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몰카 피해 여성 사진, 보도에서 굳이 보여줘야 할까?
등록 2017.09.18 21:08
조회 426

여성들의 몸을 불법 촬영한 사진을 공유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성매매업소까지 광고해 돈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송사들이 이 소식을 전하며, 문제의 사이트에 공유된 몰카 피해 여성들의 사진 등을 지나치게 부각하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SBS는 강한 모자이크로 피해 사진 노출 최소화
우선 관련 보도를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내놓은 곳은 지상파3사와 TV조선인데요. 가장 상식에 부합한 보도를 내놓았던 것은 SBS입니다. SBS의 <‘몰카’ 2만 장으로 200만 회원 모집>(9/17 https://goo.gl/xjga19)은 1분44초짜리 보도인데요. 피해 여성의 사진 등은 15초가량만 노출되고 있으며, 그나마도 얼굴만이 아닌 신체 전체에 강한 모자이크를 덧붙여 놓고 있습니다. 또한 SBS는 보도 내에 이들 일당이 받은 성매매 업소 광고를 직접 보여주지 않고, 이를 지적한 경찰 측 자료를 자료화면으로 이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정도 보도만으로도 시청자들이 ‘어떠한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photo_2017-09-18_21-02-43.jpg
△ SBS의 몰카 사이트 운영 및 성매매 광고 일당 적발 관련 보도 자료화면(9/17) 

 

 

TV조선․MBC․KBS는 피해 여성 사진 부각하고 성매매 광고까지 소개
반면 나머지 방송사들은 필요 이상으로 ‘몰카 피해 여성들의 모습’과 ‘성매매 광고’를 부각하여 소개했는데요. 가장 심했던 것은 TV조선입니다. TV조선의 <몰카 편집 성매매 광고로 14억 챙겨>(9/17 https://goo.gl/4QW69F)는 총 1분 31초짜리 보도인데요. 먼저 18초에서 37초까지, 19초가량을 할애해 불법 촬영되어 공유된 여성들의 사진을 ‘하나 마나한 모자이크’를 덧씌워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1분7초부터 1분15초까지 8초가량은 일당이 사이트 한쪽에 띄워놓은 성매매업소 광고를 ‘약간의 모자이크’를 더해 보여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의 광고는 크게 확대되기까지 하는데요. “남성들이 선호하는 Sexy 란제리 구경하기” “텐프로 이상의 걸들의 향연” 등의 선정적 문구는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보여집니다. 

 

photo_2017-09-18_21-02-55.jpg△ TV조선의 몰카 사이트 운영 및 성매매 광고 일당 적발 관련 보도 자료화면(9/17) 

 

MBC의 <‘몰카’로 유인한 회원들에 성매매 광고>(9/17 https://goo.gl/MnRznV)는 TV조선보다 모자이크를 조금 더 진하게 넣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1분32초짜리 보도에서 특정 몰카 사진을 단독으로 노출하거나 성매매 업소 광고 배너를 자료화면에 활용한 시간이 40여초에 달한다는 측면에서 TV조선 보도와 근본적으로 같은 문제점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photo_2017-09-18_21-02-51.jpg

△ MBC의 몰카 사이트 운영 및 성매매 광고 일당 적발 관련 보도 자료화면(9/17) 

 

KBS <‘몰카’ 사진으로 홈페이지 운영>(9/17 https://goo.gl/jSyN7S)은 MBC 관련 보도보다 더 모자이크를 진하게 넣고 있고, 개별 사진을 화면 전체에 부각하여 보여주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긴 합니다. 그러나 피해 여성의 뒷모습 사진이나 성매매 업체 광고, 이를 홍보하는 카페글 등을 20여초가량 자료화면으로 보도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photo_2017-09-18_21-02-47.jpg

△ KBS의 몰카 사이트 운영 및 성매매 광고 일당 적발 관련 보도 자료화면(9/17) 

 


선정적 소재로 시청자 이목끌기, 2차 가해 소지도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피해자들의 몰카 사진이나 성매매 업체 광고를 보여주지 않아도, 이러한 사건보도에서 사실관계를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몰카, 성매매 등의 선정적 소재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보려 방송 전파를 통해 몰카 피해자들의 사진을 재유포하는 이런 행태가, 2차 가해가 될 소지도 있습니다. 피해 여성들의 심정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내놓을 수 없는 보도이지요. 이목을 끌고 싶다면 선정성으로 승부를 볼 것이 아니라 좋은 보도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15~1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monitor_20170918_47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