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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이 광고 중단했으니 시민단체도 ‘탈핵' 요구 중단하라는 채널A
등록 2017.07.3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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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결정 권한과 위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2차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공론조사 방식을 따른다. 조사 대상자들이 공사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공론조사는 찬반 의견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공론조사 참여자의 의견 변화 과정을 조사하고 일정한 합의안을 만들어 정부에 권고하는 방식”이라고 밝혔습니다. ‘공론화위의 결정을 100% 수용할 것’이라는 청와대 방침과 달리, 공론화위가 기존 여러 자문위원회 수준의 권고를 내겠다는 뜻으로 비춰지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언론은 이 혼선을 집중 부각했고, 탈원전 정책에 부정적이었던 야당도 공론화위는 ‘들러리’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야3당은 “공론화위원회가 아니라 국회에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여부를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지형 위원장은 28일 “전날 공론화위 대변인이 정부와 위원회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에 대한 방향을 당초 방향과 전혀 다르게 변경하기로 의결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혼란 자초한 공론화위, ‘건수 잡았다는 듯’ 달려드는 언론
이번 사태에서 혼선을 일으킨 공론화위의 책임은 큽니다. 공론화위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찬반을 결정하는 ‘시민 배심원단 구성’을 포기한다고 밝혔고 스스로 ‘권고’ 수준의 보고서를 내는 것으로 권한 범위를 한정했습니다. 정부가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기 위해 민의 수렴의 큰 권한을 맡겼지만 ‘공론화’ 자체에 경험이 없는 위원회가 혼선을 빚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러나 역사상 처음 있는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형 숙의방식’에 복잡한 내막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숙의방식에는 시민배심원제와 공론조사,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두가지 모두 갈등사안에 대한 찬반 여론을 적극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공론화위는 27일 2차 회의 과정에서 시민배심원제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공론조사를 거쳐 찬반 결정이 아닌 합의의 형성을 목표로 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그 ‘합의의 형성’ 역시 결국은 찬반, 또는 제3의 대안을 청와대에 전달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공론화위가 공론조사의 의미를 혼동해 스스로 권한을 축소한다는 지적이 나온 대목입니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도 “현재 공론화위의 활동은 결정이나 업무 처리가 일방적이고, 사업 계획 역시 국민들의 공감을 높게 얻지 못하고 있다”며 “보다 신중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동안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던 핵발전 문제를 공론절차로 숙고하는 공론화위는 역사상 초유의 위원회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시행착오는 앞으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비평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핵발전 정책을 민주적 숙의 절차로 결정하는 일은 많은 국민에게 낯설면서도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해프닝이 있을 때마다 ‘건수 잡았다’는 식으로 탈핵 논의 자체를 무산시키려 들어서는 곤란합니다. 그러나 28일, 방송에서는 이미 그런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MBC․MBN ‘무책임한 핑퐁 게임’, TV조선 ‘공론화위가 입장 바꿨다’

그동안 정부의 탈핵 방침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 방송사들은 이번 사태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28일,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 모두 ‘정부와 공론화위의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공론화위

혼선

1 1 1   1 1 1

공론화위

비판

  1       2  
탈핵 비판 1            
총 보도량 2 2 1   1 3 1

△ 7개 방송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혼선 관련 보도량 상세 비교(7/28) ⓒ민주언론시민연합
 

MBC <‘뜨거운 감자’ 놓고 무책임한 핑퐁 게임>(7/28 https://bit.ly/2vSjE6m), MBN <책임 떠넘기기 논란>(7/28 https://bit.ly/2w8CIwi)은 제목에 ‘책임 떠넘기기’를 명시했고 “청와대와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결정권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TV조선 <공론화위, 청와대‧여당에 밀려 입장 바꿔>(7/28 https://bit.ly/2v5QanL)는 첫 공론화위 브리핑 이후, “청와대와 여당이 공론화위원회가 결정권자라고 강조”하자 이후 공론화위원장이 나서서 “혼선이 빚어졌던 거라고 입장을 바꿨”다며 ‘말바꾸기’로 이번 사태를 규정했습니다.  


KBS <혼선 우려 진화…청 “공론화위 결론 수용”>(7/28 https://bit.ly/2u6J91s)도 “출범 초부터 정부와 엇박자”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가 ‘여론 수렴 방법’ 논의를 막 시작한 만큼 지금은 결론을 예단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절차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라는 청와대 입장으로 보도를 마무리 하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특히 KBS는 “공론화 과정의 핵심은 충분히 깊게 논의하는 과정, 즉 ‘숙의’ 절차에 있는 데, 아직 이와 관련한 구체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위원회의 활동 방향이 당초 알려진 공론화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공론화위의 입장을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SBS도 비슷한 보도를 1건 냈습니다. 
 
이때다 싶었나, 공론화위 맹폭한 MBC
공론화위의 혼선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탈핵 정책 자체를 비방하는 보도는 낸 방송사도 있습니다. 꾸준히 탈핵에 거부감을 보이던 MBC, 채널A는 마치 ‘건수를 잡았다’는 식으로 재차 왜곡‧편파보도를 쏟아냈습니다.


MBC는 공론화위원회 자체의 정당성을 흔드는 보도를 1건 추가했습니다. MBC <‘산 넘어 산’…공론조사 어쩌나?>(7/28 https://bit.ly/2u6KRjo)에서 배현진 앵커는 “원전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대표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지적으로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정동욱 기자는 “시민 2만 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를 혼합한 1차 여론조사를 진행한다”는 공론화위의 계획을 전하면서 “단기간에 하기 쉽지 않은 일”, “2만 명을 확보했다고 해도 건설 재개냐 중단이냐의 운명을 쥔 공론조사 참여자 350명을 선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 “어떤 기준을 적용하든 대표성과 편향성 논란이 일 가능성” 등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350명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깊은 토의를 통해 견해의 변화 과정을 분석하겠다”는 공론화위의 입장에도 “제공되는 정보 자체의 편향성과 토론·토의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깎아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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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거도 없이 공론화위 대표성‧공정성 비판한 MBC(7/28)
 

그러나 “대표성과 편향성 논란”, “제공되는 정보 자체의 편향성” 등 비판의 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째서 대표성이 결여되고 정보가 편향되는 것인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겁니다. ‘그냥 그럴 것 같다’는 예측에 불과합니다. MBC의 이런 주관적인 평가에는 이미 반론도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공론화위원 8명을 선정할 때 이미 원전 찬반 단체에서 반대한 인사들을 제외하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편향성 문제는 애초에 차단됐습니다. 


게다가 민주적 절차로 가장 성공적으로 탈핵을 이끈 독일 역시 비슷한 공론조사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독일은 시민 7만 명에게 전화설문을 돌려 571명을 인구 비례에 맞게 표본으로 추출한 뒤 최종적으로 120명의 시민배심원단을 꾸려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기획한 방식과 유사한 것으로서 학계에서 인정받는 숙의 절차입니다. MBC 주장대로라면 독일도 대표성과 공정성을 누락한 것이 됩니다. 

 

한수원이 광고 중단하면 시민단체도 침묵하라고? 채널A의 어깃장
‘탈핵’ 자체를 폄훼하는 보도 중 가장 악의적인 보도는 채널A입니다. 채널A <광고 끊은 원전…탈핵 측 홍보전>(7/28 https://bit.ly/2haUrAx)은 “중립적으로 진행된다고 청와대가 약속했지만 원자력 발전의 앞날을 두고 힘겨루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한쪽으로 기우는 듯한 인상입니다”라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론화가 진행되는 동안 신문‧잡지‧TV광고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쪽 생각을 가진 분들은 홍보를 계속 이어갔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한수원이 그제부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이 끝나는 10월 말까지 신규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여기에는 “탈원전을 찬성하는 시민단체의 압박도 영향을 미쳤”다고 단언했습니다. 여기에 “(광고는) 일방적인 주장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론의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전화 인터뷰를 덧붙여 마치 염 총장이 ‘압박의 주체’인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결론은 한수원이 “탈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건 정권에 대한 눈치보기”를 하고 있고, “원자력업계의 손발은 묶으면서 정부‧여당과 환경단체의 선전전만 부각”된다는 비판입니다. 


채널A의 이 보도는 헌법 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 기관인 한수원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드는 광고, 심지어 세금을 투여해 만드는 광고를,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탈핵 요구에 비교하면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언론에 집행한 핵 발전 홍보예산은 2014년 기준 100억 원에 이릅니다. 2014년에도 혈세 100억 원을 ‘원전 확대 광고’에 썼다는 것인데, 이번 공론화 절차로 중단되는 3개월간 들어갈 세금 역시 상당히 큰 금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광고가 그대로 집행된다면 지나친 국고 낭비라고 비판해야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채널A는 한수원의 원전 광고가 3개월 간 잠시 중단됐으니 시민단체의 홍보전도 중단되어야 한다는 뒤틀린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환경단체는 물론이고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탈핵을 요구했는데 3달 동안 이 의사표현을 중단하라는 겁니다. 심지어 세금이 투여되는 한수원의 광고가 어째서 부적절한지 설명한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발언도 ‘한수원 광고를 중단시킨 시민단체의 압박’으로 왜곡했습니다. 정부기관이 광고를 중단하면 시민들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니 채널A의 인식 수준을 의심할 만 한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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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원이 광고 중단했으니 시민단체도 침묵하라는 채널A(7/28)

 

여기다 채널A는 ‘정부‧여당도 홍보전을 하고 있다’며 문제 삼았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동안 야권이나 일부 언론에서 제기되는 ‘탈핵 비판’에 반박하는 식으로만 대응했습니다. 이번 공론화위원회 논란에 있어서도 27일에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28일에 김지형 공론화위 위원장과 만나 해명하고 반박했을 뿐입니다. 여당의 경우 공당으로서 특정 사안에 입장을 내고 국민을 설득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부기관이 광고를 중단하면 공당도 논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은 세계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KBS는 ‘원전 지원금’, 채널A는 ‘원전 수출’ 걱정, 언론이야말로 일방적 ‘찬핵 홍보전’
위와 같은 채널A의 주장은 스스로의 보도 경향과도 상충됩니다. 채널A를 위시한 대부분의 언론은 그동안 일관적으로 탈핵을 폄훼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을 때도 채널A는 ‘원전 비전문가들이 결정할 수는 없다’며 케케묵은 프레임을 내세웠고 탈핵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한 보도는 단 1건도 없었습니다. 이런 태도는 JTBC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28일에도 탈핵 반대 보도가 있었습니다. KBS <‘탈원전’ 가시화…특별지원금 어쩌나?>(7/28 https://bit.ly/2h5GKms)는 “정부는 원전의 자율 유치지역에는 상당액의 특별지원금을 지원해 오고 있”는데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가시화 되면서, 신규 원전건설이 무산될 경우 이미 지원받은 특별지원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채널A <원전 애로 호소에 “해외진출 지원”>(7/28 https://bit.ly/2uL72xL)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가 중단될 경우 원전 사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매출 타격을 걱정하는 두산 박정원 회장에게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내에서 탈원전을 주도하면서 원전의 해외 수출을 지원하는 것은 모순적”이라 비판했습니다. 하나같이 ‘탈핵의 부작용’만 부각한 보도들이고 심지어 현실화될지 여부도 알 수 없는 ‘미래의 우려’를 나타낸 겁니다. 특별지원금의 경우 향후 정책 결정 방향에 따라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하여 용처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원전 해외진출 문제’ 역시 상당히 부풀려진 우려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 언론은 그동안 탈핵으로 인해 ‘600조 세계 원전 시장’을 포기한다고 보도했는데요. ‘600조 시장’이라는 수치는 미국원전협회의 세계 원전 건설계획을 인용한 것으로서 중국, 러시아, 인도 계획이 합해서 67기인데 한국원전이 진출할 수 없는 시장이고 일본 12기, 대만 6기는 취소됐으며, 미국 9기도 현실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국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저가로 공급한 UAE 4기 수출이 유일한 수출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2030년까지 80기 수출 목표를 세웠지만 수출할 시장이 없거나 10~20조 금융지원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우리 언론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왜곡된 정보로 탈핵을 폄훼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 태도야말로 일방적인 선전이고, 더 나아가 국민을 기만하는 선동입니다. 이제 출범한지 불과 닷새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이런 보도가 쏟아져 탈핵을 위한 민주적 절차의 의미를 흐리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2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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