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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방송보도>‘대통령 확성기’로 전락한 방송사들, KBS는 ‘애정공세’(2016.4.27)
등록 2016.04.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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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4/26)
KBS <“할 일 못하고 막혀”…답답함 토로>(4번째, 김경수 기자,
https://me2.do/FrDj5Ocm), TV조선 <“비애 느꼈다”…“3당 체제는 민의”>(6번째, 최원희 기자, https://me2.do/5ilvU3OG)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3년 만에 가진 언론과의 대화에서 박 대통령은 “민의를 받들기 위해 민생 살리기에 집중하고, 국회와 협력하겠다”며 소통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논란이 될 만 한 발언이 줄을 이었다. 4‧13총선의 결과에 대해 “일하지 않는 양당 체제를 3당 체제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한 대목은 ‘청와대 책임론’을 ‘국회 심판론’으로 갈음했다는 비판에 놓였다. “완전히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합해서 뭐가 잘 되겠느냐. 내부에서 더 시끄러우면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발언은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뒤끝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이외에도 “(위안부)합의에서 언급도 전혀 안된 문제인데, 그런 것을 갖고 선동하면 안 된다”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정통성이 오히려 북한에 있기 때문에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 등 민의와 거리가 먼 대통령의 독선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방송사들의 태도는 어처구니가 없는 지경이다. 대통령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JTBC에서만 엿보이며 나머지 6개사는 ‘확성기’ 역할에만 몰두했다. 심지어 KBS와 TV조선은 대통령에 대한 ‘갸륵한 충성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보도량과 배치의 우선순위에서부터 JTBC를 제외한 6개사의 ‘대통령 사랑’이 돋보인다.

 

 

보도량은 TV조선과 채널A가 각 5건으로 가장 많고, KBS와 MBN이 각 4건, MBC와 SBS가 각 3건이었다. 반면 JTBC는 1건뿐이었다.
보도 배치순서는 TV조선과 JTBC를 제외한 5개사가 모두 간담회를 톱보도로 배치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JTBC와 TV조선의 1건을 제외한 모든 보도가 대통령 발언 ‘받아쓰기’라는 점이다. 특히 대통령의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해서 변화와 개혁을 이끌면서 각계각층과 협력과 소통을 잘 이뤄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는 공개 모두 발언은 7개사가 똑같이 녹취 인용했다. 그러나 비공개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한 “양당체제에서 3당 체제를 민의가 만들어 준 것”이라는 발언은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 정부 심판론을 양당 체제에 대한 심판론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여 논란”이라는 사실은 JTBC만이 지적했다.


JTBC를 제외한 6개사의 보도들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오늘의 나쁜 방송보도’로는 KBS와 TV조선을 꼽았다. KBS <“할 일 못하고 막혀”…답답함 토로>는 간담회를 총정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2시간 넘게 간담회를 이어가며, 진솔하게 속내를 털어놨습니다”라며 시종일관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기자는 국회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 대신 “국회를 향한 섭섭함도 나타냈습니다”이라고 평가했고, 유승민 의원에 대한 ‘뒤끝’으로 평가되는 발언에는 “배신의 정치에 비애와 허탈감을 느낀다고도 했습니다”라고 묘사했다.

 

TV조선에서도 이런 태도가 엿보인다. TV조선 <“비애 느꼈다”…“3당 체제는 민의”>에서 최희준 앵커는 “오늘 오찬에는 저도 참석했는데, 전체적으로 받은 느낌은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은 아주 좋아보였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게 내탓이라는 말을 하는데 여전히 좀 소극적인 것 같고, 이 연장선상에서 앞으로도 박 대통령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라며 개인적인 소회를 한참동안 털어놨다. 멘트 말미에는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저녁종합뉴스에서 대통령을 향해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은 좋다’는 ‘고백’을 목격해야 하는 시청자의 심정은 참담할 뿐이다.

 

 

■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4/26)
JTBC <단독/ ‘비전코리아 보조금’ 들통>(7번째, 유선의 기자,
https://me2.do/GNAx2f9p) 등 5건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진상을 파헤치는 JTBC의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26일에는 통일부와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 정황을 폭로하면서 ‘청와대 지시설’에 한층 더 힘을 실었다. JTBC는 이미 “어버이연합의 자금 우회 통로”로 보도했던 유령회사 ‘비전코리아’를 통일부가 지원했다고 단독으로 확인했다. “어버이연합과 같은 주소지를 사용하는 탈북자 지원단체 비전코리아”에 대해 “통일부는 뒤늦게 자금 지원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업추진실적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외에 “행정자치부도 이 법인에 지난 1월 35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등 ‘비전코리아’는 “2년 사이 정부지원금 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JTBC <국정원, 보수단체 ‘관리’ 정황>(4/26)

 

JTBC에 의하면 국정원도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연루되었다. 2011년 8월 한 일간지에 실린 “무상급식에 반대” 광고가 명의는 보수단체였으나 “이 광고 집행을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 박모 씨가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JTBC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 파기환송심에서 나온 검찰의 설명”이라고 근거를 밝혔다. 검찰은 또 “국정원이 무상급식이나 대북지원 등 굵직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시위를 지시한 뒤 광고나 기사를 내도록 하고 이 내용을 댓글로 전파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밝혀 국정원이 청와대 지시에 따라 보수단체를 조직적으로 관리한 것은 아닌지, 또 다른 의혹이 불거졌다.

 

■ 오늘의 강주 방송 보도들
JTBC <세금으로 국책은행 ‘실탄’>(4번째, 이새누리 기자,
https://me2.do/54cdZt7i), <부실기업 정리…또 세금 써야 하나?>(5번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https://me2.do/5f91sEiZ), <팩트체크/ 구조조정 기업…오너 책임은?>(2부 6번째, 김필규 기자, https://me2.do/5Pq9hShO)
조선‧해운업에 불어 닥친 구조조정 ‘광풍’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정부의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송사는 여전히 JTBC뿐이다. 타사가 모두 부실기업에 대한 법정관리 및 인수‧합병, 국책은행을 통한 부실기업 지원 등 정부의 방안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는 동안 JTBC만이 ‘이윤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를 문제 삼은 바 있다. 26일, JTBC는 본격적으로 제3의 길을 모색하는 보도를 선보였다.


<세금으로 국책은행 ‘실탄’>에서 “정부는 구조조정을 진행할 국책은행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결국 세금 투입이 불가피해졌다는 얘기인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요”라며 문제제기를 한 JTBC는 곧바로 이어진 박상인 교수 인터뷰를 통해 “말씀하신 것처럼 기업의 부실은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부실한 기업이나 생존 가능성 없는 기업이 퇴출하고 그 자리와 그 기회를 새로운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는 그런 활력이 있어야지 경제가 사실 발전을 할 수 있는 것” “잘못하고 책임을 져야 될 때는 대주주, 주주, 채권자 순으로 책임을 묻는 그런 구조조정이 필요” 등 대안적 구조조정안을 제시했다. <팩트체크>는 앞서 스스로 제시한 ‘기업 스스로의 책임’이 과연 법적 근거가 있는지 탐구했다. “사재 출연은 자본주의에서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내놓지 않는 한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수십년 일한 노동자가 회사를 나가게 되고 또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에서 여러 혜택을 그동안 누려온 사주가 책임지는 모습은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게 또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고 정리했다.

 

■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
채널A <김-문 갈등 대리인 전쟁>(9번째, 김경목 기자,
https://me2.do/5NkZu3UA)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이 모두 총선 이후 체제 정립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채널A는 26일 더민주 내 ‘문재인-김종인’ 갈등을 부각하며 고질적인 ‘이간질 프레임’을 또 반복했다. 보도는 제목부터 더민주의 상황을 김종인, 문재인 두 인사 간 “대리인 전쟁”으로 묘사했다. 박상규 앵커는 “더불어민주당의 전현직 대표는 냉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침묵을 지켰지만, 측근 인사들이 가세하면서 논쟁은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기자는 “더민주 전현직 대표간 갈등이 당내로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라면서 “문 대표님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으셔서 가만히 계시겠습니까”라는 손혜원 당선인의 SBS라디오 인터뷰와 “(정계 은퇴) 말씀에 대해서 매듭을 짓는 모습, 예를 들어서 당분간 2보 전진을 위해서 1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계신다든지”라는 이개호 당선인의 MBC라디오 발언을 이어 붙였다. 손혜원 당선인을 문재인 전 대표의 ‘대리인’으로, 이개호 당선인을 김종인 비대위대표의 ‘대리인’으로 규정하고 두 사람이 언쟁을 한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왜곡이다. 두 사람은 ‘대리인’을 자청한 적도 없고 다른 방송사의 별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각자 인터뷰한 것이지 서로를 겨냥해 발언한 것이 아니다. 또한 손혜원 당선인은 해당 인터뷰에서 “섭섭함이 있으셔도 안에서 두 분이 그것을 풀어야지 자꾸 이렇게 밖으로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언론에 오르내리면 결국은 우리만 손해” “제가 기사를 봤을 때 (문 전 대표는) '경선에 만약에 나오신다면 경선에서 표를 좀 더 받는 데 도움을 드릴 수는 있지만 추대에 어떤 한목소리로 만드는 건 이 세상에 누구도 못하는 일 아닙니까'라는 말씀을 드린 것 같다” 등 당내 주도권 싸움을 진정시키려는 의도의 발언도 했다. 채널A는 이는 쏙 빼고 문재인 전 대표 관련 발언만 떼어 갈등을 부각시킨 것이다.
더민주에서 당 대표 합의 추대와 전당대회 연기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특정한 사안에 이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를 “대리인 전쟁”이라는 자극적인 코드로 규정하는 채널A의 태도는 부적절하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