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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 질투심?’ 조선일보 윤희영 편집위원의 왜곡된 여성관
등록 2017.06.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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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희영 디지털 뉴스본부 편집위원이 15일 내놓은 <윤희영의 News English/여자들끼리 가장 먼저 비교해보는 신체 부위>(6/15 윤희영 디지털뉴스본부 편집위원 https://goo.gl/UpVIB2)는  3건의 영문 기사 속 내용을 ‘참고’해 작성된 칼럼입니다.


해당 칼럼은 “남녀 두 쌍이 마주 보고 걸어가면 남자들은 맞은편 여자를 곁눈질하는데 여자들은 서로 째려본다. 본능적 질투심이 작동해 순간적으로 자신과 비교해보는 것이다”라는 심상치 않은 문장으로 시작되는데요. 이 주장을 시작으로 칼럼은 이른바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나 ‘여자는 남자와는 달리 질투심이 많은 존재’라는 등의, 여성에 대한 심각한 편견을 내포한 비과학적 판단을 거침없이 나열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여성들은 서로의 “허리와 엉덩이 부위를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응시”하는데 이는 해당 부위를 “최대 승부처”로 여기기 때문이고, 반대로 “본인이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상대의 그곳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간다고 말하거나 “다른 여성들의 가슴 부위를 아예 바라보지 않는 여성”들이 있다며 이는 “가슴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여성들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애써 눈길을 주지 않으려다가 결국 무의식적 회피로 굳어진 탓”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식입니다. 


윤 편집위원은 그 외에도 “여성은 남성보다 다른 여성에게 신경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개중에는 상대가 더 매력적이더라도 함께 가는 남자가 부실해 보이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여성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상대 여성의 머리에서 색깔이 어울리지 않는 머리카락 끝 모근들을 발견해내 혼자서 역전 드라마를 완성하기도 한다”는 주장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데요. ‘영문 기사를 인용한다’는 코너 자체의 속성을 감안한다 해도, 별다른 근거 없이 여성에 대한 편견을 확대 재상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적인 보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연구 주체도 ‘한계’ 인정한 리서치, 무분별하게 받아써
앞서 언급했듯, 기본적으로 윤 편집위원은 이 칼럼을 작성하기 위해 3건의 영문 기사를 참고했는데요. 이 중 dailymail의 <What women look at first on other women: Females check out each other's HIPS first, eye-tracking study finds>와 British Psychological Society의 Research Digest 코너 속 <Where do women look when sizing each other up?>은 사실상 링컨 대학의 Amelia Cundall과 Kun Guo에 의해 수행되어 British Psychological Society에 보고된 한 건의 연구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 해당 연구는 여성이 다른 여성들의 신체를 볼 때, 허리와 엉덩이, 가슴 부위에 더 오래 시선을 둔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이 보고서는 말미에 해당 연구가 ‘어린 학생들과 진행한 작은 규모의 탐험적 연구일 뿐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This is a small, exploratory study with young students which obviously limits the broader conclusions that can be drawn”) 그런데 윤 편집위원은 이런 신뢰도가 낮은 연구를 통해 얻어낸 사실을 마치 증명된 기정 사실이라도 되는양 무분별하게 받아쓴 것이지요.

 

윤 편집위원이 참고한 dailymail의 또 다른 기사 <Women spend more time checking out OTHER WOMEN than they do men (and it's their clothes, figures and hair we're most interested in)>는  학술 기관이 아닌 영국의 수영복 전문 쇼핑몰 ‘Swimwear 365’가 자체 조사한 리서치 결과를 전달한 것인데요. ‘수영복 쇼핑몰’에서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의 몸매와 자신의 몸매를 비교하길 좋아하며, 특히 해변에서 그러하다’는 내용의 명백히 상업적 목적의 리서치 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조선일보 윤희영 디지털 뉴스본부 편집위원은 이를 인용해 ‘여성의 심리를 단정지어 설명’하는 칼럼을 작성한 겁니다. 


삽화도 ‘여혐’적이기는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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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여자들끼리 가장 먼저 비교해보는 신체 부위>(6/15)

 

칼럼에 달아놓은 삽화도 윤 편집위원과 조선일보의 왜곡된 여성관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두 쌍의 남녀 커플의 모습을 담은 이 삽화에서, 두 명의 남성은 모두 ‘평온한’ 얼굴을, 다른 두 명의 여성은 모두 ‘이마를 찌푸리고 눈을 치켜뜬’ 얼굴을 하고 있는데 이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감정적으로 열등하다는 인상을 주는 구성입니다. 윤 편집위원이 개인적으로 ‘여성 비하 인식’을 할 수는 있겠으나, 이를 신문 지면을 통해 유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1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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