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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촛불혁명’ 망치고 있다는 동아
2016년 12월 10일~12일
등록 2016.12.12 15:03
조회 1186

10일과 12일 신문에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 깎아내리기에 매진했습니다. 특히 동아일보는 문 전 대표가 ‘인민재판과 법치능멸로 촛불혁명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을 쏟아냈는데요. 그 근거는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은 노무현만 못하다’는 말을 늘어놨는데요. 이런 주장을 펼치기 위해 정황을 왜곡하거나 자의적 잣대를 무리하게 들이댔습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문재인이 ‘촛불혁명’ 망치고 있다는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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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전 대표가 인민재판과 법치능멸로 촛불혁명을 망치고 있다는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실장(12/10)


탄핵안 가결 이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 깎아내리기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정치비평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냥 꼴보기 싫다’ 수준의 평가가 이어지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실장의 <김순덕 칼럼/문재인이 ‘촛불혁명’을 망치고 있다>(12/12 https://goo.gl/YymlVr)는 ‘그냥 꼴보기 싫다’는 심정을 그대로 노출한 대표적 칼럼입니다.

 

김순덕 칼럼은 문재인 전 대표가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6대 과제라며 비리와 부패에 관련된 공범자들을 ‘청산’하는 것부터 국정 농단을 앞장서서 비호한 권력기관의 공범들을 ‘색출’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표현을 보면 선혈이 낭자한다”고 지적했으며, “누구 마음대로, 어떤 시민사회를 무슨 자격으로 입법에 참여시켜서 부역자를 색출, 청산, 몰수, 박탈, 개조하는 인민재판이라도 하겠단 말인가”라고 따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누가봐도 감정적 트집잡기입니다. 우선 그가 문제 삼은 문재인 후보가 사용햇다는 ‘청산’이니 ‘색출’이니 하는 표현은 이미 김 논설실장을 비롯해 동아일보 필진들이 평소 즐겨 사용하던 표현입니다.

 

지난 총선을 앞둔 시기에 <더민주 김종인, 햇볕정책과는 다른 대북정책 내놓아야>(2/26)에서 김 논설실장은 민주당을 향해 “친노패권주의와 운동권 체질의 청산”을 요구한 바 있었습니다. <총선 42일 전 '야통합 제안' 김종인, 국민은 안중에 없나>(3/3)에서도 민주당에 “운동권 체질이나 ‘낡은 진보’ 청산이 완결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같은 매체 송평인 논설위원은 <횡설수설/누가 헌법을 유린하는가>(2015/12/3)에서 복면을 쓰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물감을 뿌려서든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쓰면 그냥 ‘관용적 표현’이고, 야권 대선주자가 사용하면 ‘선혈이 낭자하는 인민재판식 표현’인가요? 


또한 문 전 대표가 이런 표현들을 사용해가며 청산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동 주범이자 부역자인 비리 부패 공범자와 권력기관, 정권과 유착한 재벌 등입니다.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짓는 헌재의 판단과는 별개로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사안인 것입니다. 


김 논설위원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보다 더 심각한 문재인의 문제는 법치에 대한 능멸”이라며 그 예시로 거국내각 제안과 탄핵 후 대통령 사퇴 촉구를 꼽기도 했습니다. 거국내각의 경우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숱한 대선 주자가 주장했던 안이고, 탄핵 후 대통령 사퇴는 헌법학자마다 해석이 갈리고 있는 사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문 전 대표를 콕 찍어 ‘법치 능멸’ 딱지를 붙이는 것은 실제 문 전 대표의 발언이나 행보 여부와는 무관하게 그냥 싫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유를 가져다 붙이는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싫다’는 답은 정해져있고, 이유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의 이런 주장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다도 아니고,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도 아니고…시민혁명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드는 요소를 완비하고 있으면서, 그저 빨리 대선을 치러 대통령 자리에 앉고 싶다는 사람이 제1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라는 사실이 우리 시대의 비극”이라는 마지막 구절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김 논설실장은 헌재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야기한 시스템을 개선하고 부역자를 처벌하자는 주장을 내놓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대선주자를 원하는 걸까요? 이제 막 앞으로의 과제를 발표한 야권 대선주자를 향해 ‘비전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도 영 억지로 보입니다.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문재인은 노무현보다 못하다는 조선
‘문재인이 그냥 싫다’는 이런 주장은 조선일보에도 등장합니다. 강석천 논설고문의 <강천석 칼럼/지금의 문재인 그때의 노무현>(12/10 https://goo.gl/MPakgv)이 바로 그런 주장을 담은 칼럼입니다. 이 칼럼의 논지는 ‘문재인은 노무현보다 못하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것도 없습니다. 


이를테면 강 논설고문은 뜬금없이 “요즘 문재인을 바라보고 있으면 ‘노무현 친구가 맞나’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명과 다름없는 바닥에서 시작”했고 “불리한 게임규칙을 받아들였”는데 그에 비해 “촛불 정국의 최대 기득권자”이자 “노무현 세력이라는 거대 조직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기득권층”인 문재인은 “‘상대에게 불리한 경기 규칙’에 집착”하고 “위험을 피하려다 기회도 걷어”차기에 뜨지도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 논설고문은 “거국내각·책임총리·대통령 자진 사퇴가 거론될 때 위험을 떠안고 받아”들이지 않았고, “개헌론의 중심”에 서지 않았다는 것을 비난의 근거로 삼았는데요. 문 전 대표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을 걷어찬 것은 사실상 ‘2선 후퇴’라는 요구조건을 무시한 박 대통령입니다. 대통령 자진사퇴 주장은 꾸준히 이어왔던 것 이구요. 이런 앞 뒤 정황과 맥락을 모두 지운 채 문 전 대표가 변덕을 부려 입장을 바꿨다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입니다. 


촛불민심이 개헌을 말하지 않는 상황에서 개헌론을 밀어붙였으면 ‘도전자’가 됐을 거라는 주장도 황당할 뿐입니다. 민의를 완전히 무시한 정치인의 ‘도전’에 그렇게 높은 가치를 부여해야 할 이유도 이 칼럼만 봐서는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해당 칼럼은 “같은 포퓰리즘이라도 천양지차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됩니다. 노 전 대통령이나 문 전 대표나 다 포퓰리즘 정치인인데, 문 전 대표는 그보다 못하다는 것이죠. 그 근거로는 노 전 대통령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나 한미FTA 추진을 문 전 대표가 ‘뒤집었다’는 것을 들었는데요. 문재인은 노무현의 ‘친구’니까 노무현의 과거 정책이나 행보를 그대로 이어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유아적’ 주장이 무려 논설고문을 통해 제시되다니. 우스운 일입니다. 

 

3. 오늘의 비교 ①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습니다. 이에 6개 일간지는 10일과 12일자 지면을 통해 이번 결과를 평가하고 남은 과제를 짚었습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정치권을 향해 촛불에 의존하지 말라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눈에 띄네요.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촛불의 승리.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 황교안 총리와 야권은 국정역사교과서, 사드 배치 등 박근혜 실정 폐기해야”
동아일보 : “촛불혁명. 그러나 국회가 언제까지나 촛불에 의지해서는 위험. 정당한 정부 정책 뒤집거나 사드 배치 번복 등 안보 체제를 뒤흔드는 주장은 국민 불안하게 만들 것”
조선일보 : “명예혁명. 탄핵소추가 혼란의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끝이 돼야만 하는 것은 자명. 정치권은 촛불 의존하는 정치 멈추고 질서 있는 명예혁명 이끌어야”
중앙일보 : “민심의 혹독한 심판. 민주당은 무리한 정치적 주장 접고 황 권한대행과 협력하라”
한겨레 : “명예혁명. 박정희 모델 청산이 과제. 박 대통령은 헌재 심판 기다릴 것 없이 빨리 퇴진하고 황교안은 완장노릇 자제하라. 여야정 협의체에서 친박계는 배제해야”
한국일보 : “국민의 위대한 승리. 민주당은 국정공백 최소화하는데 앞장서고 새누리당은 환골탈퇴해서 새로운 리더십 구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