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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백남기 농민에 대한 모욕 이어가는 방송사들(2016.9.27)
등록 2016.09.27 20:28
조회 711
25일 국가폭력에 의해 사망한 백남기 농민에 대한 방송사들의 무관심과 왜곡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악의 보도는 TV조선에서 나왔는데 우려했던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이 고개를 들었다. TV조선은 유족은 차분한데 시민단체가 모인 대책위가 투쟁과 특검요구에 나섰다는 인상을 주는 보도를 내놓았다. 게다가 TV조선은 경찰의 강제 부검 시도를 우려해 모인 시민을 경찰이 대비중인 것으로 왜곡시켜 놓았다. KBS와 MBC 연합뉴스TV는 관련 보도를 단신 1건으로 처리하면서, 보도순서마저 여전히 뒤로 배치했다. 총체적 난국, 왜곡의 산실, 은폐로 점철된 방송 보도가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백남기 농민을 사후에도 모욕하고 있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1
우려했던 ‘외부세력 개입론’, 결국 일 저지른 TV조선
TV조선 <경찰 부검 제동…수백 명 촛불집회>(9/26, 11번째, 윤우리 기자,
https://bit.ly/2cHgZ7V)
26일 백남기 농민 관련 보도에서는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백 씨 사망 당일인 25일, TV조선과 채널A, 연합뉴스TV는 부검을 반대하는 백남기 농민 측 입장을 전하면서 유족을 쏙 뺀 채 “시민단체 등은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유족과 대책위’를 병기한 타사와 분명 다른 부분이었다. 민언련은 26일 발표한 <오늘의 방송보도>(https://bit.ly/2dvvf2i)에서 해당 방송사들이 ‘외부 세력 개입론’을 앞으로 펼치기 위해 포석을 까는 것이라 우려한 바 있다. 그런데 TV조선은 바로 다음날 이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TV조선은 26일 보도에서 유족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 시민단체를 ‘갈라치기’하면서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TV조선 <경찰 부검 제동…수백 명 촛불집회>(9/26)는 제목에서부터 법원이 부검 영장 기각한 것을 ‘경찰의 부검에 제동’이 걸었다고 표현한 것 자체가 TV조선의 인식을 담고 있다. 이하원 앵커의 시작 멘트는 “지난해 11월 서울 한복판에서 1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 이런 이름의 집회가 개최됐습니다. 전경 버스를 불태우려고 하는 등 일부 참석자들의 과격 폭력행위가 문제 됐던 바로 그 집회입니다. 여기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던 농민 백남기씨가 어제 숨졌습니다. 그러자, 일부 단체가 중심이 돼 투쟁본부를 만들고, 특검을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빈소엔 야당 정치인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였다. ‘폭력 집회’의 일원이었던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숨지자, ‘일부 단체’가 ‘투쟁’에 나서며 특검을 요구했고, 여기엔 야당이 동조하고 있다는 식의 논리이다. 이런 앵커의 멘트에는 TV조선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바라보는 악의적 관점이 그대로 녹아있다. 


리포트는 앵커멘트와 맥을 같이 했다. 보도는 고인의 장녀 백도라지 씨의 기자회견 당시 발언을 담은 뒤, “이런 유족 입장 등에 따라 법원이 경찰의 부검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빈소도 어제와 달리 물리적인 충돌 없이 차분한 분위기입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런데 기자는 이어서 불쑥 “하지만 일명 '백남기 대책위원회'는 투쟁본부로 명칭을 바꾸고, 특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9일엔 비상시국을 선언하고 토요일인 10월 1일엔 대규모 집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자의 멘트에서 가장 핵심은 ‘하지만’이다. 유족을 그러더니 불쑥 ‘하지만’을 넣으며 백남기 대책위 이야길 꺼냈기 때문이다. 이런 기자의 멘트는 유족과 대책위의 뜻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다시 말해서 유족은 차분한 분위기임에도 ‘백남기 대책위’가 유족의 입장에 반해 투쟁본부로 이름을 바꾸고 특검을 요구하며, 집회를 계획했다는 인상을 준다.

 

TV조선의 이 보도는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과, 사드 배치 정국에서 성주군민과 시민을 분리시키려는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을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 앞으로는 보다 노골적으로 시민단체가 순수하지 않다고 나서다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표현인 ‘전문 시위꾼’과 ‘종북’이 개입했다고 할 것이며, 이를 지지하는 야당을 무책임하게 정쟁을 일삼는 집단으로 몰아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백남기 대책위는 절대 외부 세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책위에는 백남기 농민이 몸담았던 전국농민회 등 지인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 수많은 시민들이 백남기 농민 유족 곁을 지키고 있다. 대책위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직후부터 유족들과 함께하며 정부에 대한 사과 및 조사 요구와 국가폭력의 참상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백도라지 씨와 가족들은 그동안 대부분의 기자회견과 집회에서도 대책위 및 시민들과 슬픔을 나누고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고인이 돌아가신 이후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의 손이 절대로 닿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유족으로서의 도리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런 패륜, 불효를 저지르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법원에 부검영장 기각을 호소한 유족의 탄원서 역시 대책위에서 공개했다. 책임자의 사과 및 처벌이 있을 때까지 장례절차를 미루겠다는 대책위의 입장 역시 유족의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대책위가 투쟁 본부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본격적으로 촉구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며, 검경이 부검을 시도하는 등 진상규명 방해 의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TV조선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야기한 국가의 책임을 덮고 유족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 보도는 시민들과 경찰과의 대치 상황을 전하는 방식도 절묘하게 순서가 뒤집혀있다. 기자는 먼저 “지금은 시민단체 200여 명도 병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라고 전하고, “경찰은 6개 중대 480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에서 백씨에 대한 모든 진료기록을 받고,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경찰이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고, 이로 인해 경찰 480명이나 동원되어 있는 것이며, 시민단체 200여명은 이를 우려해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말하는 ‘만일의 사태’는 유족의 뜻과 달리 부검을 강행해보려는 경찰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시민단체나 백남기 대책위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TV조선의 보도는 경찰의 강제 부검 시도를 우려해 시민들이 모여 지키고 있는 상황을 시민이 시위를 하고 있어 경찰이 대비중인 것으로 왜곡시켜 놓았다. 게다가 보도 말미에는 “조문객들 중 특히 야권 유력 인사들이 눈에 띄었”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백씨를 조문하며 이른바 '백남기 특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면서 대책위의 특검 요구에 ‘야권’이라는 정치색을 덧씌웠다. 26일 백남기 사망 관련 보도 중에서 가장 나쁜 보도라 해도 손색이 없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2
‘강남순환도로 교통문제’가 먼저 14번째로 단신 1건 보도한 MBC
가을비를 톱보도로 내며 10번째로 단신 1건씩 내놓은 연합뉴스TV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해 방송사들은 전날보다 더 소홀하게 다뤘다. 26일, JTBC와 MBN을 제외한 7개 방송사는 모두 1건의 보도에 그쳤으며 이중 KBS와 MBC, 연합뉴스TV는 단신 보도였다. 10번째 이내로 그나마 주요하게 배치한 방송사는 JTBC(1부 5~6번째), SBS(8번째), YTN(8번째)였다. KBS, MBC, 연합뉴스TV는 단신 하나 내놓으면서도 그마저도 뉴스 중반 이후에 배치했다. 

 

특히 MBC는 전날 교통사고를 앞세웠던 데 이어, 26일에도 강남순환도로 등 교통 문제를 앞서 배치했다. MBC와 마찬가지로 단신을 보도한 연합뉴스TV는 더 황당하다. 연합뉴스TV의 26일 톱보도는 ‘전국 가을비’였다. 전날 전어와 버섯축제를 톱보도로 내놓았던 채널A는 26일에는 백남기 농민 사망을 뉴스 중반부인 11번째에 가서야 보도했다. 이번에는 초등학교 귀가버스가 학생을 잘못 태웠거나 중학교 동급생 칼부림 등 사건‧사고가 앞서 다뤄졌다. MBC와 채널A보다도 늦은 순서인 뉴스 최후반부에 가서야 단신으로 백남기 농민 보도를 낸 KBS도 스프링클러 부실시공, 몰카 범죄 재범률을 앞세웠다.

△ MBC‧연합뉴스TV의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9월 26일 뉴스 순서 및 내용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날 국회에서 계속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으로 인한 여야 대치가 주요 이슈인 상황에서, KBS, MBC, 채널A, 연합뉴스TV를 제외한 타사는 모두 국회 상황과 철도‧지하철 노조 파업 등에 이어 곧바로 백남기 농민 보도를 내보냈다. 유독 MBC와 연합뉴스TV만 교통문제와 날씨를 또 앞세웠고 채널A와 KBS도 사건‧사고에 더 비중을 둔 것이다. 국가폭력에 의한 국민의 희생이 강남순환도로의 과속 문제와 날씨, 통상적 사건‧사고보다 더 중하다는 판단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방송사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 1
도토리 키 재기 같은 단신 중 더 엉터리인 KBS와 연합뉴스TV

25일 사망한 백남기 농민에 대한 경찰의 부검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는 근거까지 달아 경찰의 첫 번째 부검영장을 기각했으나 경찰은 26일 자정 쯤 부검영장을 재청구했다. 유족들은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지병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백 씨 검안에 동석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국과수 법의관 등 전문가들이 사인을 물대포 살수행위에 따른 뇌출혈로 못 박았으나 경찰은 여전히 병력을 서울대병원에 배치해 부검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부검 시도를 막으려는 시민들과 경찰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었고 서울 종로경찰서가 부검영장 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던 26일 타사 보도에서도 백남기 농민 부검에 집착하고 있는 경찰의 음모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지병으로 몰아가려는 경찰의 의도가 은폐되고 있는 것이다.


고작 단신 1건에 그친 KBS와 MBC는 “경찰이 진료기록 확보를 위해 법원의 영장을 받아 서울대병원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만 전했다.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경찰이 부검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경찰의 행보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사인 왜곡’이라는 본질적 의도를 흐리는 것이다. 연합뉴스TV <'"백남기 의료기록 분석중…영장 재신청 오늘 결정">(10번째, 단신, https://goo.gl/1qoXcM)는 더 심각하다. 연합뉴스TV는 단심임에도 불구하고 “진료와 입원기록 등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법의관들을 투입해 자문을 구하는 등 수사중”이라는 종로경찰서 입장과 “진료기록 검토를 최대한 이른 시간 내 진행한 뒤 오늘 중으로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까지 덧붙였다.


그나마 MBC <경찰 고 백남기 씨 진료기록 확보>(14번째, 남상호 기자, https://bit.ly/2dnXaRc)는 “유족과 대책위는 백씨의 사인은 의학적으로 명백한데도 경찰이 부검을 하려 한다며 특별검사 임명과 촛불집회를 비롯한 장기투쟁을 예고”한다며 유족 측 입장을 덧붙였는데 여기서도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외상에 의한 뇌출혈’로 설명한 전문적 소견은 누락됐다. KBS는 아예 유족 측 입장 자체를 배제했고 연합뉴스TV는 “대책위 측은 백 씨의 사망 원인은 경찰 때문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대책위 입장’으로 갈음했다.

 

■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 2
MBN은 또 ‘급성신부전’에 집착, ‘엉터리 사망진단서’ 논란은 누락

MBN은 2건의 보도 중 <‘부검 영장’ 기각…재청구 검토>(10번째, 김순철 기자, https://bit.ly/2dvyeYD)에서 전날에 이어 또 ‘급성신부전’이라는 사인에 집중했다. “유족 측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소견을 빌려 물대포가 사인이라고 밝혔”지만 “경찰은 백 씨가 급성신부전증으로 숨졌다는 서울대병원의 발표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여기다 “물대포를 맞아 생긴 뇌출혈이 아닌 오랜 병원 생활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보는 것”이라며 경찰 측 의도를 부연하기도 했다.

이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지병으로 몰아 국가폭력의 책임을 지우려는 경찰의 의도를 그대로 받아쓴 것이다. 하지만 MBN은 급성신부전을 사망원인으로 쓴 서울대학교 병원의 사망진단서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된 현실은 외면했다. 서울대병원이 작성한 사망진단서는 사망 원인을 ‘외인사’(사고에 의한 죽음)가 아닌 ‘병사’로 구분했는데 이는 ‘병사와 외인사의 구분은 ’원 사인‘에 따르라’고 명시한 대한의사협회 진단서 작성지침에 반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선행 사인을 외상성 뇌출혈로 명시하고도 사망원인을 ‘병사’로 구분한 것이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단체는 “서울대병원측이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우리는 외압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 내용은 9개 방송사가 모두 보도하지 않았으나 MBN처럼 급성신부전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SBS와 YTN의 경우 26일 새벽 이뤄진 법원의 첫 번째 부검영장 기각을 전하고 부검을 반대하는 유족 입장을 덧붙이는 등 평범한 보도를 냈다. 채널A의 경우 <부검 영장 기각…“장기 투쟁” 선언>(11번째, 김유림 기자, https://bit.ly/2d2xgap)이라는 제목으로 TV조선과 같은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을 우려하게 했으나 보도 내용은 평이했다. “유족과 시민단체 측은 과잉 진압으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경찰이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반면 검찰과 경찰은 법원의 이례적인 부검 영장 기각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며 기계적 중립을 지킨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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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이봉우·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