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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동상은 안 되는데 왜 시민발언대는 되냐는 조선일보의 억지
2016년 11월 9일
등록 2016.11.14 11:35
조회 149

9일 신문보도에서 조선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 광장에 ‘시민 발언대’를 만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대화를 요구하고 나름 양보를 하고 있는데, 야당은 정치 공세만 이어나가며 국정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프레임 역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박정희 동상과 시민 발언대가 같나요? 조선일보의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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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핫코너/태극기 게양대는 No, 시민 발언대는 Yes?>(11/9 https://goo.gl/4euDMp)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 광장에 ‘시민 발언대’를 만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과거 태극기 게양대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설치하자는 주장에는 반대했던 서울시가 이곳에 “집회·시위를 위해 마이크와 스피커까지 설치한 발언대를 만들어줄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거죠.
 
그러나 서울시가 진영논리에 따라 말을 바꾸고 있다는 뉘앙스를 담은 조선일보의 주장과는 달리, 서울시의 입장은 한결같습니다. 광장은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므로 시설물의 상시 설치가 아닌 임시 설치를 지향한다는 거죠. 때문에 고정 조형물 설치 허가도 2009년 이후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고요. 과거 국가보훈처의 태극기 게양대 설치 요구에 대해서도 ‘상시 설치’를 반대했을 뿐입니다.
 
박정희 동상 설립의 경우 여기에 더해 민주화 운동을 짓밟은 인물의 동상을 시민운동의 장소에 세우는 것이 적절하냐는 시민들의 반발까지 이어진 사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시 설치 예정인 국민 발언대와 상시 설치될 박정희 동상 등을 비교하며 ‘형평성’을 운운하는 것은 억지죠. 그냥 ‘박 시장이 너무나 싫다’는 의사표현 정도로 보입니다.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국민 심판 운운하며 야당 물고 늘어지는 동아‧조선 
‘박 대통령은 대화를 요구하고 나름 양보를 하고 있는데, 야당은 정치 공세만 이어나가며 국정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프레임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먼저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 <박대통령 “국회 추천 총리가 내각 통할” 야 “권한 모호… 2선 후퇴 먼저” 또 거부>(11/9 https://goo.gl/KuwN0O)에서 박 대통령이 총리의 실질적 권한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지만 “야당도 12일 민중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정국 해법의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반대만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적했습니다.
 
1면 사진기사 설명에서도 동아일보는 “야당은 여전히 박 대통령의 결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정국 혼란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일보도 <사설/야 본심은 국정 수습인가 방해인가>(11/9 https://goo.gl/YFSwAW)에서 “이미 대통령은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고 실질적 권한을 주겠다고 밝혔는데 야당이 또다시 장관 임면권 보장을 공개 선언하라고 조건을 붙이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거국내각을 거부할 핑계를 찾는 것 같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야권을 향해 “말로는 국정 수습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방해하는 것” “그에 대한 평가는 머지않은 시기에 국민이 냉철하게 내릴 것”이라는 식의 협박까지 했습니다. 국민의 하야 요구를 나 몰라라 하는 대통령의 꼼수에 야당이 넘어가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는 형국인거죠.

박 대통령이 자신의 2선 후퇴문제를 일체 언급하지 않은데다가 이미 헌법에 있는 ‘국무총리가 내각을 통할한다’는 말만을 내놓고 사라진 상황에서 이제 야당도 ‘양보’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국정 혼란의 책임을 야권에 떠넘기려는 잘못된 프레임입니다. 조선, 동아가 정말 언론사라면, 민심부터 제대로 훑어보는 자세를 가져야겠습니다.
 
 
3. 오늘의 추천 보도 ① 검찰 롯데 압수수색 정보, 누가 흘렸을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중앙일보는 <최순실 측근 박원오 “문체부 국장 잘린 거 봤냐” 삼성 협박>(11/9 https://goo.gl/J3tYdL)에서 검찰 수사결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최순실 씨 딸 정유라의 승마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삼성을 협박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박 씨에 대한 승마업계 관계자의 평가가 흥미로운데요. “대기업을 끌어들여 유망 선수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인물”이라네요.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K스포츠재단이 올해 롯데그룹에 추가로 70억 원을 요구해 받았다가 돌려준 시점이 검찰의 롯데 압수수색 하루 전이었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결국 ‘누군가’ 수사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청와대 내에서 검찰을 비롯해 사정 기관의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민정수석실”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범인은 뻔한 것 같은데요.
 

한국일보는 <“청민정수석, 공정위에 CJ 조사 종용했다”>(11/9 https://goo.gl/mvf05a)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CJ E&M에 대한 조사를 종용했다”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증언을 소개했습니다. <전 청 관계자 “미르·K재단 기획자는 VIP”>(11/9 https://goo.gl/w54UgI)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의혹인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최초 발의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한 전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박종길 전 차관 사퇴 압력 받았다>(11/9 https://goo.gl/mp4fKy)를 통해 “현 정부 출범 직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지냈던 박종길 씨가 최순실씨의 ‘입김’에 의해 사퇴를 종용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정유라 씨를 ‘비호’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4. 오늘의 비교 ① 박근혜-정세균 회동 보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회동을 가졌습니다. 박 대통령은 ‘국회 추천 총리’에 내각을 맡기고,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병준 총리 지명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죠.
 
그러나 ‘내각통할’은 헌법에 규정된 평상시 총리의 권한일 뿐인데다가, 자신의 ‘2선 후퇴’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야권은 이에 대해 ‘국면전환’ ‘시간벌기용’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박 대통령의 ‘꼼수’를 지적하는데 집중한 반면, 동아일보는 ‘반대만 하는 야권은 무책임하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은근슬쩍 야권의 책임을 부각했죠.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박 대통령을 향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 취했지만 ‘권한이양’엔 끝내 침묵. 촛불집회 전에 서둘러 야당과 정국수습에 대한 합의 이끌어내 위기 모면하려는 꼼수”
동아일보 : (야권을 향해) “정국 해법의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반대만 되풀이. 무책임하다” (박 대통령을 향해) “민중총궐기 앞두고 일단 위기 모면하려는 의도라면 사태의 위중함 모르는 것”
조선일보 : (야권을 향해) “본심은 국정 수습인가 방해인가. 국민이 평가할 것” (박 대통령을 향해) “내각 구성 권한 총리에게 넘기겠다고 언명하라” 
중앙일보 : (야권을 향해) “반발에 일리 있다. 그러나 무력화된 대통령을 압박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박 대통령을 향해) “2선 후퇴 의사 분명히 밝혀라”
한겨레 : “‘살라미’식 대응 반복하는 대통령. 모호한 양보로 역풍 노리나
한국일보 : 야당, 대승적 차원에서 대통령 제안 진지하게 검토하라. 의심스럽다면 영수회담 통해 다짐 받으면 될 일.
 
 
5. 오늘의 비교 ② 1면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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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앙일보를 제외한 5개 일간지는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정세균 의장의 회동을 다룬 1면 머리기사를 내놨습니다. 그러나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국정 혼란을 자초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반면, 동아일보는 야권이 정국 해법의 구체적 로드맵도 없이 반발하고 있다며 정국 혼란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제안과 야당의 반발을 소개하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네요. 중앙일보는 차은택씨 입국 및 검찰 체포 압송 정황을 소개했습니다.

이날 1면 사진의 주제는 울먹이며 입국하는 차은택 씨(경향‧중앙‧한겨레), 박근혜-정세균 회동(동아‧조선‧한국)으로 나뉘었습니다. 중앙일보는 차 씨가 평소와 달리 유독 ‘수수한 차림’을 했다는 것을 부각했습니다. 울먹임과 초라한 모습이 모두 ‘쇼’일 가능성이 있다는 뉘앙스죠.
 
동아일보는 박근혜-정세균 회동 사진에 “야당은 여전히 박 대통령의 결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정국 혼란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글을 넣었습니다. 1면 머리기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야권에 책임을 돌리며 압박하고 있는 거죠.
 
한국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의장과의 회동을 위해 이동하는 길목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야권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진을 1면에 배치했습니다. 제목은 ‘대통령 앞 하야 시위’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