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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처형 김옥희 씨 비리사건’ 관련 주요신문 보도에 대한 모니터보고서(2008.8.7)
등록 2013.09.23 12:09
조회 475
 
조중동, ‘친인척 비리보도’ 칼날 무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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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가나다 순 표기)
모니터 기간 2008. 8.1-8.6 (5일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씨의 사촌 언니인 김옥희 씨가 김종원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에게 ‘18대 총선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받게 해주겠다’며 3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데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 사기’로 보고 금융조세조사부로 수사를 배당해 ‘봐주기’, ‘눈치보기’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이 ‘공천비리’로 의심받을만한 근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옥희 씨가 30억 가운데 10억 원을 받은 시기가 공천 신청을 위해 대한노인회에 추천장을 받아간 시기와 일치하면서 실제로 공천 과정에 개입하려한 게 아니냐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김옥희 씨는 30억 원을 받은 뒤 일정기간 보관하다 뒤늦게 은행에 입금시켰는가 하면 김종원 씨가 공천에 떨어진 후 25억 원만 돌려주는 등 제 3자에게 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이 청와대에서 검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내사 기간이 지나치게 길었다는 점 △검찰에 사건을 넘기자 김옥희 씨와 브로커인 김아무개씨가 잠적해 수사가 2주 정도 지체된 점 △수십억 원을 받은 김옥희 씨가 한나라당 공천 관계자나 김윤옥 씨와 아무런 접촉 시도도 하지 않았겠느냐는 점 등에서 청와대의 개입 여부도 관심을 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겨레와 경향은 규명돼야 할 의혹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이다가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그제서야 의혹을 보도하고 나섰다.
사건이 처음 보도된 8월 1일부터 8월 6일까지 5일동안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36건·27건의 관련기사를 실은 반면, 조선·중앙일보는 각각 10건·13건, 동아일보는 9건에 그쳤다.
 

<표2>의 기사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한겨레는 검찰이 김옥희 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공천 비리’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5일 동안 3개의 사설을 싣고, 이번 사건을 특수부 또는 공안부로 재배당해 ‘공천비리’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3일 사설 <친인척 비리 눈감으면 정권신뢰 무너진다>에서는 “정당 사정을 잘 아는 김 이사장이 단순히 김 씨의 감언에 속아 거액을 줬다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어렵다”며 “칼날을 청와대뿐 아니라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과정 전반으로 겨누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4일 <권력 앞에 스스로 몸 낮춘 검찰>에서는 “검찰 스스로 ‘알아서 기고 있다’는 의혹이 짙다”며 검찰의 태도를 비판했다.
5일 사설 <검찰은 수사팀 바꿔서 엄정한 의지 보여야>에서도 “김옥희씨와 그의 브로커 구실을 한 김태환 씨의 구속영장 내용을 보면, 이 사안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다뤄지는 게 당연하다”, “적어도 수사를 하는 검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문이 나는 부분들은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권력형 비리를 담당하는 특수부 또는 공안부로 사건을 재배당해 처음부터 다시 수사를 하는 게 옳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도 검찰이 이번 사건을 불법 공천헌금이나 비리 사건을 전담하는 공안·특수부가 아닌 금융사건을 담당하는 금융조세조사부에 배당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김 이사장이 대통령 부인의 사촌이라는 점 말고는 아무 배경이 없는 70대 할머니에게 공천에 대한 믿음 없이 30억원이라는 거금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김윤옥 여사의 개입여부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현직 대통령의 친·인척이 연루된 비리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 맡은 것도 전례가 없다고 비판하며 한나라당의 18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대해 ‘실제 공천 작업이 어떻게 이뤄졌느냐는 부분은 김씨의 로비 의혹을 밝히기 위한 핵심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2건의 사설을 실었는데 2일 <정권 출범 초에 대통령 친·인척 비리라니>에서는 ‘청와대의 허술한 친·인척 관리’와 ‘과도한 권력집중 현상’이 친·인척 비리를 구조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건이 “이 대통령과 김 이사장 등의 관계로 볼 때 단순한 친·인척 비리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며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적극적 수사 협조”를 요구했다. 이어 4일 사설 <‘PD수첩’엔 시퍼런 칼날, 권력엔 무딘 칼날>에서는 “대통령의 친·인척이 저지른 사건에, 그것도 여당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과 관련된 정치적 사안에 검찰이 사기 혐의를 적용한 것 자체가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며 “MBC ‘PD수첩’이나 조·중·동의 광고 불매운동에 서슬 푸른 칼날을 디밀던 것이 바로 엊그제의 검찰이었다. 그런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기사의 양도 적을 뿐 아니라 단순보도 위주로 이번 사건을 다뤘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한 조중동, 특히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매우 소극적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6년 8월 사행성 게임 비리의혹과 관련해 코윈솔루션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선정되는 데 개입한 의혹을 받았던 권기재 천 정와대 행정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20촌 관계”라며 “권씨와 권 여사의 집안이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집성촌의 특성상 서로가 알았다면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게 당연”하다며 ‘20촌’을 대통령 ‘친·인척’으로 연결시켜 의혹을 제기했다.
또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5월 김문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에 대해 부동산 관련 비리 의혹을 제기하자 조선일보는 다음 날 21일부터 26일까지 5일동안 21건의 기사를 내보내며 노건평 씨에 대한 의혹제기에 열을 올렸다. 노건평 씨가 거제시 국립공원에 별장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노 전 대통령의 힘을 빌린 게 아니냐, 노 씨 명의의 일부 부동산이 실제로 대통령 소유가 아니냐, 한국리스여신에 가압류돼 있던 노 씨 보유 땅이 해제되는 과정에서 동원된 거액의 돈이 어디서 나왔느냐 등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객관적 근거가 없었고 수사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해 언론이 적극적인 감시, 비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물론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를 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이번 김옥희 씨 사건은 ‘단순사기’로 볼 수 없는 정황인데도 검찰이 사기 사건으로 축소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만큼, 검찰의 소극적 태도를 강력 비판하고 ‘공천비리’ 의혹을 적극적으로 파헤쳐야 한다.
그러나 조중동의 보도태도는 대단히 소극적이다. 참여정부 시절 조선일보가 그랬듯이 대통령 부인의 20촌에 대해서까지 ‘친인척 비리 의혹’을 제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 옳지도 않다. 다만 객관적으로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라도 제공해야 한다. 지금 조중동의 태도는 ‘친이명박 신문’으로서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축소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끝>
 
 


2008년 8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