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교통혼잡은 농민 탓, 경찰의 ‘창조 대응’은 무비판한 채널A와 TV조선(2016.10.9)
등록 2016.10.09 22:53
조회 292
쌀과 나락 3,000여 톤이 미신고 집회 물품이라며 도로를 막아 세운 경찰. 집회시위법 어디에도 없는 ‘미신고 집회’라는 핑계로 집회를 방해한 ‘창조 대응’에 많은 농민들이 고통받았다. ‘불법 시위는 엄정대응’이라는 엄포를 놓던 경찰이 먼저 불법을 자행한 것이다. 그러나 채널A와 TV조선은 정부 입장을 옹호하며 시위 농민들을 비판하기 바빴다. 백남기 농민을 둘러싼 논란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6일 국정감사 안행위에서 ‘조건 실행 없으면 위헌’이라는 법원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부검 강제집행’ 의사를 밝힌 것으로 모자라 사건 당시에 있었던 상황 보고서를 은폐한 의혹까지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MBN은 이 사실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l1
·경찰의 ‘창조 대응’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채널A와 TV조선
채널A <시위용 쌀 싣고 다리 위 대치>(10/6, 17번째, 김기정 기자,
https://goo.gl/SofE2K)
TV조선 <22시간 상경시위…"쌀 전량 수매">(10/6, 15번째, 박성제 기자,
https://goo.gl/qvn51Z)

 

정부에 쌀값 폭락 대책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상경하여 서울 광화문 청사로 향하던 농민들이 경찰에 가로막혔다. 트럭에 실린 쌀과 나락 3,000여 톤이 문제였다. 경찰은 나락이 ‘미신고 집회용품’이라 판단하고 서울 한남대교 앞 도로 2차선을 전면 통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은 한남대교에서 도로를 차단한 경찰과 5일과 6일, 밤샘 대치한 뒤 23시간 만에 자진 산회했다.

 

경찰은 “나락이 도심권에서 집회용품으로 활용될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제지했다”는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 집회용품으로 사용된 이후가 아니라 ‘우려가 있다’는 추측만으로 위험한 물품도 아닌 나락을 제지한 것은 농민 상경집회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한 억지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특히 법적 근거도 없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신고가 이루어진 집회 참석을 방해했으며, 이 과정에서  도로를 봉쇄하면서 경찰이 시민에게 큰 피해를 끼친 셈이다. 경찰은 잇따른 파업과 시위에 “불법 시위 엄단”이라며 엄포를 놓으면서도 스스로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을 자행한 것이다.

 

이런 농민 상경집회 불허 상황을 방송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문제의 쟁점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간 방송사는 JTBC뿐이었다. JTBC는 <“일단 차단해”…23시간 대치>(10/6, 12번째, https://goo.gl/qaTSAS)에서 9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경찰이 신고 항목에도 없는 벼 나락을 빌미로 과잉 대응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라며 경찰의 도로 봉쇄가 과잉대응임을 분명히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시위의 목적, 시간, 장소 등을 신고해야 합니다”며 집회시위법에 신고 항목을 열거한 JTBC는 “하지만 '시위 물품'은 신고 항목에 없습니다”며 경찰의 대응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또 “농민과 경찰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오늘 아침 출근길이 극심한 정체를 빚었습니다”, “농민들은 경찰과 23시간을 대치하면서 거리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평소 혼잡 구간이라 음주 단속 등도 피하던 곳에서 경찰이 저지선을 구축한 통에 운전자들의 비난도 많았습니다”며 교통 혼잡이 일어난 원인이 경찰에 있음을 표현했다.

 

그러나 채널A, TV조선은 역시 달랐다. 양사 보도의 특징은 두 가지이다. 일단 리포트 속 기자의 멘트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음에도 앵커멘트로 정부가 세금으로 농민들에게 쌀값을 보상해주는 것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다는 발언을 집어넣었다. 또한 나락 불허에 대한 문제제기는 전혀 하지 않은 채, 한남대교의 교통 혼잡을 농민의 탓으로만 돌렸다.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농민들에게 교통혼잡 책임 전가한 TV조선과 채널A(10/6)

 

채널A는 <시위용 쌀 싣고 다리 위 대치>에서 문제가 된 쌀과 나락 3,000여 톤을 ‘시위용’으로 규정했다. 나락이 ‘미신고 집회 용품’이라는 경찰과 “벼는 시위의 물품이 될 수 없다”는 전농 측의 주장이 대립한 사건을 두고 경찰 측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또 보도 시작부터 앵커는 “지난 10여 년 간 쌀값이 떨어질 때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준 돈 11조원이 훌쩍 넘는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라고 말했다. 국민의 세금이 농민들에게 낭비되고 있다는 정부 측 주장을 슬쩍 멘트에 넣은 것이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제시조차 하지 않았다. 채널A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농민들의 모습을 쭉 보여준 뒤, “농민과 경찰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오늘 아침 출근길이 극심한 정체를 빚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한남대교 2차선을 봉쇄한 것은 경찰이다. 전농 측이 신고한 집회는 서울 광화문청사에서 열릴 예정이었고, 도로를 봉쇄한 경찰 탓에 어쩔 수 없이 도로에서 대치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채널A는 경찰의 불법 도로 봉쇄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조차 농민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TV조선의 <22시간 상경시위…“쌀 전량 수매”>도 채널A의 보도와 비슷하다. 보도를 시작하면서 앵커가 “과다 생산된 쌀을 매번 국민 세금으로 사주는 데 대해 비판하는 여론도 사실 적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그것이 맞는 지적인지에 대한 언급은 리포트에서 찾아볼 수 없다. TV조선도 그저 앵커멘트로 정부의 주장을 슬쩍 채워넣은 뒤  리포트에서는 한남대교 상황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기자는 “농민들과 경찰의 힘겨루기는 20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어제 오후, 쌀과 나락 3,000여톤을 트럭에 싣고 광화문 서울청사로 향하던 농민들을 경찰이 막아선 겁니다”라며 경찰과 농민들의 대치 상황을 보도했다. 하지만 TV조선의 보도에는 3,000톤의 쌀과 나락을 문제로 대치했다는 내용이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경찰이 막아섰다’는 내용뿐이다. TV조선은 시위 자체는 보도하면서도 농민과 경찰이 대치한 이유에서는 침묵했다. 쌀값 폭락 시위를 보도한 방송사는 JTBC, 채널A, TV조선, MBN이였다. 이중 나락을 둘러싼 논란을 다루지 않은 방송사는 TV조선뿐이다. TV조선도 “농민 100여 명은 두 개 차로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위현장 인근 도로는 오전 내내 교통 혼잡이 계속됐”다며 교통혼잡의 책임을 농민에게 물었다. 두 방송사는 양측의 입장이 대치하는 쟁점 사안을 두고 일방적으로 정부 측의 입장을 옹호하고 그 책임조차 농민들에게 돌리는 왜곡보도를 한 것이다.

 

한편, MBN은 기계적 중립을 지켰다. MBN의 <서울 못 들어오고 해산>(10/6, 23번째, 전남주 기자, https://goo.gl/74giDg)에서는 교통혼잡의 책임을 농민에게 돌리지도 않았고, “전농 측은 "벼는 시위의 물품이 될 수 없다"며 경찰을 비판했습니다”라며 나락을 두고 대치하는 전농 측의 입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또 “경찰은 농민 9명을 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라며 농민들의 입건 사실을 보도한 채널A와는 달리 MBN은 “경찰과 몸싸움을 한 전농 관계자 9명이 도로교통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연행했다가 석방됐습니다”며 석방된 농민들의 후속 내용까지 분명하게 보도했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l2

경찰의 은폐 의혹 ‘은폐’한 방송사들

“유명을 달리하신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6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애도의 말이다. 하지만 이후 고인의 죽음을 대하는 이 청장의 태도는 애도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국감 직후 경찰청 관계자는 “백씨 사망 이후 경찰 수장이 공개 석상에서 애도를 표한 건 처음”이라면서도 “사과의 의미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먼저 경찰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죽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청장은 6일 경찰청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 국정감사에서 “경찰 물대포에 의해 희생됐다 단정 짓긴 그렇다. 저희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전날 있었던 법원의 ‘부검 강제집행은 위법’이라는 소명에도 “집행은 법원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부검의 강제집행 의지를 밝혔다. 영장의 발급기관인 법원의 유권해석을 집행기관인 경찰이 거부한 것이다.

 

또한, 이날 안행위에서는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전후 조치에 대한 상황 속보 19건 중 5건이 누락된 것으로 밝혀져 많은 논란이 일었다. 경찰이 제출한 자료에는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4시 45분 작성된 상황속보(13보)부터 오후 8시 30분 작성된 19보 사이의 5건이 빠져 있었다. 백 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오후 6시 56분부터 병원에 실려 간 초기의 상황속보 부분이 누락 된 것이다. 경찰의 은폐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 6일 9개 방송사 백남기 농민 관련 보도량 비교(10/6) Ⓒ민주언론시민연합

 

하지만 6일 이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는 JTBC 단 한 곳뿐이었다. KBS, SBS, 채널A, YTN 4개 방송사는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고, MBC, TV조선, MBN, 연합뉴스TV는 안행위 국감에 대해 보도했지만, 경찰의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국정감사 도중 야당 의원들이 질의를 멈추고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큰 논란이 있었음에도 방송사들은 이에 침묵한 것이다.

 

JTBC는 <수정 요청에 침묵…검경은 부검 강행의사>(10/6, 11번째, 박현주 기자, https://goo.gl/bgJkDG)에서 경찰의 증거 은폐 의혹을 다뤘다. 심지어 JTBC의 보도는 안행위 국감에 대한 보도가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JTBC는 “이철성 경찰청장은 오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장 집행과 관련해선 "법원이 직접 관여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는 경찰청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이 보고서를 살펴보니 백남기 씨가 사고를 당한 그 당시 저녁 시간대의 시간만 쏙 빠져있었던 겁니다”라며 상황보고서의 은폐 의혹을 보도했다.

 

연합뉴스TV는 <국감장 안팎서 미르·백남기…특검·증인 전방위 충돌>(10/6, 6번째, 이준서 기자)에서 의혹에 집중하기보다는 국회의 정쟁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내놨다. 안행위 국감에 대해서는 “안행위에서는 백남기 씨 부검 문제를 놓고 여야가 날선 평행선을 이어갔습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MBC와 TV조선 역시 비슷한 내용의 보도였다. MBC <연일 부검·특검 공방‥증인 채택 충돌>(10/6, 23번째, 한재근 기자, https://goo.gl/cF06Xn)와 TV조선 <'백남기 특검' 공방 …경찰청장 애도>(10/6, 24번째, 김명우 기자, https://goo.gl/Lxz8sw)에서 “백남기 씨 사망과 미르·K스포츠 재단 특혜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오늘 국정감사에서도 반복됐습니다”, “백남기 특검을 두고는 여야가 신경전을 이어갔습니다”며 사건 그 자체보다는 국회의 정쟁을 전하는 보도에 그쳤다. 야당과 여당이 거세게 격돌하는 것은 카메라에 담으면서도, 왜 싸우고 있는지, 어떤 쟁점이 있는지에 대해 다루지 않는 이런 보도는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무책임한 보도가 아닐 수 없다.

 

MBN의 황당한 안행위 국감 보도
<백남기·우병우 공세…진땀 뺀 경찰청장>(10/6, 8번째, 전중영 기자,
https://goo.gl/MTWU4p)

더 심각한 것은 MBN이다. 단편적으로 안행위 국감 소식을 전한 TV조선과 MBC조차 이 청장의 고인 애도 발언과 백남기 특검 여부 등에 대해 다룬 것과 달리 MBN은 그런 ‘사실’을 일절 다루지 않았다. MBN <백남기·우병우 공세…진땀 뺀 경찰청장>(10/6)은 안행위 국정감사 내용을 다루면서도 온전히 경찰청장의 입장에서 곤혹스러워하는 모습 위주로 담았다.

 

△국감 내용을 하나도 보도하지 않는 ‘무책임 보도’ 낸 MBN(10/6)

 

보도 제목에서 주어도 ‘경찰청장’이다. MBN의 보도에서는 여·야 의원과 이 청장의 질의 답변이 있을 뿐 다른 내용은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진땀을 뺀” 이 청장이 있을 뿐이다. △상황속보 은폐 의혹 △백 농민 애도 △부검 강제집행 의지 △개인적 조문 시사 △과잉진압 책임 인정 거부 등 많은 굵직한 발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유족에 사과책임이 있는 경찰의 총책임자를 추궁하는 자리에 대해 ‘진땀을 뺐다’고 평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끝>
문의 이봉우,  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