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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부르짖는 언론, 언론자유 평가엔 관심없다?
등록 2019.04.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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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기자회(RSF)는 매년 4월 경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합니다.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각국에서 언론자유가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프리덤하우스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해왔지만, 2017년 이후에는 자료가 업데이트 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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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기자회의 2019년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 평가(국경없는기자회 홈페이지)

 

“나쁜 10년을 지나 뚜렷한 발전이 있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평가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2006년 31위를 기록한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계속 급속도로 떨어졌습니다. 2009년에는 69위로 떨어지고, 2010년 42위로 회복되긴 했으나 2016년에도 70위를 기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이전 정권의 언론장악 조치들이 되돌려지면서 2017년 63위, 2018년 43위로 순위가 급상승했습니다. 이번 4월 18일 발표된 2019년 언론자유지수는 41위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높았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에서는 이를 두고 “나쁜 10년을 지나 뚜렷한 발전이 있었다(Distinct improvement after a bad decade)”고 평했습니다.

 

 

어떤 언론들에게는 지금이 ‘언론자유의 겨울’

지난 3월,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에서 블룸버그통신의 특정 기사를 인용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발언한 이후, 민주당에서 블룸버그통신 기자 개인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 문제가 되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에서도 <국경없는 기자회는 문재인을 비판한 기자들에 대한 대한민국 집권당의 공격을 규탄한다>(2019/3/22)라는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그러자 조선일보에서는 3월 28일 10면에 <‘국경없는 기자회도 한국 여당 비판 언론자유 약속한 문대통령이 나서라”>(이민석 기자)<사설/“문대통령이 직접 외신기자 겁박입장 밝혀달라”>를 내고 국경없는 기자회 성명 내용을 인용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역시 외신기자클럽 등을 인용해 언론자유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조중동은 이처럼 문재인 정권의 언론 자유를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칼럼 <터치!코리아/혐오와 분노의 총구를 거둬라>(4/20, 김윤덕 기자)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호통치니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 (중략) 3년 전 광화문 광장을 밝혔던 촛불, 그로 인해 권력을 얻은 현 정권과 이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언론들이 부르짖는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라고 한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검은머리 외신기자에서 드러난 집권당의 언론관>(3/20)에서 “언론의 자유는 단지 민주주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아니로 그 자체가 민주주의라는 경구를 되새기기 바란다”고 조언했습니다. 동아일보는 기자칼럼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르지 못하는 나라>(3/4, 김순덕)에서 “표현의 자유까지 갈 것도 없다.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를 수 없는 나라는 북한과 다름없는 전체주의 국가다”라며 개탄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언론자유 상황 얼마나 다루었나?

그렇다면 이렇게 언론 자유에 관심이 많은 조중동이 국경없는기자회가 평가하는 한국의 언론자유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는 언론자유지수가 크게 추락한 2009년 1월 1일부터 2019년 언론자유지수가 발표된 이후 2019년 4월 24일까지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지수, 언론자유순위 중 하나 이상이 언급된 기사의 수를 비교하여, 한국의 언론자유에 대한 해외 평가를 얼마나 다루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기간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전체 보도량

87

36

30

17

100

2009/1/1~20175/10

보도량(건)

73

26

20

15

90

연평균 보도량(건)

8.7

3.1

2.4

1.8

10.8

한국언급 보도량(건)

6.5

0.6

0.4

0.7

8.7

한국언급 보도(%)

75%

19%

17%

39%

81%

2017/5/11~2019/4/24

보도량(건)

14

10

10

2

10

연평균 보도량(건)

7.2

5.1

5.1

1

5.1

한국언급 보도량(건)

4.6

0.5

2

0.5

3.1

한국언급 보도(%)

64%

10%

39%

50%

61%

△10년간 국경없는기자회의 성명이나 언론자유지수, 언론자유순위가 언급된 기사량 Ⓒ민주언론시민연합

그 결과, 총 270건 중 187건(69%)이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기사였습니다. 한국이 언급된 기사만 따지면, 162건 중 절대 다수인 142건(88%)이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기사였습니다. 동아일보는 한국에 대한 언급 자체가 10%대로 적었고, 중앙일보는 경제지인 매일경제(21건)보다도 언론자유에 대한 해외평가 자체를 많이 다루지 않았습니다(17건).

문재인 대통령 집권 전후로 기간을 나누어 기사량의 변화도 비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여 언론자유순위가 상승한 후,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한국에 대한 언급이 감소하였고 보도량도 줄어들었습니다. 그 반면, 조선일보는 오히려 기사량이 늘었고, 한국에 대한 언급 비율도 15%에서 40%로 폭증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게 불리한 평가가 나올 때는 보도하지 않다가 문재인 정권에 대해 나쁜 평가가 나올 때마다 보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실수로 말해버린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한국을 언급한 기사의 세부 내용을 보면, 조선·중앙·동아의 태도는 더 한심합니다. 10년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언급한 조선일보 7건, 중앙일보 7건, 동아일보 6건의 기사 중 중앙일보의 사설 <사설/아직도 청와대가 공영방송 뉴스 제작에 개입한다니>(2016/7/2)를 제외하면, 언론사가 직접 한국의 언론자유 상황에 대한 평가를 인용한 기사는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는 위에서 언급한 국경없는기자회 성명의 “언론자유에 대한 어두운 10년 이후, 대한민국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따라 큰 개선이 있었고, 언론자유지수도 63위에서 43위까지 올랐다”는 대목을 그대로 인용한 경우가 한 번 있었습니다. 이밖에 언론자유지수나 국경없는기자회의 성명을 언급한 경우는 사설에서 국경없는기자회 성명서 내용을 언급하며 한 번, 대북정책을 비판한 미국 보수논객들에게 반박하는 천준호 주미 대사관 공공외교공사의 발언을 따면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그대로 따면서, 일본 산케이신문의 세월호 7시간 추측보도사건 때 국경없는기자회의 우려를 전하면서, ‘왜 언론자유, 자유언론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소개하면서, 국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하는 일을 소개하면서 한 번씩 언급되었습니다.

중앙일보도 상황이 다르지 않아 7건 중 3건은 외부칼럼이었고,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서, 진중권 발언에서, 산케이신문 세월호 7시간 추측보도 사건 때 한 번씩 언급되었습니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서 인용된 1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5건은 모두 외부칼럼이었습니다.

 

신문사

제목(일자)

인용문구

조선일보

국경없는 기자회 도 한국 여당 비판 언론자유 약속한 文대통령이 나서라(2019/3/28)

국경없는기자회는 “과거 ‘언론 박해’역사 이후(중략)‘세계언론자유지수’가 63위에서 43위로 향상됐다”며…(후략)

“文 대통령이 직접 외신기자 겁박 입장 밝혀달라”(2019/3/28, 사설)

국경없는기자회는 “언론인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고, 오로지 독자만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美 보수논객들 北이 원하는대로 한국이 변하고 있다(2018/12/13)

천준호 주미 대사관 공공외교공사는(중략)“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43위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다”고도 했다.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무원 안돼(2017/8/23)

(문 대통령은)업무보고에서 “방송의 경우 언론자유지수가 민주정부 때보다 크게 떨어졌다(후략)”고 지적했다.

그래도 산케이 지국장을 處罰해선 안 될 이유(2014/10/3, 기자칼럼)

‘국경 없는 기자회’는 (산케이 신문 지국장) 기소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정부의 소송·중재신청… 새로운 언론통제 도구(2011/7/3, 책소개)

지난해 프리덤하우스 세계 언론자유 순위에서 한국은 96개국 중 67위였다.

민주주의 지수 亞 1위지만 안에선 민주 논쟁 여전(2011/1/1, 외부칼럼)

해마다 각국의 자유도와 언론 자유 순위를 발표하는 미국의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중앙일보

문 대통령 “국회 존재 이유 보여달라” 규제혁신 법안 처리 요청(2018/9/4)

(문 대통령은)“올해 5월 ‘국경없는기자회’에서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의 순위가 크게 올랐다”며…(후략)

언론의 권력 감시, 권력의 언론 감시(2016/12/29, 외부칼럼)

국제적인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는 올해 우리 언론자유지수가 70위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아직도 청와대가 공영방송 뉴스 제작에 개입한다니…(2016/7/2, 사설)

국경없는 기자회 발표를 보면 한국의 언론자유순위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70위로 전년보다 10계단 더 떨어진 올해 성적은…(후략)

한국의 언론 자유 순위가 하락하는 이유(2015/3/21, 외부칼럼)

‘국경없는 기자회’는 2010년 한국 언론의 자유를 세계 42위로 평가했다. 2015년에는 60위로 떨어졌다.

창조경제의 선봉 카카오, 부당한 난관에 빠지다(2014/10/11, 외부칼럼)

지난 수년간 한국의 언론 자유 순위는 급락했다.

국경없는기자회 “산케이 지국장 기소 말라”(2014/9/11)

국제 언론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기소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논객 진중권이 말하는 박근혜 정권(2013/3/16)

이에 진 교수는 “언론자유지수 하락에 대한 팩트는 인정하라”며 반박한다.

동아일보

文대통령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없는 공직자 돼선 안돼”(2017/8/23)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방송의 언론자유지수가 민주정부 때보다 크게 떨어졌다” 며…

명예훼손 기소로 훼손되는 명예(2014/10/23,외부칼럼)

(산케이 지국장 기소에 대해) ‘국경 없는 기자단’도 경종을 울렸습니다. 일본 정부도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찌라시’는 무시하는게 상책(2014/8/28, 외부칼럼)

우리나라 언론자유 순위는 68위이다. 왜 이렇게 세계의 평가가 낮은가

천시는 인화를 넘지 못하고(2012/4/24, 외부칼럼)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87위로 추락한 민주주의의 후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許하라(2012/1/28, 외부칼럼)

‘국경없는기자회’가 평가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중략)2009년에는 전년대비 22단계나 하락한 69위로 추락했다

자유 민주주의 논쟁 유감(2011/11/15, 외부칼럼)

‘국경없는 기자회’는 2009년 한국의 언론자유순위를 2008년보다 22위 강등된, 파푸아뉴기니 수준의 69위로 발표했고,…(후략)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지수, 언론자유순위가 언급된 기사들(2009/1/1~2019/4/24)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 자유’는 ‘나만 자유’가 아니다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YTN, KBS, MBC등 방송사들은 임직원, 노동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장과 주요 인사가 선거캠프 인사들로 채워지고, 정권에 불편한 방송을 하는 프로그램은 폐지되었으며 언론인들이 해고되었습니다. 그 동안, 조선·중앙·동아와 매일경제는 종편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받았습니다. 그런 언론들 입장에서는 언론 자유가 회복되는 지금의 상황이 심각한 언론장악으로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언론 자유는 조선·중앙·동아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중앙·동아는 자신들과 논조가 다른 언론사에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언론 장악’ 낙인을 찍을 것이 아니라, 해외 기관의 평가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진실의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09년 1월 1일~2019/4/24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끝>

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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