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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리바게뜨 직접고용 이슈 보도, 제빵사 목소리가 없다
등록 2017.11.29 20:30
조회 426

지난 9월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본사에게 가맹점 제빵사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린 바 있습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면서 본사의 지시를 받지만 제3의 협력업체와 근로계약을 맺는 고용형태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본사는 이런 직고용 지시가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며 해당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습니다.

 

28일, 법원은 고용부의 시정명령이 행정지도에 해당할 뿐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 파리바게뜨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파리바게뜨의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고용부는 예정대로 다음달 5일까지 제빵사를 직접고용 하지 않으면 530여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파리바게뜨는 정부가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현실을 외면한 판단을 내렸다며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을 통해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5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청년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9일 논평을 통해 “소송을 통한 시간끌기로 일관하는 태도로는 불법파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며 법원의 결정에 환영 의사를 밝혔습니다.

 

제빵기사 당사자로 구성된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등은 애초 파리바게뜨가 직접고용이 아닌 가맹점주·협력업체·본사가 지분을 나눠 설립하는 3자 합작법인본사를 통한 ‘꼼수 고용’을 위한 시간을 벌기위해 이 소송을 낸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한편 파리바게뜨는 이 3자 합작법인본사의 연내 출범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등은 ‘본사의 직접고용을 포기하고 3자 합작법인을 통한 고용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동의서에 제빵사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합작회사를 통해 제빵사들을 채용하려면 당사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빵사들은 본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협력업체는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직접고용을 한다고 해도 정규직이 안 될수도 있다’는 등의 정보를 흘리며 은근히 압박을 가하고 있는만큼, 이 서명의 결과가 ‘제빵사들이 직접고용보다는 합작법인을 통한 고용을 원한다’는 것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대다수 방송사가 ‘무관심’
우선 이 소식을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전한 방송사는 KBS와 MBC, JTBC 뿐입니다.

 

이 중 KBS의 관련보도 <법원, 파리바게뜨 ‘제빵사 고용 정지’ 요청 각하>(11/28 https://goo.gl/o3WEj1)는 25초짜리 단신에 불과합니다.

 

“제빵기사 등을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 지시 처분에 반발해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파리바게뜨 측 신청을 법원이 각하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제빵기사 등 5천여 명에 대한 직접 고용 지시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과태료 등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집행 정지 신청으로 다툴 사안이 아니라며 사건을 종결했습니다”라는 앵커의 간단 설명만 듣고 이 사안을 이해할 수 있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량

1

1

0

1

0

0

0

보도순서

14

4

-

13

-

-

-

총 보도시간

00:25

01:57

-

01:49

-

-

-

△ 파리바게뜨 제빵사 직접고용 정지 신청 각하 관련 보도 유무(11/28) ⓒ민주언론시민연합

 


MBC, 제빵사 입장 ‘외면’
MBC와 JTBC는 어땠을까요? MBC는 파업으로 총 보도수가 줄어든 상황이었음에도 이 사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왔는데요. 관련 보도에서 MBC는 주로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업체, 가맹점주의 목소리를 대변했습니다.

 

이런 경향성은 보도 제목에서도 드러납니다. MBC 관련 보도 제목에는 ‘일자리 쥐어짜기’ ‘기업 우려’ ‘직접고용 진통’ ‘위기의 바리바게뜨’ 등 기업 측 우려가 빠짐없이 담겨 있습니다. 같은 기간 JTBC는 고용부와 법원, 가맹점주의 주장을 직접 인용하거나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묻는 형태의 제목을 뽑았습니다.    

 

MBC

JTBC

<“제빵기사 직접고용”…“현실 무시한 결정”>(9/21)

<“제빵사 5300명 직접 고용하라”>(9/21)

<정규직 좋지만…‘일자리 쥐어짜기’ 논란>(9/22)

<파리바게뜨 사태, 문제 핵심은?>(9/24)

<본사-협력사-가맹점주 뒤얽힌 ‘파견 시스템’>(9/24)

<협력업체 강력 반발…기업 우려 확산>(9/25)

<제빵사 빼놓고…합자사 설립 논의>(11/1)

<직접 고용 ‘진통’…대안은 ‘상생 기업’?>(11/2)

<점주들 “제빵사 직접고용 반대”>(11/27)

<“직접 고용하라”…위기의 파리바게뜨>(11/28)

<“제빵사 직접고용 명령 못 늦춰”>(11/28)

△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 이슈 관련 MBC와 JTBC 보도 제목 비교Ⓒ민주언론시민연합

 

보도 내용을 조금 더 상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고용부의 시정명령이 내려진 21일 <“제빵기사 직접고용”…“현실 무시한 결정”>(9/21 https://goo.gl/xvkanv)에서는 “업계에 미칠 파장”을 주로 걱정했는데요.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은 자신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거나 “학계에서도 현실을 무시한 판단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는 말하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시정명령에 대한 제빵사들의 입장은 보도 어디에도 담겨있지 않습니다. 


다음날 <정규직 좋지만…‘일자리 쥐어짜기’ 논란>(9/22 https://goo.gl/8dE5Rk)에서는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제빵기사와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대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의 입장, 노동부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나열하여 전했는데요. 총 보도시간 2분43초 중 ‘노동부 결정에 환영을 표한’ 제빵기사의 목소리는 25초 남짓 소개된 반면, ‘노동부 결정에 우려를 표한’ 다른 주체들의 목소리는 1분50여초 가량 소개되었습니다. 


<협력업체 강력 반발…기업 우려 확산>(9/25 https://goo.gl/jLcZBm)에서도 MBC는 “문 닫을 상황이 된 협력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다른 기업들로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협력업체, 즉 용역업체들의 집단 대응 소식을 주요하게 전달했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기업들이 갑자기 수천 명의 정규직을 고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주장과 “파견하고 도급하고 다 이유가 있는 것인데 모든 것을 대기업에게 다 부담을 씌우고 직접 고용하라고 하면 대기업과 소기업 모두 다 굉장히 어려워집니다”라는 조동근 명지대 교수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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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 이슈 관련 MBC 보도 화면 캡쳐Ⓒ민주언론시민연합


<직접 고용 ‘진통’…대안은 ‘상생 기업’?>(11/2 https://goo.gl/r1EURZ)도 “본사 고용이 이뤄질 경우 제빵기사를 파견하고 있는 11개 협력업체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노골적으로 협력업체의 어려움만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보도는 파리바게뜨 측이 “본사와 협력업체, 그리고 가맹점이 각각 1/3씩 투자해 3자 합작법인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상생기업 설명회’를 통해 “13%의 임금인상과 한 달 휴무일을 8일로 확대, 본사와 동일한 수준의 복지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도 한데요.

 

정작 제빵기사들의 입장은 “제빵기사 노조 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만으로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을 뿐입니다. 이 보도만 봐서는 대체 왜 제빵기사들이 3자 합작법인을 통한 고용을 거부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법원의 판단 직후 나온 <“직접 고용하라”…위기의 파리바게뜨>(11/28 https://goo.gl/3qSujS) 역시 ‘위기’의 주체를 철저히 파리바게뜨 사측과 가맹점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대구 지역에선 제빵사 30여 명이 본사 직접 고용에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는 사실도 전하고 있는데요. 직접 고용에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만 선별하여 소개한 셈입니다. 

 

 

JTBC, 파견 시스템·합자회사 문제점 지적
같은 기간 이 사안에 대해 MBC만큼 관심을 기울여온 방송사는 JTBC인데요. 사측과 가맹점주, 협력업체의 어려움만을 부각한 MBC와는 달리, JTBC는 ‘파견 시스템의 문제점’을 언급한 <파리바게뜨 사태, 문제 핵심은?>(9/24 https://goo.gl/eg2eVy)과 <본사-협력사-가맹점주 뒤얽힌 ‘파견 시스템’>(9/24 https://goo.gl/BY2cgs) 등의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또한 <제빵사 빼놓고…합자사 설립 논의>(11/1 https://goo.gl/SLdUah)에서는 제목 그대로 “본사와 가맹점주 협력업체가 합자 회사를 만드는 방안이 새롭게 논의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제빵사들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보도에는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의 “이해당사자인 저희를 빼놓고 3자 합자회사를 만드는 건 저희 입장에서 받아들이긴 힘들 것 같습니다”라는 발언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JTBC 역시 이 보도를 제외한 여타 보도에서는 정부와 법원의 결정사안을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MBC와 JTBC를 제외한 방송사들이 해당 이슈를 저녁종합뉴스에서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빵사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고 대안을 고민한 방송 보도는 사실상 전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24~11월 2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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