을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증언도 소개했습니다. 관련 기사는 <“문형표, 합병 공로로 국민연금 이사장 취임”>(11/29 https://goo.gl/OTVDta)입니다. 

 

4. 오늘의 추천 보도 ② 세월호 7시간, 또 드러난 거짓말
‘언론의 계속되는 오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 상황의 심각성을 오후 2시50분에야 인지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에 한겨레가 재차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감사원의 ‘청와대에 대한 조사과정 및 내용’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 안보실은 세월호 참사 당일 10시52분부터 11시30분 사이에 박 대통령에게 “미구조 인원들은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했다고 하는데요. 이게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선체 안에 미구조 인원이 잔류했을 가능성을 유선으로 보고받아 놓고 누리집에는 이 내용을 빼놓은 것이 됩니다. 관련 기사는 <‘이것이 팩트’라던 청와대 세월호 거짓말, 감사원도 확인>(11/29 https://goo.gl/5yYVTa)입니다. 

 

5. 오늘의 추천 보도 ③ 지진으로 가동 멈춘 월성원전, 보강작업도 없이 재가동 한다? 
한겨레에 따르면 “경주 지진으로 가동을 멈춘 월성원전 1~4호기에 대해 정부가 압력관 등의 내진 성능을 높인다고 해놓고 실질적인 보강작업 없이 재가동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진 위험이 높은 부지의 원자로 압력관 내진 여유도가 1% 미만인데도 실질적인 보강도 없이 평가방법을 바꿔 내진 성능이 높은 것처럼 해석하는 꼼수를 썼다”는 겁니다. 관련 기사는 <월성원전 압력관 ‘내진 보강’도 않고 재가동 추진>(11/29 https://goo.gl/cQq7xC)입니다. 안전을 그저 행운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당혹스럽습니다.

 

6. 오늘의 비교 ①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및 집필진 명단 공개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과 집필진 명단이 공개됐습니다. 이번 국정교과서는 표면적으로는 균형을 내세우고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박정희 정권의 공을 부각하고 독재를 희석해 ‘박근혜의 효도 교과서’일 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집필진 역시 우파와 관변학자가 대거 들어간 데다가 현대사 집필진에는 정통 역사학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다양성ㆍ객관성ㆍ중립성 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현재 야권과 시민단체, 교원단체, 역사학계 등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이 같은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모두 ‘효도 교과서’라며 즉각 폐기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좌편향을 벗어난 교과서’라는 평가와 함께 검정체제 속에서 함께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친일파 지우고 박정희 찬양. 박근혜표 효도 교과서. 반역사적 폭거”
동아일보 : “대한민국 정통성 확고히 하고 좌편향 벗어났다. 그러나 갈등 막으려면 검정체제 유지해야”
조선일보 : “좌편향 역사 교육 바꿀 가능성 보여준 새 교과서. 검정 교과서 경쟁으로 국민의 선택 받게 하자”
중앙일보 : “상고사·근현대사 기술은 개선. 절차와 내용면에서 국민의 신뢰와 정당성 확보 못해”
한겨레 : “박정희에 바치는 박근혜의 교과서. 독재 합리화하고 친일부분 축소. 즉각 폐기해라”
한국일보 : “박정희 시대를 위한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 하루라도 빨리 폐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