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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도저히 봐줄 수 없는 수준의 KBS의 ‘KBS 국감보도’(2016.10.13)
등록 2016.10.13 21:46
조회 257

 

 

KBS를 대상으로 한 11일 국정감사는 공영방송 KBS의 문제가 무엇인지 여실히 들어낸 자리였다. KBS 고대영 사장은 ‘언론 자유 침해’라며 보도본부장에게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변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보도개입은 간섭이라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국감 의원에 대해서는 ‘언론 자유 침해’를 내세우는 고 사장과 이를 덮기 급급한 KBS의 보도는 나쁜 보도로 선정하기 충분했다.

늦었지만 짚고 가야 할 나쁜 보도
•KBS <“수신료 현실화”…‘언론 자유 침해’ 논란도>(10/11, 12번째, 남승우 기자,
https://bit.ly/2e3yGfI)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국정감사에서 KBS 고대영 사장이 ‘언론 자유 침해’라며 보도본부장에게 국회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변하지 말라고 말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 보도본부장에게 “27기 기자들이 ‘이정현 보도개입에 대해 법정 대응은 불구하고 작성한 단신기사도 무시했다’는 성명서를 썼다”고 말한 뒤, “취재기자가 작성한 뉴스를 방송 못하게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고대영 사장은 보도본부장에게 “답변하지 마”라고 지시했고, 유승희 의원에게 “언론 자유 침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고대영 사장은 국감에서 이정현 녹취파일에 대해 “KBS 보도국장 출신으로 나도 수많은 외부 전화를 받았지만, 간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청와대의 노골적 보도개입은 간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국감장의 의원 질의가 ‘언론 자유 침해’라고 생각한다니 도대체 그가 생각하는 ‘언론 자유’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자유는 단순히 자신들 마음대로 뉴스를 만들고, 의원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하는 자유가 아니다. 국민이 언론자유라는 가치를 지지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국민의 공론장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정권과 자본의 권력 앞에서 굴복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KBS는 ‘언론자유’를 자신들 마음대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KBS가 고대영 사장의 답변보다 더 황당한 KBS 국감 관련 보도를 내놨다.

 

‘사건 내용은 전하지 않겠다. 아무튼 언론 자유 침해였다’는 식의 KBS
KBS <“수신료 현실화”…‘언론 자유 침해’ 논란도>(10/11, 12번째, 남승우 기자, https://bit.ly/2e3yGfI)는 고 사장의 ‘답변하지 마’라는 답변 거부 사건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사장의 황당한 해프닝이었으니 피하고 싶었을 수 있다. 그런데 정작 KBS 국감은 한 꼭지 담고 싶었나보다. KBS는 고 사장의 ‘언론 자유 침해’ 발언 직후 미방위 국정감사장이 한차례 파행을 맞았지만, 이런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KBS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이야기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만 잘 끼워 맞춘 보도를 내놓은 것이다.


우선 보도에서는 유승희 의원의 질의와 ‘답변하지 마’라고 증인의 답변을 제지하는 고대영 사장의 답변 모습, 이로 인한 미방위 파행은 전혀 담지 않았다. 기자가 말한 것은 “뉴스 보도를 문제 삼은 일부 의원의 질의를 놓고는 '언론 자유 침해' 논란도 불거졌습니다”라는 참으로 애매한 표현뿐이었고, 바로 이어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이 “국회에 출석을 시켜서 보도본부장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답변을 요구하는 사례는 제 기억으로는 없습니다”라는 말한 모습을 이어 붙였다. 이어서 야당의원의 반박이라도 제대로 녹취 인용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했다. KBS는 이어 더민주 박홍근 의원의 “국민의 대표 방송인 KBS가 더욱 공영성을, 공공성과 공익성을 갖추어 나가게끔 우리가 그동안에 있었던 문제를 짚어주는 것이고...”라는 발언만을 보여줬다. 한마디로 KBS의 보도만 봐서는 당일 논란이 되었다는 “언론 자유 침해” 파행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떤 보도를 문제 삼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보도는 제목에서도 <‘언론 자유 침해’ 논란도>라고 표현했고, 보도내용에서도 어떤 의원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부적절한 질문을 해서 논란이 된 것처럼 비춰지게 보도했다.

 

이정현 보도개입에 대해 묻고 대답하지 말라고 지시했음 분명히 전한 채널A와 TV조선
과연 이 내용을 타사에서는 어떻게 보도했을까. 채널A는 https://bit.ly/2dZkmIR)에서 고 사장의 “답변하지 마”를 제목으로 올리며 미방위 파행 소식을 전했다. 내용에서도 “세월호 사태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 개입 의혹 관련 야당의 집중 추궁이 있었던 미방위. 고대영 KBS 사장의 답변 태도로 시작부터 아슬아슬하던 분위기가 결국 폭발했습니다”며 사건의 전후 과정을 분명히 했다. 또한 채널A는 고 사장이 “질문의 흐름을 방해한 데 대해서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실히 답변에 임하겠습니다”라며 유감을 표하는 모습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채널A는 박홍근 더민주 의원의 “증인의 검증을 방해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고”라는 발언을 녹취 인용했다. KBS가 녹취 인용한 “국민의 대표방송인 KBS가 더욱 공영성을 공공성과 공익성을 갖추어 나가게끔 우리가 그동안에 있었던 문제를 짚어주는 것이고”라는 부드럽고 애매모호한 부분과는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 박홍근 의원의 발언 중 채널A가 녹취인용한 부분과 KBS가 녹취인용한 부분 비교(10/11)

 

TV조선 (10/11, 김경화 기자, 25번째, https://bit.ly/2d8VwGR)도 국회 국정감사 이모저모를 묶은 보도의 제목을 고사장 발언으로 뽑았다. 앵커는 “국회의원 질의에 답변하지 말라고 부하 직원에게 말한 피감기관장이 논란”이라고 전했고 기자는 “KBS 보도본부장에게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세월호 보도 외압 의혹을 질문하자, 고 사장은 “답변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KBS가 보도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했다.

 

수신료 인상 필요성 강조하려다, 추혜선 의원 발언 절묘하게 잘라내기
KBS <“수신료 현실화”…‘언론 자유 침해’ 논란도>(10/11, 12번째, 남승우 기자, https://bit.ly/2e3yGfI)는 단순히 고 사장 관련 부분만 문제인 것이 아니다. 이날 KBS 미방위 국감에서 나온 논의는 △선대인 연구소장 강제 하차 논란 △경주 재난 부실보도 UHD방송 △중간광고 문제 △수신료 문제 △세월호 보도 개입 의혹 등이었다. 그런데 KBS는 우호적인 답변을 한 의원들의 발언만을 골라 편집하면서, 세월호 보도 개입 의혹과 선대인 연구소장 강제 하차 논란 등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항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남승우 기자는 “내년 2월, 세계 최초로 개시되는 지상파 UHD TV 방송의 재원 문제가 제기”되었다거나, “공영방송 재원 안정을 위해 수신료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거나, “최근 화제가 된 '임진왜란1952'처럼, 공영방송으로서 역사, 과학 등과 관련된 고품격 콘텐츠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는 등 수신료 인상을 위한 군불떼기 발언은 매우 충실히 정리했다. 새누리당 민경욱 의원의 “(KBS의) 올해 1분기 영업적자가 513억 원이나 되는데, 경영 상황이 매우 안 좋습니다.”라는 발언과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의 “지난 30년간 자장면 값은 엄청나게 많이 올랐는데, 수신료는 2,500원 그대로입니다”라는 발언도 충실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더 황당한 편집이 나왔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중요한 재원이 뭐겠습니까, 수신료입니다.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서 국민들을 설득하고…”라고 발언한 부분이 녹취인용된 것이다.


이 보도만 봐서는 추 의원이 KBS에게 수신료 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하게 권유한 것으로만 느껴진다. 그런데 과연 추 의원의 발언이 이런 맥락이었을까? 이날 추 의원은 △직종 중심에서 사업 중심으로 사업개편의 문제 △KBS 방통위 시행령 개정 요구의 부적절함 △몬스터 유니온 중국 자본 유입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KBS가 지나치게 이윤을 추구해 ‘민영화’에 가까운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KBS가 편집한 추혜선 의원의 전체 발언은 이렇다.

 

“고 사장님이 공영방송을 하나의 사업체로 인식을 하고 계시나 이런 우려가 들었습니다. 물론 재원의 안정화가 심각하다고 이렇게 말씀하셨고 수신료 현실화에 대해서 굉장히 어렵다고 하셨어요. 그런 부분은 이해합니다만 재원의 안정을 꾀하려면 공영방송의 틀 안에서 정도를 좀 걸어주셨으면 좋겠다. 부탁을 드리고 싶고요.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중요한 재원이 뭐겠습니까. 수신료입니다. 저는 KBS 사장의 입장에서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국회를 설득하고 하는 게 KBS 사장의 바른 자세라고 봅니다. 먼저 어렵다고 노력도 안 하고 어렵다고 포기하고 그러는 건 저는 역대 KBS 사장 중에 수신료 현실화 문제를 노력도 안 하고 포기하는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수신료를 중심에 둬야 국민이 보이고 시청자가 보이는 겁니다. 이게 혹 국민을 설득하기 싫어서 혹은 야당에게 아쉬운 소리 하기 싫다, 싫어서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들은 분명히 새기고 새겨야 될 부분이다. 그리고 수신료 현실화 부분을 놓고 다른 어떤 부대사업들을 확장하려는 부분들은 공영방송 KBS를 민영화 시키려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골조를 뜯어내는 것이다. 저는 그렇게 판단을 합니다.”

 

추 의원은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지적하는 것이 핵심이며, KBS에게 무작정 이윤을 추구해 공공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말고 수신료 인상을 위해 공영성을 높이는 정도를 가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KBS의 보도만 봐서는 이런 맥락은 전혀 알 수 없고, 그저 수신료 인상 필요하다는 메시지만 강하게 주고 있다. 국민에게 자신들의 부끄러운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자신들의 주의 주장만 보여주려는 노골적인 태도가 그대로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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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이봉우·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