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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사인 왜곡’ 대신 ‘투쟁본부 이적단체’ 발언만 강조한 TV조선(2016.10.12)
등록 2016.10.12 21:22
조회 217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가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왜곡했을 정황이 추가적으로 제기됐다. 백 교수는 주치의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백 농민을 단 한 번 방문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고 입원 당시 전문의가 가망성이 없다고 했는데도 직접 수술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JTBC를 제외한 8개 방송사는 모두 이런 의혹을 보도하지 않았고 아무 의미 없는 ‘여야 공방’만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MBC, TV조선, MBN은 ‘고성 지르는 야당’만 부각해 ‘외인사’와 ‘부검 반대’를 주장하는 야당이 마치 어깃장을 부리는 것처럼 묘사했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1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국정감사에서는 백남기 농민 사망원인 및 부검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주치의 백선하 교수는 “사망의 종류는 병사”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유족이 투석을 거부하여 사망에 이르렀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이에 서울대학교병원 특별조사위원장이었던 이윤성 교수는 “병사라고 하는 것은 (사망)진단서작성 지침을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반박했고 야당 의원들의 질타도 쏟아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백 교수를 옹호하면서 부검을 내세웠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적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백남기 투쟁본부는 즉각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해, 불리한 사안마다 ‘공안몰이’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공안몰이’에 힘 실어준 TV조선
11일 국감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자 9개 방송사 모두 최소 1건씩 보도를 했고 TV조선, YTN, 연합뉴스TV는 2건을 보도했다. 이중 TV조선의 태도가 두드러진다. TV조선은 이날 유일하게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투쟁본부 이적단체’ 발언을 따로 1건 떼어 보도했다. 여기서 TV조선은 정 원내대표의 ‘공안몰이’에 사실상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 정진석 원내대표의 ‘백남기 투쟁본부 이적단체’ 발언 빌미로
‘외부 전문시위꾼 개입’ 프레임 강화한 TV조선(10/11)

 

TV조선 <“이적단체 참여”…“또 공안몰이”>(16번째, 신정훈 기자, https://bit.ly/2dKmtlu)는 제목에서 정 원내대표의 발언과 이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명시해 기계적 중립을 지킨 듯 보이지만 리포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신정훈 기자는 먼저 “이적단체까지 참여하고 있는 이른바 백남기 투쟁본부는 즉각 해체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정 원내대표의 모습을 보여준 후 “백남기 투쟁본부의 해체를 요구한 이유로 좌파의 전문시위꾼들의 개입을 들었습니다.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범민련' 남측본부 인사 등이 정부와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때 화면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집회 장면이었는데 TV조선은 여기에 <“좌파 전문시위꾼 개입”…정부와 충돌 부추겨>라는 자막을 깔았다. 이는 ‘범민련 남측본부’ 등 정 원내대표가 지목한 단체들을 ‘좌파 전문시위꾼’이라고 구체화하면서 이들이 ‘정부와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는 일방적 주장을 ‘사실’로서 보도한 행태이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TV조선은 전날 자사가 보도하지 않았던 정 원내대표의 “불법 시위 중 사망한 백남기 씨 천막은 국가 공권력의 추락이 빚어낸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라는 발언 장면도 보여줬다. 이 발언은 우리 해경에 위해를 가한 중국 어선들을 ‘백남기 추모 천막’에 비유한 초유의 ‘국민모독’이다. TV조선은 이 발언의 의미를 전하기는커녕, 정 원내대표의 ‘이적단체’ 발언과 엮어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국민들을 겁박하기만 한 것이다. TV조선이 전한 정 원내대표 발언에 대한 비판은 “청와대 출장소 부소장 역할도 모자라서 이제는 대통령의 돌격대로 나설 셈인가”라는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 발언과 “더불어민주당은 정 원내대표가 공안몰이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라는 기자의 언급뿐이다.


TV조선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국민에 뒤집어씌웠던 ‘외부 전문시위꾼 개입’ 프레임을 정 원내대표가 백남기 농민 사건에 악용하자, TV조선은 이를 적극적으로 확대 재생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에 어긋난 정치인을 비판해야 할 언론의 기본적 책무를 내던진 것이다. 정 원내대표가 ‘해체’까지 운운한 백남기 투쟁본부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가톨릭농민회 등 농민단체와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두레생협연합회 등 소비자단체를 비롯해 노동·인권·종교 등 각계 107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단지 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소수 단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체’까지 운운했으니 사실상 이 모든 국민들을 ‘이적단체’로 매도한 것이다. 또한 범민련 남측본부 역시 국가폭력의 책임을 묻고 백남기 농민을 추모할 권리를 지닌 국민 중 일부이다. 국민의 권리를 두고 ‘이적행위’ ‘해체’를 종용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과연 민주주의적 상식을 지니고 있는지 의문이다. TV조선은 언론이라면 응당 지녀야할 이런 의심 대신 국민을 중국 어선에 비유했던 전날 발언까지 이어 붙였다. 여당과 함께 국가폭력의 책임을 은폐하려는 TV조선의 의도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한편 연합뉴스TV도 <정진석 “백남기 투쟁본부에 이적단체 개입”…야 “색깔론”>(11번째, 강은나래 기자, https://bit.ly/2db9WRJ)에서 정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하고 야당의 반발을 덧붙였다. 하지만 TV조선처럼 정 원내대표 발언을 구체화하거나 전날 ‘중국어선’ 발언을 덧붙이지는 않았고, 국감에서 나온 백남기 농민 사인 공방을 이어붙인 보도였다.

 

새로운 의혹 대신 야당의 ‘버럭’ 공세만 부각, 방송사들의 기막힌 프레임
9개 방송사가 모두 백남기 농민 관련 보도를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9월 25일 백 농민 사망 이후 방송사들은 줄곧 무관심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도는 모두 ‘무보도’나 다름없거나 오히려 보도를 안 한 것 보다 더 악의적이었다. 국감에서 서울대병원의 백남기 농민 사인 왜곡과 관련한 추가적 의혹이 제기됐으나 JTBC를 제외한 8개사 모두 이를 무시했다. 방송사들은 사인 논란을 여야 공방으로만 처리했고 이 과정에서 MBC, TV조선, MBN은 야당 의원이 고성을 지르는 모습을 부각했다. 사인 왜곡 논란이 야당의 어깃장이라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부분에서도 TV조선이 단연 압권이다. TV조선 <“병사 맞다”-“외인사” 공방>(17번째, 조정린 기자, https://bit.ly/2dWheNI)은 리포트 시작부터 주치의 백선하 교수에게 “뭐가 달라요?” “당신 의사 맞아?”라고 소리치는 신동근 더민주 의원의 모습부터 보여줬다. 어떤 맥락에서 이런 이야기기 오갔는지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고성 지르는 야당 의원’부터 부각한 것이다. 이어지는 기자의 설명에도 야당이 어깃장을 부린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담겨있다. 조정린 기자는 “야당 의원들은 외인사가 분명하다며, 서울대병원장과 주치의를 일방적으로 비판”했다면서 야당 의원들의 ‘일방적’ 비판에 방점을 찍었다. 이어지는 내용은 야당 의원들의 비판에 “직접적인 원인은 급성 심부전에 의해서 2차적으로 고 칼륨 혈증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심장 갑자기 멎게 돼 사망에 이르러”라고 맞선 백선하 교수의 발언과 “특검의 끝은 결국 실체 규명을 위한 부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새누리당 측 입장이다. 여야 공방을 기계적 중립으로 처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야당 의원들의 ‘외인사’ 주장 및 ‘부검 반대’를 ‘일방적 주장’으로 규정한 편파보도이다. TV조선이 그동안 의료계, 법조계에서 쏟아진 부검 비판 성명은 물론, 의무기록과 건강보험급여 신청 시에는 ‘외인사’를 명시한 백선하 교수의 이중성 등 사인 왜곡 정황을 은폐했음을 감안하면 그 의도가 더 명확하다.

 

△ ‘사인 왜곡’ 의혹 대신 신동근 의원의 ‘고성’만 부각한 MBC와 TV조선(10/11)

 

이런 태도는 MBC와 MBN도 마찬가지이다. MBC <치열한 사인 공방…주치의 입장 고수>(8번째, 장재용 기자, https://bit.ly/2dPqy4E)는 ‘외인사’를 주장하는 유은혜 더민주 의원과 ‘사인 왜곡 외압’이 없었다는 백선하 교수의 발언을 전한 후, TV조선과 똑같이 ‘고성 지르는’ 신동근 의원 장면을 보여줬다. 심지어 MBC는 타사가 모두 보도에 포함시킨 이윤성 교수의 백선하 교수 비판 발언을 언급하지 않았다. MBN은 비록 이윤성 교수의 “병사라고 한 것은 진단서 작성지침을 숙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발언은 전했지만 MBC, TV조선과 마찬가지로 신동근 의원의 ‘고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JTBC만 새로 제기된 의혹 보도
이렇게 타사가 모두 왜곡과 은폐만 일삼고 있을 때 JTBC만이 국감에서 제기된 새로운 사인 왜곡 의혹을 다뤘다. JTBC <이례적 또 이례적…‘백남기 진료’ 논란>(11번째, 백종훈 기자, https://bit.ly/2eqmZUF)는 “간호기록과 중환자기록에 백 교수가 올해 1~3월엔 백씨의 병실을 찾은 기록이 없고 올해 4월부터 7월엔 월 1회, 지난 8월도 방문 진료 기록이 없다”는 유은혜 더민주 의원의 문제제기를 전하고 “간호사들이 바빠서” 기록이 없다는 백선하 교수의 해명을 덧붙였다. 이에 JTBC는 “의료사고 등의 가능성 때문에 담당 주치의가 직접 진료를 하면 간호사가 기록 남기는 게 일반적”이라고 백 교수를 반박했다. 이어서 JTBC는 “작년 11월에 백남기 씨가 쓰러져 병원에 왔을 때 당직 교수 조 모 교수가 백남기 씨 상태를 보고 수술해봤자 가망이 없다고 했는데 백선하 과장이 나중에 와서 수술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기자는 “이건 드문 일이고, 병원 내에서 뭔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라고 지적했다.


JTBC가 마지막으로 다룬 의혹은 백 교수가 유족에게 ‘연명치료계획서’를 받은 의도이다. 백 교수는 투석 등 연명치료를 거부한 유족의 ‘연명치료계획서’에 대해 “회생가능성이 없어서 받은 게 아니라 보호자가 치료를 거부해 증빙자료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JTBC 백종훈 기자는 이에 대해 “환자, 보호자 측에서 310여 일이 흐른 시점에서 적극적인 진료는 어렵다는 생전 환자의 유지를 받들어서 거부를 했는데 그 거부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하면서 의사가 증빙을 남긴다는 건 일반적인 게 아니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비판했다. JTBC가 1건의 보도에서 파헤친 3개의 의혹은 같은 날 타사가 모두 묵살해버린 주요한 ‘사인 왜곡’ 정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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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이봉우‧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