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검찰 개혁 설명에 친절한 방송사는?
등록 2020.01.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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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이 조금씩, 그러나 여러 방면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련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되었고요. 법무부는 지난 13일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 직제 개편안을 내놨습니다. 그러자 언론들은 직접수사 부서 축소 안에 대해서 검찰이 반대하고 있고, 법무부가 안을 내놓을 때 검찰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 위주로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자신의 조직을 손보는 일에 대해 불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검찰 개혁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이나 비판은 안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저 당사자의 반발이라고 전해야 하는 것이죠. 무엇보다 언론은 검찰의 말만 전하지 말고, 검찰 개혁 방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해당 개혁안이 국민들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을 취재하고 다양하게 접근, 분석하여 전해줘야 합니다.

 

과연 그랬을까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검찰 내 직접수사 부서 폐지에 대한 언론의 보도와, 비슷한 시기에 통과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언론의 보도 등을 살펴봤습니다.

 

 

1. 검찰 직접수사 부서 폐지

 

직접수사 부서 폐지는 합의된 방향…언론 보도는 ‘갈등’ 그대로

먼저 검찰 내 직접수사 부서 폐지에 대한 기본 사실을 살펴보겠습니다. 직접수사 부서란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것이 아닌, 직접 검찰이 범죄를 인지하여 수사하는 부서인데요. 현재 검찰 내부 권력의 핵심으로 늘 거론되는 공안부(현 공공수사부)나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 등이 대표적입니다. 직접수사 부서 축소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임명 이후 검찰 중간 간부 인사와 더불어 진행되고 있어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법무부가 당시 낸 보도자료 <‘인권, 민생’ 중심의 검찰 직제개편 추진>(1/13)을 보면 직접수사 부서 13개를 축소‧조정해서 그중 10개를 형사부로, 나머지 3개를 공판부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형사부는 민생과 관련된 형사사건의 신속 처리를 위해서, 공판부는 공판에 충실하여 실체적 진실을 확정하고 죄질에 맞는 양형을 실현하기 위해서 늘릴 예정이었습니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개를 2개로 줄이고, 공공수사부의 경우 11개청 13개부이던 것을 7개청 8개부로 줄여 형사부와 공판부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직제개편안 발표 이후 검찰이 반대하면서, 축소하려 했던 반부패수사3부 등 2곳에 대해서는 현재 기능을 가능한 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현재의 검찰은 직접 수사부서 축소에 반대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 ‘직접수사 부서를 줄여나가는 방향’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같은 생각을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부적으론 의견이 다르겠지만, 앞선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특히 특별수사에 대해 수사 총량을 줄이자는데 의견이 집약된 상태”라고 말했고 이후 임기 2년 동안 전국의 특별수사 부서 43개를 폐지했습니다.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남겨 놓은 7개 특수부를 4개까지 줄였고, 이를 반부패수사부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물론 직접수사 부서를 모조리 없앤다고 검찰을 완벽하게 개혁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권력 수사가 축소되는 등의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직접수사 부서가 몸집이 커지면서 발생한 부작용은 없었는지 짚어주는 것이 시민이 언론에 기대하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검찰개혁을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으로만 그리는 언론의 보도 행태는 그대롭니다. 민언련은 <검찰 기자단은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가?>(2019/12/17)에서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법무부가 일부를 제외한 전국 검찰청 모든 직접수사 부서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란 보도가 나오자 검찰 내부에선 엄청난 반발이 일었습니다. 이때 검찰의 항의를 전하며 법무부의 개혁안을 비판하는 보도가 모니터 대상 중 8~90%에 달했습니다. 언론이 검찰의 확성기 역할을 해줬던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입니다.

당시에도 법무부는 ‘직접수사 부서 41개를 전부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고 지금 상황 또한 13개를 축소‧조정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일부 언론에서는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상황을 전면에 소개하는 모습입니다.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 설명에 친절한 KBS‧MBC, 불친절한 SBS‧TV조선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폐지한다는 안을 내놓은 13일, JTBC와 채널A를 제외한 KBS‧MBC‧SBS‧TV조선‧MBN‧YTN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TV조선만이 눈에 띄게 이를 톱보도로 배치했는데요. 13일 KBS의 톱보도는 정세균 총리 임명동의안 국회 통과, MBC는 아주대 이국종 교수 관련 단독, SBS는 필리핀 화산 폭발이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1/13

1건

(9번째)

1건

(13번째)

1건

(5번째)

-

2건

(톱보도)

-

0.5건

(4번째)

0.5건

(3번째)

1/14

1건

(6번째)

-

-

-

2건

(5번째)

1건

(5번째)

-

-

합계

2건

1건

1건

0건

4건

1건

0.5건

0.5건

△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폐지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1/13~14) ⓒ민주언론시민연합 *0.5건은 단신, 괄호는 보도 순서

 

가장 알기 쉽게 설명한 보도는 KBS입니다. KBS <검찰 ‘반부패‧공공수사부’ 등 축소‧개편>(1/13 오승목 기자)은 반부패수사부 2개에 대해 설명하면서 “반부패수사 3부는 형사부로, 4부는 공판부로 바뀝니다. 조국 일가 수사를 담당했던 반부패수사 2부는 남게 됐습니다”라고 추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공공수사부에 대해서도 “중앙지검에서는 이 밖에도 공공수사 3부가 없어져, 2개부로 줄어듭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공공수사 2부는 그대로 남습니다”라고 명확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래픽을 이용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높인 점이 돋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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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제개편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KBS(1/13)

 

물론 MBC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2개 축소…직제개편>(1/13 손령 기자)에서 “조국 전 장관 가족 관련 수사를 했던 반부패수사2부와, 현재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2부는 일단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타 방송사에 비해 굉장히 친절한 설명입니다. SBS와 TV조선은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를 담당했던 반부패수사부가 줄어든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공공수사부가 줄어든다’고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TV조선은 이날 톱보도 <수사부서 대대적 축소…반부패부 절반 없애>(1/13 조정린 기자)에서 직제개편안을 굉장히 비판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방송 화면 제목에서도 ‘반부패부 절반 없애’라고 쓰거나 인터넷판 제목에서 ‘반부패부 반토막’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반부패수사부는 4부 중 2부로 줄어드는 것이었고 그마저도 결과적으로는 3부가 살아남았습니다. 이 리포트에서 조정린 기자는 “명분은 민생사건 처리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이어 “하지만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비리를 수사해온 반부패수사부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부를 형사부나 공판부로 바꾸는데 맞춰졌다는 게 법조계 분석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SBS <검찰 직접 수사 대폭 축소…중간 간부 인사 임박>(1/13 강청완 기자)에서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을 수사해온 반부패수사부의 경우 4개에서 2개로 줄고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을 수사하는 공공수사부는 3개에서 2개로 축소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채널A의 <주식‧식품 피해는 누가 수사하나>(1/14 백승우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반부패수사부 어느 부서, 공공수사부 어느 부서라고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채 뭉뚱그려놓으니 진실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겁니다. 반부패수사부가 조국 전 장관을, 공공수사부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을 수사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축소되는 부서가 맡고 있지 않았습니다. KBS의 보도를 보면 알 수 있듯 조국 일가를 수사해온 반부패수사 2부는 살아남았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공공수사 2부도 살아남았습니다.

 

 

직접수사 부서가 축소되면 수사 전문성이 갑자기 사라지나요?

이날 TV조선의 두 번째 리포트는 <선거 앞두고 ‘공안’ 축소…직제개편 의미는?>(1/13 김태훈 기자)입니다. 방송 제목 ‘선거 앞두고 공안 축소’에선 ‘곧 선거를 앞두고 선거와 관련한 사건을 처리하는 공공수사부를 줄이는 현 정부’란 비판적 맥락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같은 리포트 인터넷판 제목은 <직제개편으로 수사 전문성 손상 전망…검사들 “가짜 개혁” 반발>입니다. 조직 전체가 반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일부 직접수사 부서를 빼서 형사부와 공판부로 전환하는 계획입니다. 조직을 움직인다고 해서 수사의 ‘전문성’이 사라진다는 표현은 어딘가 이상합니다. 검사의 직무 중 하나가 ‘수사’인데 직무의 전문성이 갑자기 사라질 수 있을까요?

 

리포트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제개편의 의미를 살펴보는 듯한 제목이 붙어있지만, 내용은 곧 검찰의 반응입니다. 김태훈 기자는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라며 검사들의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린 수사팀을 향한 손보기가 도를 넘었다”는 격앙된 반응을 전하거나 현직 검사들의 입에서 “가짜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TV조선은 14일 <윤석열, 검 직제개편 1시간 전 통보 받아>(1/14 이재중 기자), <앵커의 시선/검사는 검사다>(1/14 신동욱 앵커) 등을 내며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무시한 것이다’, ‘검사가 공정한 수사를 하도록 직접 수사를 줄이지 말라’는 내용의 보도를 잇달아 내놨습니다. 다른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선 찾기 힘든 내용이었습니다.

 

 

2. 검‧경 수사권 조정

 

경찰에 자체 수사 종결권 부여…기대와 우려 동시에

지난 13일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던 법안들이 차례대로 통과됐습니다. 검‧경수사권조정 법안인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그리고 유치원 3법 등이 그것입니다. 특히 검찰과 경찰이 오랫동안 옥신각신했던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독점하고 있던 검찰을 견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물론 일부에서는 우려의 시선 또한 보내고 있습니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경찰에 자체 ‘수사 종결권’을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기존에 경찰은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했고, 기소 여부는 검찰이 결정하게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경찰 스스로 기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찰에 송치하고,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알아서 수사를 끝낼 수 있습니다. 물론 자체 종결 사건에 대해서 경찰은 그 이유를 검찰에 서면으로 보고해야 합니다. 이때 검찰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청구하지 않을 시 이의를 제기하는 영장심의위원회 설치 △검사의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 축소 등이 이번 법안에 포함돼 있습니다.

 

비대했던 검찰의 권한이 줄어들면서 비교적 경찰의 권한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권력기관 중 가장 규모가 큰 경찰이 쥐는 권력이 과도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대와 우려를 담아 언론들은 △수사권 조정 이후 시민 권익 향상 기대 △경찰 권한 비대화 우려 △검찰 중간 간부 사표 제출하며 반발 등의 보도 흐름을 보였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KBS‧MBC ‘기대’ SBS‧TV조선‧YTN ‘우려’

법안 통과 당일 MBN을 제외한 나머지 방송사에서 관련 리포트를 내놨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KBS입니다. KBS는 <검경 수사권 조정…달라지는 내용은?>(1/13 오대성 기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의 생활에서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지 예시를 들어 자세히 전했습니다. 오대성 기자는 “제가 어떤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됐고 혐의도 인정할 때 현재는 경찰에서 조사받고,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 같은 내용으로 또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중조사에 따른 일상생활의 어려움, 또 심리적 문제 등을 겪겠죠”라고 설명한 뒤 “앞으로는 피의자가 경찰에서 혐의를 인정할 경우 검찰은 사건기록만 검토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거듭되는 조사, 안 받아도 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안 내용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원론적인 방법대신, 시청자들의 이해를 높이는 방법을 쓴 것입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1/13

2건

(3번째)

1건

(16번째)

1건

(4번째)

1건

(6번째)

1건

(5번째)

1건

(2번째)

-

1건

(5번째)

1/14

-

-

3건

(4번째)

1건

(6번째)

2건

(6번째)

1건

(6번째)

1건

(11번째)

2.5건

(4번째)

합계

2건

1건

4건

2건

3건

2건

1건

3.5건

△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1/13~14) ⓒ민주언론시민연합 *0.5건은 단신, 괄호는 보도 순서

 

이와 더불어 KBS와 MBC는 수사권 조정으로 기대되는 바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KBS에서는 같은 리포트에서 ‘경찰 수사가 마음에 안 들 땐 이의제기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하면서 경찰의 커진 권한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설명했습니다. MBC도 <경찰 ‘알아서 수사종결’…“검찰에 상명하복 없다”>(1/13 전예지 기자)에서 “경찰에 대한 견제방안도 마련됐습니다”라면서 경찰이 검찰에 자체 종결 사건을 보고해야 하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와는 달리 경찰의 권력이 막강해질 것을 우려하며 경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방송사들도 있었습니다. SBS는 다음 날 <단독/경찰, 대규모 반부패‧금융수사대 신설>(1/14 한상우 기자)에서 경찰이 직접 수사 기능을 대폭 확대할 계획임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어진 보도 <우려의 목소리도…>(1/14 한상우 기자)에선 경찰의 힘이 세지는 데 대한 우려를 전했습니다. SBS는 버닝썬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등을 들어 경찰의 수사가 불신을 키운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자치경찰제나 경찰 내 수사 전담 기구 독립 등을 대안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경찰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또 미완의 개혁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TV조선 <따져보니/수사권 조정 이후 ‘버닝썬’ 재발하면 묻힐라>(1/14 강동원 기자), YTN <권한 커지는 경찰…신뢰 회복이 우선>(1/14 김대근 기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검 중간 간부들 잇단 사표, MBC는 전하지 않았다

이 시기 법무부가 직제개편안을 내놓고, 검‧경의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검찰의 중간 간부들이 사표를 제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14일, 폐지가 결정된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의 김종오 부장검사와 법무연수원 교수인 김웅 부장검사가 사의를 밝힌 겁니다. 특히 김웅 교수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강도 높게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하면서 크게 기사화가 됐습니다. 김웅 교수는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국민이 이 제도 아래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되는지 설명은 전혀 없었다”,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모니터 대상이 된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유일하게 MBC가 ‘검찰 중간 간부 사표 제출’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SBS와 JTBC‧TV조선‧채널A‧MBN‧YTN 등이 따로 한 꼭지를 떼어 관련 리포트를 냈고, KBS는 직제개편안을 다룬 <검찰 직제 개편 속도…청 수사팀 교체?>(1/14 김수연 기자)에서 김웅 교수의 글을 잠깐 언급했습니다.

 

MBC는 검찰 중간 간부들이 사표를 제출하며 검찰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이 다른 것보다 보도 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사실 직접수사 부사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경찰에 준다거나, 또 검찰의 막강한 수사권을 떼어 경찰에 주는 등의 문제는 일반 시민들에게 그리 와닿지 않는 사안일 수 있습니다.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가 수사를 하던 수사권이 잘 견제되는가,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는가, 인권친화적인 수사가 가능한가, 고위공직자들의 비리에 대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검찰의 내부 반발과 검찰-법무부의 갈등만 그리는 검찰 개혁 보도가 반갑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1월 13~1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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