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미국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관련 조·중·동 보도 일일 모니터 브리핑(2008.5.22)
등록 2013.09.23 12:06
조회 471

조·중·동, 중재위 결정에 <PD수첩> 비난 열 올려

.................................................................................................................................................

 

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과 관련해 수구보수신문들의 왜곡보도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 신문들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알권리를 보장하는 데 최소한의 사실보도라도 할 것을 촉구하며 8일부터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미국 쇠고기 개방 관련 보도를 모니터해 일일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1. ‘추가협의’로 ‘검역주권 확보됐다’는 조·중·동

20일 정부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브리핑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과 관련한 한미 양국의 추가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한미 양국의 추가협의 내용은 ‘모든 정부는 GATT 20조와 세계무역기구 위생 및 검역 협정에 따라 건강·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의 서한을 통해 인정받은 것과 미국에서 소비되는 쇠고기에서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로 포함되었던 부위가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에서는 제외되었던 부분에 대해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추가협의를 통해 ‘검역주권’이 확보되었다고 했지만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안전성에 대해 우려해왔던 시민사회와 국민들은 ‘실효성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추가협의 내용 발표 전까지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즉각 수입중단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발표된 내용은 달랐다. 정부는 슈워브 대표가 보내온 서한에 대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한국 측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듯 ‘광우병 발생’이 전제조건이 아니라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이 전제조건인 것이다. ‘국민 건강 위협’이라는 점을 우리 정부가 입증해야 될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협정문과 농림부 장관 고시 내용에는 전혀 손대지 않고 원론적인 내용을 담은 ‘서한’ 형식으로 대체함으로써 차후 실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수입중단을 할 경우 무역분쟁의 여지를 여전히 안고 있는 기만책에 불과하다. 이 정도 협의를 두고 ‘이제 검역주권이 보장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또한 미국 내수용 쇠고기에 비해 SRM 부위가 많이 포함됐던 한국 수출용 쇠고기에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내용으로 철면피가 아니고서야 ‘추가로 얻어냈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정도 내용조차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못 이겨 ‘추가협의’를 통해서야 간신히 합의함으로써, 정부가 그동안 미 쇠고기 수입 협상을 얼마나 엉터리로 진행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더구나 미국의 동물성 사료금지조치가 이전보다 완화되었음에도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여전히 수입되는 점, 광우병 위험물질이 여전히 포함된 점, 선진회수육 등이 수입되는 점 등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 수많은 수입조건들은 그대로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추가협의’는 국민들의 불안을 조금도 누그러뜨릴 수 없다.
하지만 수구보수신문들은 ‘이제 검역주권이 확보됐다’는 식으로 또 다시 국민들을 호도했다.

 


동아일보는 1면 <한미 ‘쇠고기 검역주권’ 문서로 확인>과 4면 <미, GATT 20조 따른 수입중단 권리 인정> 등에서 “한국 측의 ‘검역주권’이 서한을 통해 명문화되고, 미국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로 규정된 6개 부위의 수입이 추가로 금지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한 고비를 넘겼다”며 “이번 조치에 따라 검역주권에 대한 논란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사설 <쇠고기 때문에 FTA 안하겠다는 건 비겁하다>에서 “검역주권을 확보했고, 미국의 국내 규정과 동일하게 SRM 수입 금지 대상을 확대한 것은 상당한 수준의 보완책”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4면 <‘광우병 불안’ 일으킨 수입조건 없애>에서 “한미 양국이 20일 합의한 추가 협의 결과는 그동안 ‘광우병 불안’의 진앙이 돼온 두 개의 수입조건을 사실상 무효화한 것”이라고 보도했고, 사설 <한미 FTA 앞에서 고개 파묻으면 지도자 자격 없다>에서 “한미 양국이 ‘광우병 발생시 즉각 수입중단’을 명문화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재협상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6면 <쇠고기 검역주권 레터로 보장…기존 합의보다 높은 효력>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우리나라의 검역주권이 양국 장관의 서명이 담긴 외교문서로 명문화됐다”며 “이번 추가 협의로 정부는 그간 논란이 됐던 부위를 수입금지품목으로 명시하고, 국제수역사무국 기준 말고도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근거를 명문화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보도했다. 또 “서명이 담긴 레터는 외교 관행상 ‘성명(statement)’보다 높은 수준의 문서로, 법적 효력을 지닌다”고 ‘추가협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2. 언론중재위 결정에 기다렸다는 듯 <PD수첩> 비난

지난 4월 29일 방송된 MBC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조정’ 신청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가 직권중재를 결정했다. 언론중재위의 결정은 ‘주저앉은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영상과 관련하여 그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가 없다’,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던 아레사 빈슨 씨의 사망 원인이 인간 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중간 발표 되었다’ 등의 내용을 <PD수첩>이 자막과 함께 보도하도록 해 사실상 농림부의 ‘정정보도’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언론중재위가 ‘정정’할 것을 요구한 내용은 5월 13일 방송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2편에서 이미 방송되었다. 지난 방송 말미에 <PD수첩> 제작진들은 “일어서지 못하는 소를 일부 사람들은 전부 다 광우병에 걸린 소로 오해하는 것 같다”며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꼭 광우병 뿐만 아니라 대사장애, 골절, 상처, 질병으로 인한 상처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다”고 방송했다. 또 아레사 빈슨 씨의 사망원인에 대해서도 “아레사 빈슨 사망원인과 관련해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며 “5월 5일 미국 농림부는 ‘아레사 빈슨 씨의 사망원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고 방송했다.
<PD수첩>이 이런 내용을 2편에서 방송한 이유는 1편에서 프로그램 진행자가 ‘주저앉는 소’에 대해 “아까 광우병에 걸린 소 도축되기 전 그런 모습도 충격적”이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발언에 대해 제작진은 생방송의 특성상 나온 ‘실수’라고 해명했다. 더구나 전체 방송을 살펴볼 때 <PD수첩>이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에 걸린 소’로 단정지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실수’에 대해 합리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어 언론중재위의 결정이 있기 전에 제작진이 자체적으로 보완했다. 얼마든지 자정기능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굳이 언론중재위가 이런 내용의 직권 중재를 할 이유가 없었다.
언론중재위가 사실상 ‘반론보도’ 할 것을 결정한 내용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언론중재위는 “농림부가 2007년 6, 7월에 두 개팀 8명이 미국 현지 도축장 등에서 도축시스템을 점검하였다고 밝혀왔다”는 내용을 보도할 것을 주문했는데, <PD수첩> 방송에서 이와 상충되는 내용이 방송되지 않아 ‘무엇에 대한 반론’인지 납득할 수 없다. 그럼에도 언론중재위가 이 같은 결정은 내린 것은 ‘농림부가 제대로 일을 했다’는 것을 <PD수첩> 방송에서 ‘국민에게 알려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협상 전 과정에 걸쳐 농림부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미 온 국민이 알게 된 사실인데, 이를 반론이라고 보도하라니 언론중재위는 누구를 위해 ‘중재’를 하는 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PD수첩>에 대해 정부가 ‘정정 및 반론보도’를 청구하고 ‘민형사상 소송’까지 거론하는 이유는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통째로 내준 협상의 잘못을 덮고, 국민들의 거대한 분노가 ‘잘못된 방송탓’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함이다. 이런 정부의 의도를 삼척동자도 아는 상황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잘못된 협상을 한 정부를 비판한 ‘언론다운 언론’에 대해 언론중재위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사실상 정부의 언론탄압에 구실을 만들어준 것과 마찬가지다. 이른바 ‘비판언론’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노골화되어가는 시점에 언론중재위까지 정부의 장단에 맞춰 부화뇌동하는 것은 아닌지 더욱 우려스럽다.
하지만 수구보수신문들은 <PD수첩>에 대한 언론중재위의 직권중재결정을 계기로 일제히 사설을 동원해 이미 철지난 ‘방송탓’을 다시 한 번 제기하며 ‘공영방송 흠집내기’, ‘PD저널리즘 비난’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사설 <PD저널리즘의 무책임성 보여준 PD수첩>에서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한 달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괴담의 진원지나 다름없다”며 다시 ‘방송탓’을 Rm집어내 “MBC와 PD수첩 제작진은 오류와 과장이 명백하게 드러난 만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방송사 PD들이 제작하는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최근에는 의도된 결론에 꿰맞추는 듯한 보도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결론을 정해 놓고 ‘팩트’를 짜깁기한 보도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이른바 ‘PD저널리즘’에 대해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내부 검증시스템이 취약한 것도 문제”라며 “기자들의 경우 여러 단계에서 검증 과정을 거치지만 PD저널리즘은 PD 1, 2명과 작가 1~3명으로 이루어진 팀 안에서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폄훼했다.
동아일보의 이같은 주장은 방송사 PD들이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이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을 때마다 단골처럼 제기된 것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방송국 PD들이 보도의 영역에 진입한 PD저널리즘은 한 가지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취재 방식으로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같은 특종을 터뜨려 때론 호평을 받았다”고 했지만, <PD수첩>이 처음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의 문제를 지적하고 애국주의에 사로잡힌 여론에 의해 ‘마녀사냥’을 당할 당시, 광기어린 여론에 올라타 ‘PD저널리즘’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다름 아닌 동아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신문이었다.

 

조선일보는 사설 <MBC ‘PD수첩’, 온 나라에 불지르고 시침 떼선 안 돼>에서 언론중재위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국민 공포를 불러일으켜 전국적 시위의 도화선을 만들었던 MBC ‘PD수첩’ 내용의 핵심 두 가지가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MBC에 대해 이를 시청자에게 알리는 보도문을 내보내도록 결정했다”며 “전국의 거리에 쏟아져 나와 촛불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PD수첩’의 그 화면들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이제 보니 MBC ‘PD수첩’의 그 핵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라고 <PD수첩>을 비난했다.
<PD수첩>의 ‘핵심내용’은 미국의 도축·검역 시스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와 정부의 쇠고기 협상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었다. 언론중재위의 직권중재를 받아들인다해도 <PD수첩> 전체 방송 내용에 있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핵심내용’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국민들이 <PD수첩>의 ‘사실과 다른 방송내용’ 때문에 거리로 나온 것인양 호도하며 “MBC는 시인할 건 시인하고 사과할 건 사과할 줄 아는 언론의 기초상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또한 사설 <공영방송이라면 사회적 책임도 져야>에서 “엄청난 국가적·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한 광우병 괴담 사태의 출발점이 바로 PD수첩 보도”라며 ‘방송탓’을 제기했다. 또 “공영방송이라면 정정 보도는 최소한의 도덕적 책무”라며 “정국을 혼란에 빠뜨린 잘못을 저지르고 여기에 더해 오보를 시정하라는 언론중재위의 결정까지 무시한다면 무엇을 근거로 공영방송 운운할 것인가”라고 MBC를 비난했다.



3. 여전히 거짓말하는 조선일보
 

한편 조선일보는 4면 <현장에서 본 미 쇠고기 도축·유통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체감도는 한국과 미국이 크게 다르다”며 “미국 소비자들 중에서 광우병을 걱정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소는 야생 목장에서 방목하면서 키운 뒤 도축 4개월 전부터 옥수수·콩 등을 먹여서 집중 사육한다. 1997년 이후에는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 중간제목으로 “1997년 이후 동물성사료 안먹여”를 붙였다. 명백한 거짓보도다. 그렇다면 미국이 풀 등 식물성사료만으로 소를 키운단 말인가.
10여일 전 미국 FDA가 관보에 실은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가 2005년 입안예고안보다 후퇴되었음에도 우리 정부가 이를 ‘강화’된 것으로 ‘오역’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의 협상에 치명적 하자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 FDA는 ‘도축검사에서 합격하지 못한 소’라도 30개월 미만일 경우에는 뇌와 척수까지 사료로 쓸 수 있게 했다. 이 내용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미국이 소의 부산물로 만든 사료를 소에게는 먹이지 못하지만 돼지나 닭 등 다른 동물에게는 먹일 수 있고, 이것을 먹은 돼지나 닭의 부산물로 다시 사료를 만들어 소에게 먹일 수 있어 ‘교차오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조선일보는 “쇠고기협상 총체적 부실”이라고 정부를 비판하고 사설 <‘쇠고기 오역’이 드러낸 한심한 국제협상 맨파워>에서는 정부 공무원들의 ‘영어실력’을 탓하기까지 했다. 그래놓고 이제와 ‘미국이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끝>

 



2008년 5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