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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사고가 교통사고? 도 넘은 찬핵론자 주장 ‘받아쓰기’
등록 2017.07.12 10:32
조회 1616

6월 27일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 결정을 공론화위원회에 맡기기로 결정했지요. 이후부터 공사 일시 중단을 의결할 13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이사회를 앞둔 현 시점까지 언론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비판하고, 핵발전소의 환경적․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는 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전하고, 추진과정에서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언론이 전적으로 핵발전소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만을 부각해 전하고, 여기에 자신들이 마치 ‘중립적이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보도’ 라도 하는 양 포장하는 것은 어이없는 행태입니다.  

 

환경영웅도 탈원전 반대한다?
조선일보의 <미 환경영웅 셸런버거 “한국, ‘원전은 악’ 편견부터 깨라”>(7/11 김은중 기자 https://goo.gl/9amteV)와 <“옆집 교통사고 났다고 차 없앨 건가…원전 포기는 비현실적”>(7/11 김은중 기자 https://goo.gl/af239a)는 대표적인 찬핵 주장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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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핵운동가’ 발언을 환경운동가 주장으로 포장해 무분별하게 받아 쓴 조선(7/11)

 


해당 보도는 미국의 ‘환경운동가’도 탈원전에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 내용은 애초 조선비즈의 단독보도인 <미과학자·환경단체 13인 문대통령에 “탈원전 재고해달라” 공개서한 전달>(7/5 한동희 기자 https://bit.ly/2swaZ7n)을 연합뉴스와 경제신문 등이 받아쓰면서 확산되었습니다. 조선일보도 조선비즈 보도 다음날 <“재고해달라”… 미환경단체도 문대통령에 서한>(7/6 최인준 기자 https://goo.gl/KPH2Gt)에서 같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6일자 보도와 11일자 보도에서 마이클 셸린버거를 “미 환경영웅(그가 받은 상의 이름)” “미국 환경 운동 단체 환경 진보 창립자 겸 대표” “환경운동가”로 소개하는가 하면, 그의 “원자력은 무조건 위험하고 신재생에너지는 깨끗하고 지속 가능하다는 장밋빛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자력은 가장 적은 양의 폐기물을 남기면서도 가장 많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친환경적 에너지원”이라는 등의 주장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그러나 발생한 폐기물의 ‘위험 수준’이 아닌 단순 ‘양’만을 부각해가며 열렬한 찬핵 운동을 벌여온 셸린버거를 정말 ‘환경운동가’라 설명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옆집 교통사고 났다고 차 없앨 건가…원전 포기는 비현실적”>(7/11 김은중 기자 https://goo.gl/af239a)에서는 셸린버거를 향해 “환경운동가가 ‘친(親) 원전’을 주장하는 게 이색적인데”라는 질문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독자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런 의문에 대해서 셸린버거가 내놓은 답변은 “10년 가까이 (기후변화를) 연구해보니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충당한다는 것은 신기루였다.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천연가스와 화석 연료 발전으로 보충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그는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나니 안전성을 높여 나갈 수 있다면 원전이 여전히 가장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믿게 됐다”고 말할 뿐입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그에게 도대체 왜 그런 황당한 믿음이 생겼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되묻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셸린버거는 “원전 포기 정책은 현실성 없는 계획이다. 옆집(일본)에서 교통사고가 났다고 차를 없앨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교통사고’에 비유했습니다. 일단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전 지구적 재앙인 핵발전소 사고를 ‘교통사고’와 비교하는 것은,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을 지나치게 축소해 전달하는 부적절한 행태임에도, 조선일보는 이를 제목으로까지 뽑아가며 부각했습니다. 
 


공사 중단 피해, 한수원․원안위 책임은 없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 일시 중단을 강행하면서, 시공 참여 업체들의 피해·손실이 막심해 질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보도도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공사 일시 중단 논의를 앞두고, 관련 업계의 피해를 조망하는 것 자체를 문제라 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 일시 중단과 관련해, 보다 명확한 보상 지침 등 후속조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마련해두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초 건설 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을 완전히 외면하거나, 문제를 키운 한수원의 불법적 행태를 일체 언급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입니다. 기본적으로 핵발전소 건설은 정부 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국책사업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는 업체인 한수원은 한국전력 100% 자회사인 공기업입니다. 그런데 한수원은 어째서인지 건설허가가 나오기도 전에 삼성물산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 등과 건설계약과 주기기계약을 맺어버리는가 하면(https://kfem.or.kr/?p=180116), 역시 건설허가가 나기도 전에 원전설비에 반드시 필요한 설비인 수중취배수구 공사를 9개월간 불법으로 추진해오기도 했습니다.(https://goo.gl/K2HbiM) 


뿐만 아니라 신고리 5·6호기는 공사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문제 이전에, 건설 허가 단계에서 이미 위법이 자행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해 9월 12일 559명의 시민과 함께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허가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요. 원안위는 “선정된 부지는 원전의 안전 운전에 영향이 없는 곳임을 확인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그린피스 측은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서의 법적 절차가 미비했을 뿐 아니라 원안위가 인구밀집지역 위치제한 규정을 위반하고 지진 위험성이나 부지 통합 위험성 문제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허가 취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지면을 통해 전달한 것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뿐이었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38개월 심의 원전 건설, 사흘 만에 무근거·무대책 중단>(7/11 https://goo.gl/icBttw)을 비롯한 관련 보도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법적 근거나 절차의 정당성도 미흡한 채로 수조 원짜리 원전 공사를 중단하고, 계약 맺은 민간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이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며 정부를 향해서만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중앙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설/원전 건설 중단, 심사숙고해야 한다>(7/10 https://goo.gl/5J9Jwm) 등에서 중앙일보는 “신고리 5, 6호기에 이미 투입된 돈만 1조6000억 원이다. 여기서 공사를 중단하면 한수원이 1조원 가량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두 원전의 공정률은 28.8%에 이른다. 3개월만 공사를 중단해도 10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탈원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막대한 돈을 낭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내세워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이 ‘돈을 낭비하는 정책’일 뿐이라는 식으로 지적한 것이지요. 물론 중앙일보는 한수원과 원안위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공문 한 장으로 8조 원전공사 중단하라는 ‘행정 만능’>(7/11 https://goo.gl/SbApZF)에서 “총 8조 원이 들어가는 두 원전은 작년 6월 착공해 이미 1조6000억 원이 투입돼 28.8%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17개 업체뿐만 아니라 많은 협력업체와 해당 지역 주민 등의 생존이 걸려 있다. 달랑 공문 한 장으로 칼로 무 썰듯 공사를 중단하라는 ‘행정 만능주의’가 놀랍다”며 비난의 화살을 문재인 정부에게만 돌리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사고 사례는 ‘외면’
핵발전소 사고 사례를 외면하거나 무사안일하게 다루는 보도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조선일보의 <선우정 칼럼/후쿠시마의 눈>(7/5 선우정 사회부장 https://goo.gl/rLyBah)과 중앙일보의 <글로벌 아이/꿈의 원자로 포기 않는 일본>(7/8 오영환 도쿄총국장 https://goo.gl/UnJDtZ)인데요. 두 보도는 한 목소리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일본이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있다며 이를 ‘합리적 선택’이라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이 과정에서 사실상 추산조차 불가능한 막대한 환경․인명 피해와, 재해 복구 과정에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천문학적 비용 문제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보도를 정말 합리적이고 공정한 보도라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탈핵 기조에 불안감을 느낀 ‘핵마피아’의 사주를 받아 작성했다고 해도 손색없을 편향 보도로 보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1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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