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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영철 노역형 오보’, 방송 뉴스는 지적했을까
등록 2019.06.07 12:28
조회 281

지난 5월 31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김영철은 노역형, 김혁철은 총살”>(5/31, 김명성 기자)을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북한소식통을 인용하여 “김혁철이 지난 3월 외무성 간부 4명과 함께 조사받고 미림비행장에서 처형”당했고, “김영철은 해임 후 자강도에서 강제 노역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노이 협상 결렬로 충격 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부 동요와 불만을 돌리기 위해 대대적 숙청을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는 겁니다. 근거는 모두 익명의 ‘북한 소식통’의 전언으로 다른 언론도, 당국도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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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소식통 인용해 ‘김영철 숙청설’ 보도한 조선일보(5/31)

 

그러나 불과 3일만에 조선일보 보도가 오보라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6월 3일 공개한 북한 공식 행사 사진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6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이설주 여사가 참여한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 김영철 부위원장도 참석해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TV도 김 위원장과 이 여사의 군인 가족 공연 관람 보도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5월 31일, CNN은 6월 4일 복수의 익명 미국 관리, 외교관을 인용해 “김혁철은 구금 상태에 있으나 살아있다”, “(김영철은) 자아비판 문서를 작성했다”, “권력을 거의 뺏긴 상태”, “(김혁철이 총살됐다는 등의 보도)는 오보”라고 보도했습니다. 북미 회담 실패를 이유로 책임자들을 숙청할 가능성은 있을 수 있으나 김혁철‧김영철이 이미 총살 또는 노역형에 처해지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보도 비평에 인색한 방송사 뉴스들, 이번에도?

정확한 확인 사실은 물론 언론 간의 교차 검증도 불가능한 북한 내부 소식을 ‘익명 소식통’을 이용해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1986년 김일성 주석 사망설 오보, 2013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공개 총살설 오보 등 그런 경우가 유독 많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병폐가 노출됐습니다. 과연 다른 언론은 ‘반복되는 북한 관련 오보’라는 심각한 문제를 짚었을까요?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경우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등 방송사들마다 저널리즘 비평을 새롭게 시도하고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우리 언론계는 서로 간의 비평에 상당히 인색했습니다. 특히 저녁종합뉴스에서 타사 보도를 비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조선일보가 ‘김영철 숙청설’을 보도한 5월 31일부터, 북한매체가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통해 김영철이 않았음을 알게 된 6월 3일까지,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YTN의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본 결과, 방송사들은 조선일보가 ‘김혁철 총살‧김영철 노역형’을 보도한 31일 이를 받아쓰지는 않았으나 김영철 부위원장의 공식 행사 참석이 확인된 6월 3일 일제히 관련 보도를 내놨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보도의 문제점을 언급한 방송사는 KBS·MBC·JTBC뿐이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보도량

1건

1건

1건

2건

1건

1건

1건

1건

조선일보

오보 지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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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김영철 숙청설’ 관련 보도량 및 조선일보 오보 지적 여부(5/31~6/3)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영철 숙청 아니다’ 보도했으나 ‘조선일보 오보’엔 침묵한 방송사들

SBS‧TV조선‧채널A‧MBN‧YTN 저녁종합뉴스에서는 북한매체에서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통해, 김영철이 숙청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하면서도, ‘김영철 노역형‧숙청설’을 처음 제기한 조선일보를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김영철이 앉은 위치로 볼 때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입니다.

 

SBS는 <‘숙청설’ 김영철 멀쩡히 다시 등장…위상은 하락>(6/3, 안정식 기자)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에 대해) 근신 중이라거나 신병 치료 중이라는 설, 강제 노역을 하는 혁명화 조치 중이라는 설까지 갖가지 얘기”가 나왔지만, “김영철의 재등장으로 이런 논란은 사그라질 듯”하다면서 “위상은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월 비핵화 협상의 총괄로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는 (조선중앙TV 보도에서) 리수용과 김평해보다 앞서 호명됐지만, 이번에는 이들보다 뒤에 불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MBN 역시 <‘숙청설’ 김영철 50일 만에 재등장>(6/3, 조장훈 기자)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숙청설이 제기된 지) 불과 사흘 만에 공개석상에 보란 듯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정치적 위상은 예전 같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채널A <말석에 앉아 얼굴 감싼 김영철>(6/3, 이동은 기자)과 TV조선 <‘강제 노역설’ 김영철 등장>(6/3, 이채현 기자), YTN <북 김영철 50여 일 만에 등장…건재 확인>(6/3, 김지선 기자)도 비슷한 내용입니다.

 

‘북한소식통 인용 보도’의 맹점 지적한 KBS·JTBC

KBS·MBC·JTBC는 타사와 확연히 달랐습니다. ‘김영철 숙청설’을 처음 제기한 조선일보의 보도를 비판한 겁니다. 특히 KBS‧JTBC의 경우 ‘북한 소식통 인용’이라는 근본적 원인을 짚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반가운 ‘보도 비평 보도’를 내놨습니다.

 

KBS <뉴스줌인/“숙청됐다”던 김영철 ‘건재’…현송월도 ‘부활’>(6/3, 정윤섭 기자)의 경우 보도 제목에 현송월 오보까지 언급했습니다. 엄경철 앵커는 “오늘(3일)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을 보여주며 김영철이 숙청되지 않았음을 짚은 후 “북한의 인물이 숙청을 당했다, 그런 뒤 버젓이 나타나는, 이런 일이 계속 되풀이돼 오지 않았었습니까?”라며 북한 주요 인사 관련 무분별한 보도가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정윤섭 기자는 2013년 조선일보 <김정은 옛 애인 등 10여 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2013/8/29)를 보여주면서, 당시 “(현송월이) 공개 처형됐다, 밝혀졌다, 확인됐다, 이런 단정적인 표현”으로 보도가 됐지만, 현송월이 “이후에 다시 등장”했고, “지난해 평창 올림픽 때는 남측을 방문”하기도 했다면서, 당시 조선일보 보도가 “명백한 오보”였다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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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의 북한 주요인사 숙청설 보도 비판하는 KBS <뉴스9>(6/3)

 

이어서 정 기자는 “이런 기사들은 (출처를) 소식통, 이렇게 표현”을 하기 때문에 “다른 기자들이 확인해 기사를 쓰고 싶어도 검증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익명의 취재원에 기댄 북한 관련 보도의 본질적 문제점을 전했습니다. 조선일보의 ‘김혁철 총살‧김영철 노역형’ 보도 이후 조선일보 보도를 비판한 워싱턴포스트·BBC 등 외신도 소개했습니다.

 

JTBC는 조선일보가 제기했던 ‘김영철 숙청설’에 복수(2건)의 보도를 낸 유일한 방송사입니다. 먼저 <숙청당했다더니…김 위원장과 나란히 공연 관람>(6/3, 김소현 기자)는 ‘김영철 재등장’을 조명하면서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부장의 “(지난 5월 31일 조선일보 보도 내용대로) 김 부위원장이 강제 노역형에 처해졌다면 단기간 내에 이렇게 복귀할 수 없습니다”라는 인터뷰로 ‘조선일보 오보’를 지적했습니다.

 

이어지는 JTBC <‘현송월 숙청’도 오보 판명…“설익은 정보 과장 탓”>(6/3, 안의근 기자)는 이러한 오보가 나오는 원인을 짚었습니다. 역시 KBS처럼 ‘소식통 전언’에 의존하는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한 겁니다. 안의근 기자는 2013년 8월 조선일보의 ‘현송월 숙청’ 보도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의 ‘이영길 인민군 총참모장 처형’ 소식이 모두 “오보로 확인”됐다며, 이러한 보도는 “북한 소식통의 전언을 받아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일부 소식통은 역시 같은 성향의 특정 매체와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대북 소식통을 통하여 정보가 왜곡되거나 과장, 확산되는 과정”들이 있다는 박종철 경상대 교수의 발언을 녹취 인용하고, “외신들도 최근 보도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 소식통을 통한 정보의 불확실성과 왜곡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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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주요인사 숙청설’ 오보 원인 지적한 JTBC <뉴스룸>(6/3)

 

MBC도 ‘조선일보 오보’ 지적, 더 구체적인 내용도 소개

MBC는 <김영철 ‘건재’했다…보란 듯 김정은과 같은 줄에>(6/3, 이호찬 기자)는 KBS‧JTBC처럼 ‘소식통 인용’의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조선일보 오보’를 더 구체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조선일보는 1면에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영철이 자강도에서 강제노역 중이라고 보도”했으나 “오보로 확인됐”고, “북한은 과거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리영길 군 총참모장의 처형 보도가 나왔을 때도, 공개 반박 대신 주요 행사의 참석자로 소개하며 오보를 바로 잡았”다는 겁니다. 또한 “50일 넘게 김영철이 잠적했던 이유는 불분명”하다면서 여전히 남은 의문도 짚었습니다. 여기에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을 가리는 내부 검열 때문이란 설과, 건강 악화로 치료 중이었단 설”, “김영철의 재등장을 두고, 북한이 내부 문책과 협상 전략 재정비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거라는 분석” 등 다양한 해석을 달기도 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5월 30일~6월 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박진솔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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