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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프로그램까지 맹비난한 MBC, 목표는 ‘김장겸 호위’?
등록 2017.07.2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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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백운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후보자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백운규 후보자는 탈핵 정책, 이효성 후보자는 언론개혁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인사인만큼 공방이 뜨거웠습니다. 특히 이효성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공세는 수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병역, 논문 표절 등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며 청문회 이전부터 자진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청문회장에서 MBC 경영진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면서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거세지는 KBS‧MBC 경영진 사퇴 요구 여론에 맞서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까지 꾸려 ‘공영방송 경영진 호위’에 나서고 있습니다. MBC는 자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를 맹비난하면서 단연 독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야당 발 의혹에 힘 싣고, 이효성 후보자 반론은 축소한 MBC
19일, KBS‧SBS‧JTBC‧TV조선‧MBN은 이효성 후보자 청문회를 1건 보도했고 MBC만 2건 보도했습니다. 이효성 후보자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MBC는 관련 보도 2건에서 이 후보자에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의혹을 퍼붓고 “광우병 보도를 믿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던진 자유한국당과 한 몸이 된 듯 한 태도입니다.


MBC <아파트 투기 논란…“운이 좋았을 뿐”>(7/19 https://goo.gl/KsRDmw)은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많은 의혹들 중에서도 ‘부동산 투기’에 집중해 이 후보자를 공격한 보도입니다. MBC는 이효성 후보자 답변 중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부분만 발췌해 아예 제목으로 뽑았는데, 이날 이런 제목을 뽑은 방송사는 MBC와 TV조선뿐입니다. 리포트는 투기 의혹을 거의 사실처럼 조명하고 있습니다. 정재윤 기자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는 지난 2000년 배우자 명의로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를 전세 8천500만 원을 끼고 2억 9천만 원에 샀”고 “2008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 개포주공아파트로 주소를 옮겼는데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며 먼저 의혹을 설명했습니다. 여기다 “사셨다는데 수돗물 한 방울도 안 잡수십니까. 세수 안 하십니까. 수도료 0원이에요. 전기료 0원으로 나와있어요”라며 ‘투기성 위장전입’을 주장한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 발언도 화면으로 보여줬습니다. 이효성 후보자의 해명은 “제 처가 화실을 좀 갖고 싶어 했는데, 낮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페인트에서 파라핀 냄새가 엄청나게 납니다. 그래서 잠은 자지 않고”라는 발언과 “그건 제가 운이 좋은 거지, 투기를 한 것이 아닙니다”라는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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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성 후보자의 의혹 부각한 MBC(7/19)

 

여기까지는 의혹 제기의 반박을 보도한 기계적 중립으로 보이지만 MBC는 곧바로 자체적인 재반박에 나섰습니다. “세무 전문가들은 2주택자라도 먼저 판 집의 양도소득세는 내고 나중에 판 주택은 실거주자 비과세를 받기 위해 위장전입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는 겁니다. 익명의 ‘세무전문가’가 “통상적으로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위장전입을 하게 되면, 국세청 전산에서 적발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아예 세입자까지도 없는 상태에서 주민등록을 옮겨갔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음성변조 인터뷰도 덧붙였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대학 4학년 때 제적당한 이 후보자의 딸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한 것이 특혜가 아니었냐는 의혹에 대해서 이 후보자는 어떤 과정으로 김앤장에 입사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며 ‘자녀 취업 특혜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기계적 중립마저 어긴 MBC, '자녀 특혜 채용‘은 아무런 근거 없어
MBC는 ‘세무 전문가’까지 동원해 이효성 후보자의 ‘투기성 위장전입’에 힘을 실었습니다. 여기서 MBC는 이효성 후보자의 반론을 대폭 축소해 기계적 중립마저 지키지 않았습니다. 투기 의혹에 이효성 후보자는 “가족이 강남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 해서 샀던 것”, “가양동과 개포동을 왔다갔다 하면서 살았고, 오래 살아보려고 했는데 불편해서 현재는 가양동에 거주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개포동 집에서는 아내가 가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제가 1가구 2주택인데 개포동 집을 소유한다고 해서 세제상 혜택이 없다. 소유한 집을 양쪽에 두고 왔다갔다 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다른 목적은 없다”며 의혹에 선을 그었습니다. 모두 MBC가 외면한 해명들입니다. MBC는 이런 직접적 반론은 제거한 채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발언만 부각해, 이 후보자가 변명만 늘어놓은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MBC가 의혹에 힘을 더하기 위해 동원한 세무 전문가의 경우 어째서 익명과 함께 음성변조로 처리했는지도 의문입니다. 투기라는 확신이 있는 전문가라면 당연히 근거의 정당성을 더하기 위해 실명으로 자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민감한 증언을 익명으로 처리하는 것은 언론의 신뢰도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또한 MBC가 보도 말미에 간단히 언급한 자녀의 취업 특혜 의혹은 사실상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의사 진행 발언 시간을 이용해 딸의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사 진행 발언을 시작하면서 “후보자 딸이 미국 국적임이 밝혀졌는데 (후보자의 딸이) 김앤장 법률 사무소에 근무한 걸로 되어있는데 채용 과정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이게 무슨 의사진행이냐”며 반발했지만 민 의원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MBC는 이런 전후 사정을 잘라낸 채, ‘딸의 채용에 의혹이 있고 이 후보자는 모른다고 했다’고만 보도한 겁니다. 이 역시 이 후보자가 마치 의혹을 회피한 것처럼 왜곡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사 ‘PD수첩’까지 맹비난한 MBC
MBC는 야당 발 의혹 뿐 아니라, MBC 경영진을 호위하려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에도 십분 동조했습니다. MBC <“광우병 보도는 정당”…이효성 발언 논란>(7/19 https://goo.gl/5a6kKa)은 자사 프로그램 ‘PD수첩’을 맹비난했습니다. 배현진 앵커는 보도를 시작하면서 “이효성 후보자가 광우병 보도가 정당한 보도였다고 말한 점도 논란”이라며 운을 띄웠습니다. 백연상 기자는 2008년 방영됐던 PD수첩 광우병 편과 관련해 “그 당시 광우병과 관련된 보도가 허위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상입니까, 비정상입니까”라고 묻는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과 “사실이 완전히 아니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저는 그 보도가 정당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하는 이 후보자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에 MBC는 직접 MBC ‘PD수첩’ 광우병 편을 비판하면서 이 후보자 발언을 ‘논란’으로 만들었습니다. 먼저 MBC는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전기 충격이나 물대포에도 일어나지 못하며 주저앉는 소가 1분 가까이 나”왔지만, “이 소는 당시 광우병 소로 국민들에게 인식됐지만 실제로는 광우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일어나지 못하는 병에 걸린 소”라고 비판했고 “인간 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것처럼 PD수첩이 주장한 아레사 빈슨 씨의 어머니 인터뷰도 중요한 부분에서 자막이 조작됐”다고 덧붙였습니다. “PD수첩은 빈슨 씨의 장례식장을 보여주면서 인간 광우병 사망 사실을 단언”했지고 “한국인이 유독 인간 광우병에 약하다고까지” 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어서 “PD 수첩이 방영된 뒤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심어졌”고 “언론들도 인간 광우병을 연달아 보도하며 공포감을 증폭시켰”다며 그 결과 “5월부터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시위는 대규모 폭력 집회 양상을 띄었고 당시 출범 1년도 안 된 이명박 정부는 레임덕에 빠졌”다고 정리했습니다. 한미FTA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이 허용되자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외쳤던 촛불 시민들까지 싸잡아 ‘폭력 시위대’로 매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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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 ‘PD수첩’ 맹비난하며 이효성 후보자 비판한 MBC(7/19)

 

이효성 후보자에 강한 거부감 보인 MBC…이유는 경영진 호위?
MBC는 마치 ‘PD수첩’ 광우편 편이 온통 거짓말로 점철된 것처럼 묘사했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2011년 대법원의 PD수첩 관련 판결에 따르면 MBC가 보도한 △‘다우너 소’(주저앉은 소)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 △한국인 유전자형과 광우병 감염 확률 등 3가지는 허위사실로 판단했지만, △특정위험물질(SRM) 수입 여부 △정부 협상단의 태도 문제 등 2가지는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MBC는 판결의 일부만을 보도하면서 ‘PD수첩’ 자체를 ‘허위’로 매도한 겁니다. 또한 ‘PD수첩’이 ‘PD수첩’이 쇠고기 수입 재협상의 계기를 마련해 광우병의 위험을 어느 정도 덜어냈고 국민들로 하여금 식주권의 가치를 깨닫게 했다는 사실도 외면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20일 주요 일간지들의 1면 보도에는 미국에서 5년 만에 광우병이 재발해 정부가 수입 검역을 강화했다는 내용이 올랐습니다. 정부는 “수입 가능한 쇠고기는 30개월령 미만이고 광우병 전염 부위인 척수 등 특정위험물질이 제거된 것이며 수출이 승인된 미국 도축장·가축장 65곳도 앨라배마주에 소재한 곳은 없다”고 밝혔는데요.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은 2008년 촛불집회로 한미 간 재협상이 벌어지면서 만들어진 규정입니다. 결국 ‘PD수첩’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협을 제거하는데 일조한 것이죠. 


그렇다면 어째서 MBC는 자사 프로그램을 맹비난하면서까지 이효성 후보자를 공격한 것일까요? 이는 MBC와 똑같이 ‘PD수첩’을 공격한 자유한국당의 속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청문회 첫 번째 질의로 “MBC 사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이 후보자가 “법과 절차에 따라서, 법이 정한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 위원들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답하자 “그 법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법이 아니냐”라며 김장겸 MBC 사장의 임기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바로 다음에 나온 질문이 바로 문제의 “광우병 보도가 정상이냐”는 발언입니다. 이 후보자가 “광우병 보도는 당시 언론이 사회현상에 대해 보도한 것”이라 답하자 “이효성 후보자는 학자로서, 시민운동가로서 보여준 소신을 보면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 같고, 오히려 공정성을 제거할 것 같다”고 비난했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를 파헤친 방송을 옹호하면 ‘공정성을 제거한 것’이라니,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입니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정부에 장악된 김장겸 사장 등 MBC 경영진을 호위하고 그들의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에 대한 징계와 해고를 정당화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공영방송 MBC도 이런 정치적 공세를 그대로 보도한 겁니다.

 

TV조선도 일방적 보도, 타사는 ‘기계적 중립’
MBC처럼 이효성 후보자 낙마 의지를 노골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TV조선 역시 편파적인 보도 행태를 보였습니다. TV조선 <“아파트 투기” VS “운이 좋은 것” 논란>(7/19 https://goo.gl/ZLfw4Z)은 MBC와 마찬가지로 이 후보자의 ‘투기성 위장전입’에 힘을 싣고 ‘운이 좋은 것’이라는 이 후보자 해명을 부각했습니다. 그나마 MBC처럼 ‘익명의 전문가’를 동원하지는 않았고 청문회 질의 상황을 화면으로 보여주는데 집중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TV조선 역시 이 후보자의 해명 중 “제가 안 살아도 집값은 오르겠죠. 제가 운이 좋은 거지…강남에 사는 교수들이 많습니다”라는 부분만 발췌해 이 후보자를 불리하게 묘사했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TV조선은 “그니까 위증이라는 것. 방 세 개입니다. 평면도 뽑아왔습니다. 방 세 개에요. 아까 거주하셨다고 했는데 방이 몇 개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라는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발언 장면도 더했습니다. 


KBS‧JTBC‧MBN은 위장전입 의혹과 ‘언론 공정성 확보 방안 정책 질의’를 1건의 보도에 담으면서 기계적 중립을 지켰습니다. SBS는 이 후보자의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발언에 집중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1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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