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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원 인터뷰 빌미로 ‘보고 누락 청문회 관두라’ 외친 조중동·한국
등록 2017.06.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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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에서 국방 예산을 담당하는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의원은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사드 문제를 논의한 자리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를 원치 않으면 관련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언급했음을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한 사드 원치 않으면 예산 다른데 쓸 수 있다고 문대통령에 전해”>(6/1 https://goo.gl/OWSD4N))


이에 청와대는 곧바로 더빈 의원이 전날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미국 정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를 위해 9.23억 달러를 지불할 예정인데 한국 내에서 사드 배치가 큰 논란이 된다는 점이 놀랍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견을 여쭤보고자 한다’고 말했을 뿐, 예산을 다른 데 쓰겠다고 한 발언은 듣지 못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청와대는 해당 질문이 ‘미국 국회의원이 미국 입장에서 사드의 절차적 문제를 모르는 상황에서 내놓은 평상적 질문’이라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을 제외한 여타 매체는 더빈 의원의 발언이 청와대가 사드 관련 국방부 보고 누락을 강도 높게 조사하기로 한 것에 대한 미국 측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는데요. 상대적으로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큰 일은 아닌 것’으로 해당 사안을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사드 배치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경향 ‘미국 정부 의견은 아니다’ 견해만 소개
이 사안을 가장 ‘가볍게’ 처리한 것은 경향신문입니다. 실제 경향신문은 1건의 기사를 통해 조현 신임 외교부 2차관이 더빈 의원의 입장을 “미국 정부의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만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조현 “한일 위안부 합의, 대단히 잘못”>(6/2 유신모 기자 https://goo.gl/BfU3T0) 보도는 조 2차관의 “상원의원이 미국을 대표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의견에 그때그때 대응하기보다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현실적 제약과 국민 의견을 감안해 로드맵을 만든 뒤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미국 불편한 기색, 그러나 관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
한겨레는 <정의용 안보실장 정상회담 논의 방미 ‘미국의 사드조사 우려’ 해소 나설 듯>(6/2 김지은 기자 https://goo.gl/CjexoN)을 통해 “일단 미국 쪽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한편에선 이번 사드 조사가 한-미 관계에 영향을 끼칠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오히려 청와대의 조처가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부연했습니다. 

 

 

조선 ‘문 정부, 안보 자해하나’
반면 조선일보는 ‘한국 내 사드 논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조빈 의원의 주장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며 ‘사드 보고 누락’ 사태를 문제 삼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비난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먼저 1면 하단의 <미 ‘한국이 원치않으면 사드 뺄 수 있다’ 시사>(6/2 박국희 기자 https://goo.gl/RD95Zl)에서는 더빈 의원의 발언에 “국방 예산을 담당하는 미 의회 인사의 이 같은 발언은 한·미 양국 합의에 따라 반입된 사드 발사대 4기에 대해 청와대가 진상 조사를 지시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이어지는 5면 <두 형이 한국전 참전한 더빈 “내가 한국 산다면 많은 사드 원할 것”>(6/2 박국희 기자 https://goo.gl/RD95Zl)에서는 ‘사드 배치=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하기 위해 제목과 기사 본문을 통해 반복적으로 “더빈 의원의 두 형인 윌리엄과 리처드 더빈은 6·25전쟁 당시 미 해군 소속으로 참전”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거나, 더빈 의원의 “주한 미군은 한국민의 안전을 위해 그들의 목숨을 걸고 있으며 그들도 모든 한국민이 그러하듯 (북의 미사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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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빈 의원의 두 형이 6·25전쟁에 참전했음을 강조하며 ‘사드 배치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조치’임을 부각한 조선일보(6/2)

 

 

<사설/결국 나온 “한국이 원치 않으면 사드 빼겠다”>(6/2 https://goo.gl/wgw76f)에서도 조선일보는 “사드는 일차적으로 주한미군 기지를 북 미사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미국이 배치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결국 사드는 한국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반복했는데요.

 

여기에 더해 조선일보는 이 같은 상황을 야기한 “새 정부가 안보·군사 문제에 아마추어이기에 앞서 기본 인식 자체가 위중한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사드를 비공개로 반입했다고 충격받았다는데 군 무기를 공개로 반입하는 나라도 있나” “몇 가지만 물어보면 다 파악할 일을 이런 대소동으로 만든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해당 사설은 청와대와 여당이 “사드를 마치 ‘독극물’ 대하듯 한다. 이 무책임한 행태들은 결국 국익 손상과 안보 자해라는 청구서로 돌아오게 된다”는 ‘일침’으로 마무리됩니다.

 

국방부가 지난 25,26일 업무보고에서 의도적으로 사드와 관련한 사실을 은폐 보고한 것은 명백한 사실임에도 이 문제를 ‘몰랐던 청와대 잘못’으로 돌리는 한편, 사드 배치 과정 전반의 문제점의 짚어보자는 정부를 향해, 미국 의원이 미국의 입장에서 내놓은 인터뷰 발언을 들이밀며 ‘너희 때문에 나라가 위험해진다’ 겁박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동아·중앙·한국도 한 목소리로 ‘보고 누락 청문회 관둬라’  
사드 보고 누락 관련 청문회 개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은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설/사드 논란, 정치쟁점화 바람직하지 않다>(6/2 https://goo.gl/FBJmwe)에서 동아일보는 “한미군사안보동맹에 따른 무기체계의 도입을 청문회 소재로 삼을 경우 북한 김일성 앞에 군사 기밀을 공개하는 것과 다름없는 ‘안보 자해’”라는 야당의 지적을 소개하며 여기에 “야당은 여당의 청문회 주장 이면에 인사 청문회에서 제기된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을 덮고 사드 배치 철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는 문장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또 동아일보는 이번 보고 누락 사태에 대해 “‘도입’ ‘전개’ ‘배치’ 같은 군사용어에 익숙지 않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간의 소통 혼선에서 증폭된 사안으로 보인다”며 “여당이 안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해 정국을 경색으로 몰아가는 것은 새 정부의 앞길을 가로막는 일” “민주당은 실익도 불분명한 청문회 주장을 접고, 청와대는 불필요한 사드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습니다. 결국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사드 배치 과정 전반의 문제점을 짚지 말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앙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원치 않으면 사드 예산 1조원 다른 곳 쓸 수 있다”>(6/2 허진 기자 https://goo.gl/bH23lD), <더빈 “한국 방위에 미국이 돈 내는데 왜 논란 있나”>(6/2  허진 기자 https://goo.gl/RtrD6m) 등을 통해 더빈 의원 측의 입장을 강조해 보도한 중앙일보는 <사설/불필요한 ‘사드 소동’ 서둘러 진화하라>(6/2 https://goo.gl/domoV9)에서는 사드 보고 누락 사태를 “대통령이 격노해 조사 지시를 내릴 만큼 중차대한 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고 평가했는데요.

 

“잘잘못을 떠나 이런 불필요한 소동을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며 중앙일보는 “청와대는 사드 파동에 대한 진상조사를 서둘러 끝내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치권도 안보를 정치 쟁점화함으로써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안보는 그 어떤 이유로도 볼모가 될 수 없다”는 조언을 내놓았습니다.


한국일보 역시 <사설/사드 보고 파문 우리 안보이익 잣대로 풀어야>(6/2 https://goo.gl/66hRU1)에서 “보고에 문제가 있다면 응당 바로잡아야 한다”면서도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한미간에는 자유무역협정, 방위비 분담금, 북핵 등 현안이 수두룩하다”며 “사드 문제로 얼굴을 붉힐 여유가 없”으니 “청문회나 국정조사까지 요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조언했습니다.

 

“최우선 가치는 안보이익이어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주길 바란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국 의원이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이유로, 졸속 추진된 사드배치 과정에서의 문제점조차 확인하지 말자고 외치는 이 같은 행태가 정상적인 주권국가에서 나올 수 있는 주장인지는 의문입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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