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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이 안 좋다. 보수신문의 ‘땡깡’ 빌미가 하나 더 늘은 듯. 바로 ‘트럼프’
2016년 11월 10일
등록 2016.11.14 11:53
조회 202

10일 신문보도 1면 머리기사와 사진은 모두 미국의 대선 승리자 트럼프가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후의 안보문제를 걱정하다가 뜬금없이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제 집값 땅값 떨어진다고 북핵 미사일 막는 사드배치까지 반대하는 지경”이라는 한탄을 쏟아냈습니다. 앞으로 ‘트럼프’는 한국의 보수신문의 ‘땡깡’ 빌미로 아주 많이 활용될 것 같습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불확실성이 심화될 ‘트럼패닉의 시대’가 왔는데도 야권이 대선만 염두에 두고 ‘최순실 정국’을 장기화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대통령 요구 안 받으면 혼란 초래? 동아‧조선의 꼴사나운 ‘야당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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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총리추천 제안에 대해 9일 야3당이 거부 의사를 밝혔죠. 이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야권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최순실 정국’을 장기화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며 또다시 분통을 터드렸습니다. 오늘은 여기에 더해 불확실성이 심화될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가 왔는데도 이런다는 지적이 더해졌지요. 앞으로 자주 보게 될 문구 같습니다.
 

두 매체 중 야당 공격에 더 열중한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기사 제목과 배치만 봐도 그런데요. 우선 1면의 <‘총리 추천’ 거부하고 거리로 나서는 3야>에서는 “제도적 해결 대신 정권퇴진운동”을 한다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그 옆 <팔면봉>에서는 “미 트럼프 당선 날 여는 집안싸움, 야는 거리 투쟁 선언. 구한말 얘기하며 걱정하는 사람들 늘어가”라고 한심스러워 했습니다. 야권이 대선을 위해 “국정 공백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10면의 <자고 나면 새 조건 다는 야… 민주, 대통령 탈당도 요구>에서도 반복됩니다.
 
이날 조선일보는 무려 <사설/식물 대통령에 무책임 야당, 트럼프 충격 감당할 수 있나>(11/10 https://goo.gl/Q0oPqV)에서 “대통령은 식물 상태이고 여당은 지리멸렬, 야당은 무책임한 정략에만 빠져 있다”면서도, 정작 비판의 초점은 야당에 맞춰져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야 “주말 촛불집회 집결”… 오락가락 요구 끝에 결국 거리로>(11/10 https://goo.gl/xa7G84)에서 여야 정치권이 국정 정상화 해법을 두고 “각자의 주장만 고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제목뽑기나 내용의 방점은 모두 “야권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구체적인 외교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은 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만 주장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야권의 책임을 강조합니다.
 

대통령이 앵무새같이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는데, ‘정국이 혼란’하니 무조건 야당이 태도를 바꿔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정상일까요? 이는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완전히 내려놓아야 한다는 국민 전반의 요구와도 전혀 동떨어진 주장입니다.
 
 
2. 오늘의 추천 보도 ① 우병우 민정수석실과 청와대가 차은택 감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우병우 민정수석실, 차은택 비리 캐고도 후속조치 안해”>(11/10 https://goo.gl/H2s0PO)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지난해 차은택 씨의 이권 개입과 인사 개입에 대한 내사를 벌여 구체적인 비위 단서를 적발했지만 청와대가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관련자 증언”을 소개했습니다.
 
또 <한식세계화에 돌연 ‘평창’ 포함… 최 이권사업 맞물려 주목>(11/10 https://goo.gl/dMj5Sm)에서는 한식세계화 사업에까지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겨레는 <차은택 소유 알려진 플레이그라운드, 실제 주인은 최순실>(11/10 https://goo.gl/LMUXGw)을 통해 “대통령 해외순방 사업과 대기업 광고를 싹쓸이한 플레이그라운드의 실소유주가 최순실씨”임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차은택에 이권 몰아주려 포스코 광고계열사 팔았다>(11/10 https://goo.gl/JvxF1x)에서 “차은택씨의 ‘광고사 강탈 의혹’과 관련해 포스코가 광고계열사였던 포레카를 중소업체인 C사에 매각한 것은 애초부터 차 씨 측에 이권을 몰아주려는 목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안종범 박 대통령이 세세하게 지시>(11/10 https://goo.gl/1Xt0lO)를 통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에 “미르·K스포츠 재단의 대기업 모금을 박근혜 대통령이 세세하게 지시했다”고 진술했음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본인은 모금의 불법성도 몰랐고, 최순실 씨도 몰랐다는데, 믿기 어려운 내용이죠.
 
 
3. 오늘의 추천 보도 ② 연명의료관리기관 후보로 왜 갑자기 서울대병원이?
정부가 연명의료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역할을 서울대병원에 맡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이랍니다. 알고들 계셨나요? 한국일보의 <서울대병원이 연명의료관리기관 된다고?>(11/10 https://goo.gl/c69eWp)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중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지정될 전망인데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별도 조직을 두는 식으로 추진되다가 최근 갑자기 서울대병원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합니다.
 
근본적으로 “병원이 다른 병원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느냐는 점”도 문제지만, 여기에 더해 서울대병원은 “백씨 사건과 관련해 가족들이 원치 않는 연명치료를 함으로써 관련 논란을 자초한” 곳이죠. 그러니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맥 때문에 서울대병원을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 국민이 본의 아니게 ‘음모론’에 휘둘리는 나날입니다.
 
 
4. 오늘의 비교 ①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
지난 9일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이에 6개 일간지는 한 목소리로 블루칼라 백인 남성의 기득권 주류 정치에 대한 분노 표출의 결과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향후 한미동맹과 무역통상관계에서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거의 동일했지요. 다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번 트럼프 당선을 빌미로 불확실성이 커진 이 위기 상황에 야권이 정국 혼란을 수습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민심은 결국 경제와 민생 일자리로 모아졌다며 새누리당을 향한 조언을 내놓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이후의 안보문제를 걱정하다가 뜬금없이 우리 국민들이 “제 집값 땅값 떨어진다고 북핵 미사일 막는 사드배치까지 반대하는 지경”이라며 한탄을 쏟아냈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총평
“화이트‧블루칼라의 주류 기득권 심판”
경향신문 : “심화된 불평등으로 경제 불만가진 백인들이 기득권 주류 질서 거부한 것”
동아일보 : “쇠락한 공업지역 노동자과 민주주의의 기득권 정치를 향한 분노. 결국 민심은 경제와 민생 일자리로 모아졌다
조선일보 : “주류에서 밀려난 블루칼라 백인들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만든 대이변”
중앙일보 : “여성·기득권에 대한 거부감과 신자유주의 혜택에서 소외된 저학력 앵그리 화이트의 불만 폭발”
한겨레 : “세계화 양극화 직접적 피해자인 백인 중하위층의 분노가 기존 정치권 심판”
한국일보 : “반 엘리트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백인 중심 인종주의가 저임금 백인층 표심 자극”
 
 
한국에 미칠 영향
한겨레는 “사드 갈등 해결 기대” 조선은 “집값 때문에 사드 배치 반대한다” 뜬금포 비난
경향신문 : “주한미군 철수 및 FTA 재검토 가능성. 무역규제 강화로 국내 수출업 타격. 한미동맹 큰 도전 직면. 피하고 싶던 최악의 시나리오. 트럼프에게 한반도 평화 맡길 수 없다”
동아일보 : “높아질 무역장벽, 수출한국에 짙은 그림자. 주한미군 지상군 병력 감축 가능성”
조선일보 : “주한미군 비용 문제 부상. 한미동맹과 무역통상관계 근본적 위기. 그런데 우리는 제 집값 땅값 떨어진다고 북핵 미사일 막는 사드배치까지 반대하는 지경
중앙일보 : “한미 동맹 뒷전으로 밀릴수도. FTA 재협상 땐 5년간 31조 수출 손실 우려. 이중위기에 빠졌다”
한겨레 : “FTA 재협상 동맹국 방위비 전가 등 충돌 예상. 미군철수‧핵무장 용인 가능성은 희박. 사드 배치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사드 배치 갈등 해결의 길 열릴 수도. 경제는 폭풍전야”
한국일보 : “주한미군 감축 방위비 분담 증액. 사드 구입도 압박 가능성. 수출전선에 초대형 먹구름”
 
 
4. 오늘의 비교 ② 야3당 회동
9일 야3당은 회동을 갖고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추천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 제안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국무총리에게 넘길 권한의 범위를 명확하게 밝히라는 야당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제안은 결국 야권의 분열을 조장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라는 거죠. 이날 야3당은 12일 열리는 ‘민중총궐기 집회’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야권이 국정 공백을 방치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야당의 총리추천 거부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며 대통령을 비판했지요.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청와대 비판) “정신 못차린 청와대. 2선퇴진 못박지 않고 총리권한문제 논의하는 것 무의미하다는 판단”
동아일보 : (야권 비판) “트럼프 당선된 상황에서 로드맵 없이 대통령 2선 후퇴만 주장해 혼란 부추겨. 정국 주도권을 내년 대선까지 이어가는 대통령 고사 전략 돌입. 야권에 유리한 최순실 게이트 정국 최대한 길게 끌고 가겠다는 전략”
조선일보 : (야권 비판) “자고 나면 새 조건 달아. 야권이 국정 공백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 트럼프 당선으로 국가 위기인데 야당 무책임한 정략에만 빠져 있어”
중앙일보 : (사실상 야권 압박) “야권도 구체적 플랜 내놔야”
한겨레 : (청와대 비판) “야당의 총리추천 거부는 당연한 것. 대통령이 권력을 내려놓을 분명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가 국무총리 추천하는 것은 의미 없다”
한국일보 : (청‧여‧야 모두 비판) “청와대와 여당은 여론 잦아들길 기다리며 수습책 찔끔찔끔. 야권은 대안 내놓지 않고 촛불의 힘에만 기대”
 
 
5. 오늘의 비교 ③ 1면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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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6개 일간지 1면 머리기사와 사진의 주인공은 9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프럼프 당선인이었습니다. “뒤집어졌다‧충격”(경향), “세계 강타”(동아), “미국을 뒤엎다”(조선), “워싱턴을 점령하다”(중앙), “쇼크‧전세계 패닉”(한겨레), “트럼패닉”(한국) 등 머리기사 제목에 사용한 단어만 봐도 이번 대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선명하게 드러나죠.

 

1면에 ‘트럼프 당선’이 아닌 이슈를 다룬 기사도 있기는 있었습니다. 먼저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자사 단독 보도를 1면에 배치했습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야3당의 국회 총리 추천 제안 거부와 관련한 보도를 1면에 배치했는데요. 논조는 완전히 다릅니다. 조선일보는 야당이 제도적 해결 대신 거리투쟁 등 정권 퇴진운동에 나섰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반면, 한겨레는 ‘제안 거부 이유’를 설명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