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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이사 사퇴에 긴장한 조선일보의 민망한 강규형 인터뷰
등록 2017.10.16 09:50
조회 485

KBS의 김경민 이사가 1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사퇴서를 제출했습니다. 김경민 이사는 구여권 출신으로 다수이사로 망가진 공영방송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는 김경민 이사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기존 7명의 구여권 출신 다수이사들 가운데 한명만 더 사퇴하고 현재 여당 몫으로 돌려놓을 경우 현 경영진에 대한 해임도 가능합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이례적으로 많은 지면을 할당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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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면 전체를 할애해 KBS 이사 사퇴를 보도한 조선일보 (10/12)


조선일보는 12일 지면에만 총 5건을 보도했는데요. 1면에서 <김경민 KBS 이사 “협박․압력 못견디겠다” 사퇴>(10/12 신동흔 기자 https://bit.ly/2yaVgkj)보도와 함께 <팔면봉>(10/12)에서 “직장 앞 시위, 뒤 캐기 등 전방위 압박에 KBS 야권 이사 1명 사퇴, 무리하면 결국 탈 날 것”이란 보도가 나왔고요. 3면은 하단광고를 제외한 전체를 할애해서 3건(<“마음에 안들면 대통령이 해임하라… 뒷구멍으론 못 나간다”>(10/12 윤수정 기자 https://bit.ly/2i6Ow0q), <강의 때마다 찾아와 사찰하듯 조사 제자 직장까지 찾아가 질문 공세도>(10/12 윤수정 기자 https://bit.ly/2hBY9jD), <MBC 노조도 야 추천 방문진 이사들에 압박 높여>(10/12 신동흔 기자 https://bit.ly/2z1ci1a))을 보도했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기사가 노조의 정당한 의견 표명을 ‘협박․압력’이라 표현했습니다.

 

김경민 이사 사퇴에 ‘협박․압력’ 강조하는 조선일보

선일보는 <김경민 KBS 이사 “협박․압력 못견디겠다” 사퇴>(10/12)에서 김 이사의 사퇴 소식을 전하면서 “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조합원들은 그동안 김 이사 직장인 한양대를 찾아가 집회와 시위를 벌이며 집중적인 사퇴 압박을 해왔다”고 전했습니다. 노조의 퇴진 요구를 ‘집중적인 사퇴 압박’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사퇴 사유에 대해서도 왜곡이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김 이사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는 ‘후학 양성을 위해 물러나겠다’면서 말을 아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경민 이사의 발언을 그대로 전한 것이죠.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대답이 못내 맘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바로 뒤에 “하지만 일부 동료 이사에게는 ‘끝까지 버티지 못해 미안하다. 협박과 압력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습니다. 분명히 이름을 밝혀 책임을 질 수 없는 동료 이사의 발언을 본인의 공식 발언보다 더 강조해서 전했고요, 이걸 제목으로까지 뽑은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노조 압박 프레임은 <강의 때마다 찾아와 사찰하듯 조사 제자 직장까지 찾아가 질문 공세도>(10/12)에서도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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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김경민 이사 사퇴에 ‘협박·압력’ 강조하는 조선일보 (10/12)

 

이사 퇴진 요구는 ‘정권의 개입’이라 주장

노조의 퇴진 요구를 ‘정권의 개입’이라고 우기는 프레임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김경민 KBS 이사 “협박․압력 못견디겠다” 사퇴>보도에서는 KBS 1노조가 “기존 이사들의 약점을 잡아 사퇴를 압박하고 이사회를 구성해 낙하산 사장을 선임하는 방식은 용인할 수 없다” “권력의 개입에 의한 사태 해결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발표한 성명서의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현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서 이사들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을 담은 것이죠. 이런 시각은 또 다른 KBS 이사인 강규형 명지대 교수 인터뷰 <“마음에 안들면 대통령이 해임하라… 뒷구멍으론 못 나간다”>에서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KBS 강규형 이사 인터뷰는 첫 질문에서부터 “권력의 방송 장악 시도는 예전에도 있었다”로 시작했는데요. 강 이사는 여기에 “예전엔 사장을 직접 겨냥했다. 지금은 방송국 사람을 동원해 이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라면서 “여당이 만든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 시나리오가 폭로됐으면 좀 창의적으로 바꿀 법한데 그대로 밀고 간다”고 답했습니다. 바로 기자는 “더불어민주당은 얼마 전 공개된 보고서에서 야당 이사에 대해 ‘부정․비리를 부각해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며 강 이사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강 이사와 조선일보가 말하는 ‘보고서’는 조선일보가 8일 보도한 <輿 “KBS·MBC 野측 이사 비리 부각시키고, 시민단체로 압박”>로 보입니다. 보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8월 25일 작성되었다고 하는 문건이 ‘민주당 정부의 방송장악 로드맵’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 보고서는 정부·여당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이거나 전국언론노조 KBS·MBC 본부와 민언련 등 언론단체에서 진즉부터 주장하고 추진했던 일들을 정리한 수준의 내용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KBS·MBC 등 공영방송을 ‘언론 적폐’로 규정하고 사장과 이사진 퇴진을 위한 촛불 집회 등 시민단체 중심의 범국민적 운동을 추진하자는 내부 문건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지만, 문건이 작성되기 훨씬 전인 7월 12일에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는 이미 발족하여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시 조선일보가 보도한 문건은 ‘시나리오’나 ‘로드맵’이라기보다는 상황을 파악하는 자료에 불과하고, 심지어 민주당에선 당시 논의에 올라가지도 않았던 내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여전히 해당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그야말로 말이 되든 안 되든 우기는 형국입니다. 

 

강 이사의 입을 빌려 노조의 집회 태도만 강조하는 조선일보

강규형 이사 인터뷰는 이밖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기사는 KBS 새노조가 강규형 이사를 향해 퇴진을 요구한 상황만을 강조했습니다. 명지대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을 두고 “방학이 끝나자 학교로 몰려왔다”며 “150여명이 집회를 했다. ‘다음엔 점잖게 찾아오지 않겠다. 우리가 일터에서 고통받는 것처럼 당신 일터에서 끝까지 싸우고 괴롭힐 것’이라고 했다. 일부는 강의실 복도까지 왔다. 기자를 비롯해서 4명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나를 ‘부역자’로 꼽지도 않았으면서 왜 이러느냐고 물었다. 그 사실 자체를 몰랐다. 확인해 보더니 ‘지금이라도 명단에 올려 드릴까요’ 하더라. ‘홍위병 생활하는 거 창피하지 않냐’고 물었다. 다음 날 노조 위원장이 집회에서 이를 두고 ‘우리는 국민을 위한 홍위병’이라고 했다더라”고 말했습니다. 명지대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 많은 학생도 함께했고, 본인의 ‘홍위병’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은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기자는 “9월 20일 이사회에 들어가다가 봉변을 당했다”라고도 질문했는데요. 강 이사는 “집단으로 몸으로 돌진하고, 누르고, 팔을 잡고, 끌어당기고, 가방을 빼앗고, 전치 2주 상처를 입었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이사회에 들어가는 장면은 KBS 새노조 뿐 만 아니라 사측도 같이 촬영했는데요. 공개된 영상 어디에도 강 이사가 폭행당한 장면은 없었습니다. 이는 11일 임시이사회에서 강 이사가 본인이 폭행당했다며 주장한 영상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당시 강 이사는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는 시위대 사이에서 함께 팔뚝질하며 조롱하듯이 시위대를 지나갔습니다.


“강 교수가 시위대를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다. 시위대 곁에서 브이 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는데”라는 질문에도 강 교수는 “그들은 온갖 폭력, 폭언, 모욕을 다 한다. 노조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니 나를 두고 ‘개또라이’라고 하더라. 내가 왜 그들에게 꿀리나. 상대를 패놓은 자가 알밤 한 대 맞았다고 난리를 친다. 굴복하고 싶지 않다. 기죽고 싶지도 않고”라고 답했습니다. 강 이사의 이런 답변은 순서가 맞지 않습니다. 강 이사는 이미 9월 19일 본인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 현장에서 브이 자를 그리며 조롱했습니다. 이에 다음 날 피해 당사자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면서 “일베 또라이 같다”고 묘사했을 뿐입니다. 이렇듯 강 이사의 주장은 본인이 먼저 조롱을 시도해 놓고는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척 묘사한 것입니다.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의혹 다 이야기 않고 액수 적다고만 주장

강 이사는 인터뷰에서 본인의 법인카드 남용 의혹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강 이사는 이 사안에 대해 “2년 동안 애견 카페에서 결제한 금액이 36만원이다. 나는 애견인이다. 애견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신문과 시사 잡지를 읽는다. 이것만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LA구장에서 결제한 금액은 4만원이다. KBS 직원들과 ‘다저독’이란 핫도그를 사먹었다. 표는 사비로 샀다”며 “이사회 사무국장이 커피숍․식당․도서․음악회․공연장․빵집에서 써도 된다고 했다. 법인카드 사용이 불법이 아니라 그 내용을 빼내 뒤를 캔 노조 행위가 불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KBS 새노조가 제시하고 있는 의혹에 대해 답변이 이루어진 건 아닙니다. KBS 새노조는 보도자료 <‘법카’로 애견비용까지 결제… KBS 이사,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심각>(9/28 https://bit.ly/2gf87uI)에서 강 이사가 본인 사생활에 KBS 법인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정황을 밝혔는데요. 강 이사가 밝힌 애견카페 사용 이외에도 △ 애견 행사 이후 뒤풀이 식사비용 △ 주말․공휴일 백화점 및 해외 면세점에서 사용 △ 공연 관람 및 공공기관 사용료 등을 사용한 내역 등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업무추진비가 업무와 무관한 다양한 곳에 사용되었다는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해당 발언 뒤에 강 교수가 법인카드로 결제한 분당의 D카페 주인에게서 “KBS 기자라는 사람이 강 교수는 물론 아내․아들 사진까지 들고 와 가족이 카드를 사용했는지, 어디에 사용했는지 물었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라는 증언을 보도했으며, 임흥순 당시 이사회 사무국장이 “(강 교수 주장대로) 이사들에게 사용처를 공지했다”고만 보도했습니다. 

 

사설에서 다시 강조하는 ‘압박’프레임

결국 조선일보는 지금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을 모두 ‘압박’으로 해석하고, 정권의 방송 장악이 또 이뤄지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은 다음날인 13일자 사설에서 거듭 강조됩니다. 조선일보 <사설/백주의 폭력․행패로 가는 공영방송 사태>(10/13 https://bit.ly/2z4jo4M)는 노조의 정당한 집회와 대응을 ‘폭력․행패’로 간주했습니다. 사설은 “KBS․MBC 노조는 이사들의 개인 일터까지 찾아와 모욕을 주며 심리적으로 괴롭히고 있다”면서 “이사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법인카드 내역을 불법 공개하는가 하면 인격 모독 표현이 담긴 동영상까지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사의 제자를 찾아가 질문 공세를 펴기도 했다” “정상적인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집단 행패와 폭력이 백주대낮에 아무런 제지 없이 자행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현 정부의 방송장악이란 주장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공영방송들은 말만 공영이지 실제로는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해왔다. 지금 여권이 과거 정권을 잡았을 때도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그래도 탄핵 사태까지 거쳐서 집권한 새 정권에선 조금 나아지려나 했지만 폭력․행패로 경영진을 자기편으로 바꾸려는 행태를 보니 다람쥐 쳇바퀴가 또 한 바퀴 돌아가는 것뿐인 듯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한 달 전 공개된 민주당 전문위원실 작성 문건엔 ‘야당 측 이사의 부정․비리를 부각시켜 퇴출시킨다’고 적혀 있다. ‘방송사 구성원 중심의 사장 퇴진 운동 전개’도 포함돼 있다. 실제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용부가 MBC 전․현직 사장을 검찰에 송치하는 등 정부도 경영진 압박에 가세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의 ‘상황 자료’를 권력의 방송 장악으로 연결하고, 이제야 시행된 MBC 사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기소 의견 송치를 정부의 경영진 압박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어이없는 태도는 마지막까지 이어졌습니다. “지금 KBS․MBC는 새 정부에 비판적 보도를 하고 있지도 않다”면서 “그래도 사장과 이사진을 다 친여 인사로 교체하겠다면 공영방송을 또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다”라면서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언론 장악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영방송을 무너뜨린 책임자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마치 ‘KBS․MBC가 정부에 비판적이어서’ 주장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입니다. 게다가 현 경영진 해임을 위한 친여 이사 교체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기 위한 단계’로 본 것 역시 무리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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