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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 ‘단독’이라며 뒷북에다 청와대 개입 물타기?
등록 2019.04.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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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성폭력‧성 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관련해 재수사를 권고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은 2013년 세상에 알려진 뒤, 두 차례의 검찰 수사에도 무혐의를 받은 사건입니다. 이에 작년 2월, 과거사위가 이를 1차 사전조사 대상 사건 12개 중 하나로 선정했고, 지금까지 조사가 이어져 오면서 당시 검‧경의 부실 수사 정황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당시 김학의 전 차관을 임명한 박근혜 청와대에 대한 의혹도 새로이 등장했습니다. 이를 수사하던 경찰에서 당시 떠돌던 성 접대 동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이 김학의 전 차관이란 첩보를 올렸으나 박근혜 청와대가 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으며, 경찰에는 수사를 압박했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과거사위가 당시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당시 민정비서관(현 변호사)에 대해 수사를 권고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몇몇 언론들이 박근혜 청와대의 수사 개입 정황을 단독 보도하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똑같이 ‘단독’을 달고도 의혹을 ‘물타기’ 하려는 언론이 있습니다. 특히 이제와서 박근혜 청와대가 김학의를 경질한 것이라며 ‘인사 후속 조치를 잘 했다’고 보도한 TV조선은 압권입니다.

 

청와대 외압 의혹 제기해 온 KBS‧SBS‧YTN

과거사위가 선정한 사건을 조사하는 대검찰청의 과거사 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은 출범 1년이 지나서도 별다른 수확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지난 4일 SBS가 <단독/“김학의 수사 때 박정권 압력”…포렌식 결과 누락>(3/4 박원경 기자)에서 김학의 성범죄 의혹 수사에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진상조사단은 최근 2013년 당시 김학의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을 수사했던 경찰 수사팀 관계자들을 소환”했고 여기서 “당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SBS는 진상조사단이 “경찰 수사 초기 김 전 차관의 뇌물 수수 의혹에 초점이 맞춰졌던 수사가 성 접대 의혹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압력으로 수사의 초점이 변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정황을 보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 접대 사건은 뇌물 수수보다 입증이 어렵고 처벌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어 KBS가 <단독/‘별장 성접대’ 김학의 임명…배후에 최순실?>(3/6 이지윤 기자)을 보도하면서 박근혜 청와대와 김학의 전 차관의 커넥션에 대한 의문이 커졌습니다. KBS에 따르면 “2013년 3월 초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직원들에게 고위공직 후보자 검증 지시를 내”렸고 이에 직원들은 당시 떠돌던 성 접대 동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고 6번이나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인사는 강행됩니다. KBS는 진상조사단이 “배후에 최순실 씨가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하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최순실 씨가 변호인을 통해 KBS 보도를 부인하긴 했지만, 진상조사단이 박근혜 청와대의 개입을 눈 여겨 보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 보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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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 박근혜 청와대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들(3/4~23)

 

이후 가수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 범죄 사건이 터지면서 잠잠해진 김학의 사건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학의‧버닝썬‧장자연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하면서 다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후 KBS가 <단독/김학의 ‘원본영상’ 관련 영장 4차례 기각>(3/19 홍성희 기자), YTN이 <단독/검찰 “김학의 피의자에서 빼라” 지휘>(3/20 김영수 기자) 등의 기사를 내면서 검찰의 수사 은폐 의혹을 다뤘습니다. 여기서 YTN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문제제기하며 박근혜 정부‧청와대의 비호에 대해 언급합니다. YTN은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과 발이 될 수 있는 문고리 3인방, 당시 검찰총장‧경찰청장‧법무부 장관,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습니다.

 

그러다 KBS가 23일, <단독/“박 청와대, 수사 막으려 압력 행사”>(3/23 정연욱 기자)에서 당시 경찰 수사 책임자의 증언이라며 ‘박근혜 청와대가 수사를 막기 위해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했다’는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KBS는 박근혜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고 수사 착수에 부담을 토로한 인물이 당시 경찰청 수사국 최고 책임자인 김학배 수사국장이라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이 증언을 한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박관천 행정관이 직접 경찰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거론하며 ‘수사가 부담스럽다’는 말을 했다고 KBS에 알리기도 했습니다.

 

한 번도 청와대 언급 않던 TV조선, 갑자기…

23일 나간 KBS의 보도로 정치권이 떠들썩했습니다. 여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은 곽상도 의원과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고, 자유한국당은 ‘정치공세를 멈추라’고 반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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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제기된 의혹을 뒤늦게 단독 보도하는 TV조선(3/24)

 

그러다 지난 24일, TV조선은 <단독/청, 차관 임명 때 ‘성폭행 의혹’ 보고 받아>(3/24 박경준 기자)란 보도를 냈습니다. 사실 TV조선은 SBS가 처음으로 청와대를 언급한 4일부터 KBS‧YTN이 의혹을 제기하던 때까지 한 번도 김학의 전 차관과 박근혜 청와대를 함께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엔 ‘진상조사단이 김학의 전 차관을 소환했다’, ‘하지만 불출석했다’ 정도의 사실만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그러다 23일 KBS의 보도로 소란스러워진 이후 관련 보도를 낸 것입니다.

 

박경준 기자의 보도에 의하면 “2013년 초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은밀히 떠돌던 이른바 별장 동영상 사건을 경찰이 들여다보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청 범죄정보 책임자를 호출”했습니다. 이때 경찰 책임자는 “‘첩보를 확인 중에 있는데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동영상을 확보하진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TV조선의 보도대로라면 박근혜청와대는 내부 직원이 아닌, 수사 중인 경찰을 호출했고 그 경찰은 청와대 관계자에게 대면 보고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TV조선은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경찰이 보고하지 않았다’고 바로 이어 보도했습니다. 기사 중간에 등장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경찰은 김 전 차관 임명 전까지 관련 첩보가 없다고 했다. 그러다 임명 당일 오후 갑자기 첩보가 있다고 보고해 황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사는 “청와대가 김학의 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 강행하며 경찰의 보고를 언제 받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 규명해야 할 부분”이라며 마무리됐습니다.

 

TV조선에서 박근혜 청와대가 경찰을 불러 김학의 전 차관 수사 상황을 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민정수석실 관계자를 취재하면서 이를 크로스 체크했어야 합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여러 언론들을 통해 경찰이 박근혜 청와대에 첩보를 보고한 정황, 그러나 오히려 청와대가 수사를 막으려한 정황 등이 포착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 초반에 ‘김학의 전 차관 임명 전 청와대가 첩보를 보고 받았다’고 전한 사실이 무색하게 민정수석실 관계자의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은 실체를 들춰낼 생각이 없거나 박근혜 청와대의 연루설에 대해 물타기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진 사퇴한 김학의, 박근혜 청와대가 ‘경질’했다?

다음 날, TV조선은 <단독/“동영상 속 인물 김학의로 판단해 경질”>(3/25 윤수영 기자)에서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김학의 전 차관을 사실상 ‘경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은 2013년 3월 13일 임명된 후 여러 언론들을 통해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지자 임명 일주일 여 만인 21일, ‘자진 사퇴’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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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은 2013년 3월 21일 사임했다. TV조선 <뉴스7)(3/24)

 

윤수영 기자는 “2013년 3월, 김학의 사건에 대한 공식 수사를 시작한 경찰. 당시 확보한 별장 성 접대 동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인지 여부를 의뢰했습니다. 그러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국과수에 특감반원을 보내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민정 관계자가 “‘김학의가 맞는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 때문에 ‘김 전 차관을 사실상 경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영상은 원본이 아닌 모니터 영상을 촬영한 흐릿한 영상”이었는데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사실상 동영상 속 인물을 김학의로 판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청와대가 논란이 된 성 접대 동영상을 바로 확인하고 곧장 인사 조치했다는 식의 설명입니다.

 

먼저 박근혜 청와대가 국과수에 찾아가 성 접대 동영상의 자료를 요구한 것은 맞습니다. 이는 당시에도 보도가 돼 비판 받은 바 있습니다. 수사 주체인 경찰을 거치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국과수에 직접 증거물 분석결과를 확인 한 건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한 시도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김학의와 박근혜 청와대 끈을 자르려하는 TV조선, 그러나 날짜가 안맞는다!

그러나 알려진 바로는 청와대가 국과수를 찾은 것은 2013년 3월 25일입니다. 당시 연합뉴스 <청, 성접대 동영상 확인 논란…“적법 감찰활동”>(2013/3/25 박성민 기자)에 따르면 25일, 민정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 직원이 국과수에 나갔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이 ‘자진 사퇴’한 이후인 2013년 3월 25일, 당시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경찰이 국과수에 의뢰한 일명 ‘성접대 동영상’의 감정 결과를 오늘 확인했다”며 “민정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 직원이 국과수에 나가 동영상 감정결과 통보서를 컴퓨터 화면 상으로만 확인했고, 감정 의뢰물인 동영상을 직접 본 사실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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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청와대는 김학의 전 차관 사임 이후 국과수를 찾았다. 연합뉴스(2013/3/25)

 

즉, 청와대가 국과수를 찾은 것은 25일로, 김학의 전 차관이 자진 사퇴한 지 4일 후입니다. 국과수 보고를 받고 김학의 전 차관을 경질시켰다는 TV조선 보도 속 민정 관계자의 설명은 시간 순서상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물론 알려지지 않은 민정수석실의 잠행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TV조선은 정확히 언제 청와대가 국과수를 찾았는지, 어떻게 국과수의 분석을 보고 받았는지, 또 당시엔 자진 사퇴로 보였으나 실제로 경질하게 된 상황은 무엇인지 등을 밝혔어야 합니다.

 

TV조선은 이런 설명은 일절 없이 ‘청와대는 제대로 인사 조치했다’고만 보도한 것인데요. 아무리 봐도 국민이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박근혜 청와대에까지 연결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허술한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김학의가 경질된 건지, 자진 사퇴한 것인지는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박근혜 청와대가 경찰의 보고를 받고도 김학의 전 차관을 임명했고, 또 임명 전후로 경찰에 수사 압박을 넣었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여러 위험에도 그를 임명한 배경은 무엇인지, 경찰에 수사 압박을 넣은 것이 사실인지, 이 때문에 김학의 성범죄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했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킨 게 아닌지 등에 보도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과거사위가 김학의 전 차관과 관련해 재수사를 권고한 혐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김학의 전 차관의 뇌물 혐의와 다른 하나는 최초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중의 전 민정비서관 등 박근혜 청와대 민정라인의 직권남용 혐의입니다. 특히 과거사위는 박근혜 청와대 민정라인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권고한 배경에 대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소속 공무원과 경찰공무원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1차 사전조사 대상 사건을 발표하면서 검찰의 역사에 대해 반성하고 과거 불법과 단절하며,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언론은 검찰‧청와대 등 고위 공직자의 권력이 남용되지 않았는지 감시하고 김학의 전 차관을 둘러싼 의혹을 이번 기회에 명확히 해소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권력의 허물을 덮어주는 보도로 언론의 책임과 역할에 반해선 안 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4~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Q>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정리 조선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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