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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검찰의 ‘친박 봐주기 수사’, 백남기 농민 사인 왜곡까지 모두 은폐한 방송사들(2016.10.13)
등록 2016.10.13 18:30
조회 336
12일, 검찰은 공천개입 녹취록으로 인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최경환‧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녹취록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편파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침묵했고 JTBC와 채널A만이 검찰의 태도를 지적했다. 특히 TV조선은 지난 7월 해당 녹취록을 단독보도한 장본인이면서도 무혐의 처분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백남기 농민과 관련해서도 방송사들의 침묵이 이어졌다. 12일에는 JTBC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가 무보도이다. 12일, 검찰이 지난달 6일 서울대병원 압수수색 영장에서 ‘빨간우의 남성’이 백 농민에 위해를 가했을 가능성을 이미 상정하고 있음이 드러났고 경찰이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온라인 대화방에 무단 침입하여 사찰한 정황까지 알려졌다. 이렇게 사인 왜곡 및 책임 은폐의 정황이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데 오히려 방송사들의 보도량은 더 줄고 있다. 검경과 언론이 합심해 국가폭력의 책임을 덮으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1 l 검찰의 ‘친박 실세 봐주기 수사’ 의혹 보도
12일, 검찰은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고발된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난 7월 윤상현 의원이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다른 지역구 출마를 종용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TV조선의 단독 보도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이들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발언의 구체성이 떨어져 처벌에 이르기 어렵다” “김성회 본인이 협박으로 생각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TV조선 <특종/"경선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7/18, 톱 보도, 정동권 기자, https://bit.ly/2dKUP5C)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까불면 안 된다니까”라는 윤상현 의원의 발언에 김성회 의원은 “이거 너무 심한 겁박을 하는 거 아니냐”며 당시에는 분명 ‘겁박’이라고 반응했다. 또한 윤상현 의원은 “00 지역은 당연히 보장하지” 등 지역구 거래를 암시하는 ‘구체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행태는 모두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다. 녹취록에서 당사자가 직접 ‘겁박’, ‘지역구 공천 보장’이라는 표현을 썼는데도 검찰이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자 법조계에서도 검찰이 법 조항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면서 ‘친박’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7월 ‘새누리 공천 개입’ 녹취록을 단독 보도한 TV조선(7/18)

 

검찰의 ‘친박 봐주기’ 편파 수사 의혹, 방송사들도 덩달아 ‘봐주기 무보도’
검찰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야당에 대한 편파 수사 의혹 때문이다. 검찰은 추미애 더민주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부 14명에게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2일까지 검찰이 기소한 29명의 현역의원 중 친박계 의원은 2~3명에 불과하다. 친박 실세들에게는 각종 증거에도 면죄부를 주면서 야당은 무더기로 고소해 ‘편들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공당인 제1야당의 대표, 정책위의장, 대변인, 4선급 중진들을 이렇게 무더기로 기소한 사례가 없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렇게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짜 맞추기 수사, 편파 수사를 벌이는데도 방송사들은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12일, 지상파 3사와 MBN은 최경환·윤상현·현기환의 공천개입 무혐의 판결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YTN과 연합뉴스TV는 무혐의 사실만 전했을 뿐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에는 침묵했고 JTBC와 채널A만이 ‘편파 수사’를 지적했다. 검찰과 방송사들이 합을 맞춰 ‘친박 실세’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감싸고 도는 형국이다.

 

‘친박 선거개입’ 단독보도 해놓고 ‘친박 무혐의’ 대신 ‘야당 대표 기소’만 보도한 TV조선
TV조선 <공소시효 D-1 제1야당 대표 기소>(10/12, 2번째, 신정훈 기자 ,https://bit.ly/2eaM2rQ)

그중에서도 황당한 태도를 보인 방송사는 TV조선이다. TV조선은 지난 7월 18일 당시 단독 보도 <특종/"경선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를 통해 윤상현 의원과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의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적인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TV조선은 최경환·윤상현·현기환의 무혐
의 사실이 발표된 12일에는 그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TV조선은 제1야당의 대표인 추미애 더민주 의원의 기소만 조명했다.

 

△특종 보도해놓고 수사 결과는 무보도한 TV조선(10/12)

 

TV조선 <공소시효 D-1 제1야당 대표 기소>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내일이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만료인데 하루 전에 야당의 대표가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겁니다”며 보도를 시작한 TV조선은 “16대 국회의원 시절 손지열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강남북 균형을 위해 동부지법을 광진구에 존치하자고 요청해 존치 결정이 내려졌었다”며 추미애 대표의 구체적인 기소 혐의도 설명했다. 보도 말미에서는 “오늘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현역 의원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11명, 국민의당 4명, 무소속 2명 등 28명에 달합니다”며 검찰이 기소한 여야 의원들의 현황까지 언급했지만 끝내 ‘친박 실세 봐주기 수사 의혹’은 외면했다.

 

보도한 YTN, 연합뉴스TV도 ‘봐주기 수사’에는 침묵
YTN은 <최경환·윤상현, '공천 개입 의혹' 무혐의>(10/12, 12번째, 조용성 기자)에서 “공천개입 의혹을 받은 최경환·윤상현 의원에게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은 언급하지 않았다. 연합뉴스TV 역시 <'공천개입 의혹' 최경환·윤상현·현기환 무혐의>(10/12, 10번째)이라는 단신에서 ‘최경환, 윤상현, 현기환 무혐의’만 전달했다. 두 방송사는 ‘윤상현 녹취록’의 내용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반면 채널A <“금배지 5~6명 추가 기소”>(10/12, 16번째, 고정현 기자, https://bit.ly/2dlN3OV)는 “검찰은 ‘법과 원칙에 맞게 수사했다’고 밝혔지만, 야당 뿐 아니라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JTBC는 더 구체적인 보도를 했다. JTBC <‘친박 공천개입’ 무혐의 논란>(10/12, 15번째, 박민규 기자, https://bit.ly/2dlNcC)은 “윤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까불면 안 된다’, ‘(김 전 의원과 관련된)별의 별 것 다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내 경선이 남았지만 ‘후보로 만들어줄 수 있다’며, ‘지역구를 옮기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라면서 공천개입 정황이 드러난 윤상현 의원의 녹취록 발언을 소개했다. 이는 그나마 보도를 낸 YTN, 연합뉴스TV, 채널A가 전하지 않은 내용이다. 이와 더불어 JTBC는 “통화 녹취 내용이 공개되면서 당내에서 선거 개입 논란이 커져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에 대해 단순 조언이라는 입장을 내면서 논란”, “검찰은 윤 의원과 김 전 의원은 지난 9월 비공개로 소환했고 최 의원과 현 전 수석은 소환 없이 서면조사만 했습니다” 등 부실한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2 l 백남기 농민 관련 보도

쏟아지는 ‘사인 조작’ 음모들, 8개 방송사 일제히 침묵
경찰 물대포로 인해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조작해 국가폭력의 책임을 은폐하려는 정황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지난해 11월 14일 백 농민이 서울대병원으로 실려 왔을 때 최근 4년 간 ‘경막(뇌를 둘러싼 막)하출혈’ 수술 경험이 14번이나 되는 조원상 부교수가 당직 중이었음에도, 백선하 교수가 외부에서 돌아와 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선하 교수는 백 농민 수술 전 3년 동안 경막하출혈 수술 경험이 없다. 서울대병원은 ‘난이도가 낮은 수술’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을 제기한 정춘숙 더민주 의원은 “난이도가 낮은 수술인데 왜 굳이 신경외과 과장인 백 교수가 등산복 차림으로 돌아와 직접 수술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된 의혹은 또 있다. 한겨레는 12일 <백남기 사망은 ‘빨간 우의’ 탓?…속내 드러낸 검찰>(https://bit.ly/2e73bH0)을 통해 지난달 6일 검찰이 서울대병원의 진료기록부 등 자료를 압수하기 위해 발부한 영장에서 “피해자(백남기씨)가 직사살수에 맞고 넘어진 직후 피해자를 구조하려던 빨간색 우의 착용자가 넘어지면서 피해자를 충격한 사실이 있어 피해자의 의식불명 등 상해 결과에 영향을 미친 원인 행위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고 밝혀, 수사에서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빨간우의설’을 염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서울대병원이 백 농의 전자의무기록을 무려 2만 7000여 차례나 조회해 정보유출 의혹이 일었고 백 농민 추모를 위한 시민들의 온라인 대화방에 경찰관이 신분을 숨기고 들어와 사찰 의혹이 제기됐다.


이 모든 의혹이 쏟아진 12일, 놀랍게도 JTBC를 제외한 8개 방송사가 단 1건의 보도도 내지 않았다. 사인 왜곡 및 책임 은폐의 정황이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데 오히려 방송사들의 보도량은 더 줄고 있다. 검경과 언론이 합심해 국가폭력의 책임을 덮으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9월 25일 백농민 사망 이후 ‘사망’과 ‘부검영장 발부’, ‘국감 여야 공방’만 보도하면서 ‘사인 왜곡’과 국가폭력 책임 은폐에 동조했던 방송사들이, 이제는 완전히 입을 다물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알아야 하고 책임 물어야 할 ‘국가폭력’, JTBC만 눈이 있나
이번에도 JTBC만이 제 역할을 했다. JTBC는 2건의 보도로 ‘사인 왜곡’과 경찰의 사찰 의혹을 전했다. JTBC <의무기록 조회 2만 7천번, 왜?>(10/12, 13번째, 강버들 기자, https://bit.ly/2e2IgjF)는 “서울대병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니 이 기간 동안 백 씨의 전자의무기록을 열람한 건수가 2만 7000여 차례나” 되고 “산부인과나 소아과, 행정부서인 정보시스템보안팀 직원들이 조회한 기록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의무기록은 원칙적으로 담당의료진과 환자 외에는 볼 수 없고, 열람을 하려면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규정 위반은 물론 백 씨 관련 정보의 유출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JTBC <추모 대화방 신분 숨겨 ‘사찰’>(10/12, 14번째, 박현주 기자, https://bit.ly/2etDqiS)는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백남기 씨 사망 직후 만든 비공개 온라인 대화방”에 경찰청 정보과의 최모 경위가 신분을 속인 채 들어와 있어 사찰 의혹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최모 경위는 시민단체 회원이 전화하자 경찰이 아니라고 속였고 통화 직후엔 전화번호를 없애기도 했다. 경찰청은 연루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으나 야당이 해명을 요구하자 “최 경위가 별 생각 없이 대화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신원 확인을 하자 두려운 마음에 신분을 속였다”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이렇게 백 농민의 사망원인을 왜곡하고 국가폭력의 책임을 은폐하려는 서울대병원 및 경찰의 준동을 꾸준히 보도하는 방송사는 JTBC뿐이다.

 


<끝>
문의 이봉우‧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