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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황색언론 기사에 문재인 해명하라?
등록 2019.02.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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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예전부터 공익보다는 선정성 경쟁에 몰두하는 소위 ‘황색 저널리즘’에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 관련된 보도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이미 2013년부터 경향신문 <일 언론 한국 비판해야 팔린다혐한 보도 급증>(2013/10/7, 서의동 기자)에서는 일본 주간지들이 한일관계가 나빠질 때마다 온갖 추측성 혐한 기사를 쏟아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 <일 황색잡지가 촉발한 99전쟁설가능성 없는 얘기>(2017/9/7, 김진명 기자)를 봐도 9․9전쟁설 같은 낭설들이 일본 주간지를 원본으로 하여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급기야 최근에는 산케이신문 계열 일본 주간지인 석간 후지가 2019년 2월 2일자 1면에 <문대통령 딸 해외 도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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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의 딸이 해외도망!?’ 제목의 석간후지 페이스북 캡쳐

 

일본 황색언론 기사 확산시킨 중앙일보

석간 후지의 1면 사진은 2월 7일 즈음 국내에도 알려져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도망이라는 표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정작 주요 언론사들은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는데요, 그 중 중앙일보와 한국경제가 관련 보도를 게재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가관입니다.

중앙일보는 관련 내용을 2월 7일 온라인 기사 <“문 대통령 딸 해외 도망일본 신문 보도에 한국 온라인 들썩’>(2019/2/7, 채혜선 기자)로 보도했습니다. 기사 내용은 대부분 석간 후지 기사를 그대로 번역한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띄어쓰기를 제외하고 775자의 짧은 기사 중 333자(43%)를 석간 후지의 보도를 그대로 요약정리 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이렇게 주절주절 관련 내용을 옮긴 뒤 중앙일보가 쓴 부분은 아래 내용이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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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없이 석간 후지 보도를 그대로 번역해 옮겨 적은 중앙일보 기사(2/7, 중앙일보 온라인판)

 

이 같은 보도 내용이 국내에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은 석간후지가 사용한 ‘도망(逃亡)’이라는 표현에 불쾌함을 나타냈다. 한 네티즌은 “도망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선 대통령 직계가족인 다혜씨의 해외 이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후에는 나머지는 곽상도 의원의 대통령 자녀 해외이주 관련 문제제기와 청와대의 반응을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중앙일보의 이 보도는 한마디로 한심합니다. 국내 언론인지 일본 주간지 번역 사이트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으로 논란을 잔뜩 옮겨 온 뒤, 일본 보도행태의 부적절성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도 황당하고요. 기계적 균형이라도 잡는 양 ‘도망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와 ‘다혜 씨의 해외 이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익명의 네티즌 말을 갖다 붙여놓은 것도 황당합니다.

 

한국경제 ‘따옴표’에 숨은 악의

그런데 중앙일보보다 더한 것이 한국경제의 온라인 기사 <“문 대통령 딸, 해외로 도망” 1면 보도한 일 언론에 국민들 분노’>(2019/2/7, 이미나 기자)입니다. 한국경제는 “문 대통령 딸에게 ‘도망’이라는 표현을 쓴 일본 신문 1면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네티즌은 분노를 드러냈다.”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한국경제가 인용한 댓글들입니다.

 

한 네티즌은 "이사, 도망, 탈출, 잠적, 잠수… 별별 표현이 다 있을 수 있다. 왜 그런 의혹이 있는지 청와대가 투명하고 단호하게 밝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oneq****)"라고 전했다.

아울러 "경호원 12명씩 파견나가서 국민 혈세 30억~100억이 줄줄 샌다는 소문이 무성한데 이에 대해서 해명해라 (lkww****)", "도망 밑에 か라고 써있지 않나. 도망인가? 라는 의문문이다 (fort****)"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국경제가 인용한 댓글들만 보면 네티즌이 분노를 한 이유는 일본의 보도행태 때문이 아니라 ‘청와대가 해명하지 않아서’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한국경제의 나머지 내용은 중앙일보와 똑같이 사안 정리 수준의 내용들입니다.

이는 익명의 네티즌을 인용하여 할 말은 다 하고 사실 확인이라는 언론의 책임은 방기하는 것이며, 일본 황색언론의 주장을 빌미로 이 사안을 확대․재생산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무개념 보도행태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2월 7~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보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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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