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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변창훈 검사 향한 악플 읽어준 TV조선, 꼭 그래야 했을까
등록 2017.11.0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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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방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자, TV조선은 이를 검찰의 ‘과잉수사’와 ‘정치 보복’이 사유인 양 여론을 몰아가고 있습니다. 사망 당일인 6일에는 관련 보도를 3~5번째로 내놓고 이 3건의 보도에서 모두 검찰을 비판했고요. ‘전원책의 오늘 이 사람’ 코너에서는 고 변창훈 검사를 언급하며 이런 선택에 대해 검찰이 고민을 해야 한다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7일에도 ‘정치보복’ 주장 부각 
다음날인 7일에도 TV조선은 무려 4건의 관련 보도를 11~14번째로 배치하여 전했습니다. 초점은 역시 ‘정치보복’ ‘무리한 하명수사’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첫 보도인 <화환 없애고 한때 조문 거부>(11/7 https://goo.gl/f1hNei)에서는 변창훈 검사 유족들이 검찰총장이 보낸 조의 화환을 벽을 보게 돌려놓고 “내 아들 살려내라”라고 통곡하는, 빈소 풍경을 보여주었고요. <포커스/역대 검찰 수사 ‘잔혹사’>(11/7 https://goo.gl/LCetTK)에서는 변창훈 검사 투신을 “정권이 바뀌면 검찰이 과거 정권 치부를 파헤치는 일. 누군가는 끊어야 할 악순환” 때문인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검찰 분위기는?>(11/7 https://goo.gl/xvZNbu)에서는 전 앵커가 “현직 지청장이 문 총장을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고 하기도 했다던데, 검찰 내부 분위기도 말이 아니겠어요?”라는 질문을 하자 강상구 사회부장이 평검사들의 발언들을 전해주었는데요. 그 발언이라는 것들이 모두 “청와대 눈치 본다고 무리한 수사 한 것 아니냐. 이러니 정권의 충견(忠犬) 소리 듣는다” “우리가 동료를 죽였다. 참담하다” “이런 하명 수사는 반드시 부메랑이 돼 검찰을 칠 것이다”입니다. 변 검사의 투신이 완전히 ‘무리한 하명 수사 때문인 것’처럼 말하며 적폐 수사의 정당성을 흔들려 하는 것이지요.  

 

 

음모론 비판하려 ‘고인 모독성 악플’까지 소개
그러나 가장 심각했던 보도는 따로 있습니다. 문제 보도는 <도 넘은 말에 음모론까지>(11/7 https://goo.gl/xmbzLG)인데요. 이 보도는 변창훈 검사의 자살을 두고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모두 ‘음모론’ ‘비아냥’ ‘저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실제 전 앵커는 보도 도입부에서 “변창훈 검사의 죽음을 놓고 인터넷에선 갖은 비아냥과 저주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한 방송인은 자살에 배후가 있다는 듯 음모론까지 말했습니다. 죽은 이에 대한 최소한 예의도 팽개친 모습들입니다”라고 발언했고요. 윤태윤 기자 역시 일부 네티즌 반응을 전하며 “저주에 가까운 조롱”이라 평가하는가 하면, 김어준 씨가 라디오 방송에서 “자살의 배후가 있는듯 음모론을 제기”했다며 이를 ‘고인 모독’이라 지적했습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참고인·피의자가 연이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검찰이 필요이상 압박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라는 TV조선이 설정한 ‘정답’ 외의 의혹 제기를 모두 ‘막말’ ‘고인 모독’ ‘음모론’으로 몰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누군가 사망했을 때 그 죽음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의 존재를 떠올리고, 그들이 이 죽음의 배후에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죽음의 원인이 모두 과도하게 수사한 검찰과 이를 지시한 청와대에 있다’는 주장 역시 변 검사를 죽음으로 내몬 결정적 원인에 대한 가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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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창훈 검사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을 비판하겠다며 극단적 악성 댓글 소개한 TV조선. 모자이크는 민언련(11/7)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주장을 펼치기 위해 TV조선이 기자 멘트와 자료화면을 통해 고인을 모독하는 ‘악성댓글’을 직접 전해주고 있다는 점인데요. 물론 극단적인 댓글을 마치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의 입장과 성향을 대변하는 것인 양 소개한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애초 이런 고인을 비하하는 내용을 담은 댓글을 방송 보도를 통해 재차 소개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TV조선은 자사가 원하는 대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인에 대한 모독성 발언’을 굳이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재차 보여주며 유족과 건전한 상식을 지닌 시청자들에게 상처를 준 것이지요. 정말 도를 넘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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